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74화 (174/237)

174화. 25살, 가요제

예에에에?!

방 안을 울리는 괴랄한 소리가 한강의 입에서 뻗어 나왔다.

“끙...... MBS에서 그렇게 연락이 왔다고요?”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무래도 그쪽에서 회장님을 이용해 이슈를 만들어, 시청률을 끌어올릴 심산으로 보입니다.”

MBS의 의도가 괘씸하지만, 한리버의 입장에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김동진은 한강의 선택을 기다렸다.

“실장님 얼굴을 보니까, 제가 했으면 하는 표정이신데요.”

어떻게 할까 싶어 집중해 힘 준 눈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김동진 실장의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 들어왔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지윤이와 함께 무도에 참여해, 회장님의 능력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죠?”

“회장님은 다른 기업 오너와 달리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

방송인이면서 예술인이고 동시에 기업인이란 점에 주목을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계에 이름을 올려 대한민국의 유명한 화가로 인지도를 쌓아 나갔다.

즉, 방송에 출연한다 하여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였고, 오히려 기업에 긍정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강의 입장에선 고민이 되는 부분임은 어쩔 수 없었다.

“회장님의 가치는 그림뿐 아니라, 회사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 만큼 직접 방송에 출연해 중간중간 회사를 홍보한다면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업을 홍보하고 돈을 벌어 오는 일. 이것보다 더 좋은 일도 없었다.

“좋아요. 그거 한번 나가보도록 하죠. 까짓거.”

역사는 오래전부터 바뀌어 갔다. 특히 거대한 역사의 축을 가져온 만큼, 더는 역사에 연연할 필요 따위.

‘없겠지.’

모든 고민을 벗어 던지고, 무한도전 가요제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엔터 측에 말해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

“와, 진짜 회장님과 같이 가요제에 나가는 거예요?”

지윤이 뛸 듯이 기뻐했다.

“그렇게 됐다.”

좋아하는 지윤의 모습에 괜스레 미소가 입가에 피어났다.

“재밌을 거 같아요. 빨리 하고 싶어요.”

작은 얼굴에 자리한 순수한 빛을 뿌리는 두 눈동자에 기쁨과 즐거운 감정이 묻어났다.

“작사 작곡하는 법은 다 배운 거야?”

가요제가 어떤 건지 정확히 알고 있는 한강은 지윤을 살짝 걱정했다.

본 역사보다 빠르게 출연하게 된 만큼 부족한 부분들을 채울 시간이 모자랐다.

“에헴. 다 했죠.”

“엥?!”

한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이 빠진 시선이 지윤을 향했다.

“학교 공부하는 시간 쪼개서 열심히 공부했죠.”

“이거 보너스라도 줘야겠는걸.”

“아휴, 됐어유. 회장님 덕 충분히 봤어요.”

얼마 전 엄마의 빚을 대신 갚아준 한강에게 모든 부채를 일시에 갚아 버렸다.

청담동 기숙사에서도 나올 준비를 하던 때.

[지금 사는 기숙사 어때?]

[넘 좋아요.]

[그럼 그거 너가 사.]

[네에에에?!]

[너라면 능력도 될 거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팔게.]

[아, 아녜요.]

[나 거기 아니어도 집 많아. 기숙사는 다른 곳으로 만들어도 충분해.]

[몇십억이나 하는 돈이 제게 어딨어요.]

[거짓말할래? 광고비도 충분히 받고, 저작권도 짭짤하게 가져가는 녀석이.]

[좋다며. 회사에서 대출해 줄 테니, 너가 가져가.]

기숙사로 지내고 있던 청담동 아파트를 부모님 공동명의로 매입을 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낌없는 도움을 주는 한강에게 지윤은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탓에 이 이상 바라는 건 없었다.

“말이 그렇단 거야. 말이. 돈도 많은 아이에겐 가차 없다.”

“쳇.”

“이번 가요제 지지 않을 거야.”

“저도 회장님에게 지지 않을 거예요.”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승부욕을 발산했다.

눈가엔 투지로 가득하다.

“그래. 꼭 이겨라.”

지윤의 그런 모습조차 마냥 귀여운 한강이었다.

***

└ 조세호: 으아, 안돼!! 내 돈!!

└ 이지훈: 아... X됐다.

└ 차미연: ㅠㅠㅠㅠ 마이너스 34%......

└ 고지환: 여기 30층 있어요ㅜㅜㅜ

작년 8월 말 따상상에 성공해 엔터계 전설로 군림해 대장주가 되어 버린 한리버 엔터테인먼트는 보호예수가 대거 풀리면서 하염없이 위로만 올라갈 줄 알았던 주가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 조아라: 내가 뭐랬어. SN 시총이 6백억인데, 한리버가 40조?! 50조?! 60조?!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주당 1만 원 본다.

└ 주형진: 1만 원도 많지. 솔직히. 개 쓰레기 회사 ㅅㅂ.

한리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악성 댓글들이 달리며 한리버를 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지금 주가가 24만 원이라. 생각보다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곡소리가 날 만하네요.”

김동진 실장이 들고 온 보고서를 보며 입맛을 쓰게 다셨다.

보호예수는 약속한 기간 동안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잠금장치였다.

자물쇠가 풀린 순간, 기관들은 차익실현에 나서고자 물량을 쏟아냈다.

일찍 들어온 소액 투자자에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나, 늦게 들어와 고점에 자리한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으리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건 한강이라고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흐름이 그런 것을.

“주가 방어에 들어가세요. 30만 원 선으로 맞추세요.”

그렇다고 넋 놓고 있으면 안 될 일.

여느 기업인들보다 기업의 이미지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한강은 주가 방어에 나서 떨어지는 이미지를 위로 끌어 올리라 지시를 내렸다.

***

우우웅, 쿵! 쿵!

땅을 다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 모습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역시 결단이 남다른 사람이야.”

결단을 내리고 스피드하게 일을 진행하는 행동능력에 감탄을 하며 중장비 기계들의 소음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바꿔 몸을 뜨겁게 달궜다.

“이제부터 이건 내 거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우주기업으로 만들어 주마.”

남자는 바로 우주항공사업을 건의한 일론 머스크였다. 일론 머스크는 머지않아 태어날 회사를 떠올리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각오를 다졌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

무한 도전~~~!!

“2년 만에 무한 가요제가 열립니다.”

수많은 카메라와 스탭들 앞에 일곱 명의 출연진들이 앞에 섰다.

메인 MC 유재석이 나와 사회를 보며 07년에 이어 09년에도 가요제를 열게 되었음을 알렸다.

“듀엣 가요제로 각자 원하는 뮤지션을 데려와 가요제를......”

유재석은 이번 가요제에 재밌는 요소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저가 예산으로 하려니, 많이 허접하네.”

국장의 허가를 받았지만, 07년에 진행했던 가요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건 게스트를 추가해 같이 노래를 부르는 정도가 다였다.

“에휴......”

아쉬움과 답답함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올라가기엔 너무 부족해 보이네요.”

“......?!”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피디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회, 회장님. 여기는 어떻게.....”

예고 없이 찾아온 한강으로 인해 김지경 피디는 깜짝 놀랐다.

회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사람이 촬영장에 있자,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시죠.”

다음 촬영지로 이동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는 걸 보며 잠시 시간을 가지자 요청을 하였다.

“아, 네.”

지경은 얼떨떨한 얼굴로 한강을 쫓아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주변에서 한강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쯤이면 되겠네요.”

건물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늘진 곳으로 사람들의 발이 들지 않은 장소였다.

“무슨 일로 이리 갑자기 오셨습니까.”

“계획을 들었습니다. 07년에 사용하던 무대를 그대로 사용해 쓴다고요. 너무 아깝지 않나요? 이 좋은 프로젝트로 겨우 그 정도로 한다는 게.”

“아, 하하. 들으셨군요. 저도 계속 제안을 했지만, 너무 큰 비용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국장님께서 이 정도 선에서 허락을 하셨습니다.”

담배가 당기는 마음에 습관대로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이크’ 그러다 앞에 한강이가 있는 걸 보고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크게 실례를 범할 뻔하였다.

“제가 투자를 하죠.”

“네?!”

“전 이 기획이 크게 뜰 거라 봅니다. 그래서 투자를 하고 싶어요.”

한리버로 SNS도 크게 발달한 지금, 사진과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린다면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네, 한리버 소속 가수와 제가 나가는 프로젝트예요. 허술하게 할 순 없죠. 진짜 콘서트장처럼 크게 꾸며 관객들을 선착순으로 받아 보죠.”

역사를 비틀어 크게 일을 벌여 보기로 하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놀아보고 싶어졌다.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회장님을 찾아 도움을 구하는 거였는데.”

여름에 치러질 가요제, 시간은 충분했다.

지경은 마음속으로 빠샤! 소리를 지르며 바뀌게 된 프로젝트에 만세를 불렀다.

“세세한 건 엔터 대표님과 정하면 될 겁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늦기 전에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

지경과 대화를 끝낸 한강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자리를 떴다.

***

MBS 방송국 건물로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대표 소찬수가 들어갔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투자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황일섭 방송국장을 만나, 한강의 뜻을 전했다. 방송국장은 놀란 눈으로 소찬수를 쳐다봤다.

“회장님께서 이번 기획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십니다. 그런데 들려온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셨습니다.”

“음...... 죄송하게 됐습니다. 미처 회장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죄스러운 얼굴로 소찬수를 응시했다.

한리버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매우 중요시 여길 줄 몰랐다.

심지어 국내 대 제국으로 군림한 기업의 오너를 너무도 초라한 무대에 오르게 할 뻔했다는 사실에 간담이 서늘했다.

“방송국 입장을 이해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투자를 하겠다 말씀을 하신 게지요.”

“허허.”

방송국장은 웃으며 소찬수의 얘기를 들었다.

“대신, 저작권을 공평하게 나누길 원하십니다. 또한, 가요제마다 투자를 원하십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한 일인데.....”

눈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일부는 녹화본을 월드 플레이에 한리버 이름으로 올렸음 합니다.”

그사이 소찬수는 추가로 제안을 하였다.

투자조건을 언급하며 잠시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 그리 돈 나올 구멍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방송국장 황일섭은 고민이 되었다. 손익을 따지기 전에 왜 한리버가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까닭이다.

단순히 ‘자신이 나가는 방송이라 투자를 하고 싶다’ 이 정도에서 끝냈다면 납득하고 넘길 문제였지만, 저작권까지 요구하니 여기에 자신이 모르는 게 또 있나 싶었다.

‘아니야, 게스트만 추가해서 공연하는 정도인데. 입장료도 무료라 수익도 나지 않아. 그렇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일이지. 이걸 제대로 홍보만 해도 시청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거고. 어쨌든 우리의 이득이다.’

아무리 따져 봐도 MBS가 이득이었다. 손해 볼 건 아예 없었다.

“좋습니다. 한리버의 투자를 받겠습니다.”

방송국장은 끝내 한리버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올림대로 듀엣 가요제의 기초 계획이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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