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63화 (163/237)

163화. 24살, 제너럴 모터스 공장 인수

제너럴 모터스 대표이사실.

“한리버에서?”

보고에 릭 왜고너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어려워 기업들이 무너지는 이때, 타이밍 좋게 호재가 떴다.

“20분 전 연락이 왔었다는데...... 대표님께 확인하고 연락을 주기로 했다 합니다.”

비서는 아래에서 올라온 내용을 소상히 보고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자네의 생각을 듣고 싶군.”

릭 왜고너의 눈빛이 차분하게 변했다. 심연 깊숙하게 빠진 눈동자에 빛이 새겨졌다.

“이대로 흐른다면 저희는 부도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구제금융도 지금 부정적 여론이 드셉니다. 정부에서도 절대 안 된다며 명백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세계 최강 자동차 기업 중 한 곳으로 알아주던 미국의 대표 기업이 어쩌다 이리되었는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비서는 있는 그대로 진실을 릭 왜고너에 고했다.

“참 말이 아니게 됐어. 허허......”

릭 왜고너는 닥친 현실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리버에 지금 있는 직원들까지 넘기는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면..... 기업 이미지도 좋고 닥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비서는 해야 할 말들을 거르지 않고 현실을 인지시킴과 동시에 길을 제시했다.

“사업을 축소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겠지.”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는 빚에 노출된 제너럴 모터스 입장에서 보자면 탈출구는 구제금융과 매각하는 방법 외에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채무자들에게 연기해 달라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한다 한들 들어줄 채무자들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조금 더 좋게 말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되었네, 그것이 진실이고 현실인데 어쩌겠나. 그쪽 대표가 직접 전화해 인수 의사를 밝혔나?”

“그렇습니다.”

“임원진들을 소집하게.”

결단을 내린 릭 왜고너는 임원진들을 소집하였다.

제너럴 모터스는 한동안 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내다봤다.

***

“제너럴 모터스에서 답을 보내왔습니다. 미팅을 하고 싶단 내용이었습니다.”

HY 자동차 대표 나동근은 받은 메일을 프린트한 종이를 결재판에 꽂아 한강에게 내밀었다.

『제너럴 모터스 기본 조건에 당사의 직원들을 모두 받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길 바랍니다.』

조용히 쭉 읽어 내려가던 눈이 한곳에 머물렀다.

“이 내용 어떻게 보세요.”

“모두를 받아들인다면 미국 내에서 상당히 좋은 이미지를 만들게 될 걸로 보입니다만, 지출되는 비용이 상당하리라 보입니다.”

미국의 경기가 멈췄다. 국민들의 주머니가 닫혀 있어 상당한 난항을 격게 될 걸로 보여진다.

‘하지만,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지. 새로 공장을 신설해 영업을 하기보다, 인수해서 운영하는 게 낫지.’

어차피 직원도 뽑아야 하는 상황.

새로이 식구를 받기보다 기존 기술자를 흡수해 운영하는 게 더 이득이리라.

“그대로 진행하세요. 대신 인수가는 최대한 깎아 보시고요.”

휘청이는 기업을 시가대로 인수한다는 건 어리석은 행위. 최소한으로 최대를 노리고자 하였다.

한국이 외환위기 당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해주겠다.

***

[한리버 그룹 제너럴 모터스 공장 인수 추진, 이틀 뒤 협상 테이블 마련......]

한리버 그룹의 행보가 낱낱이 전 세계로 뿌려지는 때.

쉬이이이이이이.

비행기는 바람을 싣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리버 협상단이 도착했습니다.”

제너럴 모터스로 나동근을 필두로 다섯의 협상단이 꾸려져 제너럴 모터스를 찾았다.

비서는 그들의 도착 소식을 릭 왜고너에게 알렸다.

“일어나지.”

그의 발이 떨어졌다. 걸음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래층에 마련된 회의실로 이동했다.

“먼 걸음 하셨습니다. 릭 왜고너입니다.”

“나동근입니다.”

두 기업의 대표가 만났다.

둘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았다.

“어려운 제안을 시원하게 수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릭 왜고너가 먼저 입술을 떼었다.

여기서 아쉬운 건 제너럴 모터스이지, 한리버가 아니었다.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회장님께서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감사를 표하는 릭 왜고너의 기분을 십분 이해한다. 동시에 이번 결정은 유한강의 결정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참 좋은 분이십니다.”

릭 왜고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걸쳤다. 여타 기업과 함께 가지던 협상 테이블과 다르게 분위기가 무척 긍정적으로 흘렀다.

“그렇지요. 사업능력과 도덕성을 함께 갖추신 분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번 인수 건 기존 가치를 인정하기 힘들 거 같습니다.”

“......역시 그러시겠지요.”

사업은 소꿉장난이 아니다. 인간관계와 돈이 얽혀 있는 아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전장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릭 왜고너는 그 말에 공감하면서 아쉬움은 숨길 수 없었다.

“4천 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살리는 길입니다.”

보통 공장을 인수하면 인원을 감원하고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지출을 낮추는 전략을 짰다.

하지만, 한리버는 그 모든 걸 배제하고 직원을 100% 수용하는 조건을 내세워 거래에 임했다.

“원하시는 가격이 어떻게 됩니까?”

밀고 당기기를 하기에 제너럴 모터스엔 여유가 없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2차 3차 협상이 가능하다.

기업 자체를 매각하는 게 아닌, 일부 공장만을 매각하는 것이기에 협상은 빠를수록 좋았다.

“5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제너럴 모터스에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겁니다.”

이 정도면 약 6천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었다.

괜찮은 우량기업 몇 개는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을 불렀다.

“그 정도면 확실히......”

“이 금액에 이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신다면 내일까지 모든 잔금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한화로 바꾸지 않은 달러가 상당하다.

최근 옵션에서 벌어들인 돈만 하더라도 약 19억 달러.

가히 어마무시한 자금 능력이었다.

“...... 잠시 우리끼리 시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부릅뜬 눈에 놀라움이 깃든 것도 잠시, 릭 왜고너는 직원들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양해를 구했다.

“저희도 피로하던 차였는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대 제너럴 모터스 그룹이 참 말이 아니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봤을지.

늘 하늘 위에 군림해 있던 옛 영광은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될 거 같나요?”

밖으로 나가는 제너럴 모터스 측 사람들을 보며 나동근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관련 협력사들이 공장문을 닫거나, 월급의 50%~70% 수준으로 낮춰 직원들을 쉬게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단 소리가 됩니다. 이번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리라 봅니다.”

제너럴 모터스는 당장 대출 만기를 막아야 하는 처지. 현금력이 부족한 이때, 이번 협상은 절대 벗어날 수 없으리라 진단했다.

끼익, 경첩 소리가 들려왔다.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약 30분 정도가 지나는 시점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았다.

“결정을 내리셨나 보군요.”

얼굴을 보고는 결정을 내렸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5억 달러에 거래를 하지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휘청이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터다.

“결정에 감사합니다. 이번 결정으로 귀사에 힘이 되었음 합니다.”

두 협상단은 만족한 결과를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였다.

***

[제너럴 모터스 미국 공장 일부 처분, 총 처분 가격 5억 달러......]

바로 기사가 되어 시장에 풀렸다. 동시에 해당 소식은 즉시 증시에 적용되었다.

“캬아, 쥑이네. 믿었다고. 크크.”

“미투. 완전 득봤네.”

계속해 증가하는 생산량에 의하여 생긴 과부하는 HY자동차의 단점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걸 미국 현지 공장 일부를 인수하게 되면서 단점을 기회로 만들어 버렸다.

앞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만큼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리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었다.

HY자동차에 투자한 주주들은 투자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이대로 흐르면 HY는 50만 원도 가능할 거야.”

“진짜 그렇게 되면 좋겠다.”

“될 거야. 지금 전기차는 나오지도 않았어. 그거 나오면 완전 대박 날걸?”

전기차 기술력 1위에 올라선 HY자동차에 거는 기대감은 실로 대단했다.

단지, 언제 나올지 모를 전기차 소식에 주가는 널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완전 부자 되는 거.”

“기도하자.”

사람들은 주먹을 쥔 채, 주식창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기대감은 극에 달해갔다.

***

“으, 오줌.”

이른 새벽 갑자기 몰려오는 소변에 졸린 눈을 힘겹게 떴다.

부스럭, 부스럭.

“잘 자네.”

옆에 자고 있는 윤희를 잠시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감기 걸릴라.”

가슴, 배,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덮던 이불을 깔고 자고 있었다.

냠냠.

“하여튼, 외모에 비해 잠버릇이 거칠다니까.”

이불을 조심히 빼내어 윤희의 목까지 덮어주었다.

따스함이 전신에 감싸자, 잠을 청하는 윤희의 얼굴에 온기가 감돌았다.

“으차차. 가자. 급하다.”

오줌주머니가 배 속에 한가득 들어찼다.

한강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침대에서 내려와 급히 걸음을 옮겼다.

졸졸졸.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소변과 대변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무엇이냐고.

정답은 가장 급한 것부터 나온다는 거였다.

한강은 배에 힘줘 아직 젊음을 힘껏 과시를 하였다.

“휴, 살았다.”

털털, 모든 걸 쏟아붓자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잠옷 하의를 위로 끌어오려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

빛에 적응된 눈은 어둠을 만나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보다 더욱 어두웠다.

“깨지 않게 조심히 가자.”

일하랴, 살림하랴, 아이를 돌보랴 피곤한 아내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벽을 짚고 조심히 방으로 이동했다.

“응, 일어났어?”

안방으로 들어서자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검은 실루엣이 시야로 들어왔다.

“미안. 나 때문에 깼지.”

한강은 미안함에 뒷덜미를 긁고 재석이 깨지 않게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

한데,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삐진 거야. 미안.”

중도에 깬 것에 심술을 부리는 걸로 보였다. 한강은 두 손을 합장해 침대로 향했다.

“......응?”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다가갈수록 기억 속에 있는 윤희의 얼굴과 다른 게 침대에 있었다.

“......허허.”

한강의 얼굴이 굳었다. 침대 앞까지 가고서야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곰돌이 인형을 윤희로 오해를 하다니......”

으음. 쿠울.

“......”

덮어주던 이불을 발로 차는 윤희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 윤희의 모습과 인형을 번갈아 보던 한강의 얼굴에 황당함이 자리했다.

“나도 요즘 많이 피곤했나 봐......”

민망함에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윤희가 깨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꽤 깊게 잠든 모양이다.

“이걸 이따 얘기하면 겁나 웃겠지......응? 잠깐.......”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강렬한 스파크(Spark)를 터트리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다음 작품의 주제는 착시다!”

그간 떠오르지 않던 새로운 작품의 실마리가 잡혔다.

중간에 잠이 깬 게 큰 기회로 찾아왔다.

한강은 침대로 올라갔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서재로 향했다.

잊어버리기 전에 떠올린 작품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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