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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37화 (외전 완) (237/237)
  • 외전. 40살, 진정한 예술

    2024년 봄.

    스무 살이 된 재석은 운명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듯, 케이블 방송 개그맨 공채 시험에 도전했다.

    “아즈아아아!”

    재석은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공채 시험에 합격을 하였다.

    서울 예대 방송 연예과에 수석으로 입학을 하였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관심 분야로 재석은 서울 예대에 입학을 하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개그맨 공채에 단번에 합격하는 기적까지 일으켰다.

    “보라고요! 제가 당당하게 개그맨에 합격했다고요.”

    크으!

    재석은 감격해 호들갑을 떨었다.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택한 재석에 대해 여성 팬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오빠가 나오는 건 다 볼 거예요! 응원해요!]

    재석의 뜻을 꺾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석을 응원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참...... 우리 가문에 별놈이 다 나오는구나.”

    이재진에게 모든 걸 양도하고 역사와 달리 지금껏 살아있는 이건호는 재석의 모습에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외할아버지, 그러시면 섭섭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개그맨이 되는 게 제 목표라고요.”

    “그래서 그 얼굴에 그딴 낙서를 하고 내 앞에 등장한 게냐?”

    이건호의 눈썹이 꿈틀댔다. 막내 손주라는 놈의 얼굴에 그려진 괴상한 낙서에 깊은 빡침을 느꼈으나 웃는 얼굴에 차마 욕을 하지 못하겠다.

    “배트맨!”

    80년대에나 볼 법한 촌스러운 개그를 던지는 손자를 보는 기분이란.

    “미친놈.”

    두통을 일게 만들었다. 아주 제 아비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음을 이건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시아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러시아는 침략 국가로 지정되어 경제가 폭삭 주저앉아 루블화는 휴지값보다 못한 가치로 전락해 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러시아의 붕괴는 중국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중국은 주석을 교체하는 한편,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국민들의 거센 항의에 하나로 집중된 권력은 세분화되어 나누어지게 되었고, 긴 시간 경제난에 시달린 중국은 세계와 소통을 하기 위하여 힘을 썼다.

    “안드로이드 사용 권한을 달라고요?”

    그간 중국은 한리버와 신경전을 벌이며 갖은 더러운 짓을 벌여 왔다.

    산업 스파이부터 시작해, 기술진들을 중국으로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수도 없이 감행을 하였다.

    모든 행동은 국가와 철저한 보안 체계로 잡아 막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로 심각했느냐? 중국 유학자는 채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강수까지 벌일 정도로 사이는 꽤나 심각했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에 이르러 중국이 먼저 백기를 들고 정식절차를 거쳐 한리버에 방문을 하였다.

    “중국으로 우리 그룹과 직원들은 상당한 피해를 봤습니다. 그에 대한 배상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은 한리버 직원들의 여행을 방해하거나, 공항 게이트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시간적 피해를 주었다.

    그로 인해 받은 피해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중국 여행을 금지했겠나.

    “충분한 배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빳빳하게 세우던 중국의 고위 관리자가 무척 똥줄이 타는 모양이다.

    전에는 볼 수 없던 진귀한 광경이 한리버 그룹 회장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호오, 정말인가요?”

    한강은 내심 놀랐다. 중국이 이리도 허리를 굽힐 줄 몰랐다.

    ‘역시 사람은 나락에 떨어져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이와 같은 행동을 보일 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자세로 비굴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중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예고했다.

    ‘홍콩과 대만으로 많이들 이동했다지.’

    한강의 머릿속은 여러 생각으로 둥둥 떠다녔다. 이제 결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과연 중국과의 무역을 다시 시작해도 될지를 두고 저울질을 하였다.

    ‘중국 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콧대가 높아지겠지만, 기업인으로서 접근을 한다면 역시 이게 가장 좋은 선택지겠지.’

    힘겹게 답을 정할 수 있었다. 그날이 온다면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 해서 좋은 떡을 놓치는 건 기업가로서 실격.

    미래를 두려워한다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축적한 자금을 쏟아부을 때다.

    “정말입니다. 우리는 한리버에 국한해 특별한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IT, 전기차 기술을 넘어 우주항공 기술력을 한계점을 부순 한리버는 세계가 인정한 유일무이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 있었던 모든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문서로 남겨 주신다면 한리버는 중국에 진출해 공장을 짓고 예전으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아무리 인구가 많은 나라면 뭐할까.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다시피 하며 시진핑이 중국 경제를 지옥으로 이끌고 갔다.

    부자들의 탈출은 중국에 있어 큰 손실일 수 없었다.

    둘은 손을 마주 잡는 걸로 지난 과거를 풀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하였다.

    ***

    2026년이 되었다. 한리버는 새로운 물결이 되어 세계를 이끄는 수장으로 군림을 하였다.

    중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과 스마트 워치 그리고 포기했던 물류 시장을 다시 가져감으로써 중국의 패자로 자리를 잡아갔다.

    한리버의 자금력과 기존의 인맥을 끌어오니 다시 시작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도련님이 이번에 잘생긴 유재석으로 컨셉을 잡고 케이블 TV에서 진행하는 코미디는 살아있다 MC로 나간답니다.”

    재석은 어느새 개그맨 2년 차가 되어 업계에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한리버 그룹 미래 후계자란 꼬리표가 붙은 영향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하하, 제 아들이라 예술 감각이 아주 뛰어나지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한강은 재석의 소식이 마냥 좋았다. 잡음이 들리기는 하더라도 재석은 아주 훌륭하게 자라 주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도전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다.

    그리고 2028년 재석이 24살이 되는 날.

    “재석아. 흑흑.”

    입대 영장이 집으로 날아왔다.

    “엄마, 뭘 울어. 2년만 있다 나오면 되는데.”

    군대는 국방력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1년 3개월로 운영했던 걸 2년으로 늘렸다. 재석은 씩씩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윤희를 안아 주었다.

    “괜찮으냐.”

    이번 생에 태어난 한강의 군복무는 훈련소 생활이 다였다. 전생의 군생활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들이 군대를 간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미치자, 심장이 뭉클해진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뜨거운 습기가 눈앞을 가렸다.

    “아빠.”

    엄마를 안아 주던 손을 떼어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잘하리라 믿는다.”

    그런 아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예전엔 몰랐던 감정이 위로 올라왔다. 짧게 자른 머리를 보자 가슴이 먹먹하다.

    “훈련병 유재석은 앞으로 24개월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부모님 곁으로 무사 복귀를 하겠습니다. 충! 성!”

    재석은 씩씩했다. 앞으로 군대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부모의 마음은 늘 같은가 보다.

    “......”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어설픈 경례를 하는 아들의 모습을 잠시간 바라봤다.

    “충성.”

    그러기를 잠시 한강의 손가락 끝이 눈썹 옆으로 가져갔다.

    “......”

    “......”

    부자(父子)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의 눈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모두 연병장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장병들은 모두 연병장 중앙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다녀오겠습니다.”

    재석아! 재석아!

    윤희가 눈물을 흘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쏟았다.

    잘해야 한다. 내 아들. 조심해야 돼! 알았지!

    윤희의 목소리는 다른 부모들의 목소리에 묻혀 제대로 재석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과 친구, 여자친구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지연과 지혜도 떠나는 조카를 보며 눈물을 삼켰다.

    충! 성!

    입소식이 끝나는 시간, 연병장에 모인 아들, 애인의 목소리가 하늘 위로 퍼졌다.

    [대한민국 황태자로 군림하는 유한강 한리버 그룹 회장의 장자이자 개그맨 유재석(24) 씨가 금일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논산 훈련소에 입소를 하였습니다. 주변엔 수많은 팬들이 유재석 씨의 입소식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중 유재석 씨의 부모인 유한강 회장과 이윤희 여사는 멀어지는 아들을 보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재석의 입소식은 대서특필되어 방송 메인에 실렸다. 여느 재벌집과 다른 모습에 전역을 한 예비군들은 재석을 응원하였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2030년 봄이 찾아왔다. 아들이 전역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한강은 서울 소재 대학교 건물 앞에 도착을 하였다.

    “제가 강연이라니.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강은 미리 나와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건물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가볍게 해주시면 됩니다. 회장님의 모든 경험들은 학생들에게 있어 큰 공부가 될 겁니다.”

    중년인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쉬지 않고 웃으며 연달아 말을 뱉었다.

    “그랬음 좋겠네요.”

    수많은 경호원과 수행원들을 이끌고 강당 문 앞에 도착했다.

    “후웁, 후우.”

    회의를 주도할 땐 그리도 당당하던 한강이지만, 학생들 앞에 선다 생각하니 괜스레 떨렸다.

    짧게 심호흡을 하였다.

    “여세요.”

    한강을 잠시 기다려주던 수행원은 신호에 맞춰 문을 활짝 열었다.

    와......

    사람들 앞에 등장하자 학생들이 크게 감탄을 하였다.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무대 위에 오르는 한강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동시에 눈동자에 기대감이 자리했다.

    “안녕하세요. 유한강입니다.”

    짧게 자신을 소개를 하였다. 잠시 입을 다물고 주변을 둘러봤다. 학생들의 모든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어떤 말을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내온 모든 삶이 어찌 보면 나를 자랑하는 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여러분의 마음에 다양한 종류의 불씨를 붙여 볼까 합니다.”

    오면서 내내 생각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한강은 모두가 말하는 자랑을 제외하고 학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말을 해줄까 했다.

    “여러분 수저라는 단어 아주 잘 아시죠? 밥 먹을 때 사용하는 수저를 아주 잘못된 곳에 사용을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돈이 적다 하여 흙수저고, 많다고 하여 금수저라 칭하죠.”

    서두를 꺼냈다. 딱히 주제는 정하지 않았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입 밖으로 뱉을 뿐이다.

    “밥 먹는 수저로 등급을 매기지 마세요. 그것만큼 아주 멍청한 말도 없습니다. 정 사용하고 싶다면, 그동안 자신이 살아오며 밥을 먹은 횟수와 자신이 도전하고 실패한 횟수를 숟가락으로 표기하세요. 그 모든 것이 여러분의 배움이고 양식입니다.”

    잠시 말을 끊고 물을 마셔서 텁텁해진 목을 적셨다.

    “그 모든 것이 성공으로 직결되는 아주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아무나 성공이란 이름을 입에 담지 못할 겁니다. 성공이란 이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점은 다 다를 터다.

    한강은 강당에 자리한 학생들을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 보려 노력했다.

    “전 말이지요. 세상에서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그걸 쫓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해왔습니다.”

    한강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전생에서 쫓아온 예술의 끝을 보기 위한 열정과 도전은 죽는 그 순간까지 이어져 왔다.

    지금도 그 예술을 찾아 모험을 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요. 자, 여러분에게 있어 최고의 예술이 무엇입니까? 그걸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가 정해질 겁니다.”

    감고 있던 눈을 떴다. 한강은 다시 똑바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제가 지금껏 찾은 값진 예술이 무엇이냐고요? 백 년쯤 살아 보니 그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예술은......”

    한강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계단을 천천히 걸어오는 한 사내가 보였다. 군복을 입은 모습이 매우 늠름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한강의 시선을 쫓아 문과 연결된 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충! 성! 병장 유.재.석 2030년 5월 7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힘에 가득 들어찬 목소리가 강당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한강은 그 모습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제 가족입니다. 지금에 이르러선 저와 아내 사이에 태어난 저의 아들이 제 인생의 최고의 예술이었습니다. 여러분 가족을 사랑하세요. 가족을 사랑하는 자만이 성공이란 이름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돈 버는 게 예술이다> 완-

    지금껏 『돈 버는 게 예술이다』를 재밌게 구독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글은 다양한 예술과 가족애를 주제로 삼은 “유한강”의 성공을 그린 작품입니다.

    독자님들 모두 행복하길 바랍니다.

    시작은 6월달 중순에 ‘판타지-중세 영지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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