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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18화 (218/237)
  • 218화. 27살, 대재앙

    일본 미야기현 미나미 산리쿠 지역.

    사람들이 모여 기사를 읽고 있었다.

    “정말이야? 여기에 9도가 넘는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게?!”

    유독 크게 실린 기사에 시선을 가져간 남자는 놀란 마음에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이게 어디서 나온 얘기야?!”

    그때 옆으로 다가온 남자가 기사를 보며 물었지만.

    “신이시여...... 이게 정말이라면......”

    남자는 답을 주지 않고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였다. 주책맞다 할 수 있지만, 심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미리 대피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일본인들은 요즘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노스트라 다무스 예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걸 왜 믿어. 믿을 게 따로 있지. 검증도 안 된 양반을 믿어서 뭐 하겠다고. 그 시간에 일이나 더 해.”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에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중년인이 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하지만, 좀 그렇잖아요. 이걸 보라고요.”

    그에 젊은 청년이 중년인에게 반박을 하였다.

    얼굴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동시에 손가락은 기사를 가리키고 있었다.

    “요즘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그렇고. 쉽게 보지 못하는 어종도 그렇고. 찝찝하다고요.”

    인터넷 기사에서 본 정보들을 하나둘 나열하기도 하였다. 오죽하면 이러한 기현상이 유독 일본에서 심하게 벌어질까 싶었다.

    “일본에 지진 나는 게 한두 번이야. 이례적인 절차인 거 몰라? 그걸로 망했다면 벌써 망하고 말았을 거야.”

    중년인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늘 관례처럼 있던 일에 두려움을 떤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예언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믿는 사람들을 나무랐다.

    되도 않는 말들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모습들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손잡고 지질검사를 하고 있겠어요.”

    절대 물러서지 않는 끈기를 보여주는 남자는 기사를 보여주며 ‘한리버 그룹’을 주체로 한 탐사팀들이 해저 지질을 조사하는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다.

    “흥, 하여튼... 어린 것들은 이래서 안 돼. 그리 무섭거든 후딱 떠나든가. 떠나라면 떠나지도 못할 것들이. 에잉, 쯧쯧.”

    중년인은 한심한 눈으로 사람들은 노려보고는 혀를 차며 자리를 떴다.

    더 자리를 지키고 있어 봤자 속만 답답해 터질 거 같았다.

    “지금 일본 전역에 대지진 예언으로 국민들이 공포에 떨며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스트라 다무스의 예언으로 일본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일본 정부는 해당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다.

    “저도 들었습니다. 발원지가 한국이란 소문이 있어 조사 중에 있습니다.”

    “한국 말입니까?”

    남성의 말에 무심코 입을 연 남자는 어이없어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입니다.”

    “허허...... 이제 하다 하다 그런 걸 일본에 퍼트린다 이 말입니까?”

    다케시마를 독도라 우기는 한국이 언급되자 방 안 분위기가 험악하게 변했다.

    “만약 이번 일이 한국 정부의 계략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물게 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절대 조용히 지나가선 안 될 겁니다. 대 일본제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던 저들이......!”

    한국에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미는지 이를 갈았다.

    빠드득 소리가 여러 사람들 입에서 들려왔다.

    “그러면 우리 해역에서 지질 검사를 하는 놈들을 치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머리가 벗겨지고 체형이 왜소한 남자가 안경을 손으로 올리며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내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어차피 저들 돈으로 하는 일, 우리 대신 해주면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탐사에 허락을 한 것이고요.”

    해역 탐사를 허가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이득 관계를 따져 허가를 했을 뿐이다.

    일본에서 할 일을 대신 해주겠다는데 굳이 내보낼 필요는 없었다.

    “큼, 그것도 그렇군요.”

    중년인의 말에 순순히 인정하는 그였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건 그대로 두고 인터넷과 뉴스로 떠도는 모든 걸 통제하세요. 대신 우리 일본이 지진에 대처가 얼마나 잘되어 있는지 방송을 내보내 국민들의 혼란을 잠재우세요.”

    회의 끝에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 일본은 빠르게 전파되는 예언설들을 막고, 그 자리를 일본의 지진 대비 기술들을 공개해 시선을 돌리게 만들기로 하였다.

    ***

    일본이 혼란한 시각.

    한리버 전시관 서울 지점.

    파란색 트럭이 크게 선회해 후진으로 입구로 천천히 움직였다.

    “오라이! 오라이!”

    한리버 전시관으로 한 대의 트럭이 들어섰다. 남자는 손으로 신호를 주며 트럭을 원하는 장소로 이끌었다.

    “정지!”

    수신호를 봐주던 남자가 트럭 화물칸을 손으로 두드렸다. 후진하던 차량이 멈췄다.

    “수고하십니다. 오랜만이에요. 잘 있으셨죠.”

    트럭 기사가 내려 직원에게 인사를 하였다. 참으로 인상이 좋은 중년 남성이었다.

    “네, 오랜만이에요. 잘 있었죠. 쌀쌀하네요.”

    기사와 안면이 있는지 남자는 거리 없이 기사를 대했다.

    “겨울이니 춥죠. 물건은 어디에 내리면 될까요?”

    화물칸에 펼쳐진 녹색 그물망을 거둬냈다. 곧 안에 있는 박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거기에 내리시면 돼요. 이건 제가 들고 갈게요.”

    “네엡, 읏차.”

    남자는 작은 박스 하나를 들고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기사는 화물칸에서 물건을 내려 준비된 수레 위에 올려, 남자가 들어간 장소로 수레를 끌고 갔다.

    “이야, 이게 이거예요?”

    “멋지죠. 진짜 여기까지 맞춰서 한다고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남자는 기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레고를 이용해 하나둘 껴 맞춘 모형이 시야로 들어왔다.

    “재밌지 않아요? 나도 어릴 땐 아들과 블록 쌓기를 하며 놀았는데.”

    기사는 과거를 회상하며 가볍게 웃었다.

    “재미...... 딱 처음만 재밌지 완전 중노동이에요. 말도 마요. 저기 도면 보이죠? 저거랑 하나하나 대조하며 맞춰가는데 바닥만 하는 데도 한 달이 넘게 걸렸다고요.”

    처음에 한리버 전시관 입사 첫날을 떠올렸다. 첫날은 적응기라 해서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이 된 건 레고 블록이 도착한 날부터다.

    처음엔 이런 게 일이라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일주일도 채 넘기지 못하고 끝났다.

    이제는 레고만 봐도 토할 지경이다. 취미가 일이 되니 쳐다도 보기 싫은 장난감이 되었다.

    “엄살은. 이만한 직장이 어딨어요. 듣자니 벌이도 짭짤하다 들었는데 말이에요.”

    “하, 하하.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남자는 민망함에 머쓱하게 웃었다.

    한리버 전시관 봉급은 기술직으로 빠져 일반 직장인보다 높은 편이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추가 수당을 지급하였다.

    “부럽습니다. 마음 같아선 제 자식도 여기에 꽂고 싶네요. 허허.”

    기사의 아들은 1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고 있었다.

    요즘 일자리가 부족해 지원을 하는 기업마다 경쟁률이 높아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돌고 있었다.

    “몇 살인데요?”

    “28살인데, 참...... 아픈 손가락이네요.”

    “혹시 여기 자리 생기면 연락 드릴게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꼭 좀 부탁드릴게요.”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지 모르겠다. 기사는 빈말이라도 남자의 말에 고마움을 느껴 허리까지 숙여 감사함을 표했다.

    둘은 입고된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약 20분이 지난 시간.

    “안녕히 가세요.”

    대화를 끝낼 수 있었다.

    “이게 마지막 블록이다 이거지. 자 시작해 볼까.”

    남자는 찌뿌둥한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 푼 후, 박스를 뜯어 레고 블록을 정리했다.

    “김구 선생님의 레고가 며칠 내 완성될 걸로 보입니다.”

    전시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동진에게 보고를 하였다.

    “알았네.”

    올라온 보고를 듣는 김동진의 얼굴이 썩 밝지 못하다.

    “실장님,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커피를 타 온 김소영 과장은 다른 날과 달리 어두워 보이는 김동진의 표정에 의문을 느꼈다.

    “아, 김 과장. 땡큐.”

    커피를 받으며 잠시 골똘히 생각을 한다.

    “우아, 실장님도 고민이 있으시구나. 월급도 빵빵하시고 일도 잘하셔서 걱정은 없어 보이셨는데.”

    김소영은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라고 없겠어.”

    “뭔데요? 말해보세요.”

    한리버 설립 이래 비서실에서 가장 오래된 연차가 김동진을 빼면 김소영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해와서 그런지 김동진이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한리버의 실세 중의 실세라 말할 수 있는 김동진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중 하나였다.

    “내가 이런 걸, 김 과장에게 말하게 될 줄 몰랐네.”

    대충 정리를 마친 동진은 자신이 들고 있는 고민을 김소영에게 털어냈다.

    “...... 그래서 내가 너무 꽉 막힌 사람인가 싶어.”

    유한강 회장의 지시 대부분이 일반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동진은 말리기 바빴지만, 한강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럴 때마다 김동진은 늘 이건 아닌데, 하면서 지시에 따랐다.

    한데,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계획과 사업들이 모두 멋지게 성공을 거둔다는 점이었다.

    무리하다 여기던 투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기업의 방향성은 미래산업보다 한 템포 빨리 진행이 되고는 하였다.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선택을 따랐다면 한리버는 지금처럼 거대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뭐, 우리 회장님 특이한 건 정평이 나 있잖아요. 꼬꼬마 시절부터 돈을 버셨잖아요.”

    ‘세상에 그런 꼬마는 다신 나오지 않을 거예요.’

    끝말은 삼켰다.

    “그렇지. 내가 있는 게 맞는 건지 싶어. 내가 계속 있기에는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닌지 싶어.”

    이제는 거절하는 것조차 미안해질 지경. 한리버의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 가고 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실장님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전 생각이 달라요. 회장님이 지금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실장님이 옆에서 보좌하고 있어 그런 거라 생각해요.”

    김소영은 늘 자신의 감을 중요시하는 여자였다. 지금도 감이긴 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유한강 회장이 김동진 실장을 얼마나 신뢰하고 믿고 있는지를.

    무엇보다 김동진은 한리버에 있어 꼭 필요한 인재임을 소영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훗, 말이라도 고맙네. 김 과장.”

    평소엔 차갑다가도 이럴 땐 참으로 마음이 깊은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매력적인 여자이다.

    “진담이에요.”

    “그래, 고마워. 그 말 기억하고 있지. 이제 회장님께 보고를 하러 가볼까.”

    축 처진 기분을 한껏 끌어 올려 보았다. 아래로 늘어져 있던 어깨가 다시 하늘로 향했다.

    김동진은 씩씩한 얼굴로 회장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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