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93화 (193/237)

193화. 25살, 성장

[굴욕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유한강 한리버 그룹 회장의 모습이 MBS 예능방송 무한도전에서 전파를 탔다. 돈이 없어 굶어야 했던 처절한 모습은 매우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특히 유재석의 기막힌 타이밍에 가까스로 미션을 성공한 유한강 회장은 둘의 잔고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면서 거금을 대출받는다.]

[그날 저녁 유한강 회장은 이미지와 맞지 않는 폭식을 보이면서 며칠간 삼겹살 판매량을 힘껏 견인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 이태영: ㅋㅋㅋㅋㅋ 진짜 리얼로 완전 대박이던데...... 내 친구보다 더 잘 먹더라.

└ 이하림: 이번 무도 완전 꿀잼 ㅋㅋㅋㅋㅋ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음.

└ 최진성: 나 저거 보고 바로 친구 소환해서 겹살 10인분 먹음. 개꿀맛.

└ 차영환: 삼겹살 못참쥐~~~!!

└ 이재영: 예능감 있더라. 기업인이나 화가가 아니라 배우로 해도 충분히 성공했을 듯.

└ 조승연: 난 재벌이라고 전부 어깨에 힘주고 다닐 줄 알았는데, 한강이 오빠 보고 이런 인간적인 재벌도 있구나 싶었음. 완전 팬 됨.

무한도전에 출연한 덕에 한강의 이미지가 또 한 번 크게 각성을 하였다.

재벌이고 명성이 있다 하여 내빼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우리 돼지는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사람은 유한강 회장이 제격으로 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습게도 농협 축산물에서 놀라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신뢰할 수 있는 고기.

믿고 먹을 수 있는 고기.

최상품의 맛 좋은 고기 홍보 모델로 기업인인 유한강을 선정했다.

“크게 반대하는 건 아닌데, 과연 유한강 회장이 우리의 모델로 나서 주겠습니까? 모델비도 상당하리라 보는데......”

“무한도전 1회 출연료로 100만 원을 받았답니다. 등급은 최상급으로 나뉘지만 몸값을 크게 부르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 예상범위보다 높다면 별수 없는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모델, 배우 등 각종 방송 활동을 거부감없이 해내는 유한강이다.

이번 협상도 크게 무리는 없으리라 봤다.

“그럼 그걸 누가 맡겠습니까?”

이호성 회장의 시선이 좌측 줄을 따라 우측으로 이동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 뭣하지만, 이참에 유한강 회장과 안면을 익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박규식 전무가 조심히 나섰다.

“내가?”

“그렇습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 중 아무나 가도 되겠지만, 한 그룹의 수장입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중 가장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저희가 가기보다 회장님이 직접 보심이 좋아 보입니다.”

‘격을 맞춰야 되지 않을까요?’ 말을 속으로 꾹 감췄다.

“흐음.”

“유 회장에겐 다섯 살 아들과 고등학생인 두 여동생이 있습니다. 잘만 엮으면 두 가문에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이호성 회장에겐 두 손주와 손녀가 있다. 그들 중 하나만 잘 엮어도 가문의 격은 급격히 올라간다.

박교식은 그런 부분을 살살 긁어 주며 한발 물러났다.

“흐음, 그걸 생각해 보지 못했군. 그들 집안 유전자가 그렇게 좋다지?”

“그렇습니다. 유한강 회장의 영향 탓인지, 두 여동생 전부 성적도 우수하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합니다.”

한강의 집안은 재계에서도 제법 유명하다. 우월한 유전자와 반듯한 성품은 많은 재벌계에서 눈독을 들이게 만들었다.

“그거 좋군. 내 잘되면 박 전무의 공 잊지 않지.”

박교식의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뿌듯한 얼굴로 그의 공을 치하하였다.

***

“회장님, 이호성 농협 회장이 독대를 청했습니다.”

김소영 비서과장이 안으로 들어와 농협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유는요?”

“광고와 쇼핑몰 안건입니다.”

“......그런 이유로 절 보자 했다고요?”

비서의 보고에 고개가 옆으로 살짝 꺾였다. 눈썹이 다채롭게 움직여 여러 형태를 취했다.

아래 사람들이 할 법한 업무를 보기 위하여 회장이 직접 움직인다?

납득이 되지 않은 부분이라 쉽사리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거 외에 말 못 할 거라도 있는 건가?!’

약간의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지만.

“뭐 좋아요. 알아서 시간 잡고 일정 알려주세요.”

일단 만나보기로 하였다.

대체 무슨 일로 회장이나 되는 무거운 신분으로 걸음을 하려 하는지, 직접 만나서 들어 보기로 하였다.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여러 명의 인원이 밖으로 쏟아졌다.

이호성 농협회장을 위시한 사람들이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리버 그룹 직원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회장실로 안내했다.

“핫한 분을 뵙습니다. 이호성입니다.”

“유한강입니다.”

“박교식 전무입니다.”

“반갑습니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미리 캐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 한강은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들과 간단히 통성명을 하였다.

“회장님께선 직접 움직이는 걸 좋아하시나 봅니다. 아랫사람들을 시키면 될 걸, 이리 직접 행차하시다니. 영광입니다.”

이호성의 나이는 올해 칠십 줄이 넘어간다.

기력이 빠질 나이.

몸 관리에 크게 신경 쓸 나이이건만, 고작 광고와 쇼핑몰 사업 건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대단하게 여겨졌다.

“늙을수록 더 움직여야, 건강히 사는 법 아니겠습니까?”

마치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웃는 모습에 경계심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맞습니다. 산도 다니시고, 그래야 건강해지는 법이지요.”

그의 말에 대해 가볍게 받아주었다.

“젊은 분이 아주 늙은이 같습니다?! 허허허.”

20대의 입에서 노인들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이 나오니,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은 10대라 해도 믿을 동안 페이스.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어휘를 지니고 있었다.

“아... 하하.”

찔끔한 한강의 어깨가 위아래로 살짝 들썩였다.

“실은 말입니다. 직접 회장님과 대면을 하고 싶어, 직접 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70대이나 한강에게 존대를 사용하였다.

절대 자신보다 아래로 보지 않고 정중하게 대하였다.

“저를요?”

“이럴 때 보지 우리가 언제 이리 안면을 트고 대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황당한 이유라도 만들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굳이 그런 이유를 들먹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간단히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괜찮지요.”

“정말 말이 잘 통하시는 분입니다. 다음엔 그러도록 하지요.”

한강의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 20대 중반.

어수룩하고 건방을 떠는 건 아닌가 했더니, 자식들보다 훨씬 나았다.

한 사람을 보면 가족을 안다 하였다.

왜 육성과 정재계에서 한강의 가문을 탐내는지 알만했다.

‘확실히 화면보다 실물이 훨씬 낫구만. 이런 피가 우리 가문과 섞이면 아주 훌륭한 아이가 나오겠어.’

이호성의 가족 중 그리 뛰어난 인물은 없었다. 그저 어미가 물어오는 모이나 먹을 줄 아는 자식들이 태반이다.

직접 걸음을 하길 참 잘했다.

“그럼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를......”

대화가 잠시 끊긴 틈을 이용해 박교식이 눈치를 보며 슬며시 나섰다.

“아닐세. 내가 말함세. 박 전무.”

그러길 잠시, 이호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한강의 시선은 박교식에서 이호성에게로 향했다.

“우리 농협에서 광고모델로 유 회장님을 선정했습니다.”

“......네에? 저를요?! 저를 왜??”

뜬금없이 자신을 지정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소속된 배우나 가수를 모델 중 한 명을 선택하리라 봤는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었다.

한강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켜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음, 왜 저를 선정하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한강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어떤 일이든 거부감 없이 일을 하더라도 너무 뜬금없는 제안이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한도전 만원의 행복을 우연히 봤습니다. 정확히는 기사를 보고 회의 과정에서 회장님의 모습을 보게 됐지요.”

이호성은 약간의 꾸밈과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을 하였다.

“그곳에서 회장님의 모습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만큼 인지도도 높지요.”

오늘 미팅을 위해서 여러 번 재생해 본 영상에 대한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냈다.

“특히 고기를 먹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방송으로 인해 삼겹살 판매율이 크게 증가를 했다지요.”

이호성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지금의 눈빛은 손주를 보는 눈빛과 닮아 있었다.

“많은 배우들이 먹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봤지만, 회장님만큼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도 없더군요.”

지긋한 시선이 한강을 향했다. 눈빛엔 꼭 광고 모델로 쓰겠다는 고집이 서렸다.

“......겨우 그걸로.”

한강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자 부끄러움이 얼굴로 올라왔다.

“크흠......”

슬쩍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하하하. 부끄러움도 있으셨군요. 전 하도 저와 동나이대 감성을 공유하고 계시길래,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호성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새로운 모습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조건은 3년 전속 계약에 50억을 드리겠습니다.”

나름 최고의 대우였다.

“당사자가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3년 이후 계약을 끝내는 조건입니다.”

이 정도면 역대 최고라 할 수 있겠다.

한강은 잠시 고심을 하였다.

‘그래, 앞으로 시작할 사업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렇게라도 더 모으자.’

한강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길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신사옥 건설과 전기차 사업에 이어 배터리 사업과 물류사업...... 그리고 우주사업까지.

모든 사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원하고 있는 만큼 작은 일이라도 할 필요가 있었다.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금액은 마음에 든다. 더 받을 생각은 없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승낙에 방 안 분위기가 밝아졌다.

박교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승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저의 가족과 함께 촬영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더 멋진 그림이 되리라 봅니다.”

한강은 가족에게도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요즘 연예계에 관심을 보이는 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어이쿠, 그러면 저희야 좋지요. 알겠습니다. 그 문제는 제 선에서 해결하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배려해 주셔서.”

“배려라니요. 좋은 모델을 섭외한 만큼, 제가 더 고맙지요.”

“그럼, 우리의 대화는 이쯤하고 쇼핑 건은 아래 사람에게 맡기도록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것이 본 목적이리라. 쇼핑몰은 그저 있어 보이기 위한 장식이라 봤다.

“그러지요.”

“오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조만간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둘은 손을 맞잡았다. 미팅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끝이 났다.

“박 전무, 이야기 들었지?”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이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갈 걸세.”

오늘 결과가 매우 흡족했다.

그에 따른 상을 박교식 전무에게 내리기로 하였다.

“감사합니다.”

아래로 내려간 박교식의 얼굴엔 미소가 빠르게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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