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202화 (202/237)
  • 202화. 26살, 거래

    [법무부는 호건건설 김호건 회장에게 불출석 우려로 인한 출입국관리법 제4조를 시행해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김호건 회장을 포함하여 아연토건 박길주 대표와 건설소장 등 현장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

    호건건설의 소식은 하루도 쉬지 않고 언론에 노출이 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모았다.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로 HY자동차와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방침입니다.”

    호건건설로 세상이 시끌시끌할 때 한강은 임원진과 투자자를 소집해 지분 강화를 위한 조치로 육성이 들고 있는 지분을 확보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투자자와 임원진들의 웅성거림이 회의장을 채웠다.

    “추가로 육성의 기술 협조를 받아,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겁니다. 이번 기술지원은 한리버에 있어 다음 미래로 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한강은 이번 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였다.

    “누보 미디어는 이북만이 아닌,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성장이 멈춘 누보 미디어에 새로운 심장을 추가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미래를 위한 신사업이 대체 무엇일지 모두 궁금해했지만, 한강은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실체는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육성이 가진 지분을 높은 단가에 매수하는 부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던 의문은 ‘신사업’ 발표로 인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강은 모든 초점을 신사업에 맞춰 사람들의 이목을 모음으로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냈다.

    “누보 미디어는 3년 이내 나스닥에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며, 한리버의 대표 사업 중 하나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오로지 한강의 머릿속에만 들어가 있는 사업.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있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없었다.

    “저를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에게 들어갈 돈은 지금보다 몇십 배로 늘어나 만족할 수준으로 채워질 것임을 약속합니다.”

    회의는 좋은 흐름 속에 만족한 결과를 내며 종결을 하였다.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끌어와 비워버린 금고를 채워 놓았다.

    ***

    쩝.

    “정말 대단해.”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일산 프라자 5층 배달 천국.

    지난날 한강에게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짜장면 면발을 빨아올리며 시선을 TV에 집중했다.

    “한강인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하네. 어떻게 새로운 사업이 계속 등장하는 걸까?”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설립 이후 한리버는 새로운 시도를 쉬지 않고 반복하며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덕분에 후발주자들도 근근이 먹고 살고. 취업난도 해소되고. 참... 후루룹.”

    한강이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이 화면에 잡혔다. 호경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면발을 힘차게 끌어 올렸다.

    단무지 하나를 입 안으로 넣어 우적우적 씹었다.

    따르르릉.

    “홍콩반점 박, 아니... 배달천국 대표 박호경입니다.”

    짜장면을 먹으며 뉴스에 집중한 나머지 말이 헛나와 급히 수정을 하였다.

    “네네, 아! 잠시만요.”

    전화를 받던 호경은 서둘러 입 안에 들어 있는 음식물을 급하게 목 안으로 넘겼다.

    “죄송합니다. 네네 맞습니다. 어플을 통해 가입된 회원들에게 광고도 되고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달 천국에 가입된 가게 점주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하여 호경은 밤낮 할 거 없이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네이컴에서 배달 천국을 치시면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가입을 하시면 됩니다.”

    전화를 받으며 노트북 화면을 켰다.

    검게 칠해진 화면이 밝아지며 창이 떴다.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혹시 PC에 한리버 메신저가 깔려 있으신가요?”

    핸드폰과 PC를 다루지 못하는지 전화가 길어졌다.

    “아 다행이네요. 거기 들어가시면 상단에서 우측에 세 줄로 된 부분이 있을 거예요. 네네, 맞아요. 그거 누르시면 하얗게 칠해진 부분에 마우스를 가져가시고 배달천국을 검색해 보세요.”

    밥을 먹던 중이었지만, 호경은 식사를 뒷전으로 미루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걸 친구로 등록하시면 원격제어가 뜰 겁니다. 그걸 눌러주신 후, 확인이 뜨면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상대방이 원격제어를 수락하셨습니다.』

    따닥.

    커서를 가져가 클릭을 하였다. 노트북 화면에 새로운 창이 떴다.

    전화를 건 상대방 화면이었다.

    호경은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여 화면에 ‘배달천국’을 다운로드받고 전화에서 들려오는 정보를 받아 적어 가입을 해주었다.

    “사장님, 다 됐습니다. 가게 광고는 신규 사업장이라 해서 노출 광고가 3일간 들어가실 거고요, 이건 무료로 진행이 돼요. 오픈 기념이에요. 다음엔 비용을 지불하셔야 되세요. 네. 네. 감사합니다. 장사 잘되세요. 휴...... 끝났다.”

    전화를 끊은 호경은 두 다리를 쭉 편 상태로 몸을 뒤로 젖혔다.

    다 불어버린 면발에 식욕이 뚝 떨어졌다.

    “나이가 있는 분들은 어플을 깔지를 못하시니...... 당분간 PC모드와 원격제어는 이어가야 하겠네.”

    근처에 자녀가 있으면 일이 쉽게 풀리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지금처럼 원격제어를 통해 직접 가입을 해주고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애로 사항이 참으로 많았다.

    “나 혼자 이걸 일일이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해야 한다.”

    아직 수익구조가 엉망인 탓에 직원을 추가로 뽑기가 망설여졌다.

    따르르릉.

    그때 전화기가 울어댔다.

    이크.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생각을 끊고 전화를 받았다.

    “아, 네네. 잠시만......”

    이번에도 비슷한 전화였다. 연세가 있어 보이는 분이 연락해 대신 ‘배달천국’을 다운받아 가입을 진행하였다.

    “이래선 안 돼. 무리를 해서라도 직원을 뽑자.”

    결국 직원을 추가로 뽑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어쩌다 한 번 정도면 괜찮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 여겨졌다.

    호경은 이번 문제에 대한 탈출구를 찾기 위하여 먹던 음식들을 밖으로 치우고 고민에 빠졌다.

    ***

    며칠이 지난 아침.

    “호건건설 회장이 건강 문제를 언급해 병원 치료를 요청했다 합니다.”

    방으로 김동진이 들어왔다.

    “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네요.”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이후로 유행으로 떠오른 휠체어 코스프레.

    멀쩡하던 사람도 환자로 나타난다는 건 정재계 할 것 없이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았다.

    호건건설 회장도 똑같이 하리란 건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에 놀랍지 않았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육성그룹이 크게 개입하면서 법조계에 영향을 끼쳤다. 끈 떨어진 호건건설이 빠져나갈 구멍 따윈 없었다.

    “장인어른이 작정을 하셨네요.”

    빠르게 전파되는 걸 보니, 승계 작업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민감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이 사실이 전파를 타겠지만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었을 때일 겁니다.”

    “그렇겠죠. 그땐 재벌에 반감을 가진 정치권에서 이슈를 다루겠죠.”

    전 역사를 생각해 봤다. 육성의 승계 작업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슈화로 만들어 두고두고 괴롭힌다.

    국민들은 육성에 대한 승계 문제를 민감하게 다루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터.

    ‘뭐 그래도 그때보단 덜하겠지. 몇 가지 문제 될 만한 건 고쳤으니까.’

    또한, 이건호 회장의 건강 상태가 역사와 달리 매우 좋다는 것.

    모든 것들이 변수로 작용하게 되리라 봤다.

    “장인어른이 살아 있는 동안 확실하게 길을 잡고 주변을 정리해 두면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거예요. 조사를 받는다 한들, 주인이 바뀔 일은 없을 테니.”

    그리고 그건 승계 작업을 마친 재벌2세, 제벌3세가 가지고 가야 할 운명이었다.

    ‘나도 나중엔 이 문제를 두고 깊게 고민할 시기가 오게 되겠지.’

    아직은 20대 중반인 나이이나 40년 내에는 승계 문제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될 거다.

    힘들게 일군 기업을 타인에게 넘기는 일을 몇몇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는데, 수면을 줄이며 피와 땀으로 일군 기업을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넘긴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한강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업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주 당연한 생각.

    그렇지 않다면 욕심을 내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은 없었다.

    ‘이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

    머리를 어지럽히던 생각을 지우고 현실로 돌아왔다.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

    지이이이이이잉.

    [박효경.]

    호경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던 게 전화로 인해 끊겼다.

    “음......?!”

    그때 이후로 연락이 없던 호경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군분투하며 사업을 이끌고 있다 듣기는 했는데.

    “미안해요. 전화부터 받아 봐야겠네요.”

    김동진에게 다음 말을 하려던 걸 잠시 멈추었다.

    “어, 나야.”

    핸드폰을 받았다.

    “오늘?!”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민이 묻어 있었다. 한강은 시선을 돌려 김동진을 응시했다.

    “잡힌 일정은 없습니다.”

    신호를 알아들은 김동진은 금일 일정을 빠르게 훑고 일정을 확인해 주었다.

    “그래, 이쪽으로 와.”

    끊고 잠시간 핸드폰을 내려봤다. 고개가 갸웃거리다 제자리를 찾았다.

    “상담이라.”

    전화로 해도 될 일을......

    바쁠 텐데 직접 대면해 조언을 구하고 싶어 한다.

    그게 무엇일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호경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김동진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을 남기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15시 42분이 되는 시간.

    똑똑.

    “회장...”

    주변 눈치를 보며 박호경이 안으로 들어섰다.

    “뭔 호칭을 회장이라 부르려 그래. 우리 회사 직원도 아닌 놈이. 부르던 대로 편하게 불러.”

    오랜만에 보다 보니 이름이 입에 쉽게 붙질 않는 모양이다.

    “이, 하하. 응.”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기름칠 되지 않아 관절이 녹슨 듯한 행동을 보였다.

    “......”

    우스꽝스러운 친구의 행동에 올라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충분히 친구의 행동을 이해하기에 별일 아니란 듯이 가볍게 넘겼다.

    “나를 보자는 이유를 들어보자.”

    보통은 담소를 나누며 자연히 대화를 이끌어 나가겠지만, 오늘은 단순히 얼굴을 보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소정의 돈이나 어쨌거나 자신의 돈이 들어간 사업과 관련된 문제이다.

    호경의 눈에도 여유보단 고민이 짙어 보였다. 지금 머릿속은 생각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 사업으로 꽉 들어차 있을 터다.

    “미안해. 어떻게든 혼자의 힘으로 해보려 했는데, 내가 조언을 구할 사람이 너밖에 없어서,,,,,,”

    미안함이 얼굴에서 드러났다. 잠시 호경의 얼굴을 보던 한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르는 걸 물어보고 도움을 구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야. 오히려 모르는 걸 혼자 끙끙 앓고 있지 않고 날 찾은 걸 칭찬하고 싶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다. 모르는 길을 알려 하지 않는 게 잘못이고 지금의 행동은 아주 올바른 선택이었다.

    친구를 칭찬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나, 호경은 그런 한강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제 편하게 이야기를 해봐.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건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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