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96화 (196/237)
  • 196화. 26살, 임시 정부일 흙을 들어 예술을 펼치다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2.75% 올라 4110원이 되었다. 경제성장률은 7%가 넘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GDP는 22000불을 기록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전년 대비 20.75% 증가했다.

    물가 상승률은 약 2%대 수준.

    한국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우주개발은 일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15년 이내에 완공될 것으로 보이고 별도의 연구소를 꾸려 영국의 도움을 받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04년 4월 월례회의를 위해 임원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론 머스크는 어눌한 한국어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한국에서 일을 할 거라면 한국어는 필수’ 한강의 지침에 따라 눈물 나는 노력 끝에 한국어를 익혔다.

    한리버의 우주항공 사업에 착수한 시기에 맞춰 정부에서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사업의 목표는 1.5톤급 실용위성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

    이를 위해 총 300여 개의 기업이 참여를 하였다.

    정부의 개발 소식에 한리버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러시아의 협력을 받아 진행하는 정부보단, 우리가 위에 서야 할 거예요. 이건 우리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지만, 자존심 문제입니다.”

    한강은 또 다른 예술을 떠올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정부와의 경쟁에 들어갔다.

    “15년엔 액제와 중량을 실험해보기 위한 시험 발사체 개발에 나설 겁니다. 영국의 지원을 최대한 받는 한편, 미국 민간기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근방에서 비슷한 시기에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서 개발에 들어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경쟁 심리를 느꼈다.

    절대 질 수 없다는 의지가 브리핑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좋은 현상이지. 이래서 메기가 필요한 법. 어쩌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봐도 되겠어.’

    책임자의 의지력과 책임감이 높아질수록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크게 오른다.

    일론 머스크의 투지와 적극적인 참여에 미소를 그렸다.

    “전기차 쪽은 어때요?”

    브리핑이 끝나고 일렉트라 대표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경쟁 기업에서 우리의 전기차를 분해해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성공 가능성은요?”

    “배터리 기술력이 우리가 세 단계 이상은 크게 앞서있어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그들이 개발에 들어간다 치더라도 양산 모델까지 가기 위해선 몇 년은 더 투자를 해야 가능할 겁니다.”

    최현우 일렉트라 전무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일렉트라 전기차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을 양어깨에 올렸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세요. 우리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해 올라온 기업들입니다. 따라잡히지 않게 늘 노력을 아끼지 마세요. 직원들의 처우도 신경을 쓰시고요.”

    아직까진 노조에서 심력을 낭비하는 일은 벌이지 않았다. 미래 자동차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반복해 임금 협상을 이끌어 내는 데 반해 HY자동차 노조는 조용했다.

    “4월 11일은 임시 정부 수립일입니다.”

    1989년에 역사 자료를 근거로 임시 정부 수립을 선포한 날인 4월 13일을 임시 정부 수립일로 정하다, 1919년 4월 11일 국호가 제정되고 임시 헌장 반포와 국무원 선임이 이뤄졌다는 반론이 제기되어 임시 정부 수립일은 4월 11일로 정해졌다.

    “우리와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국가 자체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날인 만큼 그에 준하는 행사를 가질까 합니다.”

    한리버 그룹의 이미지를 한층 끌어 올릴 수 있는 기회.

    한강은 기업의 이미지를 어느 기업인보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신경을 썼다.

    “그에 따른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세요.”

    한강은 말을 하며 사람들을 둘러봤다.

    누가 먼저 손을 들어 나설지 기다려 주었다.

    “시간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4.11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여는 건 어떻겠습니까? 공모전을 열어 학생들의 그림을 받아 전시를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때 멀찌감치 앉아 있는 김지환 대표가 나섰다. 그는 고아원에서 지내며 한강을 보아온 것들을 따져 의견을 내었다.

    “오, 그거 괜찮네요. 재미도 있고 확실하게 이목을 끌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역시나 한강은 크게 기뻐하였다. 그의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든 까닭이다.

    “김 대표님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죠. 다른 분들도 의견을 내보세요.”

    한강은 크게 만족한 얼굴로 다음 의견을 기다렸다.

    “김지환 대표의 생각에서 조금 더 얹어 임시 정부 수립일뿐 아니라 광복절까지 포함해 행사를 진행하면 어떨지 싶습니다. 매년 주기적으로 반복을 한다면 사람들 머리에도 낙인처럼 남아 한리버의 대표 행사 중 하나가 되리라 봅니다.”

    고호경 네이컴 대표가 생각을

    “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좋습니다. 모두 반영하도록 하지요.”

    모두 생산적이지 못하고 돈 나가는 아이디어이지만, 한강은 좋게 받아들였다.

    “더 없는 거 같으니,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한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

    『한리버 그룹 공모전.』

    하루가 지난 날, 전국에 한리버 그룹의 공모전 소식이 뿌려졌다.

    『주제: 임시 정부 수립일 관련 그림 대회.』

    “새롭네.”

    늘 공모전에 나가 작품을 내기만 해봤지, 직접 공모전을 개최하는 날이 올 줄이야.

    감회가 새롭다.

    『기간: ~4/6

    총상금: 10억 원.

    대상 : 2억 원(1명)

    우수상: 1억 원(3명)

    장려상: 5천만 원(5명)

    특별상: 5백만 원(50명)』

    └ 이미영: 와, 드뎌 한리버도 공모전을 하는구나...... 2억 원...... 특별상 50명......

    └ 차지원: 5백만 원만 받아도 꿀이네. 저 정도면 나도 나갈 만할 거 같은데?!

    └ 조수연: 저 참석요!!! 장려상 노려봅니다!!!

    처음으로 연 공모전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매우 큰 상금은 사람들의 관심을 단번에 끌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크게 호응하며 너도나도 공모전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참여 조건: 누구나 참여 가능.

    원본은 직접, 등기&소포로 보낸 후 사진 파일을 www.hanriver.blogxxxxx.cocm에 올려 주세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 중 채택하여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그래도 뿌듯하네.”

    입가에 흐뭇함이 머물렀다. ‘나란 녀석 참 많이 컸네’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동시에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보람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럼 나도 작품활동에 나서 볼까.”

    한강도 이번에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공모전에 참가하는 게 아닌, 개인적인 작품활동에 나서기로 하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점심시간, 홀로 옥상에 올라와 작품에 대하여 구상을 하였다. 말은 작품 활동에 나서기로 했지만, 당장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음......”

    걸음을 옮겼다. 벽을 따라 천천히 이동을 하였다.

    빌딩 아래로 출퇴근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과 바쁘게 오가는 차량들도 시야로 들어왔다.

    “김구 선생님을 작품성 있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유화, 수채화, 파스텔 등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지만, 크게 끌리지 않았다.

    “조금 독창적이고 나만의 그림을 표현할 수 있는......”

    “앗! 죄송해요. 조심했어야 했는데, 미끄러져서 그만......”

    생각을 하던 중, 저 멀리서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어차피 물이고 말리면 그만인걸요.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여직원이 챙겨온 물이 남자의 옷을 적셨다. 바지의 젖은 부위가 시야로 들어왔다.

    “난 또 뭐라고. 대처를 잘했......?!”

    남자가 웃으며 넘어가는 모습에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려는데, 문득 남자의 젖은 옷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 꼭 색이 있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는 거잖아.”

    고민으로 짙던 얼굴에 흥분감으로 물들어갔다.

    “이대로 있을 게 아니지. 후딱 움직이자.”

    한강의 걸음이 바빠졌다.

    “이 돌들을 곱게 갈아달라고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돌들을 실은 트럭이 회사 안으로 진입했다.

    “돈은 원하는 대로 드릴 테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한강은 포대에 들어 있는 각자 색들이 다른 돌들을 곱게 갈아줄 것을 주문했다.

    검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의 돌들이 구분되어 들어가 있었다.

    “허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부탁 좀 하겠습니다.”

    너무 소량이라 곤란해하는 담당자에게 재차 부탁을 하였다.

    담당자는 한강의 신분을 아는 탓에 거절도 못하고 죄 없는 머리만 긁어 댔다.

    “휴우,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사용을 하시려는 건가요?”

    “실은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볼까 하고, 이리 청하게 됐습니다.”

    “......허허.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대단하네요. 작품 활동을 위해 돌을 갈아달라는 주문을 받을 줄은. 내일까지 해드리겠습니다.”

    난데없이 찾아온 한강의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외근을 나가 있던 기업 대표는 회사로 복귀를 하겠단 소리까지 할 정도로 엄청난 폭풍을 일으켰었다.

    그러한 사건을 일으킨 원인이 작품 활동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원은 조금은 허탈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한강을 대단하게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무리하게 오겠단 대표를 간신히 말리고 목적을 이룬 한강은 회사를 떠나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 유리관을 설치하는 데 얼마나 걸려요?”

    “이틀이면 됩니다.”

    “가까스로 시간을 맞출 수 있겠네요.”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전시관을 열기로 한 빌딩이었다.

    직접 움직여 일부 현장을 지휘하였다.

    “완료되는 대로 연락 부탁드릴게요.”

    공사현장 직원에게 부탁을 마저 하고 다시 장소를 이동했다.

    “이제 여기에 혼을 실으면 되는데......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되겠어.”

    항일 무장투쟁을 이끌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 주석으로 활동했던 백범 김구 선생은 180cm 이상의 큰 키를 자랑한다.

    한강은 존경을 담아 백범 김구 선생의 생전 모습을 담고자 하였다.

    “키는 약 185cm 정도로 잡자. 자세는 뒷짐을 지고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자.”

    커다란 석고판에 펜을 가져갔다. 얼굴, 목, 몸, 엉덩이, 다리, 발 구간을 구분을 지어 밑그림을 그려갔다.

    “후아, 다 그렸다. 이제 여기에 준비되는 돌가루들을 잘 섞어 넣는다면......”

    준비는 끝났다. 한강은 흐뭇한 얼굴로 연하게 그려진 백범 김구 선생의 모습을 조용히 감상했다.

    지이이이이이잉.

    [모두 완료했습니다. 주소를 불러 주시면 직접 운반해 드리겠습니다.]

    하루하고도 다섯 시간 정도 지난 시간.

    문자를 통해 돌을 다 갈았다는 연락이 왔다.

    [감사합니다. 주소는......]

    “저 먼저 퇴근해 볼게요.”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덜었다. 답장을 보내고 퇴근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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