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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05화 (205/237)

205화. 26살, 재앙을 빛으로 바꾸다

2010년은 세계에 재앙을 내린, 재앙의 해라 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산 폭발은 유럽을 어둠으로 이끌었고, 멕시코만에는 대형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알바마의 아름다운 오렌지 해변은 이 사건으로 기름에 뒤덮여 옛 색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뉴스입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300km 떨어진 펠루후(Pelluhue)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대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한편 천문학적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칠레의 잇따른 지진은 세계를 긴장케 하며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역사상 7번째 규모의 대지진이 칠레에서 발생하자 종말론이 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들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을 대재앙이라 규정했다.

세계검찰총장 회의를 당초 내년에 칠레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대지진 후유증으로 칠레 정부가 개최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칠레는 말 그대로 패닉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세계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번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칠레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한리버 그룹은 긴급회의를 소집하였다.

2010년 한해는 시작부터 삐거덕대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한강은 이번 일로 큰 피해를 입은 칠레에 구호물자를 보내고자 하였다.

“그래서 칠레로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구호물자를 보낼까 합니다. 그에 따른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회의장에 모인 임원진들을 둘러봤다.

그들의 입술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오션월드 대표 임형주가 손을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모였다.

“말씀하세요.”

한강의 허락이 떨어졌다.

“돈이나 물자를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매년 2~3회 정도 봉사자를 뽑아 해외로 파견해 어려운 이를 돕는 건 어떨지 싶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세요.”

관심이 동한 한강이 의자를 끌어와 몸을 앞으로 가져갔다. 임형주의 이야기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돈을 보내는 일은 돈이 있는 기업이라면 어려움 없이 보낼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큰 값에 비해 느낄 수 있는 고마움은 극히 적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자금적인 지원도 좋지만, 실속이 떨어진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회의장에 불편한 기류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것도 그렇네요. 확실히 돈을 던져주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인정합니다.”

하나 한강은 형주의 말에 손을 들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임 대표님의 말씀은 작은 도움으로 받는 사람이 진심 어린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음 좋겠다 그런 말이겠지요.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세요.”

“한리버 그룹은 이제 세계에서 무시 못 할 거대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봅니다.”

기업에 있어 사회적 책임은 무척 중요한 일.

적정 수준에 오르면 돈만을 버는 일이 아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게 형주의 생각이었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와도 관련 있어, 다른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여, 한리버 그룹의 특별함을 보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주 좋은 의견이었다.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이 풀어졌다.

“좋은 의견입니다.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한강은 못을 박듯이 말했다. 입에서 흘러나온 말의 속뜻은 반대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도 있었다.

뜻이 전달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무도 손을 들어 반박하지 않았다.

“저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흘렸다.

“일개 직원만을 보내는 것이 아닌, 책임자로 임원진 중 최소 한 명은 무조건 참여를 해, 직원들과 함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음 합니다.”

임원진이 아닌 직원만 보낸다는 건 보여주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그런 일 또한 여느 기업이나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여기에 특별함을 더하기로 하였다.

“물자나 자금을 지원하면서 인력까지 동원을 한다면 우리 기업은 단순히 돈만 많은 기업이 아닌,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도덕적인 기업으로 내비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좋은 의견이 나왔다. 한강은 의견을 낸 임형주에게 성과를 인정해주고 이에 따른 포상을 내리기로 하였다.

“그래서 이번에 봉사 책임자로 제가 솔선수범을 하여 직접 나서볼까 합니다.”

......!!

“회장님, 그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 분명 효과는 배로 뛰겠지만,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라 봅니다.”

“맞습니다. 저희 중에 뽑아 이번 책임자로 나서겠습니다.”

한강의 돌발적인 의견에 자리한 사람들은 닫혀 있던 입을 열어 한강을 말렸다.

“제가 이 회사의 오너라 그런 건가요?”

사람들의 반대를 이해하는 눈치.

하지만 납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혹여 가셨다 사고라도 당한다면 기업에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기업 자체이십니다.”

하나둘 의견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강을 칠레로 보낼 수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런 거 하나하나 따져서 무엇을 할까요? 그리고 지금 하시는 말씀은 직원이나 여러분은 사고를 당해도 상관이 없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위험한 곳에 여러분을 보낸 나쁜 사람이란 소리가 됩니다.”

직원들의 말에 강하게 반박을 하였다.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마음은 알겠으나, 이건 아니었다.

“......”

“......”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한강의 말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덕분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지만, 말은 입 안에 맴돌 뿐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다.

“위험하여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은 여러분 또한 가지 못하는 곳입니다. 저를 말리지 마세요. 정 위험하다 싶으면 그만한 준비를 해주세요.”

휴......

사람들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밖으로 나와 공기 중에 떠돌았다.

시선은 임형주에게 향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원망의 빛이 가득했다.

***

[NS는 칠레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유니세프를 통해 5만 달러를 전달하였습니다. 최근 20만 달러를 주한 칠레 대사관을 통해 긴급 지원을......]

칠레의 대지진 사건을 다룬 방송 소식이 방 안을 맴돈다. 거실에 앉아 TV 화면을 보는 두 사람이 보였다.

“정말 심각하다.”

“그렇지. 뉴스를 볼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더 강해지네.”

뉴스를 보자 칠레의 상황은 지옥 그 자체였다. 전생을 통틀어 지진과 같은 재앙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지금 저곳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겹고 사람들의 손을 필요로 할지......

한강의 결심은 강하게 섰다.

“그래서 언제 가려고?!”

윤희의 눈에도 가고 싶단 감정이 충만하다. 하지만, 거실에서 놀고 있는 재석의 얼굴을 보자 고래를 작게 저었다.

“일정은 다음주 월요일.”

모든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맞춰 출발하기로 하였다.

그날이 월요일이었다.

화물 준비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는 걸로 임원진들과 협의를 마쳤다.

“생각보다 빨리 가네. 내 남편 참 바빠.”

고생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고생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이 자라왔다. 고생을 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도 아니면 미국에서의 생활?!

이 정도가 전부......

아무리 남자이고 젊을 때 고생을 한다고 하지만, 너무 많은 일들을 찾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마저 들었다.

“지금 바빠야 늙어서 편해. 그땐 세상을 떠돌며 예술 활동에 집중할 거야.”

그때는 돈을 벌기 위한 그림이 아닌, 오로지 ‘나’만을 위한 그림을 그릴 거다.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자유로운 그림을.

“그때가 오면 나도 은퇴해야지.”

남편의 말에 윤희도 반겼다. 바늘이 가는데 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내일 재석이랑 같이 라움 가자.”

내일은 토요일.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나누고 싶은 윤희였다.

“오, 그거 좋겠다. 아직 미술관에 가본 적 없지? 재석이는.”

“그치, 없지. 그래서 같이 가봤으면 해서. 이제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잖아.”

“그렇네. 벌써 내년이면 일곱 살이고 다음 해는 초등학교 입학이니까. 시간 진짜 빠르다.”

재석이 태어났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빠르게 흐르는 시간들이 참으로 허무하게 느껴진다.

‘그런 만큼 시간을 더 알차게 사용하자. 하루하루가 후회되지 않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고, 의미 없게 보낸다면 평생을 후회 속에 살리라.

“빠르지.”

윤희도 회상에 젖어갔다. 한강을 처음으로 만나던 시기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윤희는 한강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우리 잘 키우고 있는 거 맞지?”

다른 재벌 아이들과 달리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았다. 일반 아이들이 받는 수준에서 조금 더 많은 정도.

충분한 자유를 보장을 해주려 노력을 하였다.

“완벽할 순 없지만, 잘 자라주고 있으니 맞지 않을까?”

행운인지 아닌지 미운 다섯 살 시기조차 없었다.

생떼조차 부리지 않아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윤희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와아아아아!!

재석이 신나 소리를 질렀다. 아빠와 함께 나들이를 가는 것에 크게 기뻐했다.

“저리 좋아할 줄 알았음, 진즉 갈 걸 그랬어.”

바쁘다는 이유로 아들과 지내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당신 일도 있는데, 너무 생각할 필요 없어.”

“아니야. 나도 생각을 조금 바꿔야겠어. 매일은 어려워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거 같아.”

미술관 앞에서 뛰노는 아들을 보자 미안한 감정이 심장을 때렸다.

“아빠! 빨리!!”

미술관 현관문 앞까지 달려간 재석이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 재촉을 하였다.

“금방 갈게.”

한강도 손을 크게 흔들어 주었다.

모처럼의 나들이는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

“여기부터는 저희끼리 움직일게요. 주변에서 쉬고 계세요.”

현관문 앞에 당도할 즈음, 한강은 걸음을 멈춰 함께 안으로 들어오려는 경호원들의 걸음을 제지하였다.

“그래도 안전이 우선입니다. 저희가 불편하시다면 소수의 인원만 따라가겠습니다.”

“...... 별수 없네요. 그러면 로비랑 주변에서만 대기해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경호원들은 한강의 부탁에 적정선에서 협의점을 찾고 최소한의 인원만을 안에 대기를 시켜 놓기로 하였다.

한강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허락을 하고 재석이 먼저 들어간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엄마가 일하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며 재석이 물었다.

언제 다가왔는지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응, 아주 좋지.”

“응, 정말 좋아요!”

잘 나오지 않는 발음으로 말하는 아들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윤희는 재석의 한쪽 손을 잡고 걸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와, 진짜 멋지다.”

그림이 말하는 메시지라든가, 가치는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모든 걸 처음 접하는 재석으로선 마냥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석은 예술품들을 눈여겨보았다.

단 하나도 허투루 보는 법이 없었다.

“재석이도 예술에 관심이 많은가 봐.”

“피는 못 속이나 보다.”

아들의 모습이 마냥 귀여우면서 신기하다.

“와아아......”

그때였다. 재석은 넓고 길게 나열된 작품 앞에 멈춰 감탄사를 뱉어냈다.

한강과 윤희는 아들이 멈춘 그림을 바라봤다. 그림을 보는 둘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엄마, 이 그림 봐봐. 진짜 멋지다. 와아......”

아직 여섯 살이 무엇을 알까마는......

“이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아니?”

아들이 바라보는 그림을 잠시 응시하던 윤희는 무릎을 굽혀 아들의 눈높이를 맞췄다.

윤희의 눈에 맺힌 감정은 추억의 저편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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