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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35화 (235/237)
  • 235화. 30살, 미래를 그리다

    육성 그룹 도곡동 본사.

    “알아봤나?”

    김종식 비서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이건호 앞에 섰다. 이건호의 시선이 김종식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두툼한 수첩으로 향했다.

    “그렇습니다.”

    “읊어보게.”

    이건호는 자세를 고쳐 잡고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아몬드 통을 열어 입으로 가져갔다.

    “말씀하신 대로 해당 배우와 깊은 관계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3일 전 집으로 초대해......”

    김종식의 입이 멈췄다. 이건호 회장의 손이 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만하란 의미였다.

    “그쯤 하면 됐어.”

    “......”

    이건호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인다.

    “허허, 집안에 도둑년놈들이 너무 많았던 게야.”

    자식놈의 잘못도 있지만, 그래도 합치는 데 큰 장애는 없다 생각했다.

    “......”

    “파쇄해.”

    인상을 굳히며 결단을 내렸다. 재진과의 재결합은 없는 걸로 결단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조사한 모든 내용을 없애기로 한 이상 구태여 들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김종식은 이건호의 뜻을 받들어 모든 내용을 백지화시키기로 하였다.

    “후우, 내 자식 농사는 엉망이야. 엉망......”

    막내딸이 늘 걱정이었는데, 걱정이던 딸이 시집을 가장 잘 갔다.

    첫째와 둘째의 이혼은 참으로 뼈가 아팠다. 이건호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고는 의자에 깊숙하게 기대어 눈을 감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쉬어 주고 싶었다.

    ***

    한리버 본사 대전 지점.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네이컴 41만 원, 더움 45만 원, HY자동차가 52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특히 중국의 매수세가 가장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물류 쪽 중국 측 반응은 어때요?”

    “여타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중국에서 계속하여 HY자동차 매각을 요청해 왔다. 그럴 때마다 한강은 거절을 반복했다.

    “주식을 늘리는 것 빼고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결국 지분을 늘려 적대적 M&A를 노리고 있나 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면서 속은 기업을 삼키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액면 분할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주식의 분산효과로 적대적 M&A에 대항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주총을 여세요.”

    한강은 지금 가진 생각을 주주총회에서 발표를 하기로 하였다.

    [한리버 액면 분할 결정, 사유는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늘리는 데 있다. 지금 HY자동차의 주가는 약 52만 원 수준으로 5분의 1 액면 분할 시 10만4천 원이 될 전망이다.]

    한리버 그룹 HY자동차 액면 분할이 공식 석상에서 발표가 되었다. 유한강의 뜻은 바로 받아들여져 액면 분할 5분의 1을 하기로 결정되었다.

    “최대한 우리 지분을 늘리세요.”

    “적용되는 대로 즉시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HY자동차의 지분을 늘려 확실하게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건 그렇게 하면 될 거고, 아직 육성에서 어떤 얘기도 없던가요?”

    얼마 전 육성전자 비서실장인 김종식이 스마트 워치 건을 들고 온 바 있었다.

    그때 한강은 육성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스마트 워치 구입을 요구했었다.

    한데,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제안을 거절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네, 아직 없었습니다. 연락해 확인해 볼까요?”

    “아니에요. 기다리면 오겠죠. 아니면 저에게 연락이 오든지.”

    장인어른이라도 이런 쪽으로 직접 나서서 도움을 주는 경우가 없었다.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 짓는 한강의 모습은 냉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식은 한강의 말에 따라 연락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편......

    “고얀 녀석.”

    아들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한 이건호는 한강의 제안에 대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유한강 회장은 이걸로 직원들의 휴식과 업무를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하였는데......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

    “내 생각도 같아. 대체 그런 걸 확인해서...... 가만......?!”

    그때 이건호의 말이 멈추며 검지로 책상을 두들겼다.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요즘 직원들 휴게 시간이 어떻게 되나?”

    “......계열사마다 다르지만, 정확하게 확인된 바 없습니다.”

    회사 규정대로 말을 하려 했던 김종식은 ‘모른다’로 수정했다.

    “그렇지. 기록된 것도 없고, 규정보다 더 쉬는 얍삽한 쥐새끼도 있을 거고 말이야.”

    이건호의 눈빛이 바뀌었다.

    “바로 체크 가능하다면 어떨 거 같은가?”

    “확실히 생산성을 올릴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언제 그 녀석이 이유 없는 제안을 하던가?”

    말을 하던 이건호는 그간 한강이 해오던 것들을 생각해 한 부분에 집중했다.

    “그렇긴 합니다.”

    “분명 그것도 이유가 있어 그런 제안을 했을 터...... 녀석의 말대로 진행을 하게.”

    잠시간 고민은 하나의 결론에 치달았다. 한강의 뜻을 받아들여 실행에 옮기겠다고.

    “알겠습니다.”

    김종식도 굳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건호가 하겠다면 하는 게,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어느 순간 이건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

    한리버 전자 의성군.

    “와, 이걸 그냥 준다고요?”

    모여든 사람들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모두에게 스마트 워치를 제공하겠다는 말에 눈을 깜박였다.

    “네, 대신 항시 착용을 하고 다녀야 합니다. 혹여, 워치를 미리 구입한 분들껜 원하시는 분들에 한하여 지원비 50%나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해 드립니다.”

    한리버 전자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스마트 워치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기 위하여 한리버 그룹은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였다.

    기존에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고 있는 인원에 대해서는 구입 가격의 50% 정도를 보상을 해주어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였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주는 이유가 뭔가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한 직원이 손을 들어 물었다.

    “아주 좋은 질문이십니다. 설명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지금 지급하는 스마트 워치는 여러분이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파악해 전산시스템으로 이동시킬 겁니다.”

    “......?!”

    담당자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 말은 우리를 조사하기 위해 족쇄를 채운다 뭐 그런 말입니까?”

    즉각 반발이 일었다.

    한리버 그룹의 의도를 깨우친 사람 순으로 항의와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족쇄는 아닙니다. 형평성을 위한 일입니다.”

    사전에 교육이 되어 있었는지, 담당자는 당황하지 않고 확실하게 뜻을 전했다.

    “이게 족쇄지, 뭐가 족쇄가 아니란 말인가요.”

    “맞아요. 그리고 왜 거기서 형평성을 물고 늘어집니까?”

    절대 지지 않겠다는 목에 힘을 주어 소리를 질렀다.

    “좀 더 말씀을 드리자면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은 담배를 피운다고 자리를 비우는 반면, 비흡연자분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받아가는 봉급은 똑같다는 겁니다. 누구는 한 시간 일하는데, 누구는 30분만 일해도 봉급이 같다면 문제가 있다 보지 않으세요?”

    담당자도 할 말은 많았다. 현장에 가보면 늘 일하는 사람만 일을 한다.

    그게 늘 관리자 회의 시간에 언급되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만약에 일하는 분들께 돈을 더 준다거나,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의 봉급을 줄인다면? 이걸 여러분들이 납득하고 넘어갈까요?”

    “......”

    “......”

    이쯤 되니 비흡연자의 시선이 밥 먹듯이 자리를 비운 이들에게 향했다.

    그들의 눈에는 불만이 가득 맺혀 있었다. 담당자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들이 얼마나 바보처럼 일을 했는지 깨닫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 스마트 워치로 여러분을 관리하기로 결론이 내려졌고, 회사에서 정한 시간보다 많이 쉬는 분들께는 인사와 연봉협의에 불이익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모두가 함께 고생하며, 고생한 대가를 가져가는 것.

    한리버는 이걸 목표로 삼고 새로운 정책을 실시하였다.

    직원들의 반발이 발생했지만, 반발한 사람들은 담당자의 목소리에 눌려 정책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정책이 한리버 그룹에 깊이 파고드는 때.

    똑똑.

    “회장님, 김종식 육성그룹 실장이 방문했습니다.”

    한리버 그룹 사옥으로 김종식이 찾아왔다. 김종식은 당당한 걸음으로 한강의 앞에 섰다.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계셨습니까.”

    깔끔한 차림의 김종식이 허리를 작게 굽혔다.

    “저야 늘 잘 지내죠. 연락이 하도 없어 없던 얘기가 되었나 싶었네요. 환영합니다.”

    한강은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마치고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손은 가볍게 위아래로 두어 번 움직였다.

    “표정을 보니 아주 좋은 소식을 가져왔나 봅니다.”

    김종식의 표정이 매우 좋다. 한강은 긍정적인 얼굴이 되어 바라보는 김종식을 보여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주 촉이 좋으십니다. 이건호 회장님께서 최종 재가를 해주셨습니다.”

    “장인어른은 직접 전화를 해주시면 좋을 텐데, 실장님을 번거롭게 하시네요.”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2~3시간은 걸리는 대전까지 사람을 보내는 이건호를 작게 나무랐다.

    “하하, 회장님을 그리 부르는 분은 유한강 회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어떤 누구도 이건호를 가볍게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눈앞의 인물, 유한강이 유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지만, 사람이 참으로 한결같다. 조금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가족끼리 벽을 둔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요.”

    “하하하하. 그 말 꼭 회장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편하실 대로 하하.”

    둘은 껄껄 웃으며 대화를 조금씩 앞으로 이끌어 나갔다.

    한강은 조금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회장님께서 먼저 로켓 발사 성공에 대해 축하 말씀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한리버 그룹이 로켓 발사를 성공한 데 이어 위성까지 정상 궤도에 올렸다.

    덩달아 1단 추진체가 아무 탈 없이 돌아왔다. 로켓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세계는 놀랐고 지구상의 최고 기업을 한리버로 뽑았다. 한리버의 잠재적 기업 가치는 500조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이 참 부끄러움이 많은 소녀 같으신 분이에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건호는 한강에 있어 츤데레 같은 인물이었다. 겉으로 욕하면서도 해줄 건 다 해주는 인물이 이건호였다.

    한강은 그 부분에 있어 이건호를 좋게 보았다.

    “소년이 아니라 소녀입니까? 하하, 회장님이 이 말을 들으면 거품을 무실지 모르겠습니다.”

    “거품은 물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저를 죽이겠다 말하면서 웃으실 분입니다.”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반대 의견을 꺼냈다.

    장난스러운 미소가 한강의 입에 머물렀다.

    “이거 빨리 서울로 넘어가 회장님의 반응을 보고 싶어집니다.”

    이에 김종식은 맞장구를 치며 당장 서울로 이동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복귀하시면 장인어른께 감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육성에 큰 수익을 안겨드리겠다 말하면 아주 만족해하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김종식의 엉덩이가 소파에서 멀어졌다. 일어선 김종식은 한강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서울로 복귀하였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중국에서 물류센터에 대한 제재를 가하며 영업을 정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그때였다.

    김소영 비서과장이 안으로 들어와 중국 물류센터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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