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89화 (189/237)

189화. 25살, 만원의 행복

“......이건 엄청난 규모입니다. 대체......”

한강의 결정으로 더욱 거대해진 프로젝트는 한리버에 소속된 임직원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였다.

시청의 투자로 프리미엄 백화점의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모든 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겠다 하는데......”

이건 곧 우려로 나타났다. 90만 제곱미터도 무시하지 못할 규모인데, 130만 제곱미터는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 대단한 규모였다.

육성의 놀이공원과 맞먹는 수준.

역대 최대 규모라 말해도 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 회사가 커지는 건 좋은데, 정말 고민된다. 어쩌지......”

“휴...... 그러게요. 취지는 좋은데......”

또 다른 걱정은 거주하고 있는 동네를 떠나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출퇴근을 하는 건 무리.

무조건 대전으로 이사해 정착을 해야 한다는 뜻.

골이 당겨왔다.

“대리님은 어쩔 생각이세요?”

이형호 사원은 옆에 자리한 김지환 대리에게 고민으로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나도 모르겠네. 아내가 어떻게 말할지...... 안 떠나려 할 텐데. 난 기러기 아빠가 될 거 같아.”

한리버를 퇴사해 더 좋은 기업으로 이직할 자신은 없었다. 가장 많은 연봉과 인센티브가 난무하는 이곳을 등지기엔 잃을 게 너무 많았다.

아파트 대출에 생활비를 합치면, 한리버에서 받는 연봉 수준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어려웠다.

“휴...... 대리님도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저는...... 여자친구와 떨어지기 싫은데.”

한리버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알게 된 여자와 거리를 벌려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쓰라렸다.

한리버의 빠른 성장만큼이나, 직원들의 고민은 깊어갔다.

“직원들이 고민이 꽤나 깊은 모양이네요.”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는 한강의 목소리였다.

직원들의 고민이 담긴 게시글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서울에 살다 갑자기 대전을 가려 하니 걸리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걱정이네요. 기러기 생활은 원치 않는데......』

『나△△: 내년에 결혼해 이미 서울에 집을 구한 상태인데......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박△△: 어린아이 둘에 최근 아내가 셋째를 가진 상태입니다. 아이들 교육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 갑자기 대전으로 이동하려니 어찌해야 할지......』

직원들이 부담 없이 애로 사항을 게시글에 올릴 수 있도록 익명으로 표시했다.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는 걱정이 담긴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에서 올라온 직원들은 덜한데, 서울에서 장기간 거주한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

비서실장의 말에 고민이 짙어졌다. 회사를 위해선 이전은 필수.

그렇다고 직원들의 걱정을 무시하고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

회사를 책임지는 오너로서 경영에는 ‘직원’이란 요소를 함께 가져가야 하였다.

“이전은 5~6년 뒤에 이뤄질 일이지만, 미리 정해서 나쁠 건 없겠죠. 직원들에게 이르세요. 대전으로 이주 시 5년간 정착수당 100만 원으로 맞춰주고, 이후에는 50만 원으로 고정으로 지급하겠다고. 그리고 이곳은 기획사와 월드 플레이 본사로 활용하도록 하지요.”

기획사에서 한리버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상당하다. 그중 엔터 사업은 서울에 남겨 두고 나머지는 대전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

한리버 이전 계획 공지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난 날.

“헐, 100만 원이면 가야 되는 거 아니냐?”

100만 원이 어떤 돈인가? 괜찮은 빌라 월세로 얻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정도이며, 연봉으로는 1200만 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월급이 20만 원만 올라도 좋겠다며 노래를 부르는데, 5년간 정착수당으로 100만 원을 퍼준다고 한다.

걱정으로 가득하던 사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간다와 안 간다의 대립 구도로 변화를 거치고 있었다.

“5년간 6천에 평생 연봉이 6백 이상이 오르는데 당연히 가야지. 듣기로 대전에 우리 회사가 겁나 투자한다고 주변에 개발 들어간다더라. 아파트에 오피스텔에 숙박 시설들까지.”

어디서 정보를 구해왔는지, 남성은 동료에게 얻어온 정보들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여기서 지내던 돈으로 대전 가면 더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잖아. 그럼 훨씬 좋은 거지. 서울이야 어쩌다 올라오면 되는 거고.”

직장인에게 있어 월급은 모든 것.

가족을 제외한 다른 것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경제 요소였다.

경기권과 서울보다 저렴한 대전으로 이동하면 현 수준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아파트, 빌라 등 전월세 매매 시 회사 차원에서 90% 대출 지원, 이자 1%.』

『※대전 이동자에 한하여.』

60%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던 게, 90%까지 대폭 상향 조정되었다.

이자는 고작 1%.

이 정도면 거저다.

생각이 열린 사람들은 서울에 남아 있기보다, 대전으로 거주지를 옮겨 투자계획을 세웠다.

***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나같이 멋스러운 정장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아이구 이게 누구신가? 우리 노 사장 아닌가?”

카메라 불이 켜진 순간, 유재석은 대본에 나와 있는 걸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바꾸어 콩트를 시작했다.

“유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한 노홍철이 유재석 옆으로 성큼 다가왔다.

오늘따라 턱에 난 수염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허허, 그 사람 참. 그리 깍듯하게 할 필요 없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언제 온다 하던가?”

그에 재석은 홍철의 말을 받아 짐짓 엄한 얼굴로 굽신거리는 홍철을 작게 나무랐다.

그러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들에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봤다.

“비즈니스 하느라 늦었습니다. 유 회장님.”

저기 뒤에서 하하가 노랗게 물든 머리를 날리며 당당하게 걸어왔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하나둘 거만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의 주제는 재벌입니다.”

모두 자리에 모이자 김지경 피디가 목소리를 내, 흩어진 시선을 모았다.

“오늘 돈 막 써도 되는 거예요?”

듣기만 해도 돈의 향기가 나는 두 글자에 멤버들이 흥분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에게 돈이 주어질 텐데요.”

오!

감동의 포효가 현장에 울렸다. 모여 있는 출연진들은 ‘돈’이 주어진다는 말에 쾌재를 불렀다.

“그거 정말로 다 써도 되는 거예요?”

그때 정형돈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피디에게 보냈다.

“그걸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재벌에 어울리는 아주 특별한 손님을 모셨는데요.”

......!!

그때 깜짝 공개를 하는 피디의 말은 참을성이 부족한 멤버들에게 기다림을 배우게 하였다.

멤버은 ‘여자’ 게스트를 원한다는 눈빛을 강렬하게 보냈다.

“아주 예쁘고.”

오!

누군가 ‘여자다!’를 외쳤다.

“아주 핫한 분으로......”

꿀꺽, 이제는 침이 넘어갔다.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는 분입니다.”

손담빈가 봐!

지윤이 아냐?!

소녀시대, 소녀시대다!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어떤 누구도 남자라 예측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자, 소개합니다. 월드스타......”

오! 월드스타래!!

“유......”

야, 소녀시대 유리다. 유리야. 유리야아아아아아아!!!

절규와 같은 비명이 오가는 가운데......

“......한강 회장님을 모십니다!”

파앙!

피디의 소개가 끝나는 시점, 하얀 연기가 터지며 게스트를 맞이하였다.

아......!?

순간, 분위기가 반전이 되었다. 싫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애매한 반응 속에 주인공이 모습을 보였다.

“이거 어쩔까요. 이럴 줄 알았음 지윤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네요. 안녕하세요.”

건물 안에 숨어서 멤버들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던 한강은 등장하며 조금은 섭섭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유, 성님. 그럴 리가 있습니까.”

노홍철이 후다닥 달려와 나이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강을 ‘성님(형님)’이라 불렀다.

“무슨 성님이야.”

정형돈이 그런 노홍철을 구박했다.

“돈 많고 잘생기면 성님이지.”

강자존 법칙을 아주 잘 따르는 노홍철이었다.

맴버들이 각자 개성을 살려 한강과 인사를 나누었다.

“자, 모두 모이셨는데요. 아까 질문한 부분에 대하여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모두에게 이 돈 봉투를 공평하게 나눠 드릴 겁니다. 이 돈은 다 사용해도 되며, 대신 가장 많은 돈을 남기는 분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림 돈을 나눠드리겠습니다. 한 분씩 오셔서 가져가세요.”

피디는 설명을 마치며 돈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맴버들은 들뜬 마음으로 봉투를 가져갔다.

“어?! 뭐야. 왜 이리 많어? 10만 원인가?!”

“에이, 설마.”

두툼한 손맛에 화들짝 놀랐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미심쩍은 눈을 피디에게 던졌다. MBS가 웬일이지 돈을 이렇게나 다 주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놀란 얼굴로 손으로 봉투를 펼쳤다.

“어??”

“아......”

잔뜩 기대하던 표정에 균열이 일었다.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본 멤버와 한강은 어이없는 눈으로 피디를 응시했다.

“이게 뭐야. 이건 아니지. 진짜!”

정형돈이 천 원짜리 열 장을 허공에 흔들며 깊은 빡침을 표출했다.

“여러분 만원의 행복 아시죠?”

아, 진짜!!

진짜 그거야?! 정말로? 리얼?!

사람들 반응은 절망을 안아 들고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늘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던 유재석조차 어이없어 피디에게 항의를 하였다.

“이봐요. 김지경 피디, 그건 아니지. 새우깡만 해도 천원이야.”

“라면은 2천 원이라고!”

“지금이 무슨 90년 초도 아니고. 이건 너무하잖아요. 형님.”

노홍철도 거들었다. 당최 납득이 가지 않는 미션이었다.

끽해야 이틀 버티면 진짜 잘 버텼다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대출제도인데요. 돈이 필요할 시 대출을 요청하면 필요한 만큼 대출을 해줍니다. 대신! 대출한 돈은 진 사람이 모두 갚아야 합니다.”

허허.

사람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너무 말도 안 되는 터무니 없는 미션에 생기를 잃었다.

“카메라는 24시간 따라붙게 됩니다. 지인의 협조를 받았기 때문에 작은 음식을 먹더라도 돈을 지급을 하여야 합니다. 최소 단위는 500원이니 사용을 잘하시기 바랍니다.”

피디는 얄짤없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뚝 잘랐다.

“후우......”

길게 뻗어 가는 한숨 소리를 잠시 듣다,

“자 모여 봅시다.”

유재석이 사람들을 모았다.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까, 어디 해봅시다. 까짓 우리가 못하겠습니까. 하루에 천 원씩 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

하루에 천 원씩 사용을 하면 일주일 뒤 소모되는 돈은 7천 원이다.

아주 쉽다.

“나 진짜 하루 500원 쓰고 병원 간다. MBS에 청구할 거야. 병원비.”

“나는 7일간 잠만 잔다.”

“물만 마시면 되나?”

각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얘기란 게 함정이었지만.

“자, 그럼 시작합니다.”

역시 이 또한 피디는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다.

지금부터 멤버들은 1만 원을 최대한 아껴 일주일을 버텨야 한다.

게임은 시작됐다.

미션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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