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211화 (211/237)

211화. 26살, 떠나는 청년들

한리버 그룹 신사옥 일부를 철거하고 새로이 공사에 들어갔다.

덕분에 완공 기간이 6개월 정도 뒤로 밀렸다.

“후우, 다행인가.”

기간이 뒤로 밀렸다는 소식을 들은 한리버 그룹 일부 직원들은 크게 안도를 하였다.

“그러게, 반년 정도 더 생각할 기회가 생겼어.”

봉급이 백만 원가량 오른다는 기대감에 좋아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도 존재하였다.

“겨우 백만 원 가지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옮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서울에서 살던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시골로 간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맞아요. 청담이 아니라도 좋으니까, 서울 외곽으로 옮겼음 좋겠어요.”

바람이 이루어지면 소원이 없겠다.

『아래 항목은 타지로 가게 될 직원들을 위한 정책입니다.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조치이니 양해 바랍니다.』

『대전으로 이동하는 직원에 한해 한리버에서 운영하는 부분에 대하여 10~20% 할인 적용 및 포인트 지급.』

『육성전자 가전제품 최종금액 20% 지원, 별도 할인가 5%.』

『주거 지원: 월세 50만 원 지원(5년간), 전세 대출 지원.』

『교통비 지급: 매달 30만 원 지원.』

......

하지만,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의 뜻은 확고했다. 일시적이지만 차별을 두어 복지를 크게 올리는 한편, 타 기업의 제품까지 할인하고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펼쳤다.

“이건 가라고 떠미는 형국이네요.”

“......씁쓸하네.”

기회주의자라면 돈에 대한 욕심이 있는 자라면......

가지 않고 배기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하아......”

오늘도 한리버 그룹의 일부 사람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

[시골을 떠나는 청년들이 매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를 일자리에 두고 있다.]

└ 노재우: 돈도 안 되고 힘만 드는 일 누가 하나요...... 미래도 없고.

└ 나주찬: 너무 일자리로만 몰아가네요.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서울과 달리 모든 부분에서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버스 안 오는 곳은 허다하고 교통편은 겁나 부족하고...... 하아......

└ 도준호: 윗분 완전 공감. ㅅㅂ 집 근처에 먹을 곳 놀 곳 한 개도 없음. 있는 거라고는 밭! 밭!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네.

└ 이문선: 솔직히 말해 서울경기권은 집만 들고 있어도 자산이 저절로 올라가는데, 시골은? 어떤 희망도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이걸 알면서도 시골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고향이기도 하지만, 자식들 때문에 떠나질 못합니다. 사는 것도 막막하고.

뉴스에 이어 인터넷에 ‘떠나는 청년들’이란 제목이 달린 기사가 메인 상단에 실렸다.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공감을 하면서 시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댓글들뿐이었다.

“큰일이네요.”

기사를 본 한강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문제는 40년이 가도록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지. 절대 풀리지 않는......’

끝말은 조용히 삼켰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친다 하더라도 시골은 한계가 있습니다.”

김동진 실장의 말은 맞다. 반박 불가라 하겠다.

“음......”

한강은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신사업 말입니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 깍지를 꼈다.

“그 스마트 워치 사업 말입니까?”

“네.”

“설마......”

“명분도 좋고 핑계도 좋습니다. 더욱이 그쪽에 사업장을 설립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이득일 겁니다.”

“운반에 차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품 수급이야 큰 문제 없을 겁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어디에 사업장을 차리든 그게 뭔 차이가 있겠습니까. 서울경기가 거리가 멀 뿐이지 신사옥과 거리도 가깝고 유지도 저렴하고 지원도 빵빵하고 땅값도 저렴하니 그만한 조건도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여러 편의시설이 부족한 건......”

“수천의 직원들이 다니게 될 회사입니다. 그곳에 사업장을 설립하면 밑에 딸린 부품 기업들도 함께 움직일 겁니다.”

지역을 떠나는 이유 중 한 가지를 해소해 주면서 부족한 인프라와 편의시설을 제공해 준다면, 그들은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을 돌리게 될 터다.

“음......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나 보군요.”

눈을 보면 안다. 설득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김동진은 한강의 눈을 보고서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여간, 다른 사람들과 참 다른 분이야.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시다니......’

설득하려던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세상천지에 지역사회까지 생각하며 사업을 하는 이는 유한강 회장이 유일할 터다.

“지역은 경북 의성으로 해주세요.”

***

경상북도 의성.

1965년 21만 명을 정점으로 찍고 매년 가구당 3명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현재 인구는 대략 14만 명.

[2050년이 되면 대구 모든 구, 군이 인구수 소멸 단계에 접어든다고 통계청에서 발표를 하였다. 매년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는 대구는......]

세상이 침수피해와 같은 자연재해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때, 기사 하나가 대구시를 고민의 늪으로 빠트렸다.

“이거 정말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해.”

손에 든 신문에 적힌 기사가 거짓이 아닌 진행형이란 사실이 씁쓸하게 만든다.

“어떻게든 살리겠다고 쏟아부은 돈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까지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청년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 말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시골에서 살아보기, 파견 등등 여러 사업을 시행해 보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수도권으로 올라간 이들은 다시 대구로 오려 하지 않는다지?”

“......”

대구시에서 벌이는 모든 건, 청년들을 정착시킬 정도의 매력도가 떨어졌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의 마음을 헤아려 시행하는 사업이 아닌, 그저 본인들만의 막힌 생각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였다.

“육성이나 다른 기업들은 아무 말 없던가?”

“아직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만 받았습니다.”

“허허......”

일이 참 고약하게 흘러갔다. 매번 하는 공약들이 대구를 살리겠다는 것이었는데. 살리기는커녕 죽이고만 있으니.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의 벽이 너무도 높았다.

“시장님!”

시름이 깊어질 때 즈음.

문을 벌컥 열고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이게 뭔 짓인가. 노크도 없이 무례를 저지르다니!”

갑자기 열린 방문에 깜짝 놀란 남자가 이맛살을 구기며 들어선 남자를 꾸짖었다.

“죄송합니다. 급한 사안이라 저도 모르게 그만......”

남자는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바닥 깊숙이 숙였다.

“됐네. 그만하게.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나?”

충분히 꾸짖었다 생각한 조주찬 대구 시장은 슬쩍 나서 중재를 하고 급하게 들어온 이유를 물었다.

“한리버가 의성군에 몇천 명은 일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기사가 막 떴습니다. 이겁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화면엔 미리 검색해 놓은 기사가 실려 있었다.

『수도권은 수많은 기업과 수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는 반면, 시골은 모든 것이 부족합니다. 하여 저는 의성군을 비롯하여 신규 사업지로 적당한 곳을 골라......』

『예상 직원 수는 1차 200명을 시작으로 최대 1천 명 이상 늘릴 거라며 거대한 생산 라인을......』

벌떡!

기사를 접한 조주찬의 엉덩이가 위로 올라갔다. 조주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런, 내가 추태를 부렸군.”

“아닙니다. 한데, 그게 참말입니까?”

조주찬의 말에 곁을 지키고 있던 중년인도 궁금해 물었다.

“이걸 보시게.”

핸드폰 화면을 그에게 보이며 손가락으로 해당 기사를 가리켰다.

“어쩌면 이게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대전에 사옥을 짓는 이유가 있었어. 진즉부터 이걸 계획했던 거겠지.”

조주찬은 자신의 생각에 무게를 실었다.

“한리버에 연락해, 일정을 정하게. 다른 일정은 다 미뤄도 되니, 유한강 회장의 시간에 맞춰 일정을 수정하게.”

“알겠습니다.”

중년인은 남자의 말을 들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

부웅!

2010년 9월 말.

조주찬이 한강이 근무하고 있는 한리버 빌딩 앞에 당도했다.

“들어가지.”

잠시 건물을 바라보던 조주찬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보시나요?”

조주찬이 출입구에 당도하던 때, 회장실에서는.

“말만 잘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거 같습니다.”

동진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었다. 곧 도착하게 될 대구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저랑 생각은 같네요.”

한강은 동진과 의견이 같은 점에서 싱긋 웃어 보였다.

웅성웅성!

밖이 시끌시끌하다.

“아무래도 왔나 보네요.”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만나기로 약속한 조주찬 대구시장이 도착한 걸로 보였다.

한강은 자리를 정리하고 김동진에게 눈짓으로 나가보라 신호를 보냈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밖으로 나간 김동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끼릭, 약간의 소음이 발생하며 조주찬과 그의 수행원들이 회장실로 들어왔다.

“예술가로 유명한 분이라 살짝 기대했는데, 여느 회장실과 크게 다를 게 없군요.”

인사를 건넨 조주찬의 첫 감상평이었다.

“예술가라 해서 전부 안을 예술 작품으로 싹 채우진 않습니다. 오히려 저처럼 심플하게 인테리어해 지내기도 합니다.”

조주찬의 말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정말 아쉽습니다. 회장님의 멋진 작품을 보지 못하다니.”

정말로 아까웠다. 한리버에 들르기로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림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아 들고 있는데, 기대는 깔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가시는 길에 김구 전시관과 용인 라움으로 가시면 언제든 저의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실망하는 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것이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위로가 되길 바랐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습니다. 예까지 왔는데, 회장님의 그림을 보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지요.”

“그러면 대화를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겠네요.”

한강은 시장의 말을 받으며 본론으로 들어가 대화의 속도를 올리기로 하였다.

“젊은 분이라 그런지 참으로 화끈하십니다.”

조주찬도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화끈하다니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부담 없이 말해 주세요. 충분히 들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한강은 본론에 앞서 분위기를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은근한 시선을 조주찬에게 보냈다.

“하하, 제가 부탁할 게 얼마나 있겠습니까.”

자리에 앉아 사탕 하나를 입에 물며 본론을 꺼냈다. 슬쩍 이야기 속도를 줄이며 한강의 눈치를 살피다,

“그저 저는 한리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대구에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이 온 목적을 과감하게 밝혔다. 조주찬의 시선은 한강의 입을 주시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