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88화 (188/237)

188화. 25살, 만원의 행복

[한리버 그룹 유 회장, MBS에 일생일대의 보물을 선물하다.]

[아래 사진으로 보이는 그림은 지난 7월 무한도전 가요제를 치렀던 기분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그림의 가치를 최소 60~80억 원으로 보고 있다.]

└ 장나라: 와, 진짜 대박이다. 통이 얼마나 크면 저런 그림을 공짜로 줌?

└ 나도연: 그림만 그렸다 하면 10억 20억 30억 그냥 버네...... 근데 진짜 느낌 있게 잘 그리긴 했음.

└ 도지성: 우리나라에서 이름 가는 화가답게 배포도 짱짱. 응원합니다.

└ 김영희: 진짜 이런 사람 다시 나오지 않을 듯...... 유한강 회장 오빠에게 100억은 그냥 똥 닦는 휴지에 지나지 않을 듯......

한강이 MBS에 건넨 작품 ‘가요제’는 많은 방송국과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큰 부러움을 샀다.

얼마 전에는 자신에게 팔라며 100억이라는 돈을 들고 MBS를 찾은 일도 있었다.

이에 MBS 방송국은.

[우리는 이 그림을 자산이 아닌, 평생의 선물로 간직할 겁니다. 어떤 누구에게도 팔 뜻이 없음을 밝힙니다.]

단호하게 선을 긋고 MBS 방송국의 뜻을 밝혔다.

부릉, 끼익.

그러는 사이 여러 대의 승용차가 줄지어 한리버 청담동 빌딩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미리 연락을 받은 한리버 직원들이 밖으로 나와 차량에서 내린 남자를 안내했다.

남자는 대전시장 곽주원으로 한리버 신사옥을 대전시에 짓게 하기 위하여 발 벗고 나섰다.

저벅저벅.

곽주원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위로 올라갔다.

띵!

엘리베이터 도착 알림 소리가 울리며 문이 좌우로 열렸다.

“어서 오세요. 이리로.”

안으로 들어온 곽주원을 한강이 맞이했다. 한강은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그리며 자리를 안내했다.

테이블에는 다과가 준비가 되고 홍차가 올려졌다.

향긋한 향이 방 안을 채웠다.

“회장님의 명성은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젊은 나이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홍차를 마시며 차가워진 속을 달래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좋은 분들을 만나 뜻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곽주원의 말을 들으며 잠시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림으로 밑천을 마련해 육성그룹의 눈부신 성장으로 단숨에 국내 최고의 부자가 된 순간까지.

정말 행운이 따랐다 할 수 있었다.

“그게 어디 운만으로 되겠습니까? 전부 회장님의 놀라운 통찰력과 뛰어난 운영에 있지요.”

곽주원은 쉬지 않고 한강을 칭찬했다. 어떻게든 마음에 들 법한 달달한 말들로 포장해 좋은 흐름을 이끌었다.

“이러다 제 얼굴이 다 익겠습니다. 한데, 저를 보자는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방문 목적을 알았지만, 진도를 나아가고자 이유를 물었다.

“음......”

무언가 더 말하려 하였던 곽주원은 입을 닫고 뜨끈한 홍차를 후후 불어 마시고는 이내 결심이 선 눈으로 한강을 응시했다.

“편히 말해 주심 됩니다.”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유지하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좋습니다. 말씀을 드리지요. 이번 한리버에서 신사옥을 건설하는 데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들었습니다.”

기사와 정보로 알게 된 사실을 기초로 한리버를 찾은 이유에 대해 꺼내어 놓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부지는 대전과 화성시 중 한 곳으로 나오던데, 우리 대전시로 이전하는 건 어떠십니까? 한리버에서 원하는 조건을 맞춰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곽주원은 신사옥 건설을 대전시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들어주겠다는 뉘앙스로 한강을 유혹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지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한강은 고민하는 눈빛을 슬쩍 내비쳤다.

그를 떠보기 위한 연기였다.

“90제곱미터로 알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강의 모습에 주원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감돌며 살짝 들뜬 모습을 보였다.

“잘 아시네요. 그만한 부지를 주실 땅이 있습니까?”

“왜 없겠습니까? 찾으면 나오지요. 원하신다면 적합한 부지를 찾아 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한 치의 고민 없이 즉각 답이 나왔다. 그만큼 주원에게 있어 한리버는 아주 큰 기회로 놓칠 수 없는 대어였다.

“이건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가 봐 둔 후보지가 있습니다. 그곳을 한리버에 넘기시면 대전시로 사옥을 옮길 생각은 있습니다.”

이미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그곳을 확정 짓고 있었지만, 한강은 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듯 말을 받았다.

“이런 보신 곳이 있으셨군요. 그러면 진즉 제게 연락을 주지 그랬습니까? 그래서 그곳이 어딘가요?”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냈다. 거의 확실시 되었다는 듯,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대전 엑스포입니다.”

“하하, 그곳이었군요...... 네에?!”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즉시 답을 내놓던 주원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눈을 끔뻑였다.

“한리버에서 원하는 부지 규모가 90만 제곱미터입니다. 대전 엑스포가 그에 준하는 면적을 가졌더군요. 필요시 부지를 더 늘려 공사에 임할 수 있습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보며 한리버의 계획을 슬며시 공개하였다.

“예술, 과학, 호텔, 프리미엄 백화점 등을 설립해 세계 명품 랜드마크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엑스포는 옛 영광을 되찾아 적자의 벽에서 탈출해 세계 관광 지역으로 발전하게 되리라 봅니다.”

인기가 없는 지역은 다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찾아와야 할 이유를 만들지 못한 것.

한강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 엑스포를 운영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그곳은 각 기업에서 투자해 운영하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부분들은 시장님만 수락해 약간의 지원만 해주신다면 문제 될 건 없을 겁니다.”

딱히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투자를 한 곳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 그들이 반대하고 나설 일은 없다 보았다.

“정말로 대전에 그런 큰 투자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리어 되묻는 이상한 상황.

너무도 쉽게 이야기를 하니, 어안이 벙벙했다.

“만약 수락을 해주지 않는다면 대전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성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요.”

한강은 걸쳤던 발을 쓱 내렸다.

“아이고, 그럴 리 있겠습니까?! 당연히 저야 좋지요. 그렇게 해준다면 대전시 입장에서도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순간 깜짝 놀란 주원은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쳐, 한강의 뜻에 따르겠다 말했다.

국내 유명 대기업들이 엑스포에 얼마나 투자를 하였는지 한강도 모르는 바 아니다.

일부는 한리버가 받아들이고, 일부는 해당 기업과 협업해 운영할 방침이다.

‘한리버가 미래를 위하여 계획한 모든 것들이 엑스포에 있어. 그것만큼 좋은 터전도 없고. 시장이 직접 알아서 찾아올 줄 몰랐지만, 좋은 기회야. 확실하게 어필해 한리버로 끌어들이는 게 좋아.’

확실하게 방향을 잡았다. 애초에 화성은 계획에 넣지 않은 상태.

여기서 확실하게 당근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한리버의 새 보금자리는 대전이 될 겁니다.”

도약관, 환타지 월드, 미래항공관, 번영관, 우주탐험관, 이매지네이션관, 인간과 과학관, 자기부상열차관, 자동차관, 전기 에너지관 등등 수많은 사업들이 모여 있는 대전 엑스포.

이곳을 한리버의 보금자리로 정하리라 확정을 지었다.

“하하, 오기를 참 잘했어. 어서 가세.”

한강의 확정 짓는 모습과 약속에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져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곽주원을 태운 차량은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

육성호텔 연회장.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한리버의 신사옥이 엑스포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재벌 오너들이 모여 회동을 벌였다.

주제는 한리버 신사옥에 대한 안건이었다.

아직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은 정보를 다루고 있었다.

“저도 들었습니다. 곽주원 시장도 반기는 기색이던데, 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JK그룹 이용범 회장이 대진 그룹 조공호 회장에게 의중을 물었다.

“......한리버에 매각할 참입니다. 지금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99년 흔들리는 기업을 막지 못하고 쓰러져 어쩔 수 없이 휴관을 하게 된 인간과 과학관.

참으로 창피한 일이지 아니할 수 없었다.

“미래그룹은?”

다음으로 넘어간 곳은 자기부상 열차관을 가지고 있는 미래그룹으로 옮겨졌다.

“우리도 한리버에 매각할 예정입니다.”

엑스포가 폐막한 이후 관리비가 부담되어 한동안 운행을 중단하고 있던 차에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이군요. 이건호 회장님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모든 이들의 내용을 들어본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엑스포에 있는 건물을 매각을 하고자 하였다.

철거를 고민하던 중 참으로 잘된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님들의 양보에 감사합니다. 이번 일로 대전시에서 섭섭하지 않게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그 중심에서 회장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던 대전시장은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한리버의 사옥이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다.

“아픈 손가락을 살릴 수 있게 되겠어.”

죽어가는 대전시를 살린 시장 곽주원.

성공만 한다면 이건 곽주원의 이름에 큰 이력으로 남게 될 터이다.

곽주원은 만족한 미소를 띠며 대전으로 복귀를 하였다.

2009년 11월이 되는 날.

[한리버 그룹 신사옥 부지, 대전 엑스포로 결정되다. 엑스포에 있는 모든 건물을 한리버가 인수하기로 결정이 됐으며, 대전시는 한리버 사옥 건설에 투자를 결정하였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정해진 90만 제곱미터에서 130만 제곱미터로 늘려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신사옥 부지에는 명품관을 필두로 한 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텔이 섞인 복합 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한리버의 신사옥 부지가 정해지며 똥값으로 취급이 되었던 주변 부동산 시세가 크게 올랐다.

“하아...... 이거 괜히 한다고 했다가 고생 게이트 만들어 버렸네. 후아...... 힘들었다.”

덕분에 한강은 새롭게 디자인을 구상해 그리는 데 다시 한 달간 심력을 소모했다.

“잠시 쉬자......”

밤잠도 줄여가며 작업에 몰두한 결과, 전보다 더욱 화려해진 작품이라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이 완성이 되었다.

길게 기른 머리가 앞으로 내려와 수척해진 얼굴을 가려 주었다.

턱에는 며칠간 제대로 다듬지 못한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그간 얼마나 힘든 일정을 소화하였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책상 위에 올려진 팔에 얼굴을 기댔다. 곧 일정한 숨소리가 들리며 등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언제 깨어 있었냐는 듯, 한강은 깊은 수면을 취했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기다려도 침실로 들어오지 않아 조용히 작업실로 들어온 윤희는 책상에 엎드려 자는 남편을 보고는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깨울까 싶던 윤희는 너무 곤히 잠든 남편의 모습에 담요를 가져와 덮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힘들 테니, 꿀차라도 준비해야겠다.”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반.

윤희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곧 주방에서 차를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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