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59화 (159/237)

159화. 23살, 대박 징조

“미국에서 금리 0.75% 인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막 미국에서 전달된 소식에 김동진의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푸하하하, 제가 뭐랬어요. 미국에서 금리 내리니 안심하고 투자하라 하지 않았나요.”

한강의 웃음소리가 시원하게 주변으로 퍼졌다.

자잘하게 바뀌는 미래로는 큰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게 입증되었다.

“어떻게 매번 그리 따박따박 맞추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매번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동진은 여태껏 본 것 중에 가장 크게 놀라워하고 있었다.

“대충 2조는 넘겠네요. 그쵸?”

“......”

대기업 연 매출 규모를 단번에 달성하였다.

“이 돈으로 뭘 할지 계획을 짜봐야겠어요.”

“2조나 되는 돈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분은 회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그만한 돈을 바로 쓸 생각을 하시다니.”

“실장님, 돈은 돌아야 돈인 겁니다. 재산을 숨긴다고 금고에 돈을 묶어 두는 건, 돈을 쓰레기로 취급하는 행위예요.”

돈이란 쓰임새를 잊어선 안 된다. 돈은 순환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금이 아니라면 돈은 쓰는 게 좋다.

쓰는 만큼 경제는 돌아가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한강은 돈을 쓰는 만큼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믿었다.

“하하... 모두 회장님 생각처럼 살면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겠습니다.”

김동진은 한강의 마인드를 배워갔다. 나이가 어려도 배울 점이 참으로 많았다.

“그쵸.”

“그럼 그 2조를 어디에 쓰실 생각입니까?”

“몇 가지 생각을 해본 게 있는데, 당장 말씀드리기엔 시기상조네요. 그때 알려줄게요.”

관심을 보이는 동진의 모습에 작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암호화폐 사업부는 어떻게 돌아가나요.”

“할 피니 개발소장을 중심으로 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스카우트팀을 꾸려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지원 부족하지 않게 해주시고, 부족한 건 결재 없이 할 피니 소장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음...... 그리고 내친김에 이 아이도 알아봐 주세요.”

한강은 암호화폐에 있어 중요한 인력들을 세세히 기록을 해두었다.

그중에 한 명의 이름을 별도로 작성해 앞으로 건넸다.

『비탈릭 부테린. 나이는 10대로 추정.』

비탈릭 부테린, 암호화폐계 혁명가.

이더리움의 창시자이다.

비트코인을 동전으로 치면 이더리움은 코딩할 수 있는 계약서로 블록체인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잠시 이걸 놓치고 있었어.’

너무 비트코인에만 신경을 몰두했다.

진짜 중요한 건 이더리움이었는데.

문제는 이름만 알 뿐, 상세한 정보를 모른다는 점이다.

“이 아이는 어떤 이유로......”

십대라는 부분에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간 보아온 행보에 의심을 거두고 궁금한 부분을 물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상당한 천재라더군요.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한리버에 꼭 필요한 인물로 보여 후원을 했음 합니다.”

미리부터 선점해, 암호화폐를 이끌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 후 한리버는 전 세계 최대 거래소로 급부상하게 될 터다.

그래서 후원이란 명목 아래 비탈릭 부테린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한국에서 암호화폐를 개발하게 할 참이다.

“일주일 내 조사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할게요.”

나머지는 김동진에게 맡기기로 하고.

“퇴근하자.”

가방을 들고 퇴근길에 올랐다.

***

[아래 사진은 아이 윤이 인기가요에서 얼굴을 처음으로 공개한 사진이다.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인 아이 윤은 부모님을 보자 감격해 눈물을 쏟고 있다.]

[아이 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20여 번의 오디션을 보고 탈락하기를 반복했다. 이 중에 JYB 엔터테인먼트도 속해 있는 걸로 알려졌다.]

[JYB 엔터테인먼트 박진경 대표는 “제가 왜 지윤(아이 윤 본명)이를 떨어트렸는지, 정말 후회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아이 윤의 실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이 윤은 올해 15살로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윤의 기사가 연신 화제로 올랐다.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기사에 오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오, 지윤이 벌써 3위를 기록했네.”

벅스뮤직에서 음반판매율 3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고속질주였다.

“게다가 이번에 1위 후보에 오를지 모른다지. 잘됐음 좋겠네.”

Tell me tell me.

Tell Tell Tell Tell.

Tell me.

날 사랑한다고.

날 기다려 왔다고♪

한강의 시선이 오션월드 영상으로 향했다.

여고생들이 모여 Tell me 춤을 추고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뜨겁게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매주 1위를 휩쓰는 걸그룹 ‘원더걸스’의 노래 Tell me.

과연,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여고생들 춤추는 거 보니까, 좋아?”

재석을 안아 든 윤희의 눈이 얇아졌다.

눈에서 질투의 불꽃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

한강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붉게 켜졌다.

“어허! 무슨 소리야. 내가 예쁜 마누라 두고 춤추는 걸 보고 있다니! 이건 콘텐츠에 대한 공부라고!”

말을 잘해야 한다. 한강의 관자놀이에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옹, 그러셔. 왜 내 눈엔 즐기는 걸로 보였을까?”

집요하게 파고드는 윤희는 아직도 영상이 돌아가는 핸드폰을 향해 턱을 밀어 가리켰다.

“에휴, 그게 아니라고. 내가 왜 SBC를 틀고 여기서 당당하게 이걸 보며 인기가요가 하길 기다리겠어.”

“왜 그런데?”

“지윤이를 좀 더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을 떠올려 봤다고. 게다가 오늘 지윤이가 1위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어, 진짜?!”

그제야 윤희의 의심스러운 눈길이 거두어졌다.

휴......

한강은 속으로 작게 안도했다.

“그래, 지윤이도 분명 화제를 낳고 있지만, 많이 부족해. 원더걸스에 비하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지윤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어.”

핸드폰 영상을 껐다.

시선을 TV 화면으로 이동했다.

“진작 그렇게 말을 했음, 내가 오해를 안 했잖아.”

‘먼저 물어봤음 좋았잖아’ 원망의 눈빛을 슬며시 보냈다.

“그르게. 내 실수. 괜한 오해를 만들었다.”

하지만, 입은 다른 말을 하였다.

이런 말이 있다.

남자가 양보하고 살면 가정이 평화롭다고.

‘오해는 만들지 말자’

가정의 평화를 지키자.

“음, 이슈라. 예능이라도 내보내는 게 어때? 지윤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뭐 그런 거 하면 좋지 않을까?”

“음...... 예능이라.”

아직 지윤이는 예능에 나간 적이 없다. 학업도 중요했고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능은 아직이야...... 가만...... 어쩌면......!?’

그때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제법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자기랑 얘기하길 잘했어. 무언가 떠오를 거 같아.”

한강은 윤희에게 공을 돌려 감사를 전했다.

“에헴, 그거 보라지. 그래도 잘됐다. 도움이 돼서.”

여자의 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며, 윤희의 미소에 따라 웃었다.

[11월 셋째 주 생방송 인기가요! 일요일 1위 후보입니다. 텔미 춤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원더걸스.]

얘기하는 사이 인기가요 1위 수상식이 시작됐다.

“한다!”

윤희가 먼저 반응을 하였다. 아는 사람이 1위에 오를지 모른다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TV에 신경을 집중했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죠?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한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의 주인공 아이 윤!]

와아아아아아!!

2007년 11월 셋째 주, 지윤이 1위 후보에 올라섰다. 단 두 달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와! 진짜 1위 후보에 올랐어.”

윤희가 놀란 눈으로 TV를 응시했다.

“제발, 제발...... 1위 해라.”

원더걸스도 지금에 오르기까지 온갖 고생을 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지윤이 거쳐온 고생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두근두근,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는 소리가 귀로 들려왔다.

[1위는......]

TV 화면이 지윤과 원더걸스를 감치 비추었다. 두 사람 다 떨리는 눈으로 한 지점에 시선을 가져갔다.

[11월 셋째 주 1위는 축하합니다. 아이 윤!]

퍼어엉!!

“됐다!”

“우아, 1위다!”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시간, 지윤이 해내고 말았다. 1위의 아성을 지키고 있던 원더걸스 텔미가 2위로 밀려나고, 지윤의 곡 좋은 날이 1위에 올랐다.

[아......]

깜짝 놀란 지윤은 멍하니 종이 가루를 바라보다, 이내 눈동자가 떨렸다.

[아이 윤 씨 1등 소감 부탁합니다.]

지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배슬기가 나서 웃으며 챙겨주었다.

[정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1등이란 게 막 믿겨지지 않고......]

지윤은 자신의 1등이 믿어지지 않는지, 횡설수설을 하였다.

“저 마음 알지.”

한강도 충분히 이해를 하였다. 웃으며 지윤의 말을 기다려 주었다.

[먼저 저의 은인이시자, 부족한 저를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해준 유한강 회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조건 없이 마음으로 받아 주시고,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전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지윤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에게도 감사를 전하면서 한강에게 무한의 신뢰를 보냈다.

주변에서 지윤의 소감을 듣고 있던 사람들도 한리버 그룹 유한강 회장을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아이 윤의 앵콜곡을 들으며 저희는 물러나겠습니다.]

지윤의 앵콜곡이 시작되는 시간.

“어때? 열혈 가수의 소감을 들은 감상이.”

남편의 칭찬에 어깨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윤희는 한강의 감상을 들어 보고자 하였다.

“더 열심히 챙겨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 참 뿌듯하다.”

일요일 저녁, 오늘은 매우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자신이 아닌, 주변인의 1등 소식은 새로운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다.

“저예요. 지윤이에게 축하한다 전해주고, 코디와 메이크업 하는 친구들 챙겨서 맛있는 거 사먹이세요. 케이크도 하나 들고 가고. 지윤이 가수 선배들에게 선물도 돌려서 미움받지 않게 잘 돌봐 주세요.”

한강은 즉각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 이런 날일수록 주변인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믿고 이만 끊을게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파티할까? 오랜만에 케이크가 당긴다.”

“그럴까?”

좋은 날인 만큼 좋은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한강은 윤희와 함께 외출을 하였다.

***

쉬이이이이.

“찾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지 5일 차 되던 시간.

남자는 큰 목소리를 외치며 두 손을 하늘 높이 뻗었다.

“실장님 비탈릭 부테린 학생을 찾았습니다. 접촉할까요?”

---위치만 파악하고 기다려 주세요. 이쪽에서 사람이 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전화를 끊고 하굣길에 오른 비탈릭 부테린의 뒤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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