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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55화 (155/237)

155화. 23살, 웹 드라마

“정말 감사합니다!”

지윤이 허리를 바닥 밑으로까지 숙였다.

“뭘, 내 식구 챙기는 일인데. 오늘이 계기가 돼서 더 열심히 했음 좋겠다.”

“당연하죠.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녀석.”

목에 힘을 불끈 줘 말하는 지윤의 모습에 새삼 귀엽고 대견스럽다.

한강은 지윤을 보고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

“이제 그만 울어라. 몸에 있는 물 다 말라서 피부가 건조해지겠다.”

“저 아직 감수성 풍부한 십대라고요.”

볼을 부풀려 불만을 토로했다. 그 모습조차 귀여워 볼을 꼬집어 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큰일 날지도... 후후.’

꾹 참고 등을 돌렸다.

“부모님과 좋은 시간 보내고. 오늘 일로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혹여 하고 싶은 게 있거든, 내게 연락하거나 매니저에게 말해 봐.”

“네!”

부모의 응원은 세상 어떤 것보다 값진 영약이다. 지윤의 대답을 끝으로 방을 벗어났다.

***

심리 치료소.

“이제 다 나은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힘들다 싶으면 언제든 찾아와요. 회장님께서 부탁한 것도 있고, 열심히 상담해 줄 테니.”

“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세를 졌다.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아닌 척 지냈지만, 마음에 담긴 상처들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그간 힘들던 시간을 내려놓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제야 우울한 기분을 내려놓고 새로이 태어날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야.’

상담을 받는 시간 내내 한강을 떠올려 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남자친구가 없었다면 한강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위험한 생각이 들 정도로 한강의 인품과 행동은 너무도 완벽했다.

“참으로 사기야, 거기다 능력도 있지...... 잘생기기까지.”

병원을 나오며 괜히 샘이 났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먼저 누군가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는데.

“다민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 돼. 안 돼. 사랑과 전쟁도 아니고!”

머리를 털고 남자친구를 생각했다.

그 순간.

“휴... 평온하다.”

마귀에서 깨어나 천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가볼까.”

마음이 가벼워진 다민의 걸음도 가볍다.

다민은 폴짝폴짝 뛰어 한리버 사옥으로 향했다.

“좋은 소식이네요.”

회사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한강은 눈앞에 자리한 다민을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모두 회장님 덕분이에요.”

괜스레 붉어지는 귀.

왜 이리 뜨끈하게 달아오르는지 이 또한 고통이었다.

그러한 마음을 뒤로하고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했다.

“이제 일해야죠?”

“네! 뭐든 시켜만 주세요.”

“제가 전에 말했죠.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찍겠다고요.”

“네.”

“그건 지상파에는 송출되지 않을 거예요. 오로지 월드 플레이에서 나가게 될 거예요.”

“그런데 인터넷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있죠. 앞으로 TV를 보는 사람들의 수가 현저히 줄게 될 거예요. 예전처럼 방송 시청률이 40% 60% 나올 일은 없을 거고요.”

그 시간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 채팅, 웹 소설, 웹툰, 영화 등을 보게 된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이 TV 시장보다 훨씬 거대해진다.

“난 현재 돌아가는 시장보다 미래에 투자하는 편이에요.”

“헤헤, 그럼 전 회장님 지시대로 따르는 게 맞겠네요.”

“그래도 지상파도 무시하지 못하니 다민 씨가 원할 때 말하세요. 원하는 방송에 나갈 수 있도록 회사에서 지원할게요.”

“감사해요. 당분간은 여유로이 스케줄을 소화하며 지내고 싶어요.”

“마음대로 하세요.”

보통은 수익을 위해 연예인들을 굴리는 게 맞지만, 한강은 그러지 않았다.

소속 연예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정을 잡아, 몸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방향을 택했다.

“광고 문의 오면 그건 넣어주세요.”

“하하. 그러지요.”

다민의 일도 어느 정도 풀렸다.

한리버 엔터테인먼트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캘리버, 캠브리스 플레이지 해체. 펀드 폐쇄 결정. 서브 프라임으로 880만 달러 손실.......]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로 대부분 깡통 찬 걸로 드러나 금융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했던 헤지펀드 대부분이 자산을 날려 90% 가까이 손실을 입었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호주의 베이시스 캐피탈은 10억 달러 규모로 운용했던 펀드 기준 가격이 14% 하락했다며 자산매각을 피하기 위하여 환매를 중단한다 밝히기까지 하였다.

미국 부동산과 금융계가 흔들리면서 리먼 브라더스에 더 큰 잠재손실에 직면한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돌았다.

“국내 증시가 2% 하락해 1400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어려운 경제를 돕고자 경기부양책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게 된 게 큰 악재로 미국을 덮쳤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부동산 수요가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가격은 사람들의 욕심 속에 무럭무럭 자라났다.

금융권은 손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기에 제대로 신용조회조차 하지 않고 사람들에 돈을 빌려주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거품으로 가득한 부동산 가격을 막기 위해 04년도에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다. 동시에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하였고 파산절차로 이어졌다.

“돈을 갚지 못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모기지가 부도에 직면할 거 같습니다.”

07년 04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에 들어갔다.

최근 8월엔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사가 델라웨어주 웰밍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다.

“미국 정부가 개입할 확률은요.”

“여러 루트로 알아본바, 개입을 하지 않을 공산이 커 보입니다.”

세계권에 이르는 모든 금융권이 커다란 손실에 직면했다.

적게는 9천만 달러, 많게는 11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에 빠졌다.

“음... 우리야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대미수출에 있어 경제가 어려워지겠죠.”

세계 GDP의 2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 찾아온 충격은 우리나라에 있어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게 되리라 내다봤다.

‘이걸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아? 잠깐만. 우리가 아맥스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지?’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한강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갑자기 급하게 움직이는 한강의 모습에 김동진의 시선이 키보드로 향했다.

“아맥스 지분이 얼마나 되나 보려고요.”

“설마, 아맥스를 인수하려 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휴.”

크게 안도하는 김동진이었다. 엔지카드와 규모부터 다른 아맥스 카드를 인수하겠다 말하는 건 아닌지 싶어 식겁했다.

그동안 행보가 워낙 공격적이라 설마 하는 마음에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리 많진 않네요. 지분 조금씩 늘려가세요.”

“예?”

지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주가는 하락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상태.

그런 곳의 지분을 늘리라는 말에 납득이 가지 않았다.

“너무 위험합니다.”

계산을 마친 김동진은 강하게 거부했다.

한강의 말을 따르겠다 매일 다짐하고 살아가지만, 이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

“위험하지 않아요. 끈기를 가지고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꾸준히 지분을 늘려 가보세요.”

그러나 역시 한강은 완강했다. 작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정보라도 취하신 건가요?”

미국 신용카드 부채비용이 800조 원에 육박한다 한다.

이는 더 늘어날 전망.

그런데 그런 곳에 투자를 하겠다 하니 납득이 가지 않았다.

“미국이 모기지는 포기해도 아맥스는 포기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이곳은 스탠다드 차트스가 올해 내 인수를 하게 된다.

워낙 유명한 일이기에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지식이다.

한강은 그 부분은 슬쩍 감추고 미국에서 구제금융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그때가 내년 말이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계획을 짜내려 가봤다.

“음... 알겠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러시다면 아맥스 지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회장님의 판단이 그렇다면 미국 부동산도 점차 회복될 거라 보이는데, 부동산 매수는 어떻습니까?”

전에 모든 부동산을 정리한 기억을 떠올려 슬쩍 의견을 내었다.

달러도 충분한 상태라 바로 거래가 가능했다.

“그것도 좋네요. 여기저기서 자금이 필요해 많은 빌딩을 싸게 내놓을 테니, 최대한 힘을 쏟아부어 보세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김동진은 더는 묻지 않았다. 더 대담하게 나가기로 하였다.

“이건 이쯤 하면 될 거 같고...... 아! 실장님. 잠시만.”

문을 열고 나가는 동진을 붙잡았다.

“미국금리 하락에 옵션을 거세요. 한 500억 정도면 부담 없겠네요.”

갑자기 머릿속으로 하나의 기억이 파고들었다.

그건 미국의 기습적인 금리 인하하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쯤이었어.’

당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게 아니었다면 기억조차 하지 못했을 터다.

“금리를 인상하는 와중에 미국에서..... 아닙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습관대로 반발하려던 자세를 고쳤다.

김동진은 입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휴......’ 짧은 한숨을 입에 달고서.

“후후, 미안해요. 어쩌겠어요. 갑자기 떠오른 기억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는걸.”

한강은 조용히 웃었다.

***

미국 뉴욕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본사.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방 안에 자리한 사람들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햇살로 방 안은 밝았지만, 사람들 얼굴은 매우 어두웠다.

짙은 한숨은 바닥으로 내려앉아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지금 주가는 4% 떨어져 71센트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아......

어떤 이도 제대로 된 답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당장 직원들 월급도 문제예요. 연체율이 증가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모인 사람 중 하얗게 내려앉은 머리를 한 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발언을 하였다.

“결국, 인원을 감축하자 이 말씀이군요.”

“당장 지출되는 비용을 줄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중 고연봉을 가진 임원들이 자진해서 나가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영에 잘못이 있는 임원진들이 아닌, 지시대로만 움직인 직원들을 정리하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장 그거 외엔 뾰족한 수가 없겠군요.”

상석에 앉아 있는 중년인의 고개가 무겁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인원 감축에 동의한 것이다.

모두는 침음성을 뱉었다.

세계에서 알아주던 기업이 조금의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한 번의 사건으로 무너졌다.

그야말로 수치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하실 말씀 있으신 분은 말하세요.”

해답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었다.

“음...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싶은데, 최근 두 회사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더 할 이야기가 없나 싶어 회의를 종료하려 할 때,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주춤하더니 손을 들었다.

“두 회사?”

“그렇습니다. 지금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과 한국의 한리버에서 우리 회사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두운!

남자의 그 한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은 동시에 남자에게 꽂혔다.

상석에 자리한 중년남성 또한 눈을 동그랗게 떠 남자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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