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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22화 (222/237)
  • 222화. 27살, 가이에다 반리 의원

    쓰나미다!

    누군가의 외침이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높은 건물로 올라가 밀려오는 쓰나미에 절망을 하였다.

    솨아아아아아.

    10미터가 넘어가는 높은 쓰나미는 단숨에 마을을 덮치며 빠르게 밀고 들어왔다. 배가 뒤집히고 자동차가 물에 잠겼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동차로 도망을 치던 사람은 꽉 막힌 길로 인해 차에서 내려 급하게 산으로 달려갔다.

    빨리요! 달려요! 달려! 바로 뒤에 물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집이 잠긴 걸 목도한 사람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고,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은 불안감에 떨며 연락을 받을 때까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 채, 그렇게 넋을 놓고 발밑까지 찬물을 바라봤다.

    ***

    그저 한 기업가의 무리수라 생각했다. 관종도 그런 관종이 없었다.

    그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랬다.

    “말도 안 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바닷물에 잠겨 모습을 감췄습니다. 다행히 정부의 빠른 대처로 큰 위기는 막아...... 방사능 피해는 전무한 것으로 내다보며......]

    [7.3도에 이르는 지진에 이어 재앙이라 할 수 있는 9.1도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는 한편, 많은 사상자가......]

    TV 화면에 누가 찍었는지 모를 핸드폰 영상이 방송을 탔다. 건물 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들과 산에서 오열하는 사람들이 영상에 담겨 있었다.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내기는 처참할 정도로 지고 말았다.

    “이걸 좋게 생각을 해야 할지...... 허허.”

    유한강 한리버 그룹 회장의 말이 예언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야망과 욕심에 의하여 내기에 응했을 뿐. 설마 그 야망과 욕심이 정말로 일본을 구한 일이 될 줄은.....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얻어 낸 우리의 자원인데, 그걸 한국과 나누자니요. 좀만 더 기다리면 우리가 완전히 독점할 수 있는 일인데.]

    총리에게 한리버 그룹 회장이 했던 말을 전했다.

    당연히 거절.

    익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입 닦고 있으면 될 일이라 생각하며 무시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이젠 크게 흔들렸다.

    당시는 7.3도의 지진.

    피해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달아 터진 9.1도의 지진은 이야기가 달랐다. 주택 40만 채가 물에 잠기고 선박 2만8천 대, 항구 319개소가 파손됐다.

    돈으로 환산한 피해 규모는 약 25조 엔 이상......

    미야기, 후쿠시마, 이바라키, 도치기......

    이밖에도 수많은 지역이 피해를 받아, 일본의 경제를 멈추게 만들었다.

    “한리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구나......”

    총리도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을 터다. 그만큼 일본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자체적으로 피해를 복구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아니야. 내 꿈을 이루는 것만 생각하자. 그래......”

    아주 좋은 그림이 그려졌다. 여기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여론은 자신에게 집중이 될 터다.

    “유한강 회장에게 연락을 놓게.”

    이쯤 되자,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협상하는 데 국민들의 감성을 이끌기에 적기라 내다봤다.

    ***

    한리버 그룹 청담동 사옥.

    “공매도 40%, 선물 500%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공매도로 얻은 수익은 3백억 원, 선물 수익은 약 1조7천억이 넘어갔다.

    가히 엄청난 수익이 발생해 기업의 이익으로 잡혔다.

    그간 투자로 빠져나가 비었던 금고가 단숨에 채워지고도 남았다.

    “쏠쏠하네요.”

    “대체 어떻게 지진이 날 것임을 확신하고 그만한 투자를 하신 건가요? 자칫 큰 손실이 날 수 있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일도 내팽개치고 급히 사옥으로 달려왔다.

    진짜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할 줄이야.

    이보다 충격적인 일도 없었다.

    “그러니 재밌는 거 아닐까요.”

    예술과 기술을 넘나드는 상식과 비상식의 관계의 세상 속에서 이익을 내는 행위는 참으로 아름다운 재미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미래를 안 이상,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더 투자해 이익을 내고 싶었지만, 무리하는 건 좋지 못했다.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 정말 회장님은 외계 생물체 같습니다. 매번 이런 일을......”

    참으로 부러운 능력이기도 했다. 자신이라면 절대 행하지 못할 도박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빵빵한 자본 아래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럴진대, 재화를 아주 쉽게 끌어모았다.

    금고가 비워졌다 싶으면 잠깐 사이에 금방 채워진다. 마술과도 같은 일에 매일을 속임수 세상에 살아가는 기분을 맛봤다.

    “더 큰 돈이 들어오게 될 텐데, 이걸로 놀라면 안 되죠.”

    한강은 눈매를 살며시 휘었다. 여자 눈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긴 속눈썹을 가진 눈동자는 악마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정말 회장님은......”

    따르릉.

    전화기 벨이 울렸다. 공교로운 타이밍에 울린 전화벨 소리에 입을 열던 동진의 입이 닫혔다.

    “미안해요. 나머지 이야긴 나중에 하기로 해요.”

    “...... 알겠습니다.”

    동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한강을 잠시 응시하다,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나 보네.”

    전에는 침울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는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씩씩하고 당당하다.

    “역시 사람은 가치를 올릴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아.”

    사람은 역시 다루기 힘든 동물임에는 확실하다.

    “유한강입니다.”

    수화기를 들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구호물자를 보내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전화였다. 한강의 입매가 살짝 올라갔다.

    “당연히 시간이 되지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한강의 시선이 달력을 향했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출발하도록 하지요. 그럼.”

    뚝.

    “큭, 하하. 하하하.”

    한강은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등을 의자에 기대면서 배를 잡고 시원하게 웃었다.

    “저녁 비행기 잡아주세요. 일본으로 갈 겁니다.”

    또다시 일본 일정이 잡혔다.

    ***

    “물자를 이렇게나 많이...... 요즘 한리버가 여기저기 구호물자를 보내고 있다 들었지만...... 대처가 엄청나십니다.”

    가이에다 반리 의원이 손수 마중 나와 한강을 반겼다. 그는 한강과 함께 도착한 물자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물자는 의원님의 요청에 의하여 보낸 것으로 될 겁니다.”

    “하하, 참으로 시원시원하십니다.”

    가이에다 반리는 기분 좋게 웃었다.

    꿈이 실현되려 하고 있었다.

    “서로 거래에 의한 것, 아니겠습니까.”

    한강은 유독 거래에 힘을 실었다.

    “총리님과 이야기는 끝냈습니다.”

    이번 일을 꾸미기 위해 의원들을 모아, 목에 힘을 얼마나 실었는지 모른다.

    기름칠에 미래 약속까지.

    모든 힘을 동원하였다.

    “오, 그 얘기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가면 아시게 될 겁니다.”

    피해지역은 직원들에게 가보라 일렀다. 한강은 가이에다 반리를 따라 어디론가 이동을 하였다.

    “저분은......”

    도착한 호텔 안에 경호원이 한가득. 그 중심지에 익히 아는 얼굴이 앉아 있었다.

    “총리님을 뵙습니다.”

    일본 총리 노다 요시히코 총리였다. 한강은 그에게 다가가 예를 다했다.

    “반갑소. 이야기는 모두 가이에다 반리 의원에게 들었소이다. 일본을 대표로 고마움을 표하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베 신조보단 말이 통할 상대야. 시기가 좋다 봐야겠지.’

    고집불통 아베 신조보다 노다 요시히코가 몇 배는 나았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만.

    “서로의 이익을 위한 일 아닐까요. 저도 얻는 게 있기에 행한 일입니다.”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봤다. 서로가 다 아는 사실을 빙 돌려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악하게 행동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한 듯.

    “생각 이상으로 말이 잘 통해 좋군요. 하하.”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총리님.”

    자리는 제법 화기애애하였다.

    셋은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앞으로의 일을 계획해 나갔다.

    “내가 여기에 오래 있어 봤자, 내년이 한계일 거요. 내가 일을 저지르고 모든 화살이 내게 집중이 될 때 오늘 있던 일을 크게 홍보해 가이에다 반리에게 총리직을 넘길 겁니다.”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었다.

    “7광구에 대한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 정부와 협의해 의하여 진행했다라고 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단지 그 중간에 한리버가 포함이 되는 게 조금 변동된 내용이 되겠죠.”

    “역시 똑똑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니, 아주 좋은 얘기들이 나오는군요.”

    이로써 한강은 다음 대 총리가 누가 될지 알게 되었다. 역사에선 볼 수 없던 인물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슬기롭게 대처를 했을 겁니다.”

    일본과의 완벽한 거래를 위하여 연기에 몰두했다. 친일본파로 오인하게 만들 정도.

    기업을 이끄는 이상, 필요한 모습이기도 하였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만 하십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지요.”

    “저야말로.”

    은밀하게 이뤄진 담화는 아주 만족스럽게 끝을 냈다.

    ***

    [대한민국이 드디어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한리버 그룹의 막대한 지원에 이어 최악의 대재앙으로 기록될 뻔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을 막는 데 일조했다는 게 일본 측 설명입니다.]

    [이에 감복한 일본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함과 동시에 그간 미뤄둔 7광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 귀감이 되어 대통령상을 전합니다. 2011년 3월 22일......”

    이는 한강의 공으로 인정이 되어 대통령 표창장을 받는 영광이 주어졌다.

    한리버의 위상이 크게 오르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앞으로도 한리버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도덕적 기업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찰칵찰칵.

    기자들의 카메라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유 회장, 정말 큰 일을 해주었습니다. 일본 총리에게서 들었어요.”

    그날 만찬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정재계 인사를 포함해, 박대성 대통령이 참석했다.

    박대성은 한강과 개별적인 자리를 가져 축하주를 잔에 따라 주었다.

    “모두 나라를 위해 한 일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의 은인이 따로 없습니다. 숙원 사업이 이제야 풀리게 되다니 말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몇 번이고 시도를 하였지만, 매번 실패를 하였다.

    불가능에 가깝다 할 수 있던 일을 대지진과 엮어 동등한 거래를 통해 얻어 냈다.

    대통령이 된 자신의 임기에 커다란 업적을 이뤄냈으니, 한강이 마냥 예뻐 보이기만 하였다.

    이쯤 되니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단 마음이 샘솟듯 차올랐다.

    “요즘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제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나요. 지금만 해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한강은 한발 물러섰다. 기업 운영의 필수 조건. 정치권과 엮이지 말 것.

    빚도 지지 말고 준다고 덥석 받지 말아라. 받은 것 이상으로 토해야 한다.

    이것이 한강의 원칙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해선 안 되겠지. 이건 박대성 대통령을 무시하는 행위이니...... 그렇다면.’

    입을 열면서 가장 탁월한 답을 찾아냈다. 한강의 눈동자가 박대성의 두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정 저에게 감사하시다면 한 가지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윽고 한강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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