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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71화 (171/237)

171화. 24살, 우주항공산업

[감사합니다.]

길게 끌고 있던 문제 중 하나가 해결됐다. 한강은 메신저에 고마움을 표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기획팀과 광고팀 위로 올라오라 이르세요.”

결정된 상황에 더 질질 끌 필요는 없었다.

속전속결로 일을 해결하고자, 관련 직원들을 불러들였다.

[한리버 그룹 영국 왕실과 광고 체결. 유한강 회장은 3개월 전 영국 왕실과 긴밀한 협의 끝에 광고 계약을 체결해 9월부터 광고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다시 없을 광고, 한리버 전설을 찍다.]

한강의 폭탄 발언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어떤 기업도 왕실과 엮어 광고를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그걸 한리버에서 해내고 말았다.

“내가 이런 걸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엘리자베스 여왕은 민망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집무실에서 메신저를 보내시면 됩니다.”

영국 왕실로 광고를 찍기 위하여 출장 온 피디는 여왕에게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리에 앉아 남편 필립 공에게 메신저를 보내라 주문했다.

“다른 대사는 없나요?”

“편안하게 하시면 됩니다. 따로 대사는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여왕님의 모습을 담고자 합니다.”

“호호, 다행이네요. 대본을 외우는 게 부담이었는데, 좋아요.”

여왕은 크게 안도하고 손에 든 폰을 바라봤다. 시야로 필립 공 사진이 들어왔다.

“시작하겠습니다. 하이 큐!”

레일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레일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카메라 앵글은 쑥스럽게 웃는 여왕의 얼굴을 찍었다.

[아주 생소한 경험을 하네요.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네요.]

여기저기서 카메라가 도는 때, 여왕의 눈은 오로지 메신저에 집중해 있었다.

[세상이 참 변했어요. 과거엔 편지 한 통 받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리버의 도움으로 편지를 보내며 바로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젊은 사람들과 달리 타자를 치는 속도는 느리지만, 한 자 한 자에 정성과 애정이 잔뜩 묻어났다.

[그때가 떠오르네요. 당신도 나도 꽃다운 나이가 있었는데 말이죠.]

20대시절 필립 공을 만나던 때가 기억난다. 참으로 멋지고 믿음직한 남자.

언제나 자신을 위해주고 챙겨주던 필립 공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행복의 연속이었다.

[당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아름답습니다. 어떤 여자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을 겁니다.]

“......”

피디는 분명히 말했다 대본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다고.

여왕은 돌아온 답장에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거야.’

여왕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감독과 피디는 무척 만족한 얼굴로 카메라에 연결된 모니터 속에 비치는 여왕의 표정을 바라봤다.

카메라는 여러 각도로 여왕의 모습을 찍었다. 일부는 여왕의 메신저 내용도 담고 지나갔다.

“컷!”

손을 올려 모든 작업이 끝났음을 알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좋았습니다. 무척 자연스러운 얼굴이었어요.”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카메라를 의식해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는 하는데,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된 면역 때문인지 카메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약 이틀간 이어진 촬영은 간단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

한 달이 지난 10월.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전하세요. 한리버 메신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이 출연한 광고 방송은 국내 지상파를 뚫고 해외로 송출됐다.

“참 보기 좋아.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

“난 필립 공 같은 분을 만나고 싶어.”

늘 여왕의 곁을 지키는 필립 공의 모습과 TV에서 보이는 메시지를 본 여성들은 얼굴을 붉히며 사랑에 빠져 로망을 꿈꿨다.

“한리버는 이 시대 최고의 기업임이 맞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메신저 사업에 세계 각지에서 끼어들고 있지만, 한리버의 아성을 쉽게 무너트리지 못했다.

검색 서비스와 쇼핑, SNS까지 연동되어 있는 까닭에 사람들은 편의성에 빠져 한리버 메신저 이용률을 높여갔다.

“캐나다에 있는 내 동생도 이거 쓰던데, 나도 함 사용해 보자.”

“여왕님이 한리버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좋고 신용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

영국민들에게 있어 여왕의 존재는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다.

한리버의 광고는 영국민과 유럽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떠올랐다.

쉬이이이이이이.

흐리게 변하는 하늘을 가로질러 한 대의 비행기가 영국 공항에 내려섰다.

“여왕님께 얘기를 들었습니다. 민간우주항공사업을 하시겠다고요?”

중년인은 거대한 테이블 사이를 두고 한강을 응시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이 우주 사업이 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 그때를 대비하고자 합니다.”

2040년 정도 되면 우주 왕복선을 타고 돌아온 사람들의 수가 10만 명에 달하게 된다.

‘그중 러시아는 우주기술이 퇴보하게 되지. 경제적인 제재로 인해서.’

2022년에 발생하는 침략전쟁으로 수많은 국가의 제재를 받게 되는 러시아에 반정부가 들어서고 정권과 맞서게 된다.

러시아에 의지했던 가스와 석유는 베네수엘라의 제재를 풀어 가까스로 대체 원유로 사용하게 되고 2035년부터는 전기차 사용량이 90%대에 달하면서 원유 소모량이 확 줄어들게 된다.

‘40년 이후 우주기술을 잡는 국가가 세계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게 돼.’

중국에게 질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만다.

‘어쩌면 일론 머스크는 이번 사업을 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그쪽에 기술을 주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뭡니까?”

“기술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의 부품들을 수입하겠습니다. 또한,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겠습니다.”

시작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기술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소 10년,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우리만의 기술을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한강은 반드시 그렇게 만들리라 다짐을 하였다. 시작을 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시작한 이상 확실하게 결과를 내보이리라 각오를 다졌다.

“음......”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지만, 저와 함께한다면 러시아의 로켓기술을 확실히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리버의 목표는 우주 왕복선에 있었고, 이를 위해 1단 분리대와 로켓 엔진 기술은 무척 중요했다.

중년인에게는 우주 왕복선에 관련된 이야기만을 늘어놓았다. 정확한 기술적인 부분과 디테일은 사업을 개시하고 협의를 거쳐 진행하기로 하였다.

“참, 너무 뜬구름 없는 이야기이지만, 일부는 저도 회장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중년인은 한강의 말에 수긍하며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런가요. 한데 참 신기하네요. 한국은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는 게 아니던가요? 이야기를 듣노라면 러시아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육성과 애플이 러시아로 수출이 이뤄지면서 한리버 또한 자연히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리버에 있어서도 러시아는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었다. 기업인이라면 이득을 따지는 방향으로 가기 마련인데, 한리버는 러시아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싫다기보다 북한보다 위험한 국가란 생각에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로 인해 세계는 세계대전 초읽기에 들어갔었다.

비상식적인 일이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세계로 퍼졌다.

‘비상식 속에서 상식만을 찾으려 했던 정치꾼들의 느린 대응이 문제였어.’

유럽, 아메리카 등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으로 일이 터지고서야 황급히 나섰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독자적인 기술을 손에 넣자.’

토종 한국 기술을 손에 넣어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시작은 남의 기술을 가져와, 흡수하는 방향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세계 탑에 준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허허, 그렇군요.”

중년인은 가만히 한강을 응시했다.

투지가 깃든 눈빛에 자신감이 스며 있었다.

“그렇습니다. 러시아에 너무 의지하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라 봅니다.”

러시아의 로켓엔진 기술은 세계에서 알아준다. 한강은 그곳을 뛰어넘고자 하였다.

“그러한 이유로 한리버는 독자적인 기술을 취득해, 로켓을 개발하겠단 소린가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습니다. 한리버에 도움을 주신다면 영국과 귀사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세계로 수출을 하게 된다면 서로가 큰 이득을 취하리라 확신했다.

“참, 허허. 성공하리라 보십니까?”

우주에 ‘우’에도 근접한 적 없던 한리버가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시간만 주어지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할 능력은 충분합니다. 영국의 도움을 받는 건 그 시기를 당기기 위함입니다.”

조금은 무시하는 거 같은 뉘앙스에 한강은 발끈했다.

“한국 조선소가 어떻게 세계에서 탑급으로 올라섰는지 아십니까?”

한강의 눈이 매섭게 벼려졌다.

“......”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에 중년인과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사람들은 한강의 다음 말에 귀를 모았다.

“평화를 추구하던 우리나라는 일본과 북한의 침략에 의해 산업화가 늦어져 조선소를 늦게 접하게 되었을 뿐, 우리는 능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70년대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까지 기간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베트남보다 가난했던 한국은 빠르게 성장해 개발도상국을 탈퇴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이유는 개발도상국에서 얻어지는 혜택이 있었다. 혜택으로는 온실가스감축 면제, 비농산물 관세, 농업보조금, 운송 및 물류 보조금이 있다.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이 모든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즉,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해당 혜택을 놓칠 수 없어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었다.

“음...... 확실히......”

중년인도 한국 역사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어 한강의 말에 수긍했다.

중년인의 눈에 고민의 기색이 짙어졌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은 점차 흐려져 긍정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좋아요. 한국이란 국가가 아닌 회장님을 믿고 진행해 보도록 하지요.”

두둔!

“정말이십니까?”

기다려왔던 답이 들려왔는데, 막상 듣게 되니 한강의 두 눈이 크게 확장됐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회장님이라면 믿어도 될 거 같습니다.”

영국 왕실의 언급도 약간의 영향을 끼쳤다지만, 유한강이란 인물에 큰 호감이 생겼다.

그라면 믿어도 되리라, 중년인은 생각했다.

또한, 한리버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영국을 통해 사용을 한다면 국내 경제력도 크게 오르리란 계산도 깔렸다.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는 투자가 될 겁니다.”

한강은 가장 중요한 ‘기술’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이제 남은 건 부지를 선택해, 사업을 진행하는 일만이 남았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길.

한강의 입가는 도착하는 순간까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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