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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58화 (158/237)

158화. 23살, 웹드라마

“그간 고마웠습니다.”

4박 5일간의 한국 일정이 끝나고 귀국 날이 되었다. 할 피니와 짐 머만은 한강과 인사를 끝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선을 창가로 향해 이륙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짐 머만에게 물었다.

“솔직히 그거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유 회장......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더군요.”

한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단순히 천재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 그의 안목과 잠들어 있는 지식은 엄청났다.

약간의 키워드만으로 많은 걸 유추하고 맞춰가는 모습은 소름마저 끼칠 정도였다.

생각만 해도 몸이 자동으로 부르르 떨렸다.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우리가 정의한 개념과 앞으로 움직일 방향이 맞아떨어질 줄은...... 정말 놀랐습니다.”

짐 머만은 아직도 당시의 놀람이 떠나지 않는지 손바닥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다.

“잘한 거 같아요. 앞으로 한국에서 일하게 됐군요.”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도 없을 거 같습니다.”

운영하던 회사를 한리버에 넘겼다.

동시에 모든 생활비를 한리버에서 지원을 받기로 하였고, 무시 못 할 연봉을 받게 되었다.

“함께 잘해봅시다.”

한국에서 일하게 된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발전된 미래를 꿈꿨다.

***

하늘 위로 떠올라 날아가는 비행기가 시야로 들어왔다. 붉게 피어오른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를 보며.

“이렇게 비트코인도 나에게 오는구나.”

한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한리버가 크게 성장할 또 다른 동력을 얻게 됨에 힘이 꽉 들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 됐어. 할 피니 씨에겐......”

할 피니의 수명은 몇 년 남지 않았다.

밥 로스처럼 미연에 방지를 해 운명을 바꾸고 싶지만, 루게릭병은 다른 병들과 많이 달랐다.

10만 명 중의 1명꼴로 걸린다는 루게릭병의 완치 가능성은 ‘0’에 속한다.

그저 완화하는 수준.

길어야 5년에서 10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남게 되는 가족이 불편하지 않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일이겠지.”

그의 기술을 흡수하게 된 데에 따른 보상을 가족에게 해주기로 하였다.

“시설을 확실히 구축해 놓자.”

창가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늘진 잔을 내려보았다.

“뜨거워진 잔을 식힐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할 거야.”

냉각장치를 어떻게 설치할지 차를 조용히 음미하며 생각에 빠졌다.

2007년 11월이 되었다.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회색빛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는 날.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대표에 오른 파라다이스 사업본부장이던 소찬수가 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귀여운 구미호들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방송은 내일부터 들어갑니다.”

‘귀여운 구미호들’은 상당한 성적을 거둔 웹소설이 원작이다.

사고뭉치 일곱 구미호들은 남자들의 마음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인간계로 떨어진다.

구미호들이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날,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게 되어 선택의 길에 들어서는 귀여운 로맨스를 담은 내용을 다룬다.

“다민 씨는 요즘 어때요?”

“어느 때보다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민 씨의 돋보이는 깜찍한 연기는 자리해 있던 스탭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오, 아쉽네요. 제가 그걸 봤어야 했는데.”

일을 계속 벌이고 있어 제대로 시간을 낼 시간이 없었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고 해야 할 일도 참 많았다.

‘다음 작품도 내야 하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

고개가 절로 이리저리 저어졌다.

“담 드라마도 준비되어 있으니, 그때 보시도록 하시죠.”

“그땐 꼭 보러 갈게요.”

연기를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민의 명품연기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꼭 오셔서 보세요. 정말 재밌었습니다. 웹소설로 만든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총 25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질질 끌지 않고 빠른 전개를 통해 시원함을 선사했다.

“그 정도인가요? 대표님이 보시기에?!”

“네, 확실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아주 잘 뽑혔습니다.”

“이거 정말 기대되네요. 좋아요. 이번 성적에 따라 스탭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여운 구미호들은 모두 무료로 방영될 예정이다. 수익구조는 중간중간 들어가는 광고로 수익을 창출할 예정이다.

‘그 이후엔 편당 구매와 자유이용권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한리버의 방식은 늘 같았다. 무료로 사람을 유입하여 후에 유료로 푸는 전략을 펼쳤다.

이러한 것들이 쌓이다 보면 폭발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강의 계획이 확실하게 세워졌다.

***

[한리버 엔터테인먼트와 월드 플레이 합작 웹드라마 대오픈! ‘귀여운 구미호들’이 금일 월드 플레이 웹드라마 채널에서 방송한다.]

[여자배우 정다민, 김보미, 채소영, 이지영, 구소희, 이설아, 안채영 남자배우 김주영으로 정다민을 빼면 모두 신인배우로 이뤄졌다.]

2007년 11월 중순이 지나가는 저녁 시간.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귀여운 구미호들’의 기사가 대대적으로 터졌다.

딴!

『월드 플레이에서 정다민의 귀여운 구미호들을 시청하세요.^^ WWW.Wordplay.xxxxxx.』

그리고 다음 날, 토요일.

한리버 메신저를 통해 광고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할 거 없는데 이거나 볼까?”

몇 달 전부터 꾸준히 광고를 하던 웹드라마 제목이 메신저에 뜨자, 침대 위에서 할 일 없이 뒹굴고 있던 남성은 뚱한 얼굴로 알람 메시지를 바라봤다.

띠링!

『월드 플레이에서 ‘귀여운 구미호들’ 1편 이상 시청 시 200 쿠키를 지급합니다.]

“와, 진짜! 오예! 이걸로 웹툰 봐야지. 아싸.”

뜻밖에 알람 문구에 여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돈이 없어 약속을 잡지 않았기에 지금의 문구에 기분이 업됐다.

“그럼, 감사히 보겠습니다.”

남성은 확인 버튼을 누르고 바로 뜨는 ‘▶’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인간계로 넘어가 진정한 사랑을 배우거라. 그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신은 구미호에게 말하며 드라마는 시작됐다.

[수고하세요!]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 들고 집으로 귀가하는 남자가 등장했다.

[하나 언니 저 남자 어때?]

가슴골을 슬며시 내미는 여성이 등장했다. 여섯째 이육희였다.

[스릅, 짐승의 향이 나. 짝짓기로 적당하겠어.]

혀로 입술을 요염하게 스르릅 닦아내며 훔쳤다.

야릇함이 실린 눈빛이 남자를 좇았다.

하나 역을 맡은 다민을 필두로 여섯 여인들이 홀로 걸어가는 남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치? 그치? 히히.]

육희는 가슴을 살랑 흔들며 눈을 초승달로 만들어 요염하게 웃었다.

어린 외모와 달리 일곱의 여성 중 가장 눈에 띄는 몸매를 지녔다.

[그러다 가슴에서 미사일 나가겠다. 그만 흔들어 이 기지배야.]

[첫째 언니 부럽구나?]

[여자가 가슴이 전부인 줄 아니. 나처럼 귀엽고 순한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하나(다민)가 가소로운 눈으로 여섯째 육희를 바라봤다.

[옹, 그러셔. 그럼 우리 내기하자.]

[내기?]

여섯째의 내기란 말에 모두 관심을 보였다.

[응, 누가 먼저 저 남자를 꼬시나. 어때?]

[오, 솔깃한데?]

그렇지 않아도 지금껏 본 남자 중 가장 눈에 가던 차였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조건은?]

[요력 10년 치 주기.]

구미호에게 있어 요력은 수행을 의미한다. 이건 곧 힘으로 이어진다.

[오케이, 좋아.]

[나도.]

너도나도 여섯째 말에 동의하고 내기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누구부터 할래?]

하나가 물었다.

[여기에 있어. 내가 먼저 할게. 후훗.]

여섯째가 나섰다. 절대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이 눈동자에 맺혔다.

[......조, 좋아. 먼저 해. 난 마지막에 하겠어.]

하나는 자존심이 강한 구미호였다.

‘흥, 가슴에 넘어가는 수컷 따위......’ 하나는 빈약한 자신의 가슴을 잠시 응시하다 고개를 홱 돌렸다.

[체격 좋고, 덩치도 제법이고. 얼굴도 준수한 게. 잘 골랐어.]

남자의 뒤를 밟으며 순식간에 앞질러 간 여섯째 육희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 더 풀어 가슴골을 훤히 노출해 보이며 남자 근처를 지나갔다.

[아앗, 어머. 어떡해. 괜찮으세요? 미안해요. 발을 접질러서.]

계획적으로 남자와 부딪혀 함께 길바닥에 쓰러졌다.

육희의 눈에 색기가 감돌았다.

손을 슬며시 들어 남자의 얼굴에 가져갔다.

[아, 아닙니다. 죄, 죄송합니다.]

남자의 정체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박규태(김두영)였다. 규태는 눈으로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과 가슴에 눈을 질끈 감고 급히 일어나 도망치듯 달아났다.

[......뭐야. 저 수컷.]

어이없어 멍하니 규태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봤다.

[호호호호호.]

그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육희는 ‘윽’ 소리를 내며 자존심 상한 눈으로 다가오는 여자들을 응시했다.

얼굴에 분함이 득실거렸다.

[이건 무효라고.]

[이미 끝난 거 몰라?]

[흥!]

육희는 분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아닌데’ 생각을 머릿속에 감춘 채,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였다.

[잘 보라고. 내가 하는 걸.]

다음으로 나선 구미호는 둘째 이이나였다.

여섯째의 육덕진 몸에 밀렸지만, 그녀는 여섯째에게 없는 성숙미를 지녔다.

긴 생머리를 손으로 쓸며 작게 속삭였다.

[저 수컷은 내 거야.]

“와, 이거 뭐야. 왜 다 예쁜데. 이거 개꿀이네. 아, 남자 개부럽다.”

그야말로 남자들이 바라는 하렘 왕국에 여기에 있었다. 남자의 손은 곧장 다음 편으로 향했다.

『200쿠키가 지급됐습니다.』

동시에 알림 문구가 뜨며, ‘200쿠기’가 지급되었음을 알렸다.

***

2007년 12월이 되었다.

이제는 완연한 겨울이 되어 사람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한리버 월드 플레이에서 방영되는 ‘귀여운 구미호들’이 대박을 쳤다. 동시 시청자 수가 400만 명을 넘어섰다.]

추운 겨울임에도 한리버와 월드 플레이는 댓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정다민의 새콤달콤한 귀여움과 각 뛰어난 배우들의 미모가 남심을 사로잡다.]

└ 김민태: ㄹㅇ 개 부러움.

└ 이해솔: 더럽.

└ 김계상; 정말 재밌어요. 어제 12편 보다 잠들었는데, 다시 보러 갑니다.

└ 이한영: 이설아란 여배우 완전 내 스탈~~~~

└ 이호영: 정말 재밌어요. 웹소설도 보는 중인데, 드라마랑 또 다르네요.

└ 채윤성: 유 회장님 좋은 방송 정말 감사합니다 ㅠㅠ 앞으로도 좋은 드라마 만들어 주세요!

└ 이윤지: 전개 개 빠름. 와... 내용이 늘어지지 않고 쭉쭉 치고 가는 게 넘 좋아요. 이런 건 첨이네요.

얼마 전 방영된 귀여운 구미호들 웹드라마가 큰 호응을 얻었다.

TV에서 보던 드라마와 달리 시원한 전개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

“정말 재밌었어.”

한 번에 몰아 보지는 못했지만, 무척 재밌게 봤다. 한 편 한 편에 낭비 속도가 없었고 내용이 막힘없이 쭉쭉 뻗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대로만 가자.”

예상과 맞아떨어진 결과에 흡족함이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드라마를 계속 방영하면 경험을 쌓고 그 뒤에 영화를 찍자. 오로지 월드 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를.”

거대한 시장으로 변해가는 월드 플레이에 큰 기대감이 실렸다.

“회장님, 대, 대박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금리 인하 발표를 했습니다.”

그때였다.

문을 벌컥 열고 김동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 경악성이 크게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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