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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21화 (221/237)
  • 221화. 27살, 대지진에 배팅한다

    쉬이이이이이이.

    모든 일을 끝내고 한강이 한국으로 귀국한 다음 날.

    일본 정부 내부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후쿠시마 원전을 잠시 차단하라니요. 그랬다가 일부가 어둠에 잠길 겁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믿으려 하십니까? 설마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온다 쳐도 내진설계가 잘되어 있는 데다, 6미터에 이르는 쓰나미를 방어할 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곳입니다.”

    의원들은 가이에다 반리 의원의 주장에 크게 반박했다.

    “노스트라 다무스나 별 시답잖은 말은 분명 신뢰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최근 지질 조사를 한 자료를 보면 근시일 내에 지진이 크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 나왔습니다.”

    가이에다 반리는 전과 다른 의견을 꺼내 들어 강하게 반발하는 의원들에게 근거를 대며 설득을 하였다.

    회의는 이틀, 사흘, 나흘하고도 며칠간 이어졌다. 계속되는 주장에 의원들은 백기를 들어 합의점을 찾았다.

    “휴...... 의원님이 그리 질긴 분이신 줄 몰랐습니다. 1~4 원전까지 운영을 보름간 중단하기로 하지요.”

    “감사하오.”

    3월 5일 목요일, 한국 시간 오후 세 시경이 되어서야 모든 이야기를 끝마쳤다.

    [긴급속보.]

    [일본 후쿠시마에 자리한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6기 중 1~4호기를 3일 내 모든 가동을 멈추고 안전점검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일각에서는 지질 조사 중 대지진을 대비하는 모습이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전 6기 중 총 4대의 원전이 운전을 멈췄다.

    이유는 갖가지를 대었지만, 언론은 ‘대지진’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관련 기사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일본 정부에서 강하게 통제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면서 왜 우리를 이동하게 하는 게요.”

    “아무리 보상을 해준다 해도 그렇지, 대체 이게 무슨 경우요.”

    한강이 지목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10km 이상 떨어진 장소로 대피를 시키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자당과 큰 충돌이 빚기도 했지만,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지원 아래 일을 감행하였다.

    “진짜 괜찮은 게요? 가이에다 반리 의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자칫 이번 일을 빌미로 민자당에서 압박이 가해질 수 있었다.

    최측근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으며 힘을 실어줄 일조차 없었을 터다.

    “......안전점검을 빌미로 방어를 한다면 저쪽에서 하는 말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쯤 되자 진짜 지진이라도 났음 좋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7도 정도라도 난다면, 민자당 놈들의 입을 닫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론은 민자당이 아닌 민주당을 떠받들어 줄 터다.

    “아이고 두야. 일은 벌였으니, 지켜봅시다.”

    내부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무리 없이 끝나길 바랐다.

    ***

    2011년 3월 10일 저녁.

    “......드디어 내일인가.”

    일본에서 들려온 소식은 무겁던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안감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본 역사와 다르게 흘러가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정말로 복잡하구나.”

    진짜 괜히 오지랖을 부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면에 나서서 방송을 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지질학자들이 방송을 타면서 일본의 대재앙설을 전파하였다.

    한국과 미국 등 세계엔 일본의 대지진에 관심이 쏠리면서 대부분의 기사들은 일본의 대지진에 집중을 하였다.

    “모두 고생했어요.”

    모든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다.

    두근두근.

    심장이 강하게 떨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푹 자기 그른 거 같다.

    따라라라.

    모닝콜이 울렸다. 어느새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햇살이 세상을 비추었다.

    “참 밝네.”

    으자자자자.

    예상대로 늦은 새벽까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세 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잠에 들 수 있었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노곤한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따스한 물줄기가 쳐진 몸 위로 쏟아졌다. 한강은 잠시 동안 그렇게 서서 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급한 일 없으면 좀 자다 가.”

    남편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출근하려는 남편을 잡았다.

    “에이, 늦게 자나 지금 지나 저녁에 자는 건 똑같은데 뭘 그래.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한강은 잡아끄는 윤희의 손을 조심히 뿌리쳤다.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바라보길 잠시......

    쪽.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처음이 아님에도 윤희의 얼굴이 붉어진다.

    “재석이 보면 어쩌려고!”

    갑자기라 부끄러웠는지 작은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다녀올게.”

    이른 새벽이라 재석은 아직 꿈나라. 한강은 한 번 더 윤희를 안아주고 출근길에 올랐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SBC......]

    출근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2011년 3월 11일 6시 2분.

    운명의 날이라 볼 수 있는 아침이 밝았다.

    한강은 앞으로 벌어질 참혹한 광경을 떠올리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내가 겪은 역사는 아니나, 참으로 안타깝구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재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이 심장을 찔렀다.

    “모으란 물자는 어떻게 되었나요?”

    오전 9시 10분.

    직원들이 모두 출근한 아침 시간. 한강은 비서과장을 불러 지시한 일들에 대해 물었다.

    “천막, 텐트, 식자재, 식수 등 모두 창고에 비축을 해두었습니다. 나머지 물자는 2시경에 도착을 할 겁니다.”

    김소영은 다이어리를 펼쳐, 지시사항에 대한 보고를 하였다.

    “바로 비행기에 식수와 텐트를 실으세요.”

    “네?!”

    “일본으로 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현재 김동진은 한강이 내린 지시로 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진이 빠진 빈자리를 김소영이 대신 맡아 처리를 하였다.

    김소영은 한강의 지시에 몇 가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꾹 참고 지시에 따르기로 하였다.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한강이 내린 지시 중에 잘못된 적은 없었다.

    소영은 지시를 수행하고자 방을 나섰다.

    “9시 32분. 앞으로 5시간도 남지 않았구나.”

    의자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켰다. 한강은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 시선을 하늘에 두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많은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아니, 대체 정부 새끼들은 뭔 생각으로 원전을 닫게 하는 건가요? 일본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답니까?”

    발전소에서 근무한 지 5년. 하루토는 처음으로 겪는 일에 불만을 토로하였다.

    “우리가 뭔 힘이 있어 나라님 말을 무시해. 까라면 까야지.”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감히 불만을 표하지 못했다.

    위에 사람들도 찍소리하지 못하고 지시를 따르는 판국에 일개 직원이 뭘 하겠는가.

    “우린 뭐 물장사라도 한답니까? 별일도 아닌 일에 잔뜩 겁먹어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말이에요.”

    쌓인 불만은 무척 많았다. 근방에 집이 있음에도 정부의 지시로 남의 집에서 얹혀산다.

    심한 사람은 체육관 같은 공공시설에서 지내고 있었다. 거지 새끼처럼 지내고 있는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려고 공부해 취직한 기업이 아닌데,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일부는 길거리 시위를 하며 당장 집으로 보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참아. 화내 봐야 우리 손해야.”

    중년인은 화를 이겨내지 못하는 하루토의 어깨를 토닥였다.

    쿵!

    “뭐, 뭐야?!”

    “악!”

    그때였다. 무언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지, 지진이다! 모두 책상 밑으로 피해!”

    “아, 내 다리......”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남자의 다리로 수납장이 쓰러졌다.

    수납장에 깔린 남자는 고통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지만, 어떤 누구도 남자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

    전부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숨기 급급했다.

    “이게 대체 뭔 일이에요. 크윽!”

    쿠웅!

    평소처럼 일을 하던 시간이었다. 정부의 잘못을 까며 ‘내가 총리였다면...’으로 시작해 어떻게 할 것이다로 시작된 오후 시간에 재앙이 일본을 덮쳤다.

    꺄아아아!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와르르르!

    거기에 덩달아 건물 벽과 바닥에 금이 가며 세워져 있던 가구들이 속절없이 쓰러졌다. 발전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시간이 어서 끝나길 바랐다.

    “바닥이, 바닥이 갈라졌다! 으아악!”

    건물 안뿐만 아니라 제때 피하지 못한 사람들과 주변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은 손에 든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웨에에에에에엥.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 사방천지에서 사이렌이 강렬하게 울렸다.

    [쓰나미 경보 발령......]

    [모두 신속히 높은 건물이나, 현 위치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리고 안내방송이 뒤를 따랐다.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며 공포로 얼룩진 얼굴로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

    일본 수상 관저로 사람들이 급한 걸음으로 집결을 하였다. 사람들의 얼굴엔 제각기 다른 감정들이 떠올랐다.

    두려움, 공포, 당혹감, 안도, 놀라움 등이 자리했다.

    안으로 모인 사람들은 시선을 한 남자에게 가져갔다.

    “앞으로 한 시간 내 10~15미터에 달하는 쓰나미가 후쿠시마 발전소를 덮칠 예정입니다.”

    남자는 재해대책본부장 스즈키 미나토로 태평양에서 감지된 쓰나미 정보를 풀었다.

    “아니, 그럼 발전시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곳이 폭발하면 자칫 방사능으로 한 지역 자체가......”

    스즈키 미나토를 기준으로 좌측에서 다섯 번째 자리에 착석해 있던 중년인이 의자에서 일어나, 발전소를 언급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다행히 가이에다 반리 의원님 덕분에 위기는 면했습니다. 4호기까지 모두 운전을 정지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두 곳은 지진을 감지한 시스템이 작동하여 핵분열을 강제로 억제해 임계상태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면했습니다.”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어떻게 그걸 제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 크게 안도를 하였다.

    “오오오. 역시 가이에다 반리 의원님이십니다.”

    “의원님이 일본의 영웅이십니다.”

    스즈키 미나토의 말을 들은 민주당 인사들은 가이에다 반리를 옹호하였다.

    만약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면 일본은 더 큰 재난에 빠졌을 터다.

    “...... 저의 칭찬은 됐습니다. 그저 운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그리고 이게 어디 좋아할 일입니까. 어서 사람들을 모두 안전지대로 대피를 시켜야 합니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진즉 대피를 시킨 지 오래다. 해당 장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피를 시키고자 하였다.

    가이에다 반리는 애써 겸손을 떨며 사람들에게 의견을 어필했다.

    “맞습니다. 당장 그곳으로 자경대를 파견해 구출 작전을 벌여야 합니다. 그리고......”

    교통이 엄청 혼잡할 터.

    제때 탈출을 하지 못해 고립될 위험이 있었다.

    “여러분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이럴 게 아니라 어서 움직입시다.”

    벌써 시간이 20분이 지났다. 더 길게 대책 회의를 한다 해서 나올 답은 정해져 있었기에 사람들은 급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총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두가 자리를 떴을 때,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가이에다 반리의 시선이 상석에 자리한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게 향했다.

    가이에다 반리의 눈빛이 단단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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