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227화 (227/237)
  • 227화. 28살, 대어를 낚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설립된 음반, 공연 기획 제작 회사. 토이 뮤직.

    2007년에 접어들어 안테나 뮤직으로 상호를 변경하였지만, 아직 입에 붙지 않아 토이 뮤직이라고 종종 부르고는 하였다.

    회사의 성장은 더디지만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기도 하였다.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운영권을 쥔 대표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소찬수 대표가 방문을 하였다. 소찬수 대표는 지시를 받은 대로 안테나 뮤직(토이 뮤직)을 인수하기 위하여 협상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유희열의 눈동자에 갈등의 빛이 어렸다. 분명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어째서 거대한 공룡 기업이 영세한 안테나 뮤직을 원하는지 그게 몹시 궁금했다.

    “회장님께서 유 대표님의 평가를 높게 사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의 운영 방식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직원들에게 후하게 베풀기로 유명하다. 그 부분을 지목하였다.

    “정말 그것뿐인가요?”

    “네, 원하신다면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주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한강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순차적으로 오픈을 하였다.

    “주식 교환도 나쁘지 않은 거래 방법이고, 현금을 원하신다면 전액 현금으로 드리겠습니다. 주식은 할인된 단가로 제공을 해드릴 겁니다.”

    “......”

    어찌 보면 매우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원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지금껏 회장님의 감은 확실했습니다.”

    한강이 원해서 한 일 중 단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한리버는 유한강 회장의 발언을 매우 중요시하였다.

    막강한 발언권을 가진 만큼 어떤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룹에서 유한강의 말은 곧 법.

    무조건 지켜져야 하였다.

    “분에 넘치는 자리라 부담스럽지만, 감사합니다.”

    유희열은 긴 고민 끝에 한리버에 몸을 의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좋은 결정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유 대표님.”

    좋았으!

    두 기업 중 한 곳을 단시간 내 인수하고 영입에 성공한 소찬수는 자신감을 얻고 다음 행선지인 빅히트로 향했다.

    [한리버 그룹 엔터계 거인으로 성장, 규모에 비해 라인업이 열악한 한리버 그룹 계열인 한리버 엔터테인먼트는 부실한 라인업을 동종 업종을 인수하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급격히 덩치를 부풀린 한리버는......]

    [“우리 기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 가 새로운 한류를 이끌......” ......]

    한리버 그룹의 지분을 상당 부분 양보하며 힘겹게 얻어낸 두 기업의 오너들을 앞으로 내세워 공격적인 전략을 짜내기로 하였다.

    “남자 아이돌로 이뤄진 그룹은 13년도 정도에 데뷔를 시킬 예정입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진 아이들이 없어......”

    인수를 하고 회사 정비가 대충 끝난 시점, 한강을 위시한 엔터테인먼트 회의가 열렸다.

    전 빅히트 대표 박시현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그룹들에 대해 보고를 하였다.

    “잘하시리라 봐요. 급할 필요는 없어요. 필요한 게 있다면 아낌없이 가져다 쓰세요. 지원이 멈추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강은 아주 잘 안다. 어떤 그룹을 준비할지는.

    ‘방탄소년단이겠지. 미래와 살짝 어그러졌지만,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자신으로 바뀔 나비 효과는 없을 거라 자신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이와 현재 소속되어 있는 연습생들이 그 이유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1세대 아이돌인 HOT보다 더 대단한 그룹이 여기서 탄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회의는 끝났다. 전하고픈 말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확실하게 제시를 해주었다.

    “2011년도는 한리버에 있어 아주 멋진 해가 되었어.”

    2011년은 한리버에 있어 아주 위대한 날이 되어 주었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은 한리버를 높게 비상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선사해 주었다.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심사위원 변경, 유한강 회장이 빠지고 새로 영입한 전 안테나 뮤직 대표 유희열이 빈자리를 대신......]

    한강은 맞지 않은 옷을 벗어 던지고, 역사대로 유희열에게 배턴을 넘겼다.

    ***

    서울 외곽에 위치한 작은 빌라.

    “약속 지켜야 돼. 딱 3년이야.”

    “걱정 마. 그거면 돼.”

    윤희의 불만이 가득 들어찬 눈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내가 진짜 아빠 설득한다고 정말 힘들었던 거 알지?”

    생각도 못한 한강의 말을 들은 이건호는 한강의 생각을 듣고 갖은 욕을 산란하게 퍼부었다. 홍라혜는 그건 원치 않았다. 어린 시절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람은 바닥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봅니다. 전 단순히 숫자만을 보며 경영하는 사람보다 바닥을 아는 경영자를 최고라 칩니다.]

    [전 재석이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해요.]

    딱 잘라 거절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낼 이건호가 아니었다.

    [그래도 안 된다.]

    [3학년까지.]

    [이게 싫다면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아주 강력하게 말하는 통에 6학년 졸업은 물 건너갔다. 아무리 자식을 자신이 키운다지만 장인어른의 말을 무시하고 넘기기엔 문제가 따랐다.

    그래도 큰 어른 아닌가?

    완전히 거스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타협을 본 게 3년이었다.

    “재석아 치즈!”

    2012년 3월 봄, 재석은 여덟 살이 되었다. 기사는 한리버와 육성그룹에 의하여 통제가 되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아우, 내 새끼 예쁘다.”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게 되면서 윤희는 고가의 옷을 피했다.

    수수하고 튀지 않는 옷을 골라 입학식에 참여를 하였다.

    “엄마 근데 아빠는?”

    브이자(V)를 그려 포즈를 잡던 재석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아빠에 대해서 물었다.

    “아빠는 일하느라 바쁘잖아.”

    일이 바쁜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잘 알려진 얼굴에 있었다.

    재석의 얼굴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아빠가 토요일하고 일요일에 재석이랑 놀아준댔으니 우리 조금만 참고, 아빠를 이해하자. 우리 아들 착하지?”

    “웅......”

    재석은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 윤희의 손을 잡았다.

    “착해, 울 아들.”

    윤희는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

    환경이 환경인지라 여러모로 조심을 하여야 하기에 한강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숨겼다.

    “이번만 참으면 돼. 그러니까 우리 좀만 참자.”

    윤희는 소형 국산 차에 몸을 실어 아들과 3년간 살 집으로 이동했다.

    “꺄아아악! 바퀴벌레. 여보 여보 한강이 아빠!”

    재석이 입학한 지 한 달이 지난 날.

    윤희의 괴성이 공기를 때렸다.

    “어디? 어디?”

    쉬고 있던 한강은 급작스러운 아내의 호출에 후다닥 나와 바퀴벌레를 찾았다.

    손에는 돌돌 말은 휴지가 들려 있었다.

    “저기! 저기 있잖아. 저기!”

    발을 동동 구르며 손가락을 펼쳐 바퀴벌레가 있는 위치를 가리켰다.

    “으으으.”

    겁나 크다. 오랜만에 보는 거대 바퀴벌레가 냉장고에서 10cm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더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이야.”

    바퀴벌레는 없다고 했는데, 정말 미칠 노릇이다. 천천히 걸음을 움직여 자세를 낮추었다.

    맹수의 기다림.

    한강은 사냥을 하기 위한 최적화된 자세를 유지하며 손을 조심히 뻗었다.

    “잡았다!”

    위험을 감지한 바퀴벌레가 도망치려 했지만, 한강은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잽싸게 휴지를 든 손을 뻗어 바퀴벌레를 잡았다.

    “쓰레기통 말고 밖에다 버려.”

    윤희는 거의 울상이었다. 쾌적한 공간에서 살다, 그렇지 않은 장소에서 살게 된 덕에 난생처음으로 갖은 고생을 다 하였다.

    “에휴......”

    이때만큼은 한강도 괜한 후회가 물밀듯 올라왔지만, 어쩌겠나?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그때까진 참고 버티는 수밖에.

    가족의 모범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고맙네. 불편하지 않게는 살게끔 하고 싶어서 4층으로 잡기는 했는데...... 힘들겠지.’

    대저택에서 귀하게 자란 공주님이다. 아무리 평수가 큰 4층이라지만, 지금껏 살던 집과 비교할 수 없을 터다.

    그럼에도 군말 없이 지내니 크게 감사했다.

    .

    .

    『레고 거리』

    “호오......”

    오랜만에 방문한 한리버 전시관은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홍라혜는 걸음을 옮기며 레고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눈에 쓴 안경조차 레고로 만들어져 있었다. 디테일을 살리는 세심함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눈도 그렇고 참 놀라워.”

    장난감이 예술 작품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사위가 마냥 대단하게 다가왔다.

    “이걸 직접 만들어 판매를 하겠다라...... 그렇단 말이지.”

    특이한 전시관 운영이 참으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좋은 것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홍라혜가 아니었다.

    “윤희한테 전화해서 레고 작품 거래하라 이르세요.”

    홍라혜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수행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즉시 전화를 꺼내 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들어.”

    전화를 거는 수행원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원하시는 건 모두 해드립니다.』

    『비용은 협의(난이도 기간에 따라 금액 책정)』

    『직접 조립 시 조립비용 제외.』

    “정말 특이하고 대단하지 않나?”

    홍라혜의 눈에 뿌듯함이 서렸다. 안에는 한강에 대한 신뢰와 장모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특이한 부분만 빼면 더 좋을 텐데.”

    윤희와 재석이가 떠올랐다. 고생 한 번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외진 곳에서 지내고 있다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눈에 띄지는 않을 거예요. 수행원들과 경호원들도 근방에 지내니 위험할 일은 없을 거예요.]

    옥탑방에도 경호원들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바로 알아본다 합니다.”

    “그래, 옆에 사위가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 저걸 찍어 보내요.”

    “네.”

    한강이가 모든 걸 알기란 힘들 터.

    홍라혜는 앞에 적힌 문구를 핸드폰으로 찍어 윤희에게 넘기라 전했다.

    찰칵!

    카메라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에 선명하게 찍힌 문구가 자리했다.

    ‘전송중’이 뜨는가 싶다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문구가 떴다.

    “완료했습니다.”

    “그럼, 우린 가도록 하지요. 나머진 윤희에게 맡기고.”

    일에서 손을 뗐다지만, 라움에 대한 애착은 남달랐다.

    “옆에 좋은 게 있는데, 이걸 거래할 생각을 하지 않다니. 아직 멀었어.”

    홍라혜는 밖으로 나가며 윤희의 행동에 작게 실망을 하였다.

    탁!

    차량 문이 닫혔다. 차량은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전시관 앞을 벗어났다.

    ***

    따란!

    한창 근무 중이던 시각.

    테이블에 올려 둔 윤희의 핸드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하도록 하고 나머진 알아서 하세요.”

    미팅을 종료한 윤희는 테이블 위에 있는 핸드폰으로 손을 가져갔다.

    따란!

    동시에 알림 소리가 또 들려왔다. 누군가 싶어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주 좋은 기회야. 뜸 들이지 말고 어서 해.]

    “하여간...... 엄마는. 한 번만 말하면 됐지.”

    윤희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밖으로 던져졌다. 일을 손에서 놓은 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변한 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우선 전시관 레고 건에 대해 알아보세요.”

    윤희는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 집에 가서 남편과 상의를 해봐야겠단 생각을 가졌다.

    “집에선 일 얘기 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지.”

    지시를 마치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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