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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203화 (203/237)

203화. 26살, 배달천국

답해 줄 수 있는 건 해줄게.

한강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호경의 귓가에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서로의 위치에서 찾아오는 벽을 허물었다 생각했는데, 잠깐 보지 않은 사이 버거울 정도로 높은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걸 한강이 가볍게 무너트려 주었다.

“하하......”

호경이에게서 머쓱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제 좀 풀렸냐? 얘기해봐.”

농을 던지며 분위기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자 노력을 하였다.

“덕분에. 실은 내가 운영하는 방식이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조언을 구하려고 보자 했어.”

“그래, 그게 뭘까?”

한강의 밝은 갈색 눈동자가 호경의 눈을 응시했다. 꾹 다물린 입은 호경의 고민을 털어주기 위해 준비된 것처럼 조용히 대기를 탔다.

“그게 문제가 젊은 사람들은 괜찮은데, 어르신들 같이 나이가 많은 분들은 어플이나 다운을......”

한강은 호경이 하는 말들을 조용히 다 들어주었다. 절대 말하는 걸 중간에 끊지 않았다. 모든 이야기가 전부 끝나길 기다려 주었다.

“다 이야기한 거야?”

호경의 입이 다물렸다. 한강의 물음에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현 상황을 충분히 인지했어. 어떤 이유로 일이 복잡하게 흐르고 네가 답을 찾지 못하는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한강은 입을 열면서 현 문제를 어떻게 말을 해줄지 빠르게 정리했다.

“말하기에 앞서 내 말이 무조건 맞는 건 아냐. 지금 말하는 건 순전히 100% 나의 생각임을 말해 주고 싶어. 언제나 최종 결정은 투자자가 아닌 네가 되어야 해.”

자신은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사업자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일 뿐, 경영자가 아니었다.

“그럴 수 있지?”

아기를 다루는 듯한 목소리로 호경이에게 말했다.

“어, 응.”

무슨 말을 하려나 괜히 긴장이 되었다.

부담감을 안고 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좋아, 그럼 안도하고 말할게. 지금 내가 봤을 때, 너의 생각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봐.”

“......”

바로 훅 치고 들어오는 카운터에 저도 모르게 움찔 떨며 입을 벌릴 뻔하였다.

“네가 모든 걸 신경을 쓰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야.”

조언에 있어 절대 필터를 달고 살지 않는 한강이었다.

“지금 기업은 초기인 만큼 부족한 것들이 많아. 그런데 너는 그걸 망각하고 모두 다 하려 하고 있어. 능력은 ‘5’조차 되지 않는 네가 열 가지 일을 전부 소화를 하려 하고 있어. 너의 재산이 1원밖에 없는데 백 원짜리 음식을 살 수 있을까?”

“......”

“표정을 보니 지금 환경에서 모든 걸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질문 같은데, 그런 건 절대 없어.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좋아. 안 되는 건, 시간이 지나면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히 따라와.”

“......”

“얼마 전 HY자동차 엘렉트라에서 전기차 백 대를 생산해 세상에 풀었지. 전기차를 타고 다닐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음에도. 왜 그랬을 거 같아?”

“......”

한강의 얼굴은 더없이 진지하다. 이런 느낌은 또 처음 받아보는 호경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깊게 생각할 필욘 없어. 아주 간단한 이유니까. 가성비와 실속 문제야.”

“......?!”

“전기차 시대가 언제 열릴 줄 알고 그걸 어떻게 기다리고 있어. 일단 소량을 풀어 우리 회사는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어 전기차를 생산했다 세계에 소개를 한 거야.”

“너무 손해 아니야? 듣기로 일렉트라 계속 적자라던데.”

일렉트라는 전기차 개발이 주력일 뿐, 제대로 된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 당연히 양산차는 백 대를 생산하고 끝.

HY자동차로 돈을 벌어 일렉트라가 돈을 쓰는 형국이었다.

덕분에 높게 치솟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해 횡단을 이어가고 있었다.

“손해 같지?”

“당연히 손해 아니야?!”

한강의 이상한 물음에 호경은 물음표를 띄웠다.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보면 당연히 손해야. 재무제표도 그리 좋지 않아. 적자가 아닌 게 아주 신기할 정도지.”

한없이 진지할 거 같던 한강의 얼굴에 웃음기가 머물렀다. 비웃음이 아닌, 아이를 바라보는 노인의 인자함이 담긴 미소였다.

“여기엔 아주 큰 의미가 있어. 그건 바로 시장을 이끌어 가는 거야. 처음으로 시장에 진입해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 여기서 주는 효과는 어떨까?”

문제를 내었다. 호경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혹시 상징성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야?!”

한강의 질문에 대하여 고심하다 힘겹게 입술을 떼어냈다.

“딱 반 정도 맞는 답안이야. 기업들은 긴장할 거야. 견제를 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지. 그러다 보면 시장은 내연자동차가 물러나고 전기차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자연히 인프라가 구축이 될 거야.”

“음......”

“일렉트라의 전기차 백 대는 전기차 시장으로 향하는 심지야. 나는 그 심지에 불을 붙여 타오르게 만들었지.”

“......”

“불리해 보이지만, 여러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시장에 진출할 즈음엔 일렉트라는 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저 멀리 달리고 있을 거야.”

즉, 전기차 백 대의 효과는 전기차가 달리기 위한 환경을 빠르게 앞당기는 효과를 낳게 되리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있었다.

사람들은 최초란 상징성을 매우 좋아하고 신뢰를 한다. 자연히 전기차 시장은 한리버 일렉트라 전기차에 집중돼, 대표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될 터다.

“즉, 가장 늦게 출발한 기업은 선발을 따라잡기 힘들다 이 말이야. 이야기가 좀 많이 돌아갔는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당장 하기 힘든 건 하지 마. 할 수 있는 걸 해. 하고 싶은 건 네가 자리를 완벽하게 잡았을 때, 그때 해. 그게 맞다고 봐.”

작은 의견이라 말을 했지만, 한강의 목소리엔 강요가 깃들었다.

“......”

호경은 한 대 맞은 얼굴로 한강을 멍하니 응시했다.

눈동자가 떨렸다.

‘내가 잘못해 온 거라고?!’ 그간 노력해 온 일들이 욕심이었다는 사실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할 수 있는 것만 해. 급하게 할 필요 없어.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기업의 틀이 하나둘 잡혀갈 거야.”

호경의 다급함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었다.

“......그랬구나.”

되짚어 보니 한강의 말 중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한강에게 도움을 청하길 다행이라 여겼다.

엉키던 실들이 스르르 풀리며 얼어 있던 뇌가 자유로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일을 빨리 진행하는 것과 급하게 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일이다. 한강은 그러한 부분을 지적하였다.

사업자가 실수하는 부분이 준비된 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여 위기에 빠진다.

“거부감없이 들어줘서 고맙다.”

아무리 자신이 좋은 말을 한들, 받아들이는 이가 귀를 막는다면 소용없는 일.

중간에 고비는 있었지만, 표정에서 느껴지는 개운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움이 된 거 같아 마음이 놓였다.

“듣고 보니 내가 너무 급하게 생각을 하고 있던 거 같아. 고마워.”

“그래, 그렇다고 무조건 내 말을 따를 필요는 없어. 당장 네가 받아들인 부분부터 바꿔나가 봐.”

배려가 깔린 말.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친구의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았음 하였다.

“응, 그럴게. 이제 좀 다를 거야.”

꺾이려던 의욕이 다시 올곧게 세워졌다.

“오랜만에 봐서 싫은 소리만 하고 보내려니 미안하네. 길게 시간을 내긴 그렇고, 간단히 뭐라도 먹을래?”

“아냐, 무리하지 않아도 돼. 너 바쁜 거 뻔히 아는데. 그럴 순 없지. 담에 시간 되면 연락 줘.”

“알았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사업가도 못 할 짓임을 인정하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잘 가라.”

꾸벅.

한강의 음성에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주변에 자리한 한강의 직원들.

직원들에게 위엄을 잃지 않도록 한 그만의 배려 아닌 배려였다.

곧 닫힌 문만이 시야로 들어왔다.

‘귀여운 녀석.’

한강의 입가에 흐뭇함이 깃들었다.

***

“......많이 익숙한 얼굴인데?!”

점심을 마치고 소파에 몸을 드러눕다시피 한 몸으로 TV를 바라봤다.

“맞는 거 같은데......?!”

화면 속에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는 여자를 바라봤다.

[나는 풋풋함에 취했다. 귀여운 레모나.]

[모델: 유지혜.]

“......아?!!”

영상에 깔린 모델 이름을 확인했다.

어처구니없어 뒤로 젖혔던 몸을 일으켜 멍하니 응시했다.

[첫사랑에 빠졌다. 너랑 나랑 레모나.]

화면의 장면이 바뀌며 또 다른 여자가 등장했다. 풋풋한 10대의 미를 두루 갖춘 여자가 노란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지나간다.

[모델: 유지연.]

“......헐.”

둘은 한강의 여동생 지혜와 지연이었다.

“모델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벌써?”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축산 광고에 동생들을 데려가 경험을 시킨 거였으니까.

그런데 지금껏 무엇을 한다는 소식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선 넘었지. 내가 그런 도움을 주고 신경을 썼는데, 내게 언질 한 번 주지 않고, 갑자기 딱 등장해 날 놀래켜!? 이노무 동생들이!!”

한강은 자세를 바로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엄마, 나예요. 지연이랑 지혜 어떻게 된 거예요?”

전화 대상은 지연과 지혜가 아닌 미화였다.

한강의 시선은 TV에서 떠나지 않은 채 고정됐다.

---호호, 얘네들이 놀래켜 준다더니 정말 말 안 했나 보네.

핸드폰을 가져다 댄 귀로 웃음소리가 신명 나게 들려왔다.

“와, 이건 아니죠.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다니.”

---호호, 참어. 그 장난꾸러기들이 얼마나 자랑을 하고 싶었겠어. 그걸 참고 촬영한 게 귀엽지 않아?

“하하, 이거 참. 또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네요.”

---다 너를 좋아해 그런 거야. 지금쯤 지혜랑 지연이 둘 다 있을 거니 연락해. 막 뭐라 하지 말고.

미화가 경고를 주었다. 한강이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 몰라 던진 주의였다.

“제가 애인가요. 알았어요. 엄마는 별다른 일은 없죠?!”

축산 광고 촬영이 있고, 전보다 관리에 진심이 된 엄마이다. 한강은 혹시 몰라 물었다.

---호호호호.

그러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뭐예요?! 그 불안한 웃음은??”

묘한 기분이 위로 스멀스멀 올라와 심장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그게 있지. SBC에서 연락이 왔지 뭐야. 거기서 명절 특집으로 동안선발대회를 한다고 나보고 나가볼 생각 없냐 그러는 거 있지.

“......그래서요?”

방송에 한 번 출연했다고 짧은 시간 내 가족에게 러브콜이 쏟아질 줄 몰랐다.

어떤 힘을 써본 적도 없는데, 일이 빠르게 흘러갔다.

---참여하기로 했어. 그래서 요즘 막 관리하고 있는 거 있지. 호호.

“축하해요. 아빠는 뭐래요?”

---축하한대지. 예쁜 마누라가 걱정이 됐는지, 경호원까지 붙여 놓았더라.

“하하...... 축하해요.”

---고마워 아들. 그리고 그때 어쩌면 아들도 함께 나가게 될지 모르니까, 관리 잘하고.

“......네.”

하하, 여동생의 일에 대해 물으려다 새로운 소식을 듣게 돼 헛웃음이 터졌다.

“하기사, 우리 엄마 정도면 최고의 동안 미인이긴 하지. 누가 봐서 우리 엄마를 아들 하나에 딸 둘을 가진 아줌마로 볼까.”

50대가 되기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30대 초라고 믿을 정도의 외모와 탱탱한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서 얼굴이 알려지면 여러 방송 활동을 하게 되겠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미래 영상이 머릿속으로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채워갔다.

“소찬수 대표님, 저 한강입니다.”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

“제 여동생과 엄마가 이번에 방송 활동을 할 거 같은데, 담당 매니저 좀 부탁할게요......”

방송 활동을 하게 된 이상, 방송 활동을 돕는 매니저와 코디 등은 필수.

일이 이렇게 된 거, 한리버 엔터테인먼트에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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