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27살, 시간은 흘러...
[한리버 계열인 월드 플레이가 SBC에 오디션 방송 저작권을 넘겼다.]
[“우리는 SBC와 더욱 긴밀한 관계로 사업적 파트너가 되기를......”]
SBC는 한리버와 이뤄진 거래내용을 적극적으로 방송에 노출을 시켰다.
“자신 있지?”
“당연하죠. 아이템도 완벽한데, 망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곧 12월.
시기도 적당하다.
“잘할 거라 믿는다.”
나칠환이 보기에도 절대 망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더는 맴돌지 말고 정착하기를 바랐다.
시간이 흘렀다.
2011년 27살이 되었다.
“찝찝하다. 내가 뭔가 잊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뭘까......”
2011년 들어 든 생각이다. 무엇인가 머리를 자꾸 긁어 대는데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안 떠올라.”
답답한 마음에 괴성을 질렀다. 제발 생각이 나길 신께 간절히 빌었다.
“꽤 중요한 거였는데...... 뭐였지?!”
아주 중요한 그 무엇.
“으아......”
그게 기억이 나지 않으니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었다.
조금만 더 하면 기억도 날 거 같은데.
두통이 머리를 짓누른다.
분명 아주 유명하고 절대 잊을 수 없는 대사건이었던 건 확실한데......
[뉴스입니다. 오늘 오후 19시 23분 10초(한국시간) 파푸아뉴기니 마당 북동쪽 170km 해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기상청이......]
“......어?!”
고개가 홱 돌아갔다.
“아!”
TV 화면에서 지진이 난 장소를 지도로 표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흐트러져 있던 기억의 조각이 맞춰졌다.
“일본!”
2011년 3월 중순, 역대급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인 대재앙이 일본을 덮친다.
일본의 지도가 크게 바뀔 정도로 큰 상처를 남기고 사라진다.
“작년부터 이놈의 자연재해는 진짜!”
이상하리만큼 사방천지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지구의 저주일지도 모르는 재앙은 인간이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었다.
“일본인들을 대피시킬 수 있을까?”
일본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다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애꿎은 목숨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라 봤다.
“하아......”
그런데 알면 뭐 하나?
딱히 해결책이 없었다.
“지진이 날 거라고 광고한들, 그자들이 알겠습니다. 대비하겠습니다. 이럴 거냐고......”
거참, 아주 지랄 맞게 됐다.
영웅이 될 생각 따위 없지만...... 환생자란 점이 너무 고약하게 됐다.
“내게 능력이 아예 없었다면 외환위기 시기 때처럼 무시하고 지나갔을 텐데......”
그렇다고 영향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에 무시할 수도 없는 일.
“......휴. 내 팔자야.”
백기를 들었다. 결국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기로 하였다. 팔자에도 없는 대오지랖을 떨게 생겼다.
“휴.”
손은 전화기로 향했다.
“영향력이 높은 지질학자분들을 최대한 많이 초빙해 주세요. 일본 학자들을 중점으로 다뤘음 합니다.”
가장 쉬운 것부터 해보기로 하였다.
***
일본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노구치 랜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질학을 연구했다.
세계에서 이름 높은 지질학자이며 일본에서 제법 잘 알려진 인물로 통했다.
전 세계 학술 논문을 쓴 3600명 중 10위 안에 드는 기록을 낸 그의 얼굴이 짜증으로 물들어 있었다.
“왜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할 거라며 목소리를 높이길 수십 회.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세도 부족할 정도로 매일같이 대지진을 언급해 대비를 해야 한다 주장을 하였다.
“제기랄,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지만 뜻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떤 누구도 노구치 랜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지도 않은 예측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혼란을 일게 할 수 없소’로 대응하며 깔끔히 무시했다.
언론까지 통제해 그의 이야기는 그저 공허한 허공에 메아리를 칠 뿐이었다.
“그런다고 내가 포기할 줄 알아.”
노구치 랜의 코에서 성난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씩씩거리는 그의 표정은 정글에 던져진 짐승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떡해?”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당장 해결책 따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후우...... 결국 또 인터넷인가.”
그의 눈은 책상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로 향했다. 유일하게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으로 생각이 미쳤다.
[네이컴.]
가장 큰 사이트 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한리버 그룹의 네이컴을 켰다.
“휴... 이게 뭔 지랄인지.”
이제는 자신이 쓴 글을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읽어 주길 바랄 뿐이다.
[읽지 않은 메일 1.]
“응? 메일? 분명 아까 다 읽었는데, 누구지?”
스팸 광고일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부딪혔다.
『한리버 그룹.』
“......?”
무시하고 넘길까 하다 궁금해 클릭을 하였다.
『존경하는 노구치 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한리버 그룹 비서실 김소영입니다. 다름이 아니옵고 일본에 대형 지진이 날 것이란 선생님의 글을 봤습니다. 저희 한리버 그룹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 많은 지질학자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함께 일본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마우스로 가져간 손이 뚝 멈췄다.
노구치 랜은 한참 동안 모니터 화면을 바라봤다.
“한리버도 이런 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단순한 회사가??”
의문이 꼬리를 물어 머릿속을 괴롭혔다.
한편으론 자신의 연구자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 많은 학자들을 초빙했다 했어. 어쩌면 내 연구가 일본정치권에도 닿을지도......”
인맥이 있다 한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급은 되지 못했다.
노구치 랜은 고민 끝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
일본 정치권.
“하아, 또 그 미친 괴짜가 와서 난리를 피웠다고?”
민주당 가이에다 반리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요 근래 아주 미친 짓을 해대는 한 남자로 인해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일본해역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거대한 해일이 일본 원전을 덮칠 거라며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 망할 작자가......”
관자놀이를 손으로 눌러 몰려오는 두통을 참아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다시 한 번 더 일을 저지르면 더는 활동 못 하게 만들어 버려.”
그간 되도 않는 대지진설을 퍼트려 사람을 어찌나 당황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심지어 뉴스로 대지진설이 퍼지면서 일본에 혼란을 유발하기도 해 늘 주의를 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당시 중간에 언론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일본 국민에게 불안감을 씌워 운영에 큰 차질을 빚었을 터다.
남자는 가이에다 반리의 말을 듣고 알겠노라 답했다.
쉬이이이이이이.
노구치 랜이 한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모른 채.......
끽, 끼리릭.
『노구치 랜,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리버 그룹-』
“여깁니다. 선생님.”
게이트가 열리며 사전에 조사한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미리 대기해 있던 한리버 비서팀은 노구치 랜을 불렀다.
“환영해 주어 감사합니다.”
노구치 랜은 플래카드를 보고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저희가 숙소를 알아봤습니다. 그리로 모시겠습니다.”
이번 미팅은 한리버 그룹 사옥이 아닌, 호텔에서 이뤄진다.
비서팀은 노구치 랜을 데리고 호텔로 향했다.
“노구치 랜 박사가 막 공항을 벗어나 호텔로 향했다 합니다.”
공항에 나가 있는 직원에게 연락을 받았다. 김동진은 공항을 통과해 호텔로 향한 노구치 랜에 대해 보고를 하였다.
“아주 중요한 손님이에요. 실수 없이 대하세요.”
한강은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질학자들을 대거 초빙한 이유가 있습니까?”
“요즘 일본 주변에서 잦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요.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지질학자들의 자문을 구하려 모셔봤어요."
“......”
인터넷, 자동차, 시계를 넘어 이젠 지질로 넘어갔다. 김동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강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했다.
“미래엔 우리도 지질을 연구하게 될 겁니다. 시작을 위한 준비단계라 보시면 됩니다.”
한강은 미래를 위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미래에 지질학이 얼마나 중요해지는지 아직 아는 사람들은 얼마 없지.’
2035년이 넘어가면 세계 각지에 자리한 화산들이 터진다. 활동이 멈춘 걸로 알고 있던 화산은 활동을 시작한다. 상공은 늘 화산재가 날려 일부 국가는 접근조차 힘들게 변했다
‘해저 지진도 심해지고......’
쓰나미가 심심치 않게 일기도 하였다.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지만, 학자들이 언급한 대로 지구의 환경은 변해간다.
‘망할 러시아도 화근이었지.’
생각 이상으로 장기화된 전쟁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기도 한다.
‘휴......’
세상이 참 풀기 어려운 숙제만을 던져 주었다.
“정말 회장님은 너무 많은 걸 하려 하시네요.”
“미래는 자원 전쟁이 될 건데, 이런 부분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한강은 싱긋 웃었다.
그의 심정을 충분히 알기에 웃음으로 대신하였다.
‘그나저나 언제 한번 실장님의 자신감을 심어줘야 할 건데. 뭘로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걸 모르겠네.’
무턱대고 하기엔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너무 어색하기도 했고.
자연스러운 시기가 오면 그때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암튼 우리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사람들입니다. 지금부터 인연을 맺어 두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한강의 말을 알아들은 동진은 지시에 따르기로 하였다.
***
하루가 지났다.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며 호텔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호텔에 대기해 있던 직원들이 한강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맞이하였다.
호텔직원들은 긴장한 눈으로 한강을 예약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육성의 막냇사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한강에게 작은 실수조차 보일 수 없었다.
“회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세미장 안으로 먼저 들어온 직원이 한강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모두 정숙하여 주시고 회장님을 맞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은 정중한 태도로 방에 모인 지질학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한강을 맞이해 주길 요청했다.
오오오.
방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접하는 한강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을 반겼다.
저벅저벅.
지질학자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한강은 스무 명 정도 모인 사람들을 보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저의 요청을 들어주신 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한리버에서 초대를 청한 인물은 대략 50여 명.
실제로 모인 인물은 서른 명을 채 채우지 못하였다.
한강은 그런 그들에게 바쁜 발걸음을 해 준 부분에 대하여 감사를 전했다.
“제가 여러분을 한국으로 초대한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이 대지진에 의하여 큰 위기에 빠질 거란 관측이 예고돼, 여러분을 급히 모셨습니다.”
모든 시선이 한강에게 집중됐다. 지질학자들은 한강이 말한 ‘관측’이란 부분에 신경을 모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