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25살, 건축 디자인을 하다
어떤 형태로 디자인을 해야 전 세계에 입소문이 날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게 되었다.
“끙......”
TF(Task Force)팀을 구성해 디자인에 나선 상황. 건물을 그려 아래로 넘긴다면 실현 가능성을 따져본 후 설계에 들어간다.
이걸 하기 위하여 외부 인력까지 끌어들인 상황이라 머리를 꾸준히 회전을 시켰다.
“미래형 건물이어야 해. 친환경에 맞는 그런 건축물......”
어디 보자. 보자.
펜은 빈 종이 위만 노닐 뿐 어떤 선도 긋지 못했다.
“최상부로 올라갈 때마다 불빛이 찐해진다면 재밌으려나?”
그러다 건물의 위치마다 전등의 색을 달리 표현을 한다면 어떨까에 생각이 미쳤다.
“제법 괜찮은데? 그래, 괜찮을 거 같아. 좋아 이걸 이대로 넣고, 이 둘레를 정원처럼 꾸미는 거야.”
LED 등에 생각이 미치자,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가 급물살을 타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손에 들린 펜은 도화지 위에 생각을 그려나갔다.
“중간 탑을 에워싸듯 경기장처럼 둥글게 울타리를 치고 이걸 정원처럼 꾸미는 거야. 녹색과 붉은색 등을 잘 활용해 숲에 꽃이 피었음을 보여주고......”
한강은 화단과 정원을 떠올려 건물을 디자인해 갔다. 천천히 그어지는 선은 미래형 경기장 건물을 떠올리게끔 만들었다.
“탑은 사각꼴 계단 형태로 만들자.”
울타리는 6층 높이, 탑은 70층 높이로 구상했다. 이곳에 명품관을 들이는 한편, 각종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깔렸다. 탑에는 한리버 그룹 계열사 직원들을 들이고 일부는 임대를 주어 공실을 채울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이 지점에 역이 들어서면 좋을 거 같은데.”
대략적인 구상이 끝난 순간 느릿하게 움직이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욕심 같아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 이름을 알리고 싶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튼튼한 구조와 예술성에 집중했다.
“이쪽 담벼락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을 고용해 같이 그림을 그리자.”
담벼락부터 시작해 안으로 들어서는 1층은 예술의 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볼거리를 제공할 참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 소리도 들리면 멋질 거야. 그래 여기에 피아노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 버스킹할 장소로도 좋고......”
저층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공간인 만큼 되도록 수많은 문화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아고고, 허리야. 목아......”
그림을 완성하는 데 약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지우고 수정하길 반복하던 차, 채색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끝났다. 후아......”
2009년 9월이 꽉 찬 나른한 오후.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가요제.
조회 수 200만 회 돌파!
7월에 열렸던 가요제를 8월달에 월드 플레이에 업로드를 하면서 한 달도 안 된 사이 조회 수 200만을 뚫는 기염을 토했다.
계약대로 한리버의 이름으로 업로드된 영상은 갖가지 광고들을 삽입해 광고비를 벌어들였다.
“진짜 한국은 복 받은 나라야. 안 그래?”
“맞아. 한리버가 문화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볼 수 있는 것도 한리버 때문이잖아.”
메신저, SNS를 필두로 뻗어가는 한리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한리버 그룹, 한국의 최대 랜드마크 건설!!]
그러던 차 하나의 뉴스가 영상을 통해 보도됐다.
[연 면적 9십만 제곱미터, 높이 300미터에 달하는 지상 지하 6층, 지상 70층인 타워를 지을 전망입니다. 건축비용은 3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건물 디자인은 화가로 유명한 유한강 한리버 그룹 회장이 직접......]
“와, 이젠 하다 하다 건물 디자인까지 하는 거야? 믿을 수 없어.”
“대체 어떤 건물이 완성이 될까? 빨리 완성이 됐으면 좋겠다.”
알려진 소식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해당 영상은 점차적으로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어 빠르게 퍼져갔다.
“지금 발표도 안 난 부지들의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허허, 그럴 만도 하겠네요.”
한리버 타운이 건설되면 주변에 대단지가 들어갈 것이고 자연히 인프라가 갖춰지게 될 터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히 땅값의 상승을 부추길 터.
“그래서 우리 부지는 어디가 적당하리라 보십니까?”
꽤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주변이 탁 트인 장소가 좋을 터.
한강은 그런 장소를 하나둘 떠올리며 의견을 물었다.
“파주는 진입이 불편할뿐더러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딱 정한다면 충청도권, 화성, 남양주 정도가 적당하리라 봅니다.”
서울은 교통도 혼잡하고 신도시가 아닌 이상 도로 조건이 좋지 못하다.
도로 조건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한강의 성향에 맞게 장소를 떠올렸다.
‘확실히 거기라면 나쁘지 않지. 아직 제대로 개발도 되지 않은 상태에...’
그런데 무언가 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더 좋은 곳이 있을 거 같은데......
봉봉봉봉 봉봉봉봉.
행복의 나라로 달려요 달려요.
쌩쌩쌩쌩 쌩쌩썡쌩.
손에 손잡고 달려요 달려요♪
‘어라, 갑자기 이 노래가 왜 떠오르지?!’
생각 없이 있던 차 떠오른 노래가 머릿속에 환청처럼 들려왔다.
라라라 라라라.
꿈돌이와 함께 꿈을 키워요♪
‘꿈돌이는 내 친구, 내 친구 꿈돌이...... 꿈돌이...... 어라?!’
저도 모르게 90년대 당시 방영됐던 ‘꿈돌이’ 만화 주제곡을 다 부르고 말았다.
‘가만...... 그곳이라면 한리버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한데......’
단순한 우연일까?
어떤 운명을 느꼈다.
“충청과 화성을 둘러보신 뒤 대전 엑스포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면적과 우리가 사업하기에 어떤지...... 적당한 입지조건을 따져보고 그곳을 한리버의 보금자리로 삼겠습니다.”
***
미래 자동차 그룹.
“어떻게 됐나?”
정지섭 회장은 한리버에서 완성한 전기차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행히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에 대해 알아보니......”
다행히 한리버에서 추첨하는 명단에 미래 그룹 회장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 전기차를 받는 데 성공했다.
“허, 허허. 자만인가, 자신감인가......”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 정지섭은 한리버 그룹 회장 유한강에 대해 혼란을 겪었다.
더욱이 비서에게서 들려온 보고는 정 회장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대놓고 기술을 노출하는 꼴인데, 당당히 세계 자동차 그룹 오너들에게 전기차를 할당했다.
보통은 기술을 최대한 숨겨 노출을 시키지 않으려 하였을 터인데.
그의 생각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유한강 회장이 비록 어리지만, 지금껏 보아온 모습을 보자면 자만을 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섭의 황당한 의문에 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고하였다.
“정말 모를 친구야......”
“그만큼 기술이 앞서 있다는 걸 겁니다.”
“배터리 기술이 자신 있다라..... 그쪽 기술자를 빼 오는 건 어찌 되고 있나?”
그러다 정 회장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주변에 있을 누군가 들을까 싶어 남자만이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쉽지 않습니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고 일부 주식도 약속을 했음에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돈을 더 주겠다 했는데, 거절했다고?”
여느 기업이든 마찬가지. 기업의 발전은 결코 깨끗하지 못하다.
중국에서 국내 기술을 훔쳐간다 말하지만, 국내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가져와 자신들 걸로 만들어 사용을 한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어두운 역사라 말할 수 있지만, 지금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돈을 많이 준다 하여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것이 두 배, 세 배라면 흔들릴 이유는 충분하다.
그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리버 자동차에 소속된 직원들 중 단 한 사람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도 접근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 그자들도 거절하던가?”
“그랬다고 합니다.”
“......”
절대 미래 그룹보다 못한 조건은 아닐 터다.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시장 점유율은 미래 자동차에 있어 위기로 다가왔다.
대진과 쌍마 자동차는 경쟁상대에서 빠진 지 오래다.
“아... 정말이지 머리가 아프군.”
“이럴 게 아니라, 몇 년 전 회장님께서 유한강 회장에게 하신 말을 그대로 해보심이 어떠신지요?”
무언가 떠오른 비서실장은 조심히 제안을 하였다.
“말?!”
당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리지 못하는 정지섭이었다.
지섭은 미간을 좁혀 물었다.
“당시 회장님께서 유 회장에게 자동차 디자인을 그려달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유한강 회장은 조건만 충족되면 알겠다 말했었습니다.”
당시 비서는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수첩에 일일이 기록을 해두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빼놓지 않고 챙기기 위한 보험들이었다. 그중 하나를 개방했다.
“아, 이제 기억나는군. 유 회장의 첫 미술 전시 때 했던 그거군.”
“맞습니다. 본래 유한강 회장의 디자인만 아니었다면 소나타가 그리 참패를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층 앞서간 디자인에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던 중형차 세단 점유율을 뺏기고 말았다.
미래 자동차의 입지가 줄어든 시기가 딱 그때부터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
타개책이 필요했다.
“유 회장이 얻을 게 없는데 해주겠니? 설사 해준다 한들, 그게 시장에 먹힐 디자인이 아니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을 것인데.”
직원의 입에서 나온 말에 화를 낼 법하지만, 지섭은 오히려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다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크게 혼쭐을 냈을 일이지만, 비서가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잘 알기에 가볍게 넘겼다.
“유한강 회장은 상당히 대담한 인물입니다.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예술가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족적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육성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유한강 회장이 디자인 한 차량들이 대부분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
“정말 그게 가능하리 보는가?”
“당장 다른 디자이너를 영입해 신차를 개발하기보다, 안면이 있고 어린 시절부터 봐온 사람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 보입니다.”
“......정말 그 방법 외에 없는 겐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을 비서가 회장에게 제안을 하고 나섰다.
한강의 특수함만 아니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런 말씀을 회장님께 드려 죄송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미래에 충성을 다해 온 그인 까닭에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성장이 가능한 쪽으로 밀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
그것이 미래가 굽히고 들어가는 형태를 취하더라도. 망하는 것보단 나으리라.
“자네 말이니...... 맞겠지. 또 그 늙은이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골이 당겨오는구만.”
콧대를 높여 기고만장한 얼굴로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찾아오는 고통을 누르며 비서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육성에 전화를 놓게. 바로 유 회장에게 하는 것보다, 이게 좀 더 자연스럽겠지.”
“바로 연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