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72화 (172/237)

172화. 24살, 코인 대박

[한리버 민간 우주 산업 개발 의사 밝혀......]

영국에 다녀온 한강의 미래 계획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일에 한리버가 나선다는 발표는 한국사회를 흥분하게 만드는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돌았다.

“너무 위험한 거 아냐? 우리 회사가 요즘 돈을 많이 벌고 있다지만, 국가급 사업을 단독으로 하겠다니, 난 납득이 안 가.”

한리버가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며 전 세계의 돈을 쓸어 담고 있다 한들, 우주항공사업은 아니라고 봤다.

돈을 얼마나 잡아먹고, 기업의 체력을 갉아먹을지, 시작도 하기 전에 눈에 선했다.

체력이 깎인다는 의미는 기업의 성장능력이 줄어듦을 말하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같은 생각. 기존의 기술을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맨땅에 헤딩인데,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따지면...... 아후. 실패라도 하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야.”

한리버의 녹을 먹는 직원으로서, 모험보다 기존에 들고 있는 사업에 집중해 유지하기를 바랐다.

“맞아. 그동안 확장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모습에 크게 안도했는데...... 진짜 불안하다.”

잘 나가던 대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들은 수도 없이 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벌어진 리먼 브라더스이고 좀 더 나아가 국내 외환위기가 있었다.

직접적인 위기를 겪지는 않았으나, 그렇다 하여 아무렇지 않을 순 없었다.

“에휴, 이리된 거 잘되길 바라자.”

“쩝......”

둘뿐 아니라 모든 직원들은 해당 사실에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며 회사가 잘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

“직원들 반응이 좋지 못하다고요?”

한국으로 귀국하여 듣게 된 보고는 맑은 하늘에 먹구름을 불러왔다.

“전기차야 빠르게 결과를 내서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을뿐더러,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었지만, 우주항공사업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 않습니까. 10년 20년은 보고 계속 투자를 이어가야 할 텐데.”

김동진도 꽤나 걱정이 되었는지, 속에 있는 마음까지 들춰내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엔 돈 때문이겠죠.”

대기업과 안정적인 회사에 입사해 일을 하는 이유가 뭐겠나?

망하지 않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고 돈을 벌 수 있는 것.

직장인이 바라는 건, 크게 별거 없었다.

직원들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맞습니다.”

돌리지 않고 핵심을 지르는 말에 머쓱함이 심장을 뚫고 밖으로 표출되었다.

“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예??”

의미 모를 얼굴 속에 여유로움이 전신에서 흘러나와 동진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어디서 저런 여유가 생산되어 나오는지 무척 궁금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 일이 있어요. 곧 알게 될 거니, 그때를 위한 비밀로 해두죠.”

하나, 한강은 말을 해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현재 만들어지는 코인들이 조만간 어떤 가치로 나오게 될지... 그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입은 근질근질거렸으나, 그날의 재미를 위하여 잠시간 봉인을 하기로 하였다.

“후우...... 너무하십니다.”

“좋게 작용할 거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보다 우주항공사업부 부지는 어디로 하기로 했나요?”

“전남 고흥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내년에 전라남도 고흥군에 나로 우주센터 발사기지가 건설되었다.

한리버와 달리 러시아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지난 6월에 발사대 장비가 설치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발사체 부지를 선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일본과 중국의 영공을 통과해서는 안 되기에 조건이 무척 까다로웠다.

가장 좋은 부지는 제주도이지만, 제주도 지역주민들의 강렬한 반발로 인해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난하게 나로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으로 정하였다. 여기는 안정성, 발사각도, 확장의 용이성 등을 따졌다.

“전남 고흥...... 나쁘지 않네요. 좋아요. 거기로 하시고, 내년부터 공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영국 측과 협의하면 될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영국과 러시아의 경쟁 구도가 되었다.

‘나머진 일론 머스크에게 맡기면 알아서 하겠지.’

자신보다 더 많은 걸 알고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가 일론 머스크이다. 역사에서 그를 괴짜 천재라 말하는 만큼 그의 역량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리하겠습니다. 한데, 거기 책임자는 누구를 하실 참입니까?”

타이밍 좋게 나오는 물음에 빙그레 웃었다.

“암호화폐 사업부에 있는 일론 머스크 전무입니다. 지금 실행하고 있는 일을 마무리 지으면 바로 인사이동을 할 겁니다.”

“......?!”

“그렇게 인사 조치하세요.”

의문을 품은 시선을 받았지만, 무시하고 지시를 내렸다.

무언가 묻고 싶은 눈이던 동진은 속으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지시에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걱정 말아요. 곧 재밌는 일이 터질 테니까.”

***

[대한민국 전남 고흥에 자리한 나로 우주센터에 이어 민간 우주센터가 자리할 전망이다. 한리버 그룹은 우주 왕복선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국가급 사업을 감행하기로......]

[한리버 그룹과 투자자 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돌지만, 한편으로 국내 제조업체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를 개발하는 데 약 3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 바 있으며, 시간은 7년가량 걸린 바 있다.]

기사는 한리버 그룹으로 인해 발생할 국내 경제의 변화와 앞으로 한리버 그룹이 들고 갈 짐에 대한 평을 내려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휘유, 시끌시끌하네.”

기사를 접한 한강은 바람을 길게 불며 우주 사업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인지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돈으로 이어질지 어떨지도 모를 일인데.”

한강의 곁으로 윤희가 접근했다.

그녀도 기사를 보며 걱정의 눈빛을 보냈다.

“여기저기 걱정하는 사람들 많네.”

“그럼 걱정하지 않게 해주든가.”

“좀만 참아봐. 걱정하지 않게 될 거니까.”

회사에서 말한 걸 집에서도 똑같이 말해 주었다.

“쩝, 그것보다 곧 할아버지 22주기 추모인데, 잊지 않았지?”

더 말해봐야 속만 타기에 말을 끊고, 다음 이야기로 넘겼다.

“벌써 그렇게 됐네. 알고 있지.”

매년 행해지는 중요한 행사로 육성그룹 초대 회장인 이병호의 22주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할아버지 생가 개방하기로 했어.”

육성가에서 추모 일정에 대한 연락을 받았는지, 그 부분에 대해 한강에 알려주었다.

“공사는 다 끝났나 보네.”

“올해 초에 다 했다더라. 친인척, 관계자 250명 정도 참여할 거 같고, 지역주민과 마을잔치를 하기로 했어.”

이병호의 생가는 경남 의령군 정곡면으로 마을 주민은 약 1천 명 정도다.

관리문제로 생가개방을 하지 않던 육성은 새 단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하였다.

“일정은?”

“식전에 지신밟기 큰북공연, 기념식하고 커팅식 정도?”

“그래, 알았어. 그날 일정 뺄게.”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았다. 육성에서 가장 큰 행사인 만큼, 빠지지 않고 참여하기로 하였다.

“아빠, 어떻게 하실 거예요?”

2008년 11월, 고(故) 이병호 회장의 추모식 전날 밤, 한강은 덕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식구도 많은데, 따로 움직이는 게 낫지 않겠어?

“버스 준비했는데, 그거 타고 가죠.”

---흐음,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덕화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아무래도 가족에게 물어보고 정할 걸로 보였다.

---여보세요.

“네, 말하세요.”

---이쪽은 따로 움직이는 게 좋겠구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여동생들의 목소리로 보아, 따로 움직일 것을 강하게 주장한 걸로 보였다.

“그래요. 용인에서 뵐게요.”

---그래, 조심히 오고.

덕화와 전화를 끊었다.

“아버님이 뭐라셔?”

윤희가 바싹 다가와 물었다.

“올해는 따로 움직이기로 했어. 아무래도 작년에 두 동생이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야.”

작년에 있던 일을 떠올렸다. 활발한 성격인 동생들은 위압감에 짓눌려 제대로 말조차 섞지 못했다. 마치 왕따처럼 사이드에서 노닐던 동생들의 모습은 불쌍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아가씨들? 아, 그랬지. 눈치도 엄청 보고.”

윤희도 기억이 났는지, 쉽게 수긍을 하였다.

아직은 10대인 미성년자 지연과 지혜.

지연은 열여덟 살에 지혜는 열여섯 살로 사춘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한강으로 인해 삶이 풍족해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위치가 올랐다 한들, 아직은 이쪽 환경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증거로 슬리퍼 쫙쫙 끌고 등하교를 한다지...... 하긴 나도 그랬으니.’

학교를 오고 갈 때,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는 말에 헛웃음을 날린 적이 있었다.

얼굴은 요조숙녀인데, 행동과 성격은 그렇지 않았다.

“뭐 그랬지. 좀 더 나이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같이 오는 게 어디야.”

“하긴, 아가씨들은 오지 않아도 되는데, 참여하는 거니까. 그걸 보면 참 착해.”

매번 불편해하면서 꾸역꾸역 참여하는 지연과 지혜를 보면 웃음이 났다.

“그치. 싫은 척하면서 할 건 다 하는 애들이야. 잘 챙겨줘.”

“눼눼. 알았습니다. 울 남편님.”

윤희는 한강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누웠다.

부릉!

거대한 고급 버스가 용인 호암 묘역 인근에 멈췄다. 검은 복색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려서며 준비된 자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연과 지혜는 이건호에게 다가서 인사를 하였다.

“올해도 와 주어 고맙다.”

이건호는 둘의 인사에 인자한 얼굴로 웃고는 시선을 한 곳에 가져갔다.

무슨 일인지 이건호의 얼굴이 무척 어두웠다.

“무슨 일 있어?”

이건호의 시선을 따라 한강의 눈도 움직였다. 그곳엔 이재진과 그의 가족이 있었다.

한강은 조심스러운 얼굴로 윤희만 들리는 목소리로 귀에 대고 물었다.

“나도 최근에 들은 건데......휴...... 언니랑 이혼하겠대.”

윤희의 얼굴도 매우 어두웠다. 이혼을 하겠단 오빠를 말렸지만, 뜻은 이룰 수 없었다.

“아......”

유명한 역사는 머릿속에 꿰차고 있는 한강은 짧게 탄성을 내었다.

‘그날이 이맘때였나.’

천억 원대 위자료를 주고 이혼한 이재진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냥 모른 척해.”

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고 입을 닫았다.

용인에서 간단히 묘지를 돌고, 경남 생가로 향했다.

윤희의 착잡한 얼굴을 보며, 한강은 입맛을 쓰게 다셨다.

재벌가에 있어 이혼과 재혼은 가문 간의 이해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그들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그러고 보면 나와 윤희는 정략이되 정략이 아닌 그런 결혼인가.’

서로에게 호감에서 사랑으로 이어져 결혼한 둘이다. 여느 재벌가보다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재석이는 절대 정략혼은 시키지 말자. 좋아하고 사람만 좋다면...... 허락하자.’

경남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한강은 재석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버스는 어느덧 톨게이트를 지나 경남에 다다랐다.

“엇, 쟤는?”

버스에서 내려선 때, 한강의 눈에 아주 의외의 인물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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