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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66화 (166/237)
  • 166화. 24살, 전설이 시작되다

    “이거 흥미가 동하는군요.”

    할 피니의 완성된 비트코인을 본 일론 머스크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자신을 왜 여기에 두었나 싶었는데, 돈 냄새가 쓱 풍겼다.

    ‘정말 엄청난 사람이야. 유한강 회장. 정말 어리다고 무시할 게 못 돼. 설마 이런 걸 숨겨 놓고 있었다니.’

    왜 자신을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암호화폐 사업부로 보냈는지 알만했다.

    다른 어떠한 곳보다 바로 이 장소에 천재들로만 구성된 팀이 마련되어 있었다.

    스스로도 천재라 여겼거늘, 이곳에 오자 무척 평범하게 변해 버렸다.

    “날 여기로 보낸 이유가 아마도......”

    새로운 화폐개념을 잡아 버린 부서.

    답은 아주 간단하게 나왔다.

    “내가 이대로 있음 안 되겠지. 빠른 시간 내 결과를 보여주겠어.”

    일론 머스크는 의지를 다졌다. 이게 자신의 꿈을 이룰 첫발이라 확신했다.

    ***

    “요즘 일론 머스크 전무가 퇴근할 생각 하지 않고 일에 매진하고 있답니다.”

    “......허허.”

    “남는 사무실 공간에 텐트까지 치고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

    들려온 보고에 그냥 얼이 빠져 버렸다.

    심각한 일 중독자의 기질이 살아났다.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는데, 일에 흥미가 없던 거였어......’

    그걸 입증하기라도 하듯, 미친 짓을 하고 있었다.

    결과를 보기 전까진 아마 지금의 강행군은 죽는 그 순간까지 이어질 터다.

    “계속 지켜보세요. 아마 장시간 이어질 겁니다.”

    “말리시는 게 아니라 지켜보자는 건가요?”

    “말 들을 양반이 아니에요. 그냥 그대로 두세요.”

    썩 내키지 않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한다.

    그냥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알겠습니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김동진도 느끼고 있던 거다. 일반인들과 모든 면에서 다름을.

    “그나저나 벌써 비트코인이 완성될 줄이야. 예상보다 사업을 일찍 시작하게 됐어.”

    계획은 여름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3개월 앞으로 확 당겨졌다.

    동진이 나가고 즐거운 상상에 사로잡힌 한강의 눈으로 재미난 감정이 스며들었다.

    『P2P 다운로드 시 1BTC 지급.』

    『음악 및 이모티콘 다운로드 받고 비트코인 받아가세요.』

    얼마 지나지 않은 날, 메신저로 새로운 알림이 떴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폐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트코인이 뭔데? 결제를 하면 이걸 준다는 거지?!”

    사람들의 관심이 단번에 쏠렸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새로운 걸 보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이 되었고, 동시에 한리버가 이유 없이 이런 광고를 보낼 리 없다는 것이었다.

    “그르게, 이걸로 뭘 하라고?”

    사람들은 의문을 키워갔다.

    확실한 사용 용도를 알지 못하니 한리버에서 주는 BTC만 한없이 쌓여갔다.

    “음? 뭐야. 이거 왜 거래 안 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거래금액 한도가 초과하였습니다.』

    “아, 뭐야! 왜!!”

    게임에 미쳐있던 남자는 이번에도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해 결제창을 눌렀는데, 한도 초과란 메시지가 떴다.

    “아, 짜증 나네. 진짜!”

    애꿎은 책상을 발로 차며 화풀이를 대신했다.

    “어쩌지. 꼭 해야 하는데......”

    짜증이 치밀었지만, 한편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지이이이잉.

    핸드폰이 울며 생각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었다.

    “이 시국에 누군데 생각을 방해하는 거야.”

    『던전 앤 파이터 아이템을 한리버 비트코인으로 거래해 보세요.』

    “이, 이건......?”

    신의 축복인가?

    고민하던 문제가 예상조차 못 한 곳에서 해결됐다.

    “혹시 모르잖아, 들어가 보자.”

    남자는 급하게 해당 사이트로 들어갔다.

    한리버 게임 거래소란 사이트였다.

    창에는 엄청난 게임 아이템들이 BTC 단위로 책정된 금액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이거야!”

    남자의 눈이 빛났다. 이거면 자신이 고민하던 문제를 풀 수 있겠다고.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되었다.

    “흐흐, 이거 좀 편한데. 거래도 제법 안전해 보이고. 코인을 좀 사모으는 게 좋겠어.”

    거래가 만족스럽던 남자는 자신의 재산 일부를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데 사용을 하였다.

    ***

    『1BTC가 지급됩니다.』

    『1BTC=1,000쿠키 입니다.』

    “와! 이건 무조건 받아야 하는 거잖아.”

    음악을 다운로드 받은 여자는 알림창으로 뜬 문구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사람들이 한리버에서 새로이 적용한 비트코인이 사회에 조용히 퍼지는 때.

    쉬이이이이이이.

    한강을 태운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떠났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조심히 다녀와.]

    행사 준비로 바쁘다는 윤희는 이번 홍콩행 비행기를 포기했다.

    [곧 착륙하오니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끼리릭.

    “도착!”

    새로운 마음으로 홍콩에 도착했다.

    윤희와 함께 와본 홍콩과 혼자 도착한 홍콩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재석이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모처럼 편히 즐길 수 있겠어.”

    결혼한 사람들은 가끔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아무리 올바르게 살아온 한강이라도 마찬가지.

    혼자 온 만큼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귀국하기로 하였다.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공항을 벗어나 위더야호 부디 텍을 만났다.

    “저도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손을 맞았다. 자신의 손과 달리 투박함이 손에서 느껴졌다.

    “류 회장님도 오랜만입니다.”

    시선을 돌리니 뒤늦게 도착한 선라인 그룹 류이첸이 자리해 있었다.

    “이번 경매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류이첸의 눈에 욕심이 맺혔다. 그의 눈은 위더야호 부디 텍에게 향했다.

    이번 경매에 가장 큰 경쟁자임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나를 뜨겁게 바라보지 마시죠. 저 말고도 닉 하이예크 회장님도 아주 큰 적입니다.”

    부디 텍의 시선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의 목소리엔 장난기가 가득 묻어났다.

    “저 멀리서도 다 들립니다. 부디 텍 회장.”

    닉 하이예크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총사(?)가 모두 모였다.

    “귀도 밝으십니다. 들리지 않게 이번 경매 주인을 협의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허,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입니까. 저도 엄연히 한리버 물류센터 지분 소유잡니다.”

    짐짓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며 당당히 한리버 물류센터의 큰 손임을 밝혔다.

    “농이었습니다. 어찌 닉 하이예크 회장님을 빼고 우리끼리 경쟁을 하겠습니까. 하하.”

    부디 텍의 입에서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제 작품에 이리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셋의 장난을 지켜보던 한강이 대화의 흐름에 녹아들어 고개를 숙였다.

    어쨌건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높여줄 이들이기에 감사함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리버의 작품을 무시할 미술인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닉 하이예크가 자신감이 깃든 음성으로 한강을 띄워 주었다.

    “맞습니다. 지금 회장님의 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몰라서 하시는 말입니다.”

    류이첸도 말을 거들었다. 실제로 한강의 그림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보증된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상승하는 그런 자산을 말이다.

    한국의 강남 땅덩이보다 더 값지게 취급되고 있을 정도로 재벌들 사이에 한강의 작품을 구하기 위한 움직임은 매우 활발했다.

    “이럴 게 아니라 모두 모였으니 호텔에서 한잔하며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시죠. 사람들이 매우 힘겨워합니다.”

    류이첸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을 가리켰다.

    “그렇네요. 가시죠. 이번 자리는 제가 사겠습니다.”

    기분에 취한 한강이 나서 오늘 자리를 책임지겠다 선언을 하였다.

    “좋습니다.”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유 회장님 잔고가 넉넉한지 모르겠습니다.”

    한강이 앞장서고 뒤를 따르는 셋은 차례대로 말하며 오늘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가 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저의 작품을 사주실 분들인데, 미리 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맘껏 드셔도 됩니다.”

    한강은 엄지를 추켜 세우며 모든 걸 수용하겠음을 행동으로 나타냈다.

    사람들은 좋다며 한강이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

    며칠 전.

    “거기 조심하라고. ”

    홍콩아트페어로 출근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착한 화물을 안으로 끌어와 예정된 자리에 배치를 하였다.

    “아따 겁나 크네.”

    “그러게 말이야. 이만한 걸 누가 사갈지. 참...... 세상에 부자들 참 많아.”

    “이건 얼마에 팔릴까? 그 유명한 한리버가 만든 거라던데.”

    “글쎄, 직접 개봉하기 전엔 모르지.”

    세상에 판타지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상자를 여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지리란 걸 직원들은 너무 잘 알았다.

    “캬, 벌써 기대되네.”

    범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의 가치. 하지만 그중에는 예술에 눈이 어두운 이라도 감탄을 터트리게 만드는 작품들이 여럿 출품되고는 하였다.

    노란색 머리의 남자가 기대로 가득한 눈이 되어 장도리를 들었다.

    “빨리 뜯어 보자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나무에 박힌 못이 하나둘 밖으로 뽑혀 나왔다.

    잘 뽑히지 않는 부분은 오함마를 이용해 상자 면을 부숴 틈을 만들어내 장도리를 박아 넣어 틈새를 벌렸다.

    “이건......”

    “허......”

    상자를 모두 분리하고 작품을 설명서대로 배치하는 순간, 근방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은 눈을 의심했다.

    하늘로 올라가는 천사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합장을 한 손을 가슴에 붙였다.

    당장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오를 거 같은 천사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천사가 강림했다.”

    인부들도 전시관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한 가지 결론에 당도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거다.’라고 확신을 하였다.

    ***

    2008년 6월 중순이 지나는 오후.

    수많은 부유계층이 건물로 들어섰다.

    영국의 귀족 출신부터 시작하여 내로라하는 사업가들이 전시장 안을 꽉 채웠다.

    웅성웅성.

    “정말 대단한 작품이지 않습니까? 왜 한리버를 현시대 최고로 치는지 알 만합니다.”

    물방울 포타이가 인상적인 중년 신사가 한강의 작품을 올려 보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도 공감입니다. 사업가인 사람이 이런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놀랐습니다.”

    아래부터 위로 길게 이어진 계단은 점점 폭을 줄여 착시를 일으켜 하늘로 이어진 계단을 표현하였다.

    계단 밖으로 튀어나온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천사는 실제 사람이 천사로 분장해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거 같았다.

    “이런 입체감이 있는 착시는 실로 처음 봅니다. 정말 탐나는 작품이로군요.”

    중년인들은 말하면서 경계의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겉은 아무렇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이지만, 속은 바싹 타들어갔다.

    ‘이 작품은 반드시 내가 가져간다.’

    ‘절대 양보는 없다.’

    홍콩에 발을 들이민 시간부터 부자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시작된 셈이었다.

    “오, 이게 바로 그 한리버의 작품이로군요.”

    서로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던 중년인들의 주변으로 노년의 여성이 사람들 사이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옆에는 노년의 남성이 여성을 지키고 있었다.

    주변으로는 수십은 될 거 같은 경호 인력과 고용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싼 채 주위를 경계했다.

    “저, 저분은!”

    “허!”

    서로 탐색을 하며 작품을 평가하고 있던 사람들은 시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입을 벌렸다.

    세계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왕, 엘리자베스 2세와 그녀의 남편 필립 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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