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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12화 (212/237)

212화. 26살, 계획공단 의성군

우리나라 대표 공단 지역을 뽑으라 하면 서울, 수원, 안산, 시흥, 인천 등을 뽑을 수 있을 터다.

대부분이 경기와 수도권에 많은 공장과 회사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지역에 없느냐?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구대비 일자리는 매우 빈약했다.

청년들의 이탈은 너무 당연했고, 그러한 흐름은 지역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흘렀다.

“그래서 대구와 의성에서 도움을 준다면 제 이름을 걸고 많은 청년과 국민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힘을 쓰겠습니다.”

한강은 자신이 계획한 일에 대해 소상히 털어내며 포부를 밝혀 대구시장 조주찬을 설득했다.

“그래서 주변에 신도시를 만들고 도로와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셨음 합니다.”

각종 지원금과 기업에 대한 혜택을 요구하고.

그 밖의 다양한 지원에 대한 의견을 내며 구체적인 계획방안을 제시했다.

“하하, 정말 그렇게만 해준다면 한리버에 확실한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와 더욱 가까운 지역에 설립해 줄 것을 요구하려 하였지만, 한강의 완강함과 고집은 비집고 들어갈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조주찬은 한리버 사업을 밀어줄 것을 약속하며 나름의 성과를 들고 돌아갈 수 있었다.

“스마트한 시계 사업이라...... 과연 그게 돈이 될까?!”

대략 어떤 사업을 할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까진 비밀에 부치기로 하였지만.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시계...... 과연 그게 돈이 될까?!”

돌아가는 길 차 안, 조주찬은 의문을 머리에 새겼다. 전자시계에서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고 하는데.

시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은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절 믿어 주세요. 그게 힘들면 제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그렇게 말은 했지만.

“틀어지면 전기차 사업을 이곳에 확장할 수도 있다 하였으니......”

믿는 구석은 따로 있었다.

잘될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 사업보다 확실하게 성적을 거두고 있는 HY자동차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래. 틀어질 수 없겠지.”

그제야 그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시장님. 경북을 살린 영웅이 되셨습니다.”

기사는 시장의 앞길에 새로이 써진 이력을 축하해 주었다.

“하하, 기분도 좋은데 이따 저녁에 한잔 어떤가?”

“저야 언제든 좋습니다.”

“그래, 숙소는 내가 내줄 테니 오늘 좋은 곳으로 함 가세.”

조주찬은 오늘의 기분을 자축하기로 하였다. 차량은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힘차게 달렸다.

***

[한리버 신사업 단지 조성. 위치는 경북 의성군으로 밝혀져......]

[일렉트라 자동차 공장 확장 지역도 언급하고 나서......]

“기사는 참 빨리도 나네요.”

“조주찬 시장이 급했던 모양입니다.”

“뭐, 것도 그렇네요. 인구는 그 사람들의 힘과도 같으니까.”

한강은 쉽게 수긍하고 이해를 하였다.

개발은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연동을 하는 스마트 워치가 테스트에 접어들었다.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한강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순탄하게 흘렀다.

“그런데 정말 그 스마트 워치가 잘될 거라 보십니까?”

플랫폼으로 시작한 기업이 전자기기까지 손을 댄다고 생각하니, 뭐랄까?!

불안감이 들었다.

“왜요? 안 될 거 같아 불안한가요?”

한강은 싱글싱글 웃었다.

김동진의 반응이 참으로 재밌다.

걱정으로 똘똘 뭉친 남자.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주항공사업까지 맞물려 있는 판국에 전혀 관계도 없는......”

아차!

너무 나갔다.

김동진은 말을 하다 입을 닫았다.

“우리 전기차 사업할 때 생각나요?”

김동진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던 한강은 입매를 양옆으로 찢은 채 물었다.

“그야, 그걸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때도 반대를 하셨어요. 지금처럼 똑같은 이유를 대면서.”

“......”

회장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분명 그때도 지금과 같은 이유를 들먹였다.

“그래서 지금 어떤가요?”

“......”

“아주 잘 나가죠. 해외시장도 넘보고 있고. 게다가 몇몇 기업에서 배터리를 받아 쓰고 싶다는 연락도 심심치 않게 오고 말이죠.”

한강은 신랄하게 동진의 고막을 두들겼다.

“그리고 이제 전자기기도 관련이 없지 않게 되었어요. 자동차도 전자장치들이 많이 들어가고, 누보 미디어 전자책만 하더라도 전.자.잖아요.”

요즘 말도 안 되는 일을 자주 겪어 머리에 오류가 발생했는지 모른다.

한강은 분명히 말했다.

한리버도 분명히 제조회사이며, 전자장치를 취급하는 기업이라고.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네네. 이해해요. 사실 제 운영 방식이 정상은 아니죠.”

나갈 돈은 많은데, 90년대처럼 공격적인 경영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있었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었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매번 같은 일로 죄송하다 말씀드려 면목이 없습니다.”

“그만 하세요. 실장님의 행동은 지극히 정상이고, 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들입니다.”

위축되는 모습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한리버는 지금보다 더 앞으로 달려나가야 해요. 하지만 가속은 나쁜 일이죠. 그럴 때마다 저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세요.”

자동차에 브레이크 없이 액셀만 있다면 자동차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아주 큰 대형 사고가 발생해 회복하기 힘들겠지.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내가 말을 듣든 안 듣든 김동진 실장의 말은 중요해. 나중에 일부러 아닌 부분을 말해, 거절 시 사업을 접는 모습도 보여 주는 게 좋겠어.’

한강은 남몰래 김동진을 위한 생각을 하며 계획을 짰다. 말을 무시하고 계획대로 밀어붙인다면 김동진 실장은 입을 영영 닫고 살게 될 터다.

그건 바라지 않기에 한강은 약간의 꼼수를 쓰고자 하였다.

***

2010년 10월이 되었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엄마, 장난감....사주세요.”

“안 돼. 오늘은 바로 집으로 가기로 엄마랑 약속했지?”

“흐응......”

장난감매장을 지나가는 재석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자리에서 떼를 쓰거나 울지 않았다.

“......에휴.”

다른 아이들과 조금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점이 보이긴 하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둘째 계획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가자.”

“......”

재석은 윤희의 손을 잡고 경호원들 보호 아래 차량에 올랐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별일이네.”

장난감을 사달라 보챌 아이가 아니란 게 한강의 생각이었다.

지금껏 없던 일이 생기자 의아함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의 말을 들은 한강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게 말이야. 지금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고 성숙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데...... 오늘은 좀 심하더라.”

“정말 별일이네.”

한강은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하며 재석이 갑자기 왜 그랬을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역시 아이의 생각을 어른이 한다는 건 무리였다.

더욱이 한강의 실질적 정신 나이는 여든에 가깝다.

“내가 재석이랑 대화를 해볼게.”

다행이라면 재석이 말귀가 밝다는 점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을 해주리라 생각했다.

“미안, 내가 아직 부족한 엄만가 봐.”

윤희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를 혼자 키우나. 같이 키우는 거지. 이런 건 어쩌면 엄마보다 아빠가 나을 수도 있어.”

“...... 고마워.”

윤희는 옷가지를 챙겨 밖으로 나섰다.

“30분 정도 바람 쐬고 와.”

재석은 엄마에게 혼난 상태. 엄마의 눈치를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견을 나눈 끝에 윤희는 근처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기로 하였다.

“웅. 다녀올게.”

윤희가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집에 남은 건 재석과 한강뿐이었다.

빼꼼.

재석이 방문을 열고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아들, 남자 대 남자로 아빠랑 얘기 좀 할까?”

아들의 시선을 느낀 한강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끄덕, 재석의 고개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우리 재석이도 좋아하는 여자애 있지? 아영이었나? 아린이었나. 했던?!”

혼낼 것처럼 말하던 한강은 전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아린이......”

“그래 맞다. 아린이. 만약에 말이다. 누군가 아린이를 괴롭히면 아들은 어떻게 할 거야?”

“보호해 줄 거예요. 지켜주고......”

“그렇지? 남자는 여자뿐 아니라 약자를 지켜야 하는 동물이야. 그럼 여자와 남자 중 누가 약자일까.”

“여자요.”

“아주 잘 아네. 그렇지. 그런데 아들은 오늘 어땠어?”

“......”

“크게는 아빠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엄마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지켜야 할 대상을 지키지 못했지?”

“미안해요......”

“미안하다란 말을 듣기 위해서 너를 꾸짖는 게 아니야. 난 우리 아들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 장난감을 원했을 거라 생각해. 아빤 그걸 듣고 싶은 거야.”

조금은 어려운 말일 수 있었다. 아직 여섯 살인 아이가 답을 내놓기에 난해하고 난이도가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한강은 아들을 믿고 기다려 주었다. 꼭 답을 듣고자 물어본 말은 아니었기에 무슨 말을 할지 참고 기다렸다.

“......”

한강의 눈치를 살핀다. 입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할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빠의 눈을 보다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기를 여러 번.

약 5분의 시간이 지나고......

“친구가 있어요.”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던 한강은 팔짱을 풀고 아들의 말에 귀를 가져가 집중해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유치원 친구?”

“...... 방송국에 놀러 가서 만난 친구요.”

“응?!”

한강은 아들의 말에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친구라면 유치원 친구밖에 없을 텐데, 유치원 친구가 아니란다.

그럼 대체 누구일까?

한강의 머리는 방송국에 어떤 친구가 있다는 걸지 생각을 해보다 저도 모르게 되묻는 말을 하고 말았다.

“......유치원에서 방송국에 놀러 갔는데......”

재석의 말은 이랬다.

방송국으로 견학을 간 재석은 선생님과 방송국을 둘러보던 중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꾀죄죄한 모습을 한 아이는 누가 보더라도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찍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아이로 짐작되었다.

처음으로 보는 아이가 신기했던 재석은 접근을 하였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고 한다.

[너 갖고 싶은 거 있어?]

[...... 저거.]

[골프?! 골프 잘 쳐?]

[......좋아해.]

아......

한강은 깜짝 놀랐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아들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음...... 정말 친구라 생각하니? 아니면 단순히 그 아이가 불쌍해 그런 거니?”

한강은 확실히 해두기로 하였다. 어설프게 불쌍하다는 이유로 해준다면......

여섯 살이 무엇을 알까마는 그래도 아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아니에요. 꿈이랬어요. 아빠가 꿈은 늘 중요하다 했잖아요. 전 친구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요.”

“......”

당차게 말하는 아들의 모습에 더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재석에게 늘 하던 말이다.

‘아들을 잘 키운 건가......’

뿌듯한 마음이 심장에 머물렀다. 한강은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좋아, 이렇게 하자. 아빠랑 같이 만나 보자.”

“진짜요?!”

“그래.”

“아빠 최고!”

재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빠에게 달려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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