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24살, 왕실 부부의 그림
웅성웅성.
버킹엄 궁전 근처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 궁금증이 일었다.
“뭔 일이래?”
버킹엄 궁전 내부에서 고용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근위병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여행 온 사람들조차 처음 보는 광경에 안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준비 다 됐습니다.”
한강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휘유. 캠버스가 정말 크네.”
고용인이 준비한 캔버스를 바라봤다.
평상시 사용하는 캔버스의 약 2배 정도의 크기가 자리해 있었다.
“두 분이 나오기 전에 미리 배경을 그려두는 게 좋겠지. 시간은 넉넉잡고 2시간 반 정도. 충분해.”
전생에 그려본 적 있던 버킹엄 궁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울 건 없었다.
버킹엄 궁전은 흐릿하게 그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에 모든 이목이 쏠리게끔 하고자 하였다.
한강은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작은 망설임조차 없었다. 실패 따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장기가 유화였으며, 손에 익을 만큼 익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금 내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어지지 않아.”
“신의 경지가 저런 걸 보고 말하는 건가 봐.”
“정말 대단해. 어떻게 저 복잡한 성을 단시간에 저리 그릴 수 있지. 작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 중심도 딱 맞아.”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한강의 손재주와 실력에 감탄을 이어갔다.
“휴... 끝났다. 이 정도면 됐어. 여기 중앙에 두 분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리면 완성이야.”
배경작업이 끝났다.
한강은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했다.
“오빠, 여기 봐주세요!”
“여기도요!”
한국에서 놀러 왔는지, 한국어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한강의 시선이 뒤로 옮겨졌다.
“하하......”
동물원 원숭이가 이런 기분일지 모르겠다.
한강은 사람들에게 손을 작게 흔들며 웃음을 날렸다.
꺄아! 여자들의 목소리가 공기를 두들겨 하늘을 날았다.
“호호, 인기가 좋으시네요.”
때마침 엘리자베스 여왕이 화사한 원피스에 모자를 걸치고 필립 공의 에스코트를 받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백색의 고운 미소가 입가에 스며든 모습은 여왕이기 전에 한 남자의 여자였다.
“과찬이십니다. 준비가 되는대로 시작하겠습니다.”
정중한 모습으로 허리를 숙여 휴식을 취하던 자세를 풀고 손목과 손가락을 가볍게 마사지를 하였다.
“부탁해요.”
5분여 시간이 흐르자, 여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강은 작게 심호흡을 한 후 붓을 들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여왕은 남편의 팔에 손을 얹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의 모습을 하였다.
필립 공도 여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참 잘 어울리는 부부야.’
두 사람의 과거는 잘 모르나, 지금의 두 사람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부부였다.
한강은 둘의 그런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붓에 힘을 주었다.
“후아...... 다 끝났습니다.”
그림을 끝냈다. 흐릿한 버킹엄궁을 배경으로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이 화사하고 인자한 미소를 내보이고 있었다.
“오, 정말 멋져요.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그림은 또 없을 거예요.”
캔버스를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뒤로 돌려 부부에게 보여주었다.
그림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한강의 뛰어남을 두 눈으로 확인한 자리가 되었다.
“마음에 드시는 거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찌 이런 멋진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절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예요.”
한강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무슨 소리냐며 강하게 부정했다.
“저는 이 그림을 모두가 자유로이 볼 수 있도록 1층 로비에 걸어둘 거예요. 그리고 천국의 계단은 로비 중앙에 놔둘 겁니다.”
이번 일로 한강에 대한 진한 호감이 생겼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강의 모든 작품을 로비에 전시할 것임을 밝혔다.
‘무리한 요구임에도 이리도 신경을 써 줌에 감사하구나.’
한강이 마이클 잭슨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는 사실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홍콩을 찾은 이유가 한리버의 작품을 낙찰받기 위함도 있었지만, 한강에게 단 한 번뿐일 수 있는 추억이란 보물을 남겨달라 부탁을 하고 싶었다.
작품이 크게 마음에 든 이유도 있었지만, 부탁하기도 뭣하여 금액을 과감히 불러 한강의 작품을 차지했다.
무려 2억 홍콩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서 말이다.
그 정도는 해야 ‘부탁’이란 걸 해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문 대대로 영광일 겁니다.”
작품을 한 개를 만들거나, 백여 개를 만든다 하더라도 누군가 봐주지 않는 작품은 의미가 없었다.
재산적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유명 화가들의 작품처럼 널리 퍼져 모두가 알아봐 주었음 하였다.
로비에 둔다는 건, 언론에도 쉽게 노출이 가능해 모두에게 작품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가 있었다.
“그런데 내게 할 부탁은 생각해봤나요.”
그림을 그린 대가에 대해 주제가 넘어갔다.
“어렵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걸 여왕님께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담 없이 말해보세요.”
고운 얼굴에 무한 호감이 담겼다.
‘그래,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말을 해볼 수 있겠어.’
끝내 결심을 하였다. 한강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영국의 우주항공사업에 대한 기술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정말 어렵게 생각을 해냈다. 민간기업을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우주산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500억 달러 산업 규모를 자랑했다.
‘일론 머스크 때문도 있지만, 욕심이 생겨 버렸어. 이왕 할 거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한국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우주기술을 4위인 영국의 도움을 받고자 하였다.
영국의 도움을 이끈다면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과 7위에 해당하는 캐나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음...... 예상 밖의 부탁이네요. 우주항공사업에 뛰어들 생각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음...... 그런 정보는 접하지 않았는데. 부지라도 있나요?”
“아닙니다. 일단 기본 계획은 내년까지 민간기업을 인수 후 기술 협력을 받을 예정입니다.”
“한리버가 그만한 자금을 유지할 능력이 되는지 몰랐네요.”
항공기술은 생산성 없는 돈을 버리는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작하는 순간 천문학적인 자금이 고정지출로 나간다 생각하면 된다.
몇조는 우습게 깨지는 게 우주항공사업이었다.
“조금 힘에 부칠지 모를 일이지만, 한리버라면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서서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사용량도 늘어가고 있으며, 이는 한리버의 매출이 수직 상승을 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곧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백 대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서서히 끌어올려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는 거지.’
미래가 밝은 만큼, 얼굴에 여유가 넘쳐났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우주항공기술은 국가 단위로 무척 중요한 기술. 엘리자베스는 신중하게 접근했다.
“여왕님의 이름으로 관련된 사람을 소개해 주시면 됩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도 저는 만족합니다.”
기술 협력을 끌어낼 부분이 한리버에 있었다.
또한, 자신이 사람을 보내 협상을 하기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름을 걸고 협상하는 게 더 한리버에 있어 유리하리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좋아요. 내 쪽에서 자리를 마련해 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여왕님.”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렇다면 그림 가격을 쳐드려야겠네요.”
엘리자베스 여왕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림값을 언급했다.
“아닙니다. 이건 제 선물로 드린 걸로 하겠습니다.”
“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 값은 맞게 쳐야 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단호했다. 절대 그럴 수 없음을 확고하게 하였다.
“음......”
‘어쩐다’ 한강은 생각에 빠졌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신중하게 생각했다.
‘가만, 요거 괜찮겠는데.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 큰 이슈가 되겠어. 한리버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도 같고.’
불현듯 떠오르는 굿 아이디어에 전등불이 다섯 개 켜졌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두 분께서 한리버의 광고 모델이 되어 주세요. 모델비는 그림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대자연의 즉흥곡이 60억 원. 천국의 계단이 300억 원 정도에 낙찰이 됐으니, 저 거대한 그림은 최소로 따져도 100억 원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광고요?”
이 정도면 왕실 부부의 광고료로 적당하다 여겼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두 사람이라면, 한리버에 있어 큰 호재였다.
“네, 좋은 추억이 되실 겁니다.”
“아니, 그걸......”
“어렵지 않습니다. 핸드폰을 들고 두 분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광고란 기막힌 아이디어가 나오자, 광고가 줄줄이 떠올랐다.
“음......”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에 다시 고민이 떠올랐다. 언론에 노출은 있었어도 광고를 찍는다는 발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타 국가의 기업 광고를.
“어떤 거 같아요?”
여왕의 눈이 필립 공에게 향했다.
이건 자신만의 생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저야 상관없지만, 좀 더 생각해 볼 문제 같습니다.”
필립 공은 신중했다.
무턱대고 받기에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당장 답을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더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다른 걸 생각해 보면 된다. 당장 급할 건 없었다.
“미안하게 됐어요. 얘기를 해보고 직접 연락할게요. 이건 내 번호예요.”
헉!
한강은 깜짝 놀랐다. 다이렉트로 연결할 수 있는 번호를 받아 버렸다.
그것도 핸드폰 번호를!
“여기로 주시면 됩니다.”
놀란 마음을 가까스로 참고, 명함을 건넸다.
이로써 영국의 여왕과 번호를 주고받은 사이가 되었다.
“필요하다면 여기로 전화를 줘도 됩니다.”
덩달아 필립 공의 연락처도 받았다.
한강은 100억 원의 가치보다 더 높은 번호라 할 수 있겠다.
‘홍콩에 가길 잘했어.’
이번 홍콩행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행운을 붙잡게 된 일정에 만세를 불렀다.
쉬이이이이이이.
약 5일간의 일정이 끝나고, 한강은 귀국길에 올랐다. 아주 잠깐 사이에 영국은 시야에서 멀어져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 영국 왕실을 위해 그림을 선물하다. 해당 사진은 버킹엄궁 1층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이다. 거대한 캔버스에 채워진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유한강 회장, 영국 왕실과 인연의 끈을 맺다. 앞으로 유한강 회장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강의 그림이 담긴 기사가 세상에 뿌려졌다.
한리버의 가치가 한층 올라서는 대목이다.
끼이이이이익.
잠시 후.
“유한강 회장이 도착했다!”
기자들은 게이트에 포진해, 한강이 입장하길 기다렸다.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구경하기 위하여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