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204화 (204/237)
  • 204화. 26살, 실패

    XXX 해외 자동차.

    어서 소화기를!

    공장 현장에 불길이 솟구쳤다. 사람들은 서둘러 소화기를 챙겨 안전핀을 뽑고 하얀 분말을 뿌려 불길을 잡았다.

    “휴... 또 실패네요.”

    검게 그을린 장소를 힘 빠진 눈으로 응시했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하리라 자신을 하였는데, 결과는 실패로 이어졌다.

    “이래선 한국 기업에 전기차 시장을 뺏길지 모릅니다.”

    남자의 마음은 다급하게 변해갔다. 한리버 전기차를 뜯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전기차 핵심기술이라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분야에 한리버 일렉트라의 특허가 걸려 있었다.

    역설계를 통해 특허를 피해 가려 하였지만, 대부분이 특허 침해로 걸렸다.

    “시간을 더 지체했다간, 차이가 더 벌어질 겁니다.”

    전기차 기술의 차이가 너무도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절대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가요?”

    고민으로 짙은 방 안, 고심을 하던 남성이 물었다.

    “당장 떠오르는 건 한리버에 기술협조를 받아, 전기차를 개발하거나...... 한리버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납품받아 양산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

    물었던 남성은 들려온 대답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둘 다 원하는 대답이 아닌 탓이다.

    ‘그만큼 힘들단 얘기겠지...... 곤란하게 됐어.’

    연구진들을 몰아붙인다 하여 없는 걸 나오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둘 다 내키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하죠.”

    한리버에서 개발한 다양한 배터리 기술들이 몹시 탐이 나는 순간이다.

    “알겠습니다......”

    자신감이 빠진 목소리에 한마디 톡 쏘려던 마음을 애써 누르고 현장에서 벗어났다.

    ***

    [미래 자동차 역대급 자동차 모델을 내놓다!]

    [미래 자동차는 올해 내 에쿠스를 단종키로 하면서 신차를 선보였다.]

    [해당 모델은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이 직접 디자인을 한 것으로 미래 자동차 관계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 밝혔다.]

    └ 조세호: 기대합니다.

    └ 양규철: 믿고 지르는 디자이너 유 회장님~~

    └ 노학식: 이런 경우는 또 첨이네요. 자동차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모르되, 본인 사업장도 있으면서 경쟁사의 자동차를 디자인을 해주다니. 너무 손해가 아닌가요?

    └ 이주철: 노노, 아주 손해는 또 아니에요. 계약금에 로열티가 한리버로 흘러갑니다. 물론 한리버가 독식한다면 더 좋을지 모를 일이지만, 막 나쁘다 보기는 힘든 거 같아요.

    미래 자동차가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겠다 발표를 하며 에쿠스 단종을 언급했다.

    이를 접한 사람들은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유한강 한리버 그룹 회장이 디자인을 했다는 차량을 신뢰하고 미는 모습은 다시 없을 구경거리였다.

    “내 아들이지만 배짱이 참 커. 나랑 다르게.”

    핸드폰에 비친 기사의 스크롤을 올리며 맞은편에 앉은 아들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옅은 갈색 눈. 잘 뻗은 콧대, 예쁜 턱선까지......

    분명 자신들의 유전자를 받은 아들이 맞는데. 어떻게 이런 돌연변이 아들이 태어났는지 모를 일이다.

    “아빠의 젊은 혈기 당시보다는 못할걸요? 엄마가 그러던걸요. 나팔바지 입고, 껌 좀 씹으셨다고.”

    한강의 시선이 맞은편 대각선에 앉은 미화에게 닿았다. 끝에 자리를 잡은 미화의 입에 작은 호선이 그려졌다.

    “뭐야, 그건. 여보!”

    옛 흑역사가 들춰지자, 덕화는 크게 당황한 눈을 미화에게 던졌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맞잖아, 당신. 이 여자 저 여자 막 들이대고, 다 까이고. 그래서 내가 받아주고.”

    “내, 내가 언제 그랬다 그래!”

    덕화가 목에 힘을 주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며 부정을 하였다.

    “흠, 이상하다. 그때 내게 뭐라고 했더라.”

    미화의 눈동자가 천장으로 올라가며 생각에 잠긴다. 검지손가락은 입술에 가져다 붙여 위로 살짝 눌렀다.

    “커험, 뭘 또 그런 걸......”

    아내의 눈동자 안에 잠재되어 있는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밖으로 표출되는 기운에 몸이 크게 경직이 되었다.

    “나 없으면 안 된다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공개적으로 자기 거라고 소리를 치질 않나, 어디서 마이크는 구해와 구령대에서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고..... 그때 생각하면.....”

    작게 속삭이듯이 말을 하고 있지만, 미화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덕화는 붉게 익은 얼굴이 되어 고개를 숙였고, 지연과 지혜는 아빠의 의외의 모습에 놀란 눈치다.

    ‘엄청난 분이셨네......’

    한강은 고막을 타고 흐르는 소리에 어이없다는 눈이 되어 덕화를 응시했다.

    “어허, 그 무슨 눈들이야. 그만큼 이 아빠가 엄마를 사랑해, 경쟁자로부터 지켜 너희들을 낳고 키우고 있는 거 아니냐.”

    덕화는 덕화 나름대로 억울했다.

    ‘그때 그놈들만 아니었더라도 이러진 않았다고!’

    갑자기 튀어나온 경쟁자로 인해 고민 끝에 최악이면서 최고의 선택을 하였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던 기억을 아내가 꺼내는 바람에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다.

    ‘입이 방정이지. 쯧.’

    아무렇게나 튀어나온 입을 원망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러게 말이다, 그게 또 그렇게 멋있는 거 아니니. 그래서 거기에 꽂혀 아빠의 고백을 받아줬지. 호호.”

    한없이 작아진 남편의 자존심을 살려 주었다. 미화는 남편의 귀여운 모습에 옅은 홍조를 띠었다.

    “와, 아빠한테 그런 모습이 있었어요?!”

    “진짜 멋져요. 아, 나도 그런 고백 받아 보고 싶다.”

    둘이 만나게 된 일화를 들은 지연과 지혜는 덕화를 달리 보았다.

    아주 많이 쑥스럽고 유치한 발상이지만, 그 정도로 사랑을 구애했다는 모습에서 부러운 마음이 컸다.

    ‘나는 언제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한강이 오빠는 언니한테 어떻게 고백을 했을까?!’

    그러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은 한강에게 향했다. 시선은 조심스레 윤희에게로 옮겨졌지만.

    “호호, 우린 비밀이에요. 아가씨.”

    윤희는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지연과 지혜는 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젓는 걸로 궁금증을 털었다.

    “큼......”

    한강은 작게 안도했다. 크게 숨길 일은 아니나, 연애사를 동생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너흰 너무 했다. 어떻게 그걸 내게 숨길 수 있냐?”

    오빠가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약간의 정보도 흘리지 않고 일을 감행한 두 여동생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화제를 바꾸자. 더 물고 늘어지기 전에.’

    이미 아는 얘기지만, 현 대화 주제를 끝까지 이어 갈 생각은 없었다.

    저 봐라.

    아쉬움으로 가득한 눈을.

    다시 물어볼 확률이 컸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칫.”

    지혜의 귀여운 콧방귀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사춘기는 지났을 터인데, 가끔 귀엽다가도 꿀밤을 먹이고 싶다.

    “미안해요. 그냥 오빠를 놀래키고 싶어서... 제가 그러자 했어요.”

    지연은 언제나 예의가 밝고 올곧은 성품을 지니고 살았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꼭 그런 걸 들으려 한 말은 아니고, 뭐 그랬다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그때의 심정을 행동으로 리얼하게 보여 주었다. 당시의 놀람을 얼굴 표정으로 고스란히 표현을 해내기도 하였다.

    “풋.”

    “아, 진짜 오빤 진짜 골때려.”

    자매가 한강의 표정에 깔깔 웃어댔다. 조금은 무거워질 수 있던 분위기가 단번에 풀어졌다.

    “엄마는 어떻게 되어 가요?”

    적당히 분위기를 풀었다 생각한 한강의 주제는 미화에게로 옮겨졌다.

    “이걸 보고도 모르니?”

    미화가 팔은 ‘ㄴ’자로 꺾어 보인다. 심지어 호리병처럼 쏙 들어간 허리를 슬쩍 내보이며 자랑을 하였다.

    “와, 어머니 진짜 멋져요. 엉덩이도 탄력이 있으시고. 당장 밖에 나가서 저랑 다녀도 친구로 알 거 같아요.”

    몸과 자잘한 근육들이 미화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 주었다.

    힘있게 뻗은 매끈한 다리 위로 자리한 탱글한 엉덩이에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은 윤희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윤희도 결코 지지 않는 몸과 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여자로서 경쟁심을 느꼈다.

    “얘는.”

    미화는 살짝 쑥스러움을 내비쳤다.

    “어머니 어디서 운동하세요?”

    미화가 놓치지 않고 물었다.

    “압구정에 있는 센터에서 하지.”

    “저도 같이 해도 돼요?!”

    “같이 하면 좋지. 그렇지 않아도 혼자 하기 심심하던 차였는데.”

    며느리가 같이 하자고 말하자 미화는 크게 기뻐하며 반겼다.

    “......”

    약간 핀트가 어긋나고 있는 걸 느끼자, 황당한 눈으로 둘을 번갈아 봤다.

    “저기 내 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둘의 대화를 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 미안.”

    윤희가 작게 속삭이듯 두 손을 합장했다.

    “그럴 수 있지. 그래서 그게 언제 방영이 된다 했죠?”

    생방송으로 추석 당일에 촬영하는 것이 아닌, 미리 녹화를 하여 추석에 방영하게 된다.

    “9월 둘째 주쯤 할 거 같은데, 정확한 일자는 9월에 확정해 주겠다네.”

    약 두 달가량 남았다.

    준비하는 기간은 매우 충분했다.

    “아하. 인원은요?”

    “200명 정도랑 경쟁한다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 우리 집안이 연예인 집안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계획조차 해본 적 없었는데 집안에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는 사람이 셋이나 늘었다.

    덕화는 껄껄 웃으며 딸과 아내, 며느리를 둘러보며 세상을 모두 가진 남자의 얼굴로 통쾌하게 웃었다.

    “아빠도 유명해.”

    그러다 불쑥 튀어나온 지혜의 말에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지혜에게 쏠렸다.

    “내가 유명하다고? 왜?! 한강이 아빠라서?!”

    사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유명해질 만하다. 그렇기에 한강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니, 그건 이제 크게 이슈될 것도 아니고. 이것 봐봐.”

    지혜가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앞으로 내밀었다.

    “......”

    덕화의 눈에 어이가 깃들었다.

    “뭔데 그렇게 굳어 있어?!”

    심상치 않은 남편의 모습에 미화의 시선이 덕화가 들고 있는 폰으로 이동했다.

    “풋.”

    호호호호호호.

    핸드폰에 뜬 기사를 본 미화의 입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그러자 온 가족이 궁금해 자리에서 일어나 덕화의 뒤로 향했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인물로 유한강 회장의 아버지이자 한성 기업 대표 유덕화 씨가 뽑혔다.]

    [유덕화 대표에게는 눈부신 미모를 지닌 아내 김미화 씨가 있으며 아들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부를 쌓은 유한강 회장이 있고 밑으로는 광고 한 번에 빠르게 주가가 오르고 있는 ‘김지연(20), 김지혜(18)’이 있다. 김지연 양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오빠인 한리버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여 광고계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

    덕화는 어이없는 눈이 되어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빠 뭘 그래. 기자님이 맞는 말 했구만.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남자가 맞지.”

    그런 아빠에게 다시 한번 강력한 카운트 펀치를 날리는 지혜였다.

    그러는 사이 덕화의 눈길은 한 곳으로 이동해 머물렀다.

    [유덕화 대표의 올해 나이는 김미화 여사와 같은 64년생으로 밝혀졌다.]

    “빌어먹을......”

    위기감을 느낀 덕화는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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