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24살, 착시 미술품
찰칵찰칵.
눈이 부시도록 터지는 플래시 속을 뚫고 기자들을 지나쳐 갔다.
“회장님, 버킹엄궁에 초대되어 그림을 그리셨는데, 얼마에 내놓으셨습니까?”
“홍콩아트페어에서 역대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기자들은 앞다퉈 한강의 대답을 듣기 위하여 마이크를 밀어 질문을 던졌다.
한강의 한마디는 기사에 한 줄만 써도 큰 화제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다.
“저리 가세요. 비키세요.”
하지만 경호원들의 막강한 벽에 막혀 뜻을 이루기 쉽지 않았다.
“회장님!”
“회장님!”
한강을 불러 보지만, 한강은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엄청나네요.”
차량에 올라 맺힌 땀방울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시원한 음료로 목을 축였다.
“회장님으로 인해 뒤따라 들어오던 원빈 씨가 묻혔습니다.”
“네......?!”
“그 가을동화랑 마더 찍었던 배우 있잖습니까. 얼굴 반반하니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아, 네.”
‘허허’ 한강은 헛웃음 들이켰다. 그 유명한 원빈을 본인이 묻어 버렸다는 소리에 경황망조(驚惶罔措)에 들었다.
‘아, 아직 인지도가 적겠구나.’
많은 작품을 찍었지만, 크게 뜬 건 조연으로 출연한 가을동화와 영화 우리형이 전부일까.
‘이것도 영광이면 영광이고, 미안하게 됐네.’
기업 회장이란 배경과 예술인이란 점과 큰 이슈를 만들어 귀국한 탓에 모든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수행원과 이런저런 말을 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확실히 나란 놈, 많이 컸구나.’
창 너머로 비추는 하늘을 보며 새삼스러운 마음을 가졌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처럼 길게 유지됐음 좋겠단 마음을 품었다.
***
2008년 6월 말.
라움에서 한리버의 이름을 내건 착시 미술품이 전시가 되었다.
“이것 봐봐. 여보.”
안으로 들어선 남자가 출입구 가장 앞에 전시된 작품 앞에 멈췄다.
“어머, 예뻐라.”
남편의 부름에 총총걸음으로 다가온 여성은 시야로 들어온 작품을 보며 감탄했다.
“진짜 같지 않아?”
“응, 진짜 잘 만들었다. 저기 봐, 유모차도 세워져 있어서 더 현실감 있다.”
그림에 꽂혀 있던 시선에 유모차가 보이자, 디테일에 또 감탄했다.
한강의 성격이 얼마나 꼼꼼하고 세심한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여기서 사진 찍어도 되겠지?”
“물어볼까?”
그냥 지나치기에 너무 아쉽단 생각을 하였다.
여자는 조심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훑어 직원을 찾았다.
“그러자.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가긴, 좀 아쉽지.”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온 게 아닌 데이트 목적으로 온 탓에 작은 추억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고자 하였다.
“저기...... 죄송한데......”
마침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직원은 예쁜 미소를 유지하며 공손한 자세로 고객의 부름에 응했다.
“이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사진을 찍지 못하게 막는 곳이 많기에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운 심정으로 물었다.
“네, 이곳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셔도 됩니다.”
한강의 요청이 반영된 결과였다. ‘모두가 보라고 그린 작품을 막는 건, 작품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한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 한해서라도 사람들이 자유로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여성은 좋아서 반색했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아니에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여직원은 자리를 떴다.
“사진 찍어도 된대. 우리도 찍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입소문은 빠르게 번져, 작품 주변에 장사진이 일었다.
“유 회장의 작품은 늘 인기가 많네요.”
“참 대단한 인물입니다. 성인도 되기 전에 일가를 이루고, 엔지와 미래를 넘어선 기업으로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며 슬며시 지나친 중년인은 한강의 작품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던졌다.
“우리나라 교과서에 나올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허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없을 천재의 행보에 둘은 껄껄 웃으며 전시관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향했다.
“이 작품의 재질은 티타늄으로 만든 것으로 한리버 화가께서 손수 설계해 만든 작품입니다.”
경매가 열리는 공간, 사람들은 경매사가 설명하는 걸 들으며 신기한 눈으로 해당 작품을 바라봤다.
“이 신비한 지구본은 원심력으로 돌아가며 보는 각도에 따라 원형, 사각 등으로 바뀝니다. 저녁에는 야광빛과 안에 설치된 등으로 색이 바뀌며 신비함을 더해줍니다.”
방 안의 불이 꺼졌다. 곧 ‘신비한 지구본’은 자유로이 회전을 하며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을 선보였다.
“정말 이름대로 신비하군요.”
“유한강 회장을 다시 봐야겠습니다.”
한강은 홍콩을 다녀온 이후로 이름값이 크게 상승했다.
사람들은 한강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작품의 가치를 다시 새겨 값을 불렀다.
“신비한 지구본이 80억에 낙찰됐습니다.”
신비한 지구본은 자재비를 감안하여 경쟁 끝에 80억이란 높은 금액에 주인이 정해졌다.
“결국 류이첸 회장님이 챙겼네요.”
부디 텍은 김빠진 얼굴로 바라봤다.
꼭 낙찰을 받으려 용을 썼는데, 패하고 말았다.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
“회장님도 좋은 거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류이첸은 황당한 눈으로 부디 텍을 응시했다.
72억이란 돈으로 ‘사진을 찍는 여인’을 가져가고선 욕심이 과하다며 작게 핀잔을 주었다.
“오늘 경매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매가 끝나는 순간, 한강의 작품은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남겼다.
이번 착시를 일으키는 작품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준 동시에 중독성을 보여 평소보다 값을 높게 불렀다.
모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 작품의 주인이 정해졌다.
***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구제금융 신청을 거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 제공키로......]
[이에 부시 대통령도 FED의 결정에 지지를 한다며,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리먼을 구하는 걸 거부하고 AIG를 살린 것에 논란이 빚어질 걸로 보이며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보냈다.]
파산보호신청으로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 온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파산을 막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뒤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에이비스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결정함에 따라 암울한 미국 경제에 청색 신호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아자!”
이번 일로 한리버는 큰 이득을 취하게 되었다.
“이번 일로 상당한 이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들고 기다리면 지금보다 더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김동진 실장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안건에 긍정적인 진단을 내렸다.
“미국 부동산은 어때요?”
“아직 큰 움직임은 없으나, 이대로 흐른다면 10배에 달하는 이득을 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시장에 풀린 빌딩들의 가치는 무너진 미국 경제로 인해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경매로 풀린 부동산부터 시작해 GM의 공장까지.
모두 높은 가치를 품고 태동 시기를 기다렸다.
“미국 문제는 어느 정도 정리된 거 같네요. 그런데 시계 바뀌셨네요.”
김동진과 대화를 하다, 금으로 된 시계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기라도 한 듯 빛을 강하게 뽐냈다.
“하하, 요즘 시계에 꽂혀 하나 장만해 봤습니다.”
“롤렉스라. 비쌀 건데, 능력 좋으시네요.”
“이게 다 회장님 덕입니다.”
김동진은 대한민국 2%에 이르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한 자산가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한리버 계열사 초기부터 들고 있던 주식과 아낌없이 퍼주는 한강의 성과급, 대출을 받아 매수한 부동산은 날이 갈수록 가치를 더해갔다.
롤렉스 시계는 주식 일부를 처분해 일시불로 구입하였다.
“제 덕이랄 게 있나요. 다 실장님의 능력이죠. 잘 어울립니다.”
“감사합니다.”
비싼 티가 좔좔 흐르는 시계를 보며 함박 미소를 품었다.
조금은 쑥스러웠는지, 괜스레 얼굴을 붉히는 동진이었다.
동진은 엉겁결에 한강에게 시계 자랑을 하다, 모든 보고를 가까스로 끝내고 밖으로 퇴장했다.
“......시계라.”
동진을 내보내고 홀로 남은 한강은 시계에 대해 생각을 골똘히 해봤다.
“내가 스마트 시계를 만들어도 될까.”
생각 끝에 미친 생각은 다름 아닌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시장으로 형성될 아이템으로 인해 고민이 되었다.
“그래, 까짓거 내가 하자. 역대급 사업이 되겠지. 후년까지 충분히 기술력을 채우고 양산에 들어가자.”
올해는 내실을 다지기로 한만큼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기술력을 모아놓고 있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적당한 회사는 누보 미디어에 맡기자.”
누보 미디어는 테슬라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를 감행했던 전자책을 만드는 회사이다.
이곳에서 기술력을 축적해 차후 한국에 공장을 신설해 취업 시장에 이바지하기로 하였다.
“역사 최초로 육성과 애플 디자인에 방해받지 않고 개발이 가능해지겠어. 큭큭.”
본 역사는 애플은 사각 시계를 육성은 원형 시계를 생산해 판매를 하였지만, 현시대는 육성과 애플에 디자인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디자인 문제로 소송 문제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이용한다면 누보 미디어 매출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거야.”
웹소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전자책 시장도 확대되고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한강은 누보 미디어 능력을 키워 나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확보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우주항공사업을 위해선...... 어쩔 수 없지.’
돈이 깨지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아직인가...... 영국의 연락은......”
그날이 있고 벌써 3개월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참고 기다리는 시간은 피를 바싹 말라가게 만들었다.
영국의 도움에 한리버의 우주항공기술력이 성장하느냐, 맴도느냐가 달렸다.
한강의 시선 자연히 핸드폰으로 향했다.
“광고 문제도 상당히 고민하는 분위기야.”
와도 벌써 왔어야 할 모든 안건이 뒤로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한국과 영국 사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닌데. 자동차 산업도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법 크다.
조만간 발생할 FTA는 자동차 시장에 더욱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터.
한강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며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 메신저 프로필을 쳐다봤다.
따안!
멍하니 있던 눈이 크게 떠졌다. 무료하게 뒤로 젖혀 있던 고개가 위로 올라와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연락이 늦었어요.]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보내왔다. 기다렸던 연락이 왔다는 의미다.
한강은 떨리는 손을 꼭 부여잡고 다음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우주 사업은 아무래도 유한강 회장이 직접 찾아가, 협조를 구해보는 게 좋아 보여요. 관련 기업 오너들이 만나기로......]
“오오오!!”
한강은 다음 메시지가 뜨자마자 환호를 하며 채팅창에 들어갔다.
[우리 부부는 긴 고민 끝에 한리버 광고에 응하기로......]
“빠샤!”
동시에 올라온 다음 내용에 한강의 손이 불끈 쥐어졌다.
한강은 손에 힘을 주고, 뜨거운 화기를 핸드폰 창에 전이를 시켰다.
곧 핸드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