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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17화 (217/237)
  • 217화. 27살, 대재앙

    “현재 일본에서 발생하는 지진 횟수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노구치 랜 박사님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한강은 바로 주제를 꺼내 노구치 랜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재앙이 닥칠 것임을 알렸다.

    “닐스 스태너입니다.”

    덴마크 국적인 닐스 스태너가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회장님 말대로 일본은 매우 위험한 상태인 점 저도 인정합니다. 한데 한리버에선 어떻게 그리 확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한리버에서 지질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닐스 스태너는 노구치 랜을 바라보다 한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미래는 에너지 자원의 중요도와 관련해 지질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정도는 여기까지입니다.”

    한강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근거라고 해봐야 미래 지식이 전부.

    공개 불가한 정보기에 최대한 노구치 랜과 엮어 가려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많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머지않아 9도가 넘는 대지진이 일본에서 발생하게 될 겁니다.”

    한강은 이 부분에서 자신 있게 언급을 하였다.

    웅성웅성.

    회의장은 단숨에 사람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게 변했다.

    “정말 터무니없군요.”

    “제대로 근거 하나 제시하지 못하면서 대뜸 9도가 넘는 대지진이라니.”

    “맞습니다. 이거 제가 헛걸음을 한 건 아닌지.”

    지질학자들의 황당한 마음이 분노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별수 없나. 그렇다면 역시 직진이지.’

    여기서 후진을 해버리면 신뢰 명예 등 모든 걸 잃게 될지 몰랐다.

    “정확한 위치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땐 역시 직구가 최고다.

    믿을지 말지는 저들의 선택에 달렸다.

    “허허, 정말 어이가 없군요.”

    덴마크 지질학자는 끝까지 한강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잠깐 기다려 보시오.”

    분위기가 뜨거워지려는 찰나, 노구치 랜이 나서 자리를 중재했다.

    “......킁.”

    닐슨 스태너는 노구치 랜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그는 일본인.

    그에게 양보를 해주는 게 맞았기에 흥분감을 가까스로 누르고 발언권을 양보하였다.

    “유 회장님, 우선 제 조국을 걱정해 주는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첫째는 정확한 위치를 어떻게 확신하는지와 두 번째는 그렇게 확신을 하면서 우리에게 자문을 구한다며 초빙한 이유입니다.”

    팩트를 찔러 들어갔다. 입장하고부터 쭉 생각한 부분을 한강에게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심해에 사는 어종들이 다른 날과 달리 계속 발견이 된다는 점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지진이 발생 시엔 늘 심해에 사는 어종들이 발견되고는 했습니다.”

    “......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곳을 여러분에게 조사를 맡길까 합니다.”

    “......?”

    한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조용히 듣고 있던 이들은 황당한 얼굴로 한강을 바라봤다.

    “지금 그걸 근거라고 제시하는 겁니까?”

    참지 못한 닐슨 스태너가 입을 열었다.

    “모든 장비는 한리버에서 준비를 해줄 겁니다. 그에 대한 답을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저는 그 정보를 모아 일본 정부에 자료를 건넬 겁니다.”

    “웃기지도 않는군. 망할, 내 시간만 낭비했군. 나는 여기서 빠지겠소.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했더니. 퉷.”

    닐스 스태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드르륵.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이탈이 일어났다.

    욕은 하지 않았을 뿐, 닐스 스태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들이었다.

    ‘하하, 이제 세 명 만이 남은 건가.’

    다행이라면 노구치 랜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재일 교포 노지우와 미국의 지질학자 제미스 드와이트가 자리했다.

    “분명히 심해에 있는 대형 오징어가 발견되고 이상징후가 보이긴 합니다. 하나, 그걸로는 대지진에 대한 근거를 된다는 건 부족합니다.”

    노구치 랜은 한강이 말한 부분에 대한 허점을 지적했다.

    스스로도 일본에 대지진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불편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리를 뜨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무 영양가가 없는 자리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신이 얼마나 황당한 말을 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뒤를 이어 재일 교포 노지우도 발언을 하였다.

    “아주 잘 압니다. 하지만 두 분은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며 주장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두 분의 자료도 과학적 근거로서 부족하지 않을까요?”

    한강은 강하게 반박을 하였다.

    저들이 내민 자료라고 해봐야 인터넷을 치면 대충 나오는 내용들이 허다하다.

    지진파가 지구 암석층을 통과하여 발생하는 땅의 흔들림을 우리는 지진이라 부른다.

    해저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지진파가 발생할 곳을 찾아내어 입증하는 것이 한강이 지질학자에게 바라는 부분이었다.

    “그 발언은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란 것임을 알고 하는 말이오?”

    노지우의 얼굴에 불편한 기운이 감돌았다.

    “왜 자꾸 우리를 자극하려 드는지 모르겠군요.”

    노구치 랜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유한강 회장의 행동이 너무도 이상했다. TV에서 접한 그는 매우 여유롭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어린아이조차 설득하지 못할 말들을 늘어놓으며 급한 모습을 보였다.

    “대지진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한강은 스스로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처음엔 초빙을 하면 어떻게든 되리라 봤는데, 생각처럼 풀 길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기랄, 내가 이렇게 멍청했던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을 벌인 걸, 깊이 후회를 하였다.

    “백번 양보해서 묻지요. 대체 언제라 보고 그리 말하는 겁니까?”

    이쯤 되니 정말 궁금했다.

    방에 남은 사람들은 한강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잠자코 기다렸다.

    “올해 3월...... 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예언자나 다름이 없었다.

    “허허, 갈수록 황당무계하군.”

    “......”

    “......”

    셋은 어이없어 어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노구치 랜은 ‘나보다 더한 미친놈이 저기에 있었군’이라며 한강을 속으로 욕했다.

    “저의 말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건 아주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를 걸고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지진피해에 이어 10미터가 넘는 대형 쓰나미에 삼켜지게 될 겁니다.”

    이 정도면 일본에 내리는 저주나 마찬가지.

    자신이 얼마나 어이없는 말들을 늘어놓는지 아주 잘 아는 한강이지만, 이것밖에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제 전 재산을 여러분에게 드릴 정도라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입 안에 가득히 머물고 있던 폭탄성 발언이 흘러나왔다.

    “......말은 누가 못하오.”

    제미스 드와이트가 나섰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듣고 있던 그는 작게 비아냥거렸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요. 3월달 이내에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에게 저의 재산 일부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이제는 될 대로 되어라. 심정으로 먹이를 던졌다.

    “그 말 진심이오?”

    한강의 재산은 세계에서 알아줄 정도로 엄청나다. 그걸 일부를 떼어내어 준다는 말은 세 사람을 유혹으로 이끌기 충분했다.

    “좋소, 그 내기 받아들이지요.”

    “어찌 저리 무모할 수가......”

    “......재밌겠군.”

    지질학자이기 전에 이들도 사람이었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결국 셋은 말도 안 되는 억지성 설득에 넘어가기로 하였다.

    “좋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조사를 해주셔야 할 겁니다.”

    내기야 어쨌든 패는 던져졌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

    2011년 1월 중순, 한강은 일본에 협조를 얻어 해저탐사선을 띄우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로비를 했다.

    완전 호구 잡힌 건 아니냐는 말마저 나돌았다.

    “최첨단 물리탐사선이 도호쿠(東北) 지방으로 출발했습니다. 작업은 말일 내 이루어질 걸로 보입니다.”

    이 배를 빌리는 것도 엄청난 자금이 지출됐다. 하지만 한강은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지질 법인 회사를 설립하는 무리수까지 보였다. 해저탐험에 적합한 사람들로 채워 놓았다.

    “일본에 투자한 모든 자금을 회수하세요.”

    김동진의 보고를 받은 한강은 다음 지시를 내렸다.

    “네?”

    이에 김동진은 황당한 눈을 거두지 못했다.

    “정말로 일본에 대형지진이 일어날 거라 보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지진은 무조건 발생합니다. 2월부터 직원들의 일본 출장은 막으세요.”

    한강은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 잔고를 채우기로 하였다. 또한, 직원들의 일본여행과 출장을 통제하기로 하였다.

    “너무 이상합니다.”

    김동진은 이번만큼은 이해하지 못하고 나섰다.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저를 믿어 주세요. 그때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

    김동진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강은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번은 아무 말 하지 말고 따라와 달라고.

    “알겠습니다.”

    “자꾸 이래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겠지요.”

    한강을 믿고자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머리가 아파 왔다.

    이번만큼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은 또 처음이었다.

    “지질조사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네요. 고호경 대표에게 일러 모든 사이트에 노스트라 다무스 예언을 돌리라 하세요.”

    노스트라 다무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예언가이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의 세부적인 일부터 시작해 몇 가지 예언을 맞춘 걸로 매우 유명하다.

    한강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위기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김동진은 한강의 지시를 군말 없이 따랐다. 김동진은 곧장 걸음을 옮겨 고호경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노스트라 다무스 예언이 아시아를 덮치다. 지구 종말의 시작은 아시아의 섬으로 시작......]

    [아시아에 거대한 재앙은 대지진과 해일로 예측이 된다. 요즘 들어 일본 도이쿠 해상에서 기이한 생물들이 잡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래는 일본 해당 지역에서 죽은 채 위로 올라온 거대한 오징어이다. 길이만 성인 키를 훌쩍 넘는다.]

    [재앙은 2011년 3월 일본을 덮친다고 한다.]

    └ 유승현: 와, 정말 무서운데.... 정말일까요? 너무 소름인데요.

    └ 이화백: 요즘도 이런 걸 믿는 사람이 있나요?

    인터넷에 뜬 기사는 아주 잠깐 사이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한국은 갑자기 뜬 노스트라 다무스 이야기로 열기를 더해갔다.

    이는 서서히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흘러......

    [일본열도 도호쿠 지역 대지진 발생,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을 덮친다 예언!]

    일본열도에 상륙하였다.

    노스트라 다무스 예언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이용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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