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91화 (191/237)
  • 191화. 25살, 만원의 행복

    78kg.

    하아......

    짧은 시간에 4kg이 빠졌다.

    체지방 12%.

    체지방은 3%가 줄어 있었다. 4일간 먹은 양이 하루간 먹은 양보다 못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께 4만 원을 주며 한 달을 버텨보라 말해 주고 싶었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그나마 다행인가? 출퇴근만큼은 공짜니까.”

    [회장님, 감사합니다! 집안의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김동진 실장과 거래를 진지하게 받아 주었다. 그간 고생한 것도 있고, 대충이란 걸 모르는 한강은 볼펜을 이용해 걸작을 그려주었다.

    대충 그려줄 법도 하지만, 한강은 그러지 않았다.

    믿는 직원인 만큼 작업에 정성을 쏟아 김동진에게 선물로 주었다.

    “앞으로 이틀 남았다.”

    가지 않던 시간은 어느덧 이틀을 남겨두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여기서 미션이 주어집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때, 예고에도 없던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요?!”

    한강은 깜짝 놀랐다. 마시고 있던 물병을 내려놓고 남자를 바라봤다.

    “네, 이번 미션을 성공하시면 원하는 사람 두 명을 지정해 남은 잔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

    비밀에 부치기로 했던 상대의 잔고를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주 큰 이점이 따르게 된다.

    상대의 잔고를 알게 됨으로 자신이 사용해도 될 여유자금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좋아요. 미션이 뭐죠?”

    한강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그간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지내던 탓에 아주 민감하게 변했다.

    “자, 미션입니다. 5분 내 지정한 대상자로부터 연락이 오면 성공을 하게 되는데요. 이 종이에 연락이 올 것 같은 대상자를 세 명 기입해 주세요.”

    남자는 품속에서 미션카드를 꺼내 주어 대상자의 이름을 적을 것을 권했다.

    “세 명이라니...... 세 명...... 5분 내 세 명한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라니요.”

    “메시지가 와도 인정해 드립니다.”

    “와......”

    얄짤없었다.

    다행이라면 전화뿐 아니라 메시지까지 용인을 하겠다는 점.

    한강은 머리를 싸맸다.

    “혹시 무한도전 멤버도 해당되나요?”

    “네, 해당됩니다.”

    “......”

    신중하게 고민을 하였다. 기회는 단 한 번.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재석이 형, 하하 형...... 홍철이 형......”

    멤버들 중 전화가 올 법한 인물을 간추려 봤다.

    나온 인물은 딱 이 정도.

    “다른 사람 중에선 장인어른, 장모님, 아빠, 엄마, 지연, 지혜, 윤희인데......”

    가까운 인물 중에는 여기까지.

    모두를 적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정해진 인원은 딱 세 명.

    이 중에 골라야 하였다.

    “좋아, 정했다.”

    어렵사리 세 명을 정했다. 한강은 하얀 미션 카드에 이름을 적었다.

    『장인어른, 이윤희, 유재석.』

    가장 많은 연락이 오는 사람 순으로 적었고, 유재석은 촬영하는 멤버 중 전화가 올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었다.

    지금쯤 촬영하고 있을 터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정말 이대로 하실 건가요? 제출하면 바꾸실 수 없습니다.”

    남자가 재차 확인을 하였다.

    “네, 이대로 할게요.”

    “그럼, 핸드폰을 내려놓으세요. 지금부터 시간을 재겠습니다. 시...... 작!”

    00:04:59:59

    타이머가 작동했다.

    00:04:10:58

    두근두근.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제발... 제발......

    속으로 두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하였다.

    지이이이이잉.

    “왔다!”

    그때 핸드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강의 시선이 곧장 옮겨졌다.

    070-XXXX-XXXX.

    “......”

    알 수 없는 번호가 떴다. 광고 번호로 짐작되었다.

    종료 버튼을 눌렀다.

    00:03:00:08

    잠깐 사이에 시간은 3분도 채 남지 않았다.

    00:02:13:21

    이제 2분 남짓 남았다.

    00:02:00:58

    00:01:48:02

    시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째깍째깍.

    귓속으로 시곗바늘 소리가 들려오는 착각마저 들었다.

    00:00:58:32

    “그렇게 연락을 하던 장인어른은 왜 전화를 하지 않는 거야. 윤희는 또 왜......”

    평소엔 그렇게 전화를 하던 사람들이 오늘따라 조용하다.

    “윽, 30초......”

    충분하리라 봤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아무래도 이대로 미션은 종료될 거 같았다.

    00:00:10:00

    딱 10초 남았다. 이쯤 되자 모든 걸 놓게 되어 버렸다.

    어쩌면 이틀간 여유로이 보낼 수 있을지 모를 기회를 이대로 날려 버리게 되다니.

    무척 아까웠다.

    00:00:03:58

    “2......”

    눈을 꾹 감았다.

    지이이이이이이잉.

    “엇?!”

    모든 걸 놓고 빡센 일정을 떠올리고 있던 때.

    00:00:00:50

    1초를 간신히 남겨두고 핸드폰의 화면이 켜지며 진동을 일으켰다.

    “0초입니다. 만약 세 사람 중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면...... 미션 실패입니다.”

    종이로 잠시 가렸다. 한강은 부디 제발이라는 말을 연달아 뱉으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오오오오오!!!”

    한강의 입에서 포효의 소리가 들려왔다.

    [유재석.]

    유재석의 이름이 밝은 빛을 뿌리며 화면에 찍혀있었다.

    “미션 성공!”

    한강은 쾌재를 부르며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

    SBC로 이동하는 차량 안.

    “쓰읍. 1등 후보는 한강이 같고, 꼴등은 형돈이랑 길이일 거 같은데......”

    유재석은 핸드폰을 쥐며 우승 후보와 벌칙 후보를 나누어 생각을 하였다.

    “아무래도 셋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네.”

    유재석은 자신의 잔고를 확인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잔고: - 120,500원.

    만원의 행복이 만원의 불행이 되었다.

    “여, 정 사장. 날세.”

    처음으로 전화를 건 사람은 형돈이었다.

    유재석은 과장된 음성으로 형돈을 불렀다.

    ---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요즘 돈 좀 잘 쓰고 계시다 들었습니다만.

    정형돈의 능글스러운 목소리가 폰에서 들려왔다.

    “스탭들 얘기 들어 보니, 길 사장과 큰 비즈니스를 하셨다고요?”

    재석도 지지 않고 말을 받아 질문을 던졌다.

    ---크하하하. 아주 큰 비즈니스가 두 건 있었지요.

    “이거 참 궁금해집니다. 살짝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이거 참 기밀인데 말입니다. 맨입으로 말씀드리기엔 좀......

    정형돈이 한 발짝 뒤로 뺐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다 알고 지내는 사람끼리.”

    ---한 만 원 정도 제게 대출을 해주신다면,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커험. 너무 좋은 정보라 말입니다.

    긴장감을 유지하며 딜을 제시하였다.

    “허어, 이 사람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제가 이 정보를 풀면 아주 마음 놓고 생활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거 참.

    “진짜 뭔가 있나 본데?!”

    잠시 폰에서 입을 떼고 생각에 잠겼다.

    “좋소. 5천 원. 더는 안 되오.”

    ---5천 원... 5천 원이라. 좋습니다. 내 특별히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길 대표의 자산이 무려 큰 거 30장이 넘어갑니다. 크하하하하.

    “......그게 정말이요?!”

    ---제가 어디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허허, 감사하외다. 내 5천 원은 사람을 통해 전해드리겠소.”

    전화를 끊었다.

    “와, 길이 된통 당했나 본데.”

    거짓이 아닌 진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재석은 깜짝 놀란 얼굴로 작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럼 꼴등은 길이고. 그렇다면 한강인가?”

    다음으로 확인해 볼 상대는 유한강.

    재석의 폰이 다시 들렸다.

    ***

    지이이이이잉.

    “안녕하셨습니까. 대표님.”

    미션을 성공으로 이끌게 해준 재석에게 감사를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지요. 요즘 사업은 어찌 되어 가시는지요.

    “배고파서 크게 질렀지 뭡니까.”

    한강은 너스레를 떨며 원하는 정보를 숨겼다.

    ---그래요? 이상합니다. 제가 듣기로 가장 안정권이라 들었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대출해 운영비를 메꿔야 할 판입니다.”

    ---그 말인즉슨 아직 잔고에 여유가 있다 이 말이로군요.

    “잔고가 없다 하였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러시깁니까? 슬쩍 힌트만 주지 않겠소?

    “음... 그렇다면 두 번째 자리 숫자만 알려드리지요.”

    ---이거 아쉽군요. 좋습니다. 내 경청하겠으니, 말해 보시구려.

    재석은 옳지 싶었는지 즉시 한강의 말을 잡았다.

    ‘흠, 설마 십만 단위를 넘긴 사람은 없겠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그렇게 하면 꼴등이 결정되는 꼴인데.’

    한강은 너무 터무니없는 단위를 잠시 생각을 해봤다 뒤로 밀어 두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 만 자리일 터. 그렇다면.’

    어차피 두 번째 자리 숫자이니 문제 될 건 없다 여겨졌다.

    “영입니다.”

    ---영이라...... 알겠소. 이틀 뒤 결산에서 봅시다.

    핸드폰이 내려졌다.

    “미션을 성공하여 원하는 인물 두 사람을 지정해 잔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미션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대라 말했다.

    “음, 명수 형이랑 재석이 형은 적당히 썼을 테고, 길이 형이랑 형돈이 형인데......”

    다른 사람들은 평균을 유지하고 있으리라 내다봤다.

    어차피 꼴등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

    그렇다면 꼴등이라 생각이 드는 인물 두 명을 지정하면 되지 않을까? 에 생각이 미쳤다.

    일등엔 욕심이 없었다. 당장 이 배고픔과 부족한 영양가를 마음 편히 채우고 싶었다.

    “자, 그렇다면. 길이 형이랑 형돈이 형으로 하겠습니다.”

    꼴등이리라 생각이 드는 두 사람을 선택했다.

    “길 씨랑 정형돈 씨를 선택하셨습니다. 여깄습니다.”

    남자는 막 얻어온 뜨끈뜨끈한 두 사람의 정보가 적힌 종이를 건넸다.

    “에에에엥?!”

    한강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터졌다.

    생각도 못 한 어이없는 숫자가 두 사람에게 적혀 있었다.

    “허허......”

    한강의 입에 허탈함이 묻었다.

    『길: 잔고 ₩ - 552,500원.』

    『정형돈: 잔고 ₩ - 236,700원.』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간 먹던 것보다 줄이며 살아왔는데.

    “이거 진짜 만원의 행복 맞아?! 아니지 이미 의미가 사라졌지...... 허허.”

    한강의 잔고는 기존에 주어진 1만 원을 제하고 마이너스 1만 5천 원.

    그때부터 크게 변한 바 없었다. 아침에 챙겨온 도시락으로 세 끼를 다 챙겨 먹기도 하고 하루는 과일로 때운 적도 있었다.

    “이거 뭔가 억울한데요.”

    눈물을 머금고 버텨온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했다.

    “저 10만 원 대출하겠습니다.”

    더 거칠 건 없었다. 한강도 통 크게 10만 원을 대출했다.

    “오늘 고기 마음 놓고 먹는다.”

    단백질이 부족하다. 다시 살을 4kg을 찌울 필요가 있었다.

    한강은 즉시 전화기를 들었다.

    “재석이 엄마. 나야. 오늘 목살에 와인 한 잔 어때.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 여유 있어. 그래. 알았어. 일찍 들어갈게.”

    이제 더는 굶고 살지 않으리라.

    오늘 저녁에 있을 만찬을 떠올리며 두둑해진 봉투의 감촉을 즐겼다.

    “돈을 쓰는 게 예술이렷다.”

    한강의 얼굴에 깃든 고집은 이제 어느 누구도 말리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오늘의 예술 작품은 먹방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