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26살, 거래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구분을 짓는다면 이득을 좇아 나쁜 길로 들어서는 사람, 돈이 없음에도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선과 악.
이것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 이번에 처음으로 좋지 않은 경험에 깊은 빡침이 머릿속 뇌 속 깊숙하게 파고들어 각인이 되었다.
“이번 사고는 절대 가볍게 넘어가선 안 된다 봅니다.”
신사옥 건설에 참여한 육성, NG, JK그룹 등을 소집해 뜻을 전달했다.
“이걸 모른 상태로 완공까지 진행을 했다면 우리는 아주 큰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호건건설에서 사용한 자재들을 확인해 본 바, 미래에 높은 확률로 부실공사로 인한 붕괴로 엄청난 재산적, 인적 피해를 끼칠 거라 확신했다.
“이번 일을 그냥 넘긴다면 제2차, 제3차의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한강은 모여든 사람들의 집중되는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뜻을 확고히 하였다.
“호건건설과 그와 관계된 모든 업체를 고소, 고발하겠습니다. 전 어떤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았음 합니다.”
목소리에 힘이 담기며 사람들을 이끄는 힘을 발산했다.
‘음......’
‘이 자리까지 올라올 만하다 이건가.’
확실한 명분을 잡고 주어진 환경에 맞춰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벌기업들의 오너들.
“호건건설의 빈자리는 여기 계신 분들께 공평하게 나눠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호건건설과 관련된 모든 기업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겠군’
그것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임을.
[한리버 신사옥 건설 철제 붕괴로 건설 근로자 두 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은 호건건설과 하도급 업체 아연토건을 고소함과 동시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으로 호건건설 경영실, 설계실 등 부서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압수수색에는 7개 팀, 감독관 27명이 동원됐다.]
얼마 후 호건건설과 아연토건에 대한 압수수색 기사가 뜨며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해당 관계처는 사고 발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겠다 발표를 하였다.
여기에는 한리버에 투자한 재계 기업 오너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을 하면서 이슈의 무게가 시간이 갈수록 무게를 더해갔다.
“허허허, 정말 내 사위 녀석이지만, 아주 무서운 아이야.”
기사를 본 이건호는 막내 사위가 감행한 일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혀를 내둘렀다.
“아주 집요하고 무서운 분입니다.”
“그간 웃으며 가벼운 모습만 봐온 탓에 우리가 속고 있던 게지.”
그러고 보면 한강을 건든 이는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로 붐볐고, 늘 행운이 따라 다녔다.
“호건건설과 아연토건은 재기가 불가능해지겠군요.”
“그렇지. 녀석 혼자만 나서도 될 일을 재벌가를 전부 끌어들여 그 난리를 쳐댔으니.”
대표구속은 기정사실이 되고 최소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될 터다.
정당하면서도 불공평한 힘이 작용될 터이다.
“당시의 다섯 살이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군요. 회장님께서 거두지 않고 야생에 풀어 스스로 자라게끔 하길 잘한 선택 같습니다.”
“그렇지. 그 아이는 절대 재진이가 품을 수 없는 아이야.”
이재진은 이건호에게 있어 아픈 손이다.
E육성 프로젝트만 제대로 성공을 했어도 이재진의 좋지 않은 평가는 무척 좋은 흐름을 타고 임원진들의 인정을 받아 성장길을 걸었을 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한강은 무에서 유의 길을 만들어 새 시대를 이끌어 미래를 개척해 가고 있었다.
반면, 이재진은 완성된 길조차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며 넓은 길임에도 어렵게 걸어갔다.
이건호의 씁쓸한 모습에 실장은 벌렸던 입을 다물어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당시 유한강 회장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경영자의 능력은 크게 두 가지다. 공격형과 방어형. 회장님께선 공격형에 맞는 경영능력을 보유를 하였고 이재진 전무는 확장된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했지요.”
언제고 했던 말을 김종석 실장은 기억해내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이건호는 그의 말에 다시 눈을 감았다.
“제일모직 신규상장을 알아보게. 이후 한리버 계열에 투자한 자금을 확보해 재진이의 지분을 늘려 승계 작업을 진행합세.”
비서실장의 말을 전부 듣고 이건호는 끝내 결정에 이르렀다. 미루고 미루던 일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승계 작업을 하실 참이십니까.”
“지금처럼 어수선할 때 하는 게 좋겠지. 괜히 관심을 받아 욕을 먹기보다 나을 거야. 내 무슨 의민지 알겠지?”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일을 더욱 키워 모든 이목을 한리버와 호건건설에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이건호는 이재진의 승계 작업을 서두르기로 하였다.
20대인 유한강도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그밖에 다른 재벌2세들도 승계 작업을 끝내고 있었다.
‘유한강... 정말 대단한 아이야.’
늘 몇 수 앞을 보고 꾸준히 전진하는 모습은 이건호도 매우 어려워하는 일.
‘형님은 잘할 겁니다. 너무 감싸려 하지 마세요. 밖으로 내놓는다면 자신의 색을 찾아 그에 맞는 경영 능력을 내보일 겁니다’ 지난날 한강이 한 말을 떠올려 재진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였다.
“그것도 맞는 말이겠지. 이제 우리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
의자를 빙글 돌려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봤다. 젊은 시절부터 달려온 길의 종착지가 코앞에 당도하였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
“뭐, 아버지가요?!”
업무를 마치고 이태원 저택에 도착한 이재진은 들려온 말에 화들짝 놀랐다.
“아버지 몸이 좋지 않은가요?”
예고도 없이 들려온 목소리는 이재진의 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이건호 회장의 건강문제로 넘어갔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 몇 년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이 바뀌면서 전보다 건강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한강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식습관을 바꾸고 주기적으로 오르는 산은 이건호의 몸에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주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던 이건호의 몸은 노폐물로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주의신호를 보냈었다.
그걸 한강은 이건호의 식습관과 생활패턴을 바꾸게 함으로써 역사와 다른 몸을 가지게 만들어 전보다 건강한 몸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건강해졌다는 말에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유로 승계 작업을 서두르는지를.
“이제 68세십니다. 내일모레면 70세이십니다.”
“고작 그걸로요?!”
더욱 납득이 가지 않은 상황.
분명히 68세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다고도 볼 수 없는 나이이다.
그게 이유는 될 수 없었다.
“현재 한리버 그룹 문제로 모든 이목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적기라 보신 거 같습니다. 회장님께선 이번 일을 더욱 키워 승계 작업에 집중할 걸로 보입니다.”
“......”
이재진은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을 하였다.
미리부터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면 지금처럼 고민은 하지 않을 터인데.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버지의 의중을 모르겠다.
“한리버에 투자한 일부 자금을 회수해 지분을 늘리시면 됩니다.”
승계 작업을 위해 한리버에 상당한 자금을 넣어 놓았다. 네이컴, 더움, HY자동차와 한리버 등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몇 배로 불어난 상태로 자금을 마련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실장님 말대로 준비를 하지요.”
아직도 풀리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그간 바라오던 일이다.
‘그래, 하는 거야. 이번엔 기필코.... 내 능력을 보여주겠어.’
이재진은 각오를 다졌다. 전처럼 실패하지 않고, 실력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이겠다고.
***
이튿날이 지났다.
“이제야 승계 작업에 나서는 건가요.”
이건호 회장과 독대를 가졌다.
맞은 자리에 이건호 회장을 보며 차를 음미했다.
“그래, 이제 내 기력도 다해서 말이야.”
“잘한 판단이십니다.”
이건호 회장도 황태자 시절에 사업을 실패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을 아버지인 초대 회장이 도와줌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둘 수 있었다.
한강은 이건호의 판단을 전적으로 찬성을 하며 크게 반겼다.
“그래서 말이다. 지금 이슈를 크게 키워 장시간 이끌어 갔음 한다.”
이번 일을 위해 한강의 도움을 받고자 독대를 가졌다. 이건호는 이번 기회를 무조건 살리고 싶었다.
“장시간을 끄는 건 한계가 있을 텐데요.”
“끝날 즘 다른 건을 터트리면 되겠지.”
“......아무래도 제가 모르는 건이 추가로 있나 보군요.”
“찾아보면 나오는 법이지.”
이건호의 얼굴을 보니, 호건건설에 대해 조사를 마친 걸로 보였다.
하이에나의 끈질긴 집념이 이건호의 눈에 깃들어 밖으로 표출이 되었다.
“그렇겠군요. 그럼 남은 건 자금인데. 저에게 맡겨 놓은 돈을 챙겨 가시겠군요.”
한강은 단번에 다음에 벌어질 일을 떠올렸다.
“역시 하나를 풀면 다음을 보는 눈은 탁월해. 맞다.”
이건호는 한강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순순히 인정을 하였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HY자동차와 한리버 지분확보를 명분으로 삼아 지분 회수를 해주었음 해.”
육성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짧은 시간에 상당한 가치로 발전을 하였다.
이는 자연스레 많은 자금이 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값을 높게 쳐서 매수를 해야겠군요.”
돈이 많이 드는 만큼, 이건호 회장이 무엇을 바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최소 10% 이상은 올려 불러야 할 터다.
“그렇지.”
“그렇게 되면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요?”
장인과 사위가 아닌 비즈니스 관계로 거래에 임하기로 하였다.
공과 사는 확실히 하는 한강이었다.
“끌끌, 지분확보보다 좋은 게 어딨다고.”
“한리버의 금고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게다가 형님의 승계 작업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요. 보아하니 승계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하면 부회장으로 올려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실 거 같은데. 저에게도 약간의 이득은 떨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시세보다 올려 작업하는 겁니다.”
절레절레.
이건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님을 피부로 느꼈다.
“무엇을 바라나?”
“E육성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가져오는 것과 육성전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제조기술을 한리버에 대여해 주세요.”
“......?!”
“스마트폰을 만들려 하는 건 아닙니다.”
이건호의 경계의 시선을 받은 한강은 손을 들어 육성의 경쟁사가 되려는 게 아님을 분명히 말했다.
“그럼 왜 그 기술이 필요한 거지?”
“죄송하지만, 그건 당장 밝힐 수 없습니다. 한리버에 있어서도 매우 고급 정보라서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번 제안은 육성에도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란 점입니다.”
“......”
“계약서라도 써드릴 수 있습니다. 위약금 100배를 불러도 좋습니다.”
“정말인가?”
가족 사이에서도 믿을 수 없어 조심하는 게 사업 거래였다. 특히, 밥벌이에 매우 중요한 기술지원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될 일이었다.
“네, 전 지금껏 어떤 것도 속이고 일을 진행한 적 없습니다. 아직도 저를 모르시나요?”
한강은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좋아. 그렇게 하지. 대신 현 시세보다 15%로 부탁함세.”
“좋습니다. 이번 거래 받아들이지요.”
이재진의 승계 작업을 위한 거래가 육성그룹 회장실에서 비밀리에 이뤄졌다.
둘은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