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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메이커-32화 (32/227)
  • < 제 10장 - 금광 탈환전 >

    제 10장 - 금광 탈환전

    요 며칠간 용호는 크레이지 앤트들과 싸우며 많은 생각을 했다.

    일단은 크레이지 앤트의 규모.

    금광 입구가 있는 방에는 수십, 어쩌면 수백여 마리에 달할지 모를 크레이지 앤트들이 있었다.

    모두 일개미. 개미 군락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녀석들이었다.

    용호는 거기서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았다.

    금광에 자리를 잡은 크레이지 앤트 군락의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

    어쩌면 그 방에 자리하고 있는 크레이지 앤트들이 군락 구성원의 거의 전부인 것은 아닐까?

    비활성화가 된다고 그 방의 공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마력 공급이 끊어지고, 제대로 된 '입구'가 사라지는 것뿐이었다.

    크레이지 엔트들은 비활성화 된 방들 사이를 오가며 활동했고, 덕분에 용호는 금광 입구 방 근처의 다른 방들을 조금씩 활성화 시키며 서너 마리씩 몰려다니는 크레이지 앤트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용호는 생각했다.

    돌아다니는 크레이지 앤트의 숫자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크레이지 앤트 군락의 규모가 수천, 수만 마리를 헤아린다면 아무리 마왕의 방과 금광 입구 방 사이의 거리가 제법 된다 할지라도 크레이지 앤트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크레이지 앤트들의 활동 범위는 생각보다 무척이나 좁았다.

    어쩌면 마왕의 방 쪽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용호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왜곡의 마왕 카이완의 기록들.

    전대 가주는 금광 탈환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전전대 가주는 금광에 꽤나 큰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마몬 가에 남아 있는 전전대 가주와 카이완의 기록에 따르면 금광의 규모는 생각처럼 그리 크지 않았다.

    애당초 불완전한 마계의 특성 때문에 던전 내에 생성된 금광이었다. 용호의 고향 세상인 지구의 금광과는 다소 다른 구석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금광의 깊이는 기껏해야 수십 미터. 더욱이 그 안에서 채굴할 수 있는 금 역시 일반적인 금광과는 달랐다. 마치 수정 덩어리처럼 형성된 금들이 금광 곳곳에 박혀 있는 형태였다.

    어찌되었든, 기록에 따르면 금광은 수천, 수만 마리의 크레이지 앤트들이 살기에는 비좁았다. 금광에서 추가적으로 새로운 굴을 팠을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리 큰 규모로 퍼져 나갔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근거는 '두 번째 이유'와도 연관이 있었다.

    둘째, 크레이지 앤트들의 습성.

    던전 상회가 던전의 영혼에게 주입해준 정보에 따르면 크레이지 앤트의 '일반적 군락'의 규모는 수십에서 수백 마리 선이었다. 던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각종 식량이나 마력 등을 고려해도 역시 그 정도 선이 한계였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군락 전체를 통제하는 크레이지 앤트들은 여느 짐승들이 그러하듯 주변의 환경 상황에 맞춰 집단의 규모를 결정했다.

    ‘금광 입구 방에 자리한 크레이지 앤트들이 군락의 거의 전부라면.’

    대충 추산할 수 있는 숫자는 많아야 이백 남짓.

    그 정도 숫자면 충분히 탈환의 가능성이 있었다. 용호 자신 혼자였다면 아무리 마나 포션이 많아도 힘들 터였지만 지금의 용호에겐 살라멘더가 있었다.

    용호는 금광 입구 방 바로 앞에 방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따로 명령하진 않았지만 카타리나와 스컬, 살라멘더 모두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상대한 크레이지 앤트와 슬라임의 숫자는 겨우 아홉.

    역시 적었다. 금광 밖뿐만 안에도 수백 마리에 달할 크레이지 앤트들이 바글거릴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용호가 허공에 손가락을 놀렸다. 던전의 영혼이 즉답했다.

    [금광 입구 방을 활성화하겠습니다.]

    [주인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최근에 한 번 활성화시켰던 방이기 때문인지 이전보다 활성화 속도가 빨랐다. 말이 끝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던전의 여느 방들처럼 평범한 입구가 생겨났다.

    저 너머에 수많은 크레이지 앤트들이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활성화의 영향인지 문 너머에서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용호는 아몬을 움켜쥐며 문 오른편에 섰다. 살라멘더는 미리 지시받은 대로 문 왼편으로 이동, 용호의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카타리나와 스컬이 그런 용호의 앞으로 나서서 각자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한 번의 시선 교환.

    더 이상 잴 것도 없었다. 카타리나와 스컬이 동시에 문을 열었고, 용호와 살라멘더가 지면을 박찼다.

    이번에도 어두웠다. 문을 연 순간 백 수십여 마리에 달하는 크레이지 앤트들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귀를 찔러왔다.

    용호는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문안으로 돌입한 순간 아몬으로 허공을 찌르며 불꽃을 일으켰다.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단발적인 불꽃도 아니었고, 허공을 잠시 불태우고 사라질 불꽃의 파도도 아니었다.

    용호는 화염방사기와도 같은 불꽃을 원했다. 지속성을 가지고, 마치 불기둥처럼 뻗어나가 적들을 불사를 그런 불꽃을!

    콰가가가가가가가-!

    불꽃이 폭발했다. 용호의 마력을 거의 절반가량 집어삼킨 아몬이 녹색의 불꽃을 토해냈다.

    어둠을 살라먹었다. 용호의 전방 시야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벽을 긁듯이 뻗어나간 폭염이 크레이지 앤트들과 슬라임들을 뒤덮었다.

    비명은 없었다. 하지만 용호는 느낄 수 있었다. 기합을 내지르며 아몬을 천장 쪽으로 쳐 올렸다.

    츠콰아아아아!

    천장이 불타올랐다. 범위를 크게 확장 시키는 대신 위력을 경감시킨 녹염이었지만 애당초 불에 약한 슬라임들과 크레이지 앤트들에게는 이 정도 화력으로도 충분했다.

    지독한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용호의 반대편- 방의 왼편에서는 살라멘더가 토해낸 붉은 불꽃이 보이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불꽃의 크기, 위력 모두 살라멘더 쪽이 더 위였다. 하지만 살라멘더의 불꽃은 용호의 녹염에 비하면 단발성에 가까웠다. 한 바탕 거대한 불꽃을 토해낸 살라멘더는 숨을 고르듯 헐떡였고, 용호는 다시 한 번 아몬을 크게 휘둘렀다. 남은 마력이 순식간에 소진되는 것이 느껴졌다.

    “카타리나!”

    용호가 외쳤고, 카타리나는 즉각 용호의 허리를 더듬어 마나 포션 한 병을 뽑아냈다. 재빨리 마개를 제거해 용호의 입 안에 흘려 넣었다.

    마치 스포츠용 이온 음료 같은 맛이었다. 푸른 액체가 목구멍을 통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활력이 몸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약해지던 아몬의 녹염이 다시 한 번 거세게 피어올랐다. 더욱이 이전의 불꽃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했다!

    ‘마나 포션의 효과!’

    단순히 마력을 충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시적이지만 용호의 마력 자체를 상승시켰다.

    명확한 수치를 인식할 수는 없었지만 강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아몬은 더 많은 마력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듯 더 강한 불꽃을 토해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마력의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하지만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크레이지 앤트들과 슬라임들에 의해 가려져 있던 천장이 드러나며 방 안이 밝아졌고, 연달아 펼친 용호의 녹염에 타 죽은 크레이지 앤트만 스무 마리가 넘었다.

    용호는 눈동자를 굴렸다. 금광의 입구.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꾼 개미보다 덩치가 세 배 이상 큰 병정개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달려!”

    용호가 명했고, 숨을 가다듬던 살라멘더가 네 발로 빠르게 기기 시작했다.

    카타리나는 마나 포션 한 병을 더 열어서 용호의 입 안에 흘려 넣었고, 마력이 회복되자마자 용호는 아몬을 거두었다. 방안을 뒤덮던 녹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지만 크레이지 앤트들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온통 탄 냄새가 용호는 물론이고 방안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후각을 마비시켰다.

    “스컬컬!”

    스컬 역시 살라멘더를 쫓아 달렸다. 용호는 카타리나와 발을 맞춰 금광 입구를 향해 달리며 방 안에 남은 크레이지 앤트들의 규모를 헤아렸다.

    대략 처음의 3분의 2.

    아직 크레이지 앤트들이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용호의 녹염과 살라멘더의 불꽃은 충분히 강력했지만 방 자체가 너무 넓었다.

    용호는 다시 한 번 숨을 삼켰다. 눈동자를 굴리는 고작 몇 초 사이에 금광 입구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만큼 병정개미들 역시 다가왔다. 위기감을 느낀 크레이지 앤트들이 벽과 천장, 바닥을 기어 몰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카타리나와 스컬이 자세를 바짝 낮췄다. 용호는 아몬을 크게 휘두르며 가지고 있는 마력 전부를 아몬에 쏟아 부었다. 마나 포션이 없다면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총력전이었다.

    용호 스스로도 놀랄만치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녹색으로 빛나는 탐욕의 불길은 천장과 벽, 바닥을 가리지 않고 뻗어나갔고, 잔뜩 몰려들었던 크레이지 앤트들을 한 번에 집어삼켰다. 단 한 마리의 크레이지 앤트도 용호에게 닿는 것을 허락지 않았다.

    홍련의 마창 아몬.

    한 번 휘둘러 천지를 불태우고 바다를 증발시키니!

    어쩌면 과장이 아닐지 몰랐다. 진정한 아몬의 힘은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마력을 흡수한 만큼 강해진다. 더 강한 불길을 토해낸다.

    그렇다면 저 탐욕의 왕 마몬이라면 어떠했을까. 마계의 4분의 1을 지배했던 가장 위대한 마왕의 마력을 흡수한 아몬은 대체 어떤 불길을 토해냈을까.

    사그라드는 녹염 속에서 용호가 이를 악물었다. 카타리나가 세 번째 마나 포션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살라멘더가 입을 크게 벌렸다. 정면을 향해 거대한 불기둥을 토해냈다.

    노랗고 노란 그것은 흡사 공성추와 같았다. 거칠게 뻗어나가 병정개미들을 분쇄했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금광 안으로까지 파고들었다. 안에서 한참 기어 나오던 크레이지 앤트들에게 공평무도한 죽음을 선사했다.

    용호가 세 번째 마나 포션을 삼켰다. 다시 한 번 마력이 차올랐다. 더욱이 마나 포션의 효과 자체가 중복되는지 마력이 보다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험해.’

    하지만 유용했다. 용호는 이를 악물며 전신에서 이는 고통을 씹어 삼켰다. 단번에 마력을 소진하는 것도, 그 마력이 다시 단번에 충전되는 것도 모두 해롭기 짝이 없었다. 더욱이 본래 기량보다 더 강력해진 마력은 양날의 칼이 되어 용호를 난도질했다.

    용호는 다시 한 번 지면을 박찼다. 불기둥이 관통한 금광 입구를 향해 달렸다.

    방안을 뒤덮고 있던 크레이지 앤트들이 거의 절반가량 쓸려나갔다. 슬라임들도 많이 남지 않았고, 그나마 살아남은 것들도 감히 용호 일행에게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러한 공백이 유지되는 것은 기껏해야 몇 초 남짓. 남은 마나 포션의 개수는 하나.

    기진맥진한 살라멘더가 금광 입구에서 돌아섰다. 거친 숨을 토하면서도 전신에 불꽃을 일으켜 크레이지 앤트들을 위협했다. 그런 살라멘더를 호위하기 위해 스컬 역시 망치를 들고 멈춰 섰다.

    “스컬컬!”

    스컬이 카타리나에게 소리쳤고, 카타리나는 눈빛으로 응답했다. 용호와 함께 살라멘더와 스컬을 지나쳐 금광 안으로 몸을 던졌다.

    목표로 하는 것은 금광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여왕개미의 격살 혹은 복속!

    [던전 시설 : 금광의 활성화를 시도하겠습니다!]

    던전의 영혼 역시 급박하게 외쳤다. 용호는 정면을 보았다. 카타리나가 꺼내든 손전등만으로는 금광 안의 어둠을 모두 몰아낼 수 없었다. 어둠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용호는 스스로를 억눌렀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몬을 출수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달렸다. 용호 자신은 어둠 너머를 볼 수 없었지만 카타리나는 달랐다. 다크 엘프의 특성을 가진 그녀는 어둠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런 카타리나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순간의 공포와 조바심에 마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었다.

    다시 몇 초. 짧고 짧지만 한 없이 길게 느껴진 그 시간이 끝난 순간.

    [던전 시설 : 금광의 활성화에 성공했습니다! 마력을 공급합니다!]

    던전의 영혼이 소리쳤다. 천장에 마력으로 된 불빛이 연이어 피어나며 어둠을 몰아냈다.

    동시에 용호는 손가락을 놀렸다. 활성화 시켰기에, 통제 범위 하에 다시 집어넣기에 확인 가능한 던전 현황도를 빛의 창에 출력시켰다.

    “가주님!”

    던전 현황도에 시선을 둔 아주 잠깐의 시간.

    카타리나가 소리쳤다. 용호는 반사적으로 아몬을 당겼다. 정면을 노려보았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크레이지 앤트들이 폭발하듯 덮쳐왔다. 다른 우회로가 있었는지 천장과 벽, 배후에서도 달려든 그것들이 용호와 카타리나에게 돌진했다. 마치 압사라도 시키겠다는 기세였다.

    용호는 생각하지 않았다. 왼손을 뻗어 카타리나의 허리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크레이지 앤트 수십 마리에 뒤덮인 그 순간 아몬으로 바닥을 찍었다.

    탐욕의 불길.

    녹염의 파도가 금광 내부를 휩쓸었다.

    &

    < 제 10장 - 금광 탈환전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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