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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57화 (157/237)

157화. 23살, 암호화폐

“한리버라면...... 그곳?”

할 피니의 눈에 호기심이 새겨졌다.

아주 뜻밖의 제안이 종이 안에 실려 있었다.

『당신과 암호화폐를 공동개발하고 싶습니다.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리 말고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을 줄이야. 놀랍지 않아요?”

암호를 화폐화하려는 곳은 들어본 바 없었다. 그런데 아주 뜻밖인 곳에서 해당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IT공룡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곳에서 말이다.

할 피니는 종이를 짐 머만에게 건네며 해당 부분을 가리켰다.

“허, 이건 진짜 의왼데요.”

짐 머만도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걸 것이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에 어떤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걸 자신들 외에 다른 이가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니 신기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생각해요?”

“이 기술을 우리만 안다고 해서 상용화가 되겠어요? 제가 보기에 이참에 관심을 보이는 곳에 지원을 받아 함께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요.”

짐 머만은 순수하게 접근을 하였다.

해당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해서 좋을 거 하나 없었다. 아무도 모르는데 뭘 어떻게 할 텐가.

“확실히......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언젠간 해야 될 일이기도 했고.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일이 좀 더 앞당겨질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요.”

할 피니는 즐거운 얼굴로 다시 건네어 받은 종이를 보며 웃음을 피웠다.

“즐거워 보입니다.”

“그럼요. 어떻게 우리를 알게 된지는 모르지만. 노력의 결실을 빠르게 맺을 수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세상은 자신으로 인해 변하리라 확신했다.

“결론 난 거네요. 한국에 가실 거죠?”

“당연하죠.”

“저도 함께해도 될지요? 이참에 한국이란 나라를 구경해 보고 싶은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란 소리를 자주 들었다. 돈만 있으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같이 가야죠. 우리는 공동 운명체 아닙니까.”

당연한 걸 묻는다는 얼굴이 할 피니 얼굴에 실렸다.

할 피니는 결코 독단적인 판단으로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준비할 게 많아지네요. 하하.”

짐 머만은 일으켰던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챙겼다. 안에서 수첩과 펜을 꺼냈다.

마치 여행을 떠나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한국에 갈 때 필요한 준비물(?)을 적는 걸로 보였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그의 모습을 보며 할 피니는 고개를 살살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방 안은 어둠으로 변해 고요한 적막감을 흘렸다.

***

2007년 10월이 된 가을.

나무에 남아 있는 거라곤 붉은 옷을 홀딱 벗은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남겨졌다.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시니 신경 써 주세요.”

『회장님의 초대에 감사히 응하겠습니다.』

얼마 전 날아든, 팩스다.

한강은 오늘 오게 될 사람을 떠올려 멀리서 오는 만큼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고자 하였다.

“현생에 처음으로 가지게 되는 인연들이 참으로 많구나.”

비트코인 암호화폐를 개발한 사람은 가까운 미래에 천재로 추앙받게 된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아 헤맸다.

그러한 과정에서 천천히 밝혀지게 되는 인물들.

할 피니와 짐 머만.

그 뒤로 짐작 가는 이들을 쭉 나열을 했지만, 시작점은 할 피니와 짐 머만에 있었다.

“비트코인의 시작은 그의 마지막 편지에서 비롯됐지.”

불치병에 시달려 세상에 퍼진 그의 편지는 비트코인을 알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한강은 그들이 빨리 한리버에 발이 닿기를 바랐다.

***

쉬이이이이이이이.

하늘 높이 떠오른 비행기 고도를 낮춰 아래로 내려섰다. 바람을 피해 내려서는 비행기는 서서히 속도를 낮춰갔다.

“여기가 한국.”

미국과 호주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 시야로 들어왔다.

시골 국가로 알던 한국은 모든 걸 갖춘 선진형 국가였다.

“좋네요.”

“허허, 여권을 저리 허술하게 들고 다니다니. 저러다 도둑이라도 맞으면 어쩌려고.”

비행기에서 나와 공항 안으로 들어서면서 한국인들 주머니로 삐죽 튀어나온 여권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간중간 보이는 외국인들조차 비슷한 행동을 하였다.

“음, 아무래도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요.”

할 피니의 입이 열렸다.

“뭐, 들은 거라도 있나요?”

“지나가는 투로 들었는데, 한국은 여권이나 개인 물품을 도둑맞을 일이 없다더군요.”

미국을 더불어 필리핀, 태국 등은 어떻던가?

인신매매,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개인 물품을 두 손으로 꼭 안아 들고 다닌다.

“약소국이면서 치안은 좋다라. 신기한 나라긴 합니다.”

할 피니의 말에 짐 머만은 걸음을 옮기며 하하호호 웃으며 평화로이 이동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한국이 어떤 나란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스르륵. 게이트 문이 열렸다. 둘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할 피니, 짐 머만 님의 한국 방문을 환영합니다. 한리버.]

“저깄습니다.”

짐 머만이 팻말을 높게 든 사람을 가리켰다.

“허허, 뭔 사람들을 저리도 많이......”

누가 알면 대단한 사람이라도 방문하는 줄 알 정도로 엄청난 경호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회장님, 비서실 과장 김소영입니다. 저희가 마련한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김소영은 영어 실력을 뽐내며 능숙하게 둘을 대하였다.

“아니, 저희는 회장을 바로 뵈어도......”

과분한 친절과 환영에 부담이 강하게 들었다. 꽤 긴 비행이었지만, 그렇다고 피곤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닙니다. 오늘은 여독을 푸시고, 내일 오전 10시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김소영은 할 피니의 말에 고개를 젓고 편히 쉬라 권했다.

“허허, 그렇다면 그리하리다.”

할 피니는 짐 머만의 끄덕임에 소영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다.

둘은 한리버 경호원들 속에 녹아들어 준비된 차량을 타고 육성호텔로 향했다.

***

한국 시간 오후 8시가 넘어가는 시간.

할 피니가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정말 우리가 이리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에 1만 달러는 할 법한 객실에 투숙을 할 줄은......”

넓은 평수에 구분된 방. 안에는 편의시설들이 완벽하게 갖춰 있었다.

스스로도 사업가이지만, 이런 곳에 머물 정도로 돈이 넘쳐나진 않았다.

“그러게요. 한국이란 곳을 조금은 무시했는데, 미국과 비교해도 크게 빠지지 않아요.”

“한리버란 기업은 소문 이상으로 아주 좋은 곳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우리를 위해 이런 비싼 곳을 내주면서 편의를 봐주는 곳이라니.”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극진한 대접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나, 한편으론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식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에 매우 흡족했다.

“이리된 거 근사하게 한잔합시다. 내가 쏘지요.”

“하하, 좋습니다.”

기분도 좋겠다, 시원하게 한잔 걸치며 피로를 풀기로 하였다.

쉬이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아침.

끼이익.

호텔 앞으로 차량이 멈춰 대기했다.

“간밤 편히 쉬셨습니까. 저는 비서실장 김동진입니다.”

김소영 과장이 아닌, 김동진이 차량을 끌고 와 둘을 안내했다.

“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동진의 인사에 둘은 만족 미소를 입가에 걸쳤다.

‘왜 한리버가 최고가 될 수밖에 없는지 알겠어.’

기업에 있어 아이템과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주인의 마인드였다.

주인의 마인드와 성향에 따라 중소기업 일지라도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오너의 마음이 작으면 작은 기업이 되는 것이고, 마음이 넓으면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녹아 있다.

둘은 한리버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모시겠습니다.”

둘을 차량에 태우고 핸들을 틀어 도로로 진입했다. 가는 길 쉬지 않고 둘에게 한국에 대해 설명하며 목적지인 한리버 청담동 사옥으로 이동했다.

“회장님, 할 피니 대표와 짐 머만 씨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회장실 안으로 들어온 김동진이 도착을 알렸다.

“고생하셨어요. 피곤하실 텐데 쉬세요.”

둘을 챙기기 위해 평소보다 부지런히 움직인 김동진에게 휴식을 권하고 기다린 두 사람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1분 남짓한 시간, 두 사람이 모습을 비쳤다.

“저의 편지에 응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강은 일어나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얼굴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유명한 분을 이리 뵈니 영광입니다.”

“덕분에 편히 쉬었습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강의 환대에 돌은 감사를 전하며 한강의 이끌림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이 처음이시라고요.”

“그리됐습니다.”

“저와 이야기가 끝나면 한리버 차원에서 한국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한국까지 오셨는데, 한국 수도 구경은 하셔야죠.”

남산타워, 명동, 강남 등을 둘에게 소개를 해줄까 한다.

한강은 최대한 둘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 주고자 하였다.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대우가 좋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출발하기 전 일정은 미팅을 끝내고 대충 한국을 둘러본 후 복귀하는 거였다.

하나, 그건 한강의 친절에 무산되고, 더욱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눈웃음을 지으며 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자, 그럼 빠르게 미팅을 마무리 지어보죠.”

어색한 분위기가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졌다. 셋은 앞으로 있을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며 본 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 암호화폐에 대해 알게 됐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할 피니의 표정이 바뀌었다. 눈에는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머물렀다.

“어떻게라......”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진실은 얘기할 수 없기에, 그럴싸한 답을 찾았다.

‘생각해 보니 쿠키를 그걸 생각해 만든 거였지.’

답은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아주 간단합니다. 한리버는 쿠키라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결제를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상화폐의 가치가 유동적으로 움직이면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던 차 어떤 화폐가 떠올랐는데, 이걸 암호화시켜 화폐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에 미친 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었다.

한강은 자신이 말한 걸 되짚어 보며 질문을 던졌던 할 피니를 응시했다.

“허허...... 그럼 회장님이 생각하기에 암호화폐의 전망이 어떠리라 보시는지요?”

“10년 내 아주 큰 시장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암호화폐는 기업에 없어선 안 될 투자 수단이 되리라 봅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묻는 할 피니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들이 다채롭게 변했다.

놀라워하기도 하고, 호기심으로 변하기도 했으며 생각 이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걸로 보이기까지 해 섬뜩하게 변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손으로 만지는 종이 화폐의 가치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가치가 떨어집니다.”

무한정 찍어 내는 화폐의 가치는 줄어들게 되고 이는 물가로 반영된다.

인플레이션에 노출이 쉬워 매우 민감하게 다뤄야 할 녀석이었다.

반면에 암호화폐는 정해진 수량에 의해 가치가 떨어지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오르는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이걸로 다른 화폐들을 투자해 거래하게 되지. 기축통화...... 한국의 화폐는 기축통화가 힘들어. 대신 이걸 활용한다면 어쩌면...... 세계의 흐름을 이끌 수 있게 될지도......’

궁극의 예술 세계로 발을 들이밀려 한다. 한리버를 가상화폐계 기축기업으로 만들어 세계 경제를 이끌고자 하였다.

“그래서 지금 개발하는 암호화폐에 한리버도 손을 섞고 싶습니다. 한리버가 거래소가 되어

암호화폐를 이끌고 싶습니다.”

한강은 포부를 밝혀 암호화폐계 강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한강은 두 눈을 강렬하게 불태웠다.

시선을 둘에게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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