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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26화 (226/237)

226화. 27살, 한리버 전시관

중국과의 물류 거래가 시작되었다. 후하이펑과의 만남은 한리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벌써 이런 반응이 온다고......”

중국 정치권의 후광은 한리버 물류 센터에 거대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중국의 대표 물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 가도를 달려갔다. 행운과 우연이 만나니 대박이 되었다.

“이거 참...... 이건 이거대로 골치라니.”

하지만, 한강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에휴...... 중국 정부와 크게 엮이기 싫었는데......”

정치로 성장한 기업은 정치로 망하는 법. 한리버 물류 센터의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으리란 진단을 내렸다.

“전기차 기술 협조라......”

후하이펑이 내건 조건 중 하나. ‘전기차 기술을 중국에 파시면 다른 계열사들을 밀어드리지요’......

“갸악!”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저도 모르게 괴성이 터졌다.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분명 중국은 매우 큰 시장이야. 전기차를 포기한다 하더라도 한리버가 얻을 건 많아. 하지만......”

국가의 기술력은 아래로 뚝 떨어지게 될 터다. 2040년이 되도록 중국의 로켓 기술은 늘 한국보다 우위에 서 있었다.

그게 늘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중국에게 기술력으로 뒤처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거절하기는 힘들고.....”

그래서 내놓은 답안은 배터리 기술을 주기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향으로 밀었다.

[뭐 좋습니다. 천천히 거래를 통하여 앞으로 나아가 보도록 하지요.]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후하이펑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머릿속에 저장을 해버렸다.

어쨌든 결과는 이 모양?!

한리버에게 있어 호재일지 모르지만, 절대 호재는 아니었다.

“최악으로 치달을 땐, 물류 센터를 매각하고 이전하는 게 좋겠지.”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최~ 최악의 수도 마음속에 품었다.

“일단, 빨아 먹을 수 있는 데까진 빨아 먹어 보자.”

저쪽에서 호감을 가지고 먹이를 던져 주니, 받아먹기로 하였다.

나중의 일은 나중으로.

대비만 해놓는 걸로 하기로 하였다.

“미국과 중국의 물류 시장을 확보했으니, 유럽으로 넘어간다면......”

이보다 완벽한 그림은 다시 나오지 않을 터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한리버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였다.

***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윤희와 재석이 마주 앉아 손바닥을 짝짝 치며 쎄쎄쎄를 하였다.

“아들, 이제 초등학생으로 올라가는데 하고 싶은 건 없어?”

여덟 살이 되기까지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한강의 뜻에 맞게 주소지까지 옮겨 재석의 입학 날을 기다렸다.

“음...... 개그맨!”

“아......그, 그러니......”

굳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뜻이 너무 확고하다. 보통 저 나이엔 대통령, 과학자를 하고 싶다 말하는데. 아빠의 피를 너무 몰빵으로 가져갔다.

‘이것도 예술가는...... 예술가니깐. 에휴......’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남편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아들의 꿈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

“...... 둘째는 언제 들어서려나.”

그러다 후계자 쪽으로 생각이 미치며 괜히 둘째를 떠올리게 되었다.

“예, 여보세요.”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 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고 있었다. 쎄쎄쎄를 멈추고 시선을 옮겼다.

“케이팝에 나갈 생각이 없냐고요?”

예전부터 말이 나온 부분이긴 하였다. 그때는 언급만 했을 뿐, 확정은 아니었는데......

“저 말고 대표도 있을 텐데요.”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뽑자면 단연 한강이었다.

대표는 운영 정도만 할 뿐, 큰 틀은 한강이 결정했다.

“음...... 그것도 그렇네요. 일단 화제성은 있어야, 방송이 크게 탈 테니깐.”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전부 아마추어들.

그중에는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시청자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심사위원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한강이 등장을 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리라 봤다.

“별수 없네요. 우리 회사에 대신 할 사람도 없고. 알겠어요. 나가도록 하지요.”

귀에 가져간 핸드폰이 소파 위로 향했다.

연락이 끝난 것이다.

“무슨 일이야?”

윤희가 관심을 보였다.

“아, SBC에서 한리버 컨텐츠 가져가고 합작하기로 했잖아.”

“응, 그런데?”

“다른 사람을 내보낼까 했는데, 다른 엔터에선 나이대도 있고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나오는데, 우리 회사에선 그 사람들과 격이 맞는 사람이 없는 거야.”

인지도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건 좋지 않다. 사람들의 심리와 생각도 반영을 하여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심사위원석에 앉기로 하였다.

“내 남편 아주 다재다능해.”

“너무 능력이 좋아도 문제야.”

진짜 이건 이것대로 문제였다. 인재가 부족하다. 인재가.

“이참에 엔터 하나 인수하는 게 어때?”

“인수라......”

“이왕 키울 거 확실히 해두는 게 좋지. 매일 자기가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을 생각해.”

“그래, 그게 좋겠다.”

확실히 한리버 엔터테인먼트가 돈만 많지, 실속은 없었다. 연예인들도 많이 부족했다.

‘그런데 어디를 인수하지?’

이것저것 신경 쓸 게 참 많았다. 한강의 머릿속엔 아주 다양한 고민거리가 한데 엉켜 살아갔다.

***

[침수 피해 지역, 한리버 그룹과 육성그룹의 도움으로 새로운 도시로 탄생을 하였다.]

[상습 피해 지역임을 감안하여 1층 진입로를 높게 만드는 한편, 가정집은 2층과 3층으로 이뤄진 단지로 만들어졌다.]

[육성그룹은 모든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1인에 한하여 무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연사로 계약이 끝날 시 세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침수 피해 지역에 새로운 건물이 들었다.

시공된 순서로 집을 잃은 사람에게 분양을 해주었다.

집이 생긴 사람들은 감격을 하며 두 기업에 감사함을 전했다.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본 사람은 현금이 생겨 좋고, 기업 입장에선 이미지를 쌓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좋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였다.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 SBC에서 새로이 진행하는 오디션 방송 케이팝 심사위원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팝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TV와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전파를 탔다.

“재밌을까? 인터넷 방송 따라 하기면 좀 그런데.”

그러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으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사회자 박민규입니다.]

2011년 8월이 되는 날, 케이팝이 지상파를 탔다.

[오디션 1차부터 3차는 블라인드 처리가 되어 얼굴은 비공개로 진행이 됩니다.]

1차 오디션 현장은 사람들로 득실댔지만, 어떤 누구도 참가자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름 또한 비밀.

시청자나 심사위원이 알 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알 수 있는 건 오로지 노래 실력과 성별뿐!

숫자도 매번 바뀌어 기획사 소속 연습생일지라도 어떤 힘도 쓸 수 없었다.

여기에는 한리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을 하였다.

모두가 공평하게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방송의 핵심이었다.

[부족한 게 많으시네요. 불합격입니다.]

“이거 은근 재밌는데!?”

블라인드로 처리된 방 안, 그곳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는데, 그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

[폰을 들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는 방 안은 오로지 마이크만이 놓여져 있다.]

TV 화면에 문구가 떴다.

“신박하네. 이 정도면 완전 공평하게 진행이 되겠다.”

독특하면서 파격적인 진행에 남자는 깜짝 놀랐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사전에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들을 완전히 차단하는 모습은 묘한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신 분 같은데, 우리와 함께 다음 라운드로 가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불합격입니다.]

“와! 강력데스.”

저도 모르게 말이 혼합되어 터져 나왔다.

순하게 봤던 유한강 회장의 입에서 직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참가자가 부족한 부분을 직접 노래를 불러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는데, 그게 또 그렇게 멋스럽고 고급스럽게 보였다.

유한강이 재평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노래도 따로 배우나?! 뭐 이리 잘하는 게 많아.”

한강의 놀라운 실력에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하였다. 방송은 후반부로 넘어갔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인원이 정해졌다. 오늘 하루는 케이팝이 저녁을 책임졌다.

***

케이팝 방송으로 음악 시장이 뜨겁게 타오르는 때.

“인수할 회사 목록입니다.”

소찬수 대표가 결재 파일철을 들고 회장실로 찾아왔다. 손에 든 결재 파일철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음......”

결재 파일철을 받아 든 한강은 안에 정리된 내용을 훑어보았다.

“......음.”

딱 원하는 기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만...... 이것 봐라.”

한참을 내려본 순간, 아주 낯이 익은 두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빅히트, 토이 뮤직.』

“여기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두 기업.

한강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

“이 두 곳 인수를 진행하세요.”

2013년이었나?

빅히트에서 엄청난 가수를 세상에 내놓는다.

BTS(방탄소년단)

대한민국 역대 초동의 1위를 기록하고 해외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대그룹!

그곳을 이제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안테나 뮤직 대표 유희열.

놓칠 수 없는 아주 좋은 경영자이다.

“이곳보다 더 좋은 곳도 있는데, 여기 두 곳을 원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소찬수의 눈동자에 궁금증이 일었다.

눈여겨본 기업을 상단에 올려 두었는데, 아랫줄에 자리한 존재감이 없는 두 기업을 선택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희열 씨는 뛰어난 아티스트이기도 하며 저와 성향이 맞는 경영자이고, 방시혁 씨는 뛰어난 프로듀서예요.”

미래에서 본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크게 성공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

한강은 그 부분을 강조하며 두 기업을 인수하려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원래부터 알고 계시던 곳이었습니까?”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아......

한마디에 가볍게 수긍하는 소찬수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재벌 총수.

알아보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 사람의 위치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유희열 씨는 운영 대표이사로 두고 방시혁 씨는 프로듀서 대표이사로 가면 되겠네요. 대표님은 파라다이스에 집중해 주세요.”

웹소설 시장은 곧 5천억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웹툰은 그 이상으로 성장할 터.

그렇기에 소찬수는 파라다이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이행하겠습니다.”

한리버 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방향이 정해졌다.

‘기회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반드시 성공한다.’

소찬수는 주먹을 꽉 쥐며 결심을 하였다.

그동안 몰아치던 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를 하였다.

소찬수는 각오를 다지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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