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25살, 가요제
“무한도전 가요제로 한리버 자금이 투입되었답니다. 대표님.”
MBS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리버의 투자 소식이 국내에 자리한 기획사로 흘러갔다.
“그게 정말이야?”
“방금 방송국에 일하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작게 하기로 한 가요제 규모가 크게 바뀌었답니다.”
기획사와 방송국은 무척 좁다. 한 다리만 걸쳐도 웬만한 사람들과는 다 연결이 되는 곳이 방송국이고 연예계였다.
남자는 방송국에서 들려온 소식을 바쁘게 움직여 기획사 대표에게 전했다.
눈에는 진한 흥분감이 도사렸다.
“내가 이럴 게 아니지.”
대형 기획사와 달리 중소형 기획사는 이런 기회들을 잘 잡아야 한다.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대표는 일어나 방송국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김 피디님 접니다. 요즘 연락이 뜸했죠. 긴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잠시 뵐 수......”
핸드폰은 귀에서 고정된 채, 열을 발산했다. 밖으로 나가는 남성의 입은 연락을 받은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로 도배하였다.
발걸음 점차 빨라졌다.
***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리버가 거대자금을 쏟아부었다. 애초에 진행됐던 소규모 가요제는 대형 가요제로 바뀌어 올림픽 대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리버가 나서면 뭐든 커지네.”
“글게, 지금 어떤 것도 작은 게 하나도 없어.”
기사를 보던 사람들은 한리버의 파격적인 행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보다 여기에 유한강 회장이랑 아이 윤이 나온다니까, 괜히 기대된다. 어떤 공연을 보여줄까?”
“그르게, 좀 아니다 싶기도 한데, 유한강이 나온다니까 이게 또 괜히 기대되네?”
뮤지션보다는 피아니스트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예능 프로에 나와 가요제에 참여를 한다고 하니 어떤 무대를 보여 줄지 무척 기대가 되면서 궁금했다.
“아, 이럴 게 아니지! 오늘 그거 첫방이잖아. 빨리 가자.”
한강이 출연한 방송본이 나오는 날임을 떠올린 남자는 친구의 팔을 잡아끌고 집으로 달려갔다.
[무한!]
[도전!]
유재석의 복창에 함께 하는 6인의 멤버가 다음 말을 던지며 방송의 시작을 알렸다.
[자, 오늘은 드뎌 가요제에 출연하게 될 뮤지션을 뽑는 날입니다. 지금부터 저희는 뮤지션을 찾아 떠납니다.]
맴버들을 비추던 화면은 빌딩을 비추었다. 널찍한 도로에 자리한 빌딩 위로 ‘(주)한리버 그룹’ 간판이 화면에 잡혔다.
“우리 아빠가 있는 이 빌딩에 아들인 제가 처음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여러분!”
유재석은 회전문을 통과해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 위로 쭉 뻗어 만세를 하며 외쳤다.
감격스러운 아버지(?)와의 상봉에 유재석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안경에 습기가 찼다.
“이렇게 앞이 안 보입니다. 여러분... 크흑.”
안경을 벗어 작은 눈을 대중들에게 공개를 하였다.
꺄르르르.
빌딩 로비를 지나고 있던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대놓고 이빨을 드러내 웃었다.
“재석이 오빠, 잘생겼어요!”
지나가던 여직원이 두 손을 모아 입에 가져가 외쳤다.
카메라는 도망치듯 달려나가는 여직원을 찍었다.
“아버지가 잘생기니, 아들은 당연히......”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가발을 머리에 쓰며 모델 포즈를 잡았다.
언뜻 닮은 것도 같고......(??)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럼 가 봅시다!”
당당한 걸음으로 임원진만이 탑승하는 VVIP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한 여직원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와, 엘리베이터 도우미가 있네요?”
“호호.”
유재석은 생각도 못한 여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제 사라졌다 생각한 직업을 한리버 그룹에서 마주했다.
여직원은 크게 웃고 싶은 걸 꾹 참고 가벼운 웃음과 함께 최상부에 다다르길 기다렸다.
띵!
기다림은 찰나의 시간에 끝났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좌우로 열렸다.
“정말 여기는 천국입니다. 아름다운 분들이 사방에 깔려 있다니, 아버지가 부럽습니다. 아차차.”
유재석은 급히 입을 막아 실수인 척 액션을 취했다. 유재석이 지나가는 길, 직원들은 웃으면서 작게 화이팅을 외쳤다.
“자, 여기가 저와 함께할 천재 아티스트인 유한강 회장님의 집무실입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문을 개방했다. 작은 경첩 소리조차 나지 않고 문은 부드럽게 열려 통창을 배경 삼아 업무를 보고 있는 한강의 모습을 마주했다.
***
“밖이 시끄러운 걸 보니, 왔나 보네.”
한강은 약속한 대로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를 느끼며 최대한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유재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완전히 개방되는 시점, 한강의 고개가 그제야 움직여 눈을 정면으로 가져갔다.
“먼 길 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오는 유재석을 반겼다.
“여러분 드디어 만났습니다. 부자 상봉을 축하해 주세요.”
유재석은 카메라 앵글에 대고
포효를 하였다.
“......아?”
갑작스러운 공격적인 애드리브에 벙찐 얼굴로 재석을 바라보다,
‘아차, 아들 이름과 같지...... 내가 멍하니 있으면 민망하겠지? 받아 주자.’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 이내 큰 결심을 하였다.
“아들 안 본 사이 많이 컸구나. 우리 재석이 우쭈쭈.”
한강은 다가가 재석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위아래로 흔들며 추임새를 넣었다.
“......”
반대로 유재석은 받아치는 한강으로 인해 당황하다......
간질간질.
겨드랑이에서 느껴지는 기분에......
“큭, 풉. 푸하하하하하.”
웃음보를 터트렸다. 간지럼을 잘 타는 그로서 겨드랑이에서 느껴지는 간지럼은 참을 수 없을 끔찍한 고문을 선사했다.
유재석은 한강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나자빠져 미친 듯이 웃었다.
카메라는 그게 또 재밌다며 유재석의 웃는 모습을 담았다.
“......”
‘국민 MC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힘들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개그맨이 아닌 기업인이 되길 잘했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하며 유재석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휴, 정말 죽는 줄 알았네요. 하하.”
1분여 시간이 지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유재석은 머쓱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회장님, 예능감이 남다르시네요. 제 자리를 위협받았지 뭡니까.”
재석은 솔직한 감정을 밝혔다. 설마 받아 줄 줄 몰랐는데, 훅 치고 들어온 애드리브에 진심으로 놀랐다.
“재밌었어요.”
빙긋 웃어 보이는 걸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 자리에 오면서 정말 궁금했던 게 있는데요.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네요.”
분위기가 진정이 되자, 눈치를 쓱 보던 재석이 질문을 미끼로 던졌다.
“편히 물어보세요.”
한강의 눈이 초승달로 휘어졌다. 미리 질문지를 받았기에 어떤 질문이 올지 알고 있어 부담은 없었다.
“아드님의 이름을 왜 재석이라 지었는지 이유가 궁금한데, 이유가 있을까요?”
자신의 이름을 직접 입에 올리니 민망한 눈치.
재석은 헛기침을 하고는 기대 어린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뛰어난 MC의 능력을 이어받아, 사람들에게 존재만으로 활기를 피울 수 있는 세상의 리더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재석이라 지었어요.”
“예??”
재석은 뭔 소린가 싶어 되물었다. 안경 뒤로 자리한 두 눈이 깜박였다.
“기업이 재밌어야, 직원들도 일을 재밌게 하지 않겠어요? 전 회사가 일터가 아닌 놀이터가 되었음 좋겠어요. 돈을 버는 놀이터. 참 좋지 않나요?”
싱글벙글 웃는 미소에 진심이 느껴졌다. 돈을 벌기 위한 놀이터, 생각만 해도 빨리 놀러 가고 싶게 만드는 말이다.
“하하하, 맞아요. 그렇지요. 너무 좋습니다.”
한강의 발언에 재석은 진심으로 좋아했다. 눈 뜨면 출근해야 하는 압박감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말.
벌써부터 심장이 놀고 싶어 콩닥콩닥거렸다.
“제 이름에 금칠을 해 부끄럽긴 하지만, 회장님의 생각 정말 멋지다 봅니다.”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한참 어리지만, 어린 시절부터 기반을 다지며 올라온 유한강의 경력은 존경을 받아 마땅했다.
“하하하, 쑥스럽네요.”
한강은 부끄러운 마음에 멋쩍은 웃음을 날렸다.
둘의 대화는 5분간 더 이어지면서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번 가요제 자신 있으신가요?”
본 내용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역사와 달리 현생은 한강과 팀을 이뤄 가요제 참여를 하게 되었다.
“자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가수가 아니라서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쩌다 어울리지 않는 가요제 게스트로 발탁이 되어서는.
얼굴에 약간의 부담감이 얹어졌다.
“괜찮습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분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네?! 듀엣 가요제 아니었나요?”
“그렇죠. 우리의 부족한 실력을 붙잡아줄 이 시대 명품 목소리를 가진 가수!”
재석의 시선이 방문으로 향하는 순간, 한강도 재석을 따라 방문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눈에는 의아함이 잔뜩 머물렀다.
“나와주세요!”
목에 핏대를 세워 외치자, 문이 벌컥 열리며 160cm쯤 되어 보이는 앳된 미모의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너, 너......”
한강의 눈이 크게 확대되며 어이없는 얼굴로 걸어 들어오는 여자에게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헤헷, 안녕하세요. 회장님. 재석 선배님.”
걸어 들어온 주인공은 지금껏 경쟁자로 알고 있던 아이 윤, 지윤이었다.
“속이기 성공!”
지윤은 재밌다는 얼굴로 한강을 쳐다보며 재석과 함께 외쳤다.
“아, 그런 거였어요? 어쩐지 이상하다 했네요. 하하하하.”
상황을 인지한 한강은 그제야 폭소를 터트리며 몸을 뒤로 젖혀 박수를 쳐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민망함을 행동으로 숨기려는 모습에.
“호호호호.”
“하하하하.”
함께 자리한 지윤과 재석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현장에 함께 있는 스탭과 피디마저 웃음이 터져 방 안에 웃음꽃이 쏟아졌다.
***
“또 이 지랄이네. 블리자드는 대체 워크레프트를 왜 이 따위로 업데이트를 하는 거야.”
푹 빠져 살던 블리자드의 게임 월드 오브 워크레프트에 크게 실망했다.
“진짜 때려치우자.”
연속된 실망은 그간 푹 빠져 살게 만든 게임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하루, 이틀, 나흘, 시간은 할 일 없이 흘러갔다.
“비탈릭.”
무료하게 있던 오후, 그의 아빠인 드미트리 부테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시큰둥한 시선을 아빠에게 가져갔다.
“너무 그리 있지 말고 이리 와보거라. 비탈릭.”
드미트리 부테린은 손짓해 아들을 불렀다.
“무슨 일인데요?”
소파 위를 뒹굴던 몸을 일으켜 아빠에게 향했다.
시선은 아빠가 열심히 만지고 있는 노트북 화면으로 이동했다.
“이게 뭔지 아니?”
아들이 오자, 조작하고 있던 노트북을 아들이 자세히 볼 수 있게 옆으로 틀어 주었다.
“뭔데요?”
허리를 낮춰 노트북과 눈높이를 맞춰 자세히 들여다봤다.
BTC로 표기된 숫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 한리버에서 새로운 화폐를 개발한다 했던 거 기억하니?”
“네. 그런데요?”
“이게, 한리버에서 개발한 그 화폐란다. 비트코인이라고 하는데, 어떠냐? 네가 이걸 연구해 보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램을 장난감 다루듯이 가지고 놀던 아들에게 넌지시 권했다.
아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아들에게 새로운 걸 접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
“암호화폐란 거다. 앞으로 크게 뜰 걸로 보인다.”
“이게요?”
무료하던 눈에 점차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활력을 되찾아 가는 눈은 ‘비트코인’을 연구하고 싶단 열망에 불타올랐다.
지난날, 집으로 찾아와 후원을 하겠다고 말하고 떠난 한리버의 스카우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연구욕이 분수가 되어 위로 터져 올랐다.
“좋아요. 해볼게요.”
비탈릭 부테린은 오랜만에 생긴 장난감(?)에 흥분한 얼굴이 되어 아빠의 노트북을 들고 방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