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30살, 새 시대를 열다
2014년, 대박 사건이 크게 터졌다. 전기차 시대를 완벽하게 연 한리버 그룹.
그곳에서 또 다른 대형 사고를 터트렸다.
“아자!”
수많은 사람들이 양팔을 하늘 위로 치켜세우며 크게 환호를 하였다.
“100억 떴다고! 100억!!”
한리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아주 잠깐 사이에 아주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비트코인 초창기 백만 원 이상을 투자했던 사람들은 몇 년 사이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벌어들였다.
우연히 한리버에서 코인을 받아 소량 보유하고 있던 이들마저 팡파르를 울렸다.
“퇴사할게요.”
그리고 늘어난 퇴사율, 회사 생활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직서를 던졌다.
[뉴스입니다. 한리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운영 중인 비트코인이 새로운 투자종목으로 떠올라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인터넷 화폐로 사용되는 쿠키를 연동시켜 운영하면서......]
[2010년 백만 원을 투자한 사람들은 고작 4년 만에 80억이 넘는 순이익을......]
“아빠 저 학교 그만둘래요.”
기사를 본 비탈릭 부테린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한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결국 그렇게 결정을 한 게냐?”
“네, 아빠도 그걸 원하지 않나요.”
비탈릭 부테린은 학교를 다니면서 늘 허전하고 부족함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차 한리버의 소식을 들으며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계획은?”
“한국으로 갈 거예요. 거기서 일을 배우겠어요.”
비탈릭 부테린은 몇 년 전 집으로 찾아왔던 남자를 떠올렸다.
‘후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미래 하나만을 믿고 투자에 나선 한리버.
그때는 어려 깊게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확실하게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다녀오거라. 연락은 빼놓지 말고.”
드미트리 부테린은 아들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쉬이이이이이이이.
“회장님, 비탈릭 부테린으로부터 연락이 왔었다고 스카우트팀 김이권 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습니다.”
김동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책상 위에 있는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있던 한강은 막 들어온 김동진에게 시선을 이동했다.
“오! 그게 정말인가요?”
연락이 없길래 역사와 다르게 움직이나 보다 생각하며 조금씩 마음을 비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더리움을 창시한 비탈릭 부테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강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뭐라고 하던가요?”
“가상화폐 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합니다.”
“응? 하하. 음하하하하하.”
한강은 크게 웃었다. 기다려왔던 소식이었기에 힘껏 웃었다.
‘이더리움도 우리에게 돌아온 것인가.’
대표적인 암호화폐 중 세 개가 한리버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속단하기 힘들지만, 한강은 자신했다.
비전만 확실하게 보여주고 그에 따른 보상을 충분히 한다면 비탈릭 부테린도 한리버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간 떠나긴 하겠지만......’
사람은 언젠간 헤어지기 나름이다. 헤어지는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도 경영진의 능력.
한강은 비탈릭 부테린을 꼭 잡으리라 다짐했다.
“축하합니다.”
한강이 원하던 사람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들어간 돈만 하더라도 한국 화폐로 2억이 넘는 자금이 들어갔다. 얼마 안 되는 그런 돈이지만,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뽑아야 하는 것이 기업이었다.
비탈릭 부테린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한리버를 선택한 부분에 대하여 김동진은 진심을 다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고마워요. 이게 축하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
“원하는 인재를 등용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어딨겠습니까. 당연히 축하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뭐.”
둘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김이권 팀장이 요즘 실적이 좋네요. 성과급 주시고 부장으로 올리세요.”
특별 승진이 이뤄졌다. 차장을 건너뛰고 바로 부장으로 올려버렸다.
“지시대로 인사발령을 내리겠습니다.”
스카우트팀은 회장 직속 부서로 한강이 신경을 쓰는 아주 특별한 부서이다.
덕분에 스카우트팀은 그룹 내에서 자부심이 엄청 대단한 부서였고, 동시에 실적에 가장 목을 매는 부서이기도 하였다.
인적성이 우수하고 실적만 확실하다면 진급과 연봉은 보장되어 있는 자리가 바로 스카우트팀이다.
그룹 전체적으로 목표치를 초과하는 엄청난 실적을 달성했다.
한강의 기분은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벌컥!
그때였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무슨 일인데, 그리 급하게 여십니까?”
김동진 뒤로 보이는 김소영에게 시선을 던졌다.
“회장님. 할 피니 전무가......”
벌떡!
한강의 몸이 위로 벌떡 세워졌다. 소영에게서 불어오는 불안한 기운이 한강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두근두근.
설마 하는 눈이 소영을 향했다.
“...... 사망했다고 합니다.”
헉!
묘한 분위기를 느끼던 김동진은 들려온 소영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생각도 못한 소식에 얼떨한 심정이 심장을 주물렀다. 떨리는 동진의 동공이 한강에게 이동했다.
“바로, 바로 차 준비하세요. 어서요!”
한강은 황급히 소영에게 지시를 내렸다.
‘등신 같이 잊고 있었어. 그의 수명을......큭.’
자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데리고 온 인물이자 그룹의 식구이다.
그를 너무 무책임하게 방치를 해둔 것에 자책을 하였다.
“네!”
소영은 다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끼이이익!
잠시 뒤, 한강을 태운 검은색 전기차가 건물을 떠났다.
“......”
터벅터벅.
한강의 걸음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힘 빠진 걸음으로 멍하니 장례식장 안으로 걸어갔다.
『故 할 피니.』
“아......”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회, 회장님 오셨습니까.”
한강을 발견한 사람 중 하나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할 피니 전무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이현 이사입니다.”
“아......”
들어 본 것 같다. 한강은 힘겹게 입을 벌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한강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할 피니 전무가 며칠 출근하지 않아 자택을 찾았는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밖에 경찰들이 왔다 갔다 하던데, 아무래도 그런 이유 때문인 거 같다.
“사망원인은요?”
“루게릭병이라 합니다. 요 근래 병원에 다니던 거 같았는데......”
“...... 그렇군요.”
역사는 바뀌지 않고 하늘은 할 피니를 데려갔다. 한강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크윽.”
목 안이 답답했다. 입은 굳은 듯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한강은 더욱 입술을 세게 물었다.
“집에서 이게 발견됐습니다.”
잠시 눈치를 보고 있던 이현 이사는 손에 들린 종이를 유한강에게 건넸다.
“......”
“회장님께 남긴 편지였습니다. 경찰이 가져가려던 걸 회수했습니다.”
경찰과 어떤 협의가 있었던 거 같다. 한강은 유서를 받아, 활짝 펼쳤다.
『유한강 회장님께.』
“......”
『오늘도 날은 참으로 화창합니다. 비가 그렇게 내리더니, 맑은 날씨가 유지되어 참으로 좋네요. 그때도 날씨는 오늘과 같았던 거 같습니다.』
“큭.”
어떤 부분을 언급하는지 알 거 같았다. 한강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한강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편지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처음에 회장님을 이상한 사람을 취급했더랬죠. 뜬금없이 보잘것없는 저와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소리에 호구를 만났다 생각을 했습니다.』
“......”
한강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종이가 심하게 구겨졌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이 이리도 기쁜 일인 줄은 허허.
회장님 저와 친구를 그리고 회사를 인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새로이 목표로 삼게 된 이 기술을 후대에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죽기 전 해당 기술을 편지로 남겨 세상에 뿌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가상화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신은 최고의 지도자였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모습을 잃지 마시고 모두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분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한강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회장님!”
바닥에 주저앉는 한강의 모습에 수행원들이 급하게 손을 뻗어 몸을 지탱했다.
‘회장님......’
‘고작 직원을 위해......’
‘가족도 아닌 사람을 위해 눈물을 보이시다니......’
슬픔이 눈시울을 붉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한강의 이런 모습은 주변에 모인 직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이런 곳이면 평생을 바쳐 일할 수 있어.’
‘내가 평생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어떤 재벌 오너도 직원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보상 또한 없었다.
대표적인 일례로 육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죽음이 딱 그랬다. 오너일가 중 어떤 누구도 장례식장을 찾지 않았다.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강은.
‘자신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면 빠짐없이 방문을 하셨지.’
김동진은 참으로 한강에게 배울 점이 많다 여겼다. 시선을 들어 주변을 훑어봤다.
“......”
모두 한강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과연 이만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김동진은 자신할 수 있었다. 마음으로 품는 회장은 한리버 그룹 회장 유한강이 유일할 것이라고.
“갑시다. 가서 그에게 감사를 올려요.”
걸음을 어렵게 떼어냈다. 곧 빈소로 향했다. 한강은 주먹을 꼭 쥐었다.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 할 피니 유족에게 200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하다.]
할 피니 장례를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강은 기자회견을 가져 직원의 몸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그가 이룩한 결과물의 보상을 돈으로 환산해 지급을 하였다.
“미안합니다. 이것밖에 주지 못해서.”
마음 같아서는 1천억이 넘는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다.
“대신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당신이 이룩한 업적을 세상에 전파해, 당신의 꿈을 대신 이뤄드리겠습니다.”
한강은 다짐을 하였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자신이 대신 이뤄주기로 말이다.
자신도 있었다. 그가 전수한 기술과 뛰어난 인재들은 그의 유지를 받들어 변화하는 시대에 앞장서 새로운 문화를 전파할 것이다.
“비탈릭 부테린, 짐 머만, 빈센트 반 볼크머, 안드르센, 일론머스크, 이현.......”
한리버 암호화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인물의 이름을 나열했다.
“꼭 이룰 겁니다. 할 피니 전무.”
솨아아아아아아.
하늘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장대비를 쏟아냈다. 한강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당신이 한리버에 있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붓을 들었다. 생전에 보이던 그의 웃음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캔버스에 옮겼다.
캔버스엔 한강이 기억하는 가장 해맑은 미소를 품은 할 피니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