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메이커-29화 (29/227)
  • < 제 9장 #2 >

    &

    [이름 : 천용호 (남)]

    [종족 : 반인반마]

    [분류 : 마왕]

    [속성]

    [불꽃 1레벨 / 어둠 0레벨]

    [진화 숙련치 : 100/100]

    [힘 특화 1레벨 | ★★ (2)]

    [체력 특화 1레벨 | ★★☆ (2.5)]

    [마력 특화 2레벨 | ★★☆ (2.5)]

    [매력 특화 0레벨 | ★★ (2)]

    [민첩 특화 0레벨 | ★☆ (1.5)]

    [기량 특화 0레벨 | ★★☆ (2.5)]

    [7대 죄악 | 탐욕]

    옥좌에 앉아 진화의 권능으로 스스로를 돌아본 용호는 잠시 침묵했다.

    진화 숙련치가 꽉 찬 것은 카타리나만이 아니었다. 용호 자신 역시 당장이라도 진화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 진화 이후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꽤 많은 실전을 치렀다.

    무기고를 장악하고 있던 살라멘더를 쓰러트렸고, 크레이지 앤트와 슬라임을 각각 열 마리 이상 씩 잡았다. 여기에 오크들과의 싸움은 물론이고 정수 흡수까지 더해졌으니 진화 숙련치가 꽉 차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은근히 변했어.’

    용호는 진화 루트 항목에 집중했다. 한 번도 진화시킨 적이 없는 힘과 체력이 절로 1레벨이 되어 있었고, 마력 역시 한 번 밖에 진화를 시키지 않았음에도 2레벨이 되었다.

    진화 루트의 잠재력을 의미하는 별의 개수 역시 이전보다 소소하게나마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힘과 체력 레벨이 오른 건 내 육신이 그만큼 강해졌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마력은 역시 정수 흡수의 효과인가?’

    용호는 카타리나의 경우를 떠올렸다. 첫 진화를 시키기 전부터 그녀는 민첩과 기량에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마왕으로 각성한 이후 용호의 육신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육체능력의 강화가 계속된다면 힘과 체력 레벨 역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진화의 권능은 인위적인 촉진. 평범한 방법으로는 개발할 수 없는 잠재력의 개방.’

    용호가 굳이 민첩 진화를 시키지 않았더라도 카타리나라면 언젠가 지금 수준의 민첩함을 손에 넣었을 터였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진화는 달랐다. 진화의 권능이 그녀의 몸에 잠재되어 있던 서큐버스의 피와 다크 엘프의 피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현 시켰다.

    고블린 존과 론에게 뿔이 생긴 것 역시 비슷한 이치였다.

    용호는 다시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다.

    어떤 능력을 진화시킬 것인가.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힘과 체력이 1레벨로 상승한 걸 확인한 순간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은 마력에 올인한다.’

    용호는 현재 뒤에서 뒷짐 지고 구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직접 아몬을 들고 최전선에 서야만 했다.

    힘이나 체력, 민첩 진화를 택하면 분명 근접전 능력이 향상될 터였다. 하지만 역시 제일 급한 것은 마력이었다.

    현재 용호 자신의 전투 스타일은 일격필살.

    그렇다면 그 일격을 보다 강화한다. 마력을 키워 아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사역마들을 진화시키는 데도 마력이 필요했다. 던전에 새로운 시설을 들이고 기존의 통로를 재편하는 일 역시 적잖은 마력을 소모했다.

    그러니 일단은 마력이었다. 다른 진화 루트를 선택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용호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결정을 내린 그 순간 바로 진화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쾌감과 고통이 동시에 찾아들었다. 용호는 격통과 환희 속에 포효했다.

    틀을 깨부수는 것.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것.

    용호의 마력을 담고 있던 그릇이 바뀌었다. 용호의 영혼이 성장했고, 보다 많은 마력을 그 안에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시간을 잊었다. 진화가 끝났음을 알려준 것은 던전의 영혼이었다.

    [주인님의 최대 마력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던전의 일일 마력 생산량이 80에서 120으로 증가했습니다.]

    [주인님의 뿔이 성장함에 따라 마력 회복 속도 역시 기존보다 1.2배 빨라졌습니다.]

    던전의 영혼의 말 그대로였다. 용호는 녹색 귀화가 피어오르는 눈을 감고 스스로를 느껴보았다.

    마력이 강화되었다. 오크 리더의 정수를 흡수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성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의식적인 긴 호흡과 함께 눈을 뜬 용호는 다시 한 번 진화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스스로가 아닌 무릎 위에 올려둔 아몬을 보았다.

    [이름 : 아몬 (?)]

    [종족 : ???]

    [분류 : ??? (???)]

    [속성]

    [불꽃 ???레벨 / ??? ???레벨]

    [진화 숙련치 : 5/100]

    [??? 특화 | ★★★★★★ (6)]

    [??? 특화 | ★★★★★★ (6)]

    [??? 특화 | ★★★★★☆ (5.5)]

    여전히 물음표가 너무 많았다.

    ‘처음 얻었을 때보다는 꽤 강해졌는데 말이지.’

    처음 마주한 날 이후 내내 침묵하고 있는 아몬을 지긋이 바라보던 용호는 쓰게 웃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아몬이 보다 강한 자신을 원한다면 그리 해주면 될 일이었다. 용호 자신도 이 정도 성장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진화 숙련치 5는 좀 너무하네.’

    그 사이에 용호 자신은 진화 숙련치를 두 번이나 꽉 채웠는데.

    하지만 이것도 푸념 정도로 끝날 일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몬이 그만큼 엄청나게 강한 마족이란 소리였으니 말이다.

    자기 자신과 아몬에 대한 생각을 마친 용호는 진화의 권능을 해제했다. 돌로 된 옥좌에나마 몸을 깊이 묻으며 고개를 들었다. 카타리나와 엘리고스가 보였다.

    “어?”

    저도 모르게 멍한 소리를 낸 용호는 반쯤 묻었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던전의 모든 사역마들이 옥좌 앞에 모여 있었다.

    [주인님이 옥좌에 앉으신 이후 한 시간하고도 십여 분이 지났습니다. 던전의 사역마들은 대략 한 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진화 과정 중에 있었던 무아지경이 생각보다 훨씬 길었던 모양이다.

    용호는 무안함을 달래듯 헛기침을 가볍게 토했다. 그러자 옥좌 앞에 자리하고 있던 엘리고스가 감동에 찬 목소리를 토했다.

    “오오, 가주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게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았다. 더욱이 다른 사역마들도 용호 자신을 보는 눈이 꽤 특별했다.

    고블린 레인저들의 초롱초롱한 두 눈에는 선망과 존경이 가득했다. 코볼트는 거의 찬양에 가까운 표정이었고, 감정 표현이 무딘 트리엔트와 살라멘더조차 작은 몸짓으로 감탄을 표했다.

    진화의 권능으로 다른 것도 아닌 ‘마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참으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사역마들의 시선에 용호는 다시 헛기침을 토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이 와중에도 초지일관 멍한 얼굴로 서 있는 스컬을 보니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용호는 다시 역순으로 사역마들을 보았다.

    스컬의 반대편- 엘리고스의 오른쪽 옆에 선 카타리나는 상기된 얼굴로 용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대로 기다란 두 귀가 날개처럼 펄럭거렸다. 거기에 자동차 와이퍼마냥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까지 더해지니 영락없는 강아지 꼴이었다.

    ‘잠깐.’

    “꼬리?!”

    생각에 연이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용호를 깜짝 놀란 얼굴로 마주한 카타리나는 눈을 깜박였다.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이다가 겨우 말을 만들어냈다.

    “자, 자고 일어나니 꼬리가 생겼습니다.”

    전형적인 악마상 가운데 하나인 꼬리 끝이 삐쭉한 삼지창 형태의 꼬리였다. 묘하게 광택이 감도는 검은 꼬리를 쳐다보던 용호는 카타리나가 아닌 엘리고스에게 물었다.

    “서큐버스들에게 꼬리가 있나?”

    “있습니다. 고위 몽마의 경우에는 날개 역시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돌아온 대답에 용호는 혹시나 하는 얼굴로 다시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가 급히 손을 내저으며 답했다.

    “날개는 없습니다. 꼬리뿐입니다.”

    하이브리드 진화.

    기존의 카타리나는 서큐버스보다는 다크 엘프에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진화의 결과 잠들어 있던 서큐버스의 피가 깨어났다. 새로 돋아난 꼬리가 바로 그 증거였다.

    “괜찮아? 어디 아프거나 이상한 곳은 없고?”

    용호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카타리나가 밝게 웃으며 답했다.

    “없습니다. 오히려 무척이나 개운합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마력도 훨씬 더 강해진 것 같고요.”

    다시 귀와 꼬리가 각각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걸 보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용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거짓말은 죽어도 못 할 것 같은 호위 기사 대신 나머지 사역마들을 돌아보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용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금광 탈환을 비롯한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였다.

    &

    언제나처럼 짧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끝마친 용호는 바로 다음 일에 착수했다.

    바로 사역마들의 진화와 승급이었다.

    마몬 가의 사역마들은 대부분이 최하급 사역마들이었기 때문에 진화 숙련치가 쌓이는 속도 역시 빠른 편이었다.

    용호는 제일 먼저 코볼트를 민첩 특화로 진화시켰다. 과거 고블린 욘을 민첩 특화시켰을 때처럼 팔 다리가 길어졌는데, 그렇다고 다른 고블린들처럼 뿔이 생기지는 않았다.

    늘어난 팔 다리 덕분에 눈이 휘둥그레진 코볼트 다음으로 진화의 권능의 대상이 된 것은 존과 론이었다.

    용호는 존과 론을 홉고블린으로 승급시켰다.

    홉고블린으로 승급한 존과 론은 겉모습부터가 일반적인 고블린들과 꽤 달라졌다. 둘 모두 거의 머리 하나 크기만큼 키가 자랐고, 몸의 근육 역시 보다 크고 단단해졌다. 흐리멍텅하던 두 눈에도 이제는 제법 총기가 묻어났다.

    다른 사역마들은 아직 진화 숙련치가 부족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일 아쉬운 것이 엘리고스였다. 사냥 외에는 이렇다 할 실전 참여 경험이 없다보니 진화 숙련치 쌓이는 속도가 꽤나 느린 편이었다. 그나마 던전 공사와 같은 잡무로도 진화 숙련치가 쌓이는 것이 다행이었다.

    사역마들의 진화를 끝마친 용호는 엘리고스에게 사역마들을 이끌고 무기고에 다녀올 것을 명령했다. 다음 수순을 위한 준비였다.

    그리고 대략 삼십여 분 뒤. 사역마들을 이끌고 돌아온 엘리고스가 다소 걱정스런 얼굴로 용호를 마주하였다.

    “연달아 진화의 권능을 사용하셨는데 바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

    씩 웃은 용호는 옥좌 바로 옆, 던전 상회의 인식 마법진 위에 쌓인 무기들을 돌아보았다.

    무기고 탈환 이후 한 번도 쓰지 못한 무기들이 태반이었던 터라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급전이 필요했다.

    “혹여 금광 탈환에 실패하더라도 진화 숙련치는 꽤 모을 수 있을 거야. 엘리고스는 만약을 대비해서 내가 지시한 대로 공사를 진행해 줘.”

    용호의 빈틈없는 당부에 엘리고스가 푸근하게 웃었다.

    “참으로 가주님다우신 계획입니다.”

    “마몬 가에 남는 건 공간 밖에 없잖아? 있으면 활용해야지.”

    용호가 그렇지 않느냐는 듯 웃었고, 엘리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대와 전전대 가주를 모욕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엘리고스는 확언할 수 있었다.

    그들과 용호는 달랐다.

    자포자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도 용호는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대신 방법을 찾아냈다.

    “다녀올게. 공사 바로 시작하고.”

    “가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엘리고스가 다른 사역마들과 함께 예를 표했다.

    용호는 지체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던전 상회의 가상공간에 접속했다.

    &

    < 제 9장 #2 > 끝

    ⓒ 취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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