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23살, 한리버 성장 테크
딴 따라라.
“피아노 연주하는 사람, 꽤 잘 치네요.”
“그러게요. 어디서 배우신 분인지 궁금한데요.”
몇몇 피아노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피아노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하지만, 남자의 정체는 물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짝짝.
그러는 사이 피아노 연주곡에 맞춰 신부가 입장했다.
감미로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예쁘다.”
이때까지 사람들은 피아노 연주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구석에 자리해 있기도 했지만, 한강의 요청으로 사회자가 언급하지 않은 탓이다.
그것도 모른 채 하객들은 환호와 함께 신랑 신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두 분의 축하를 위해 아주 특별한 분이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주례를 마친 신랑 신부의 시선이 피아노로 향했다.
“누구야?”
신랑은 누군지 모르는 눈치.
“예전 제자. 보고 놀라지 마.”
신부인 경애의 몸에 힘이 빡 들어갔다.
뿌듯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비쳤다.
“다섯 살에 미술계 폭풍을 이끌어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퀸 엘리자베스와 쇼팽 콩쿠르 피아노 국제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인물......”
어?!
사람들의 얼굴에 설마 하는 시선이 곧장 피아노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한국에서 아이돌보다 더욱 인지도 있는 예술인이자 기업가.
사람들은 귀를 활짝 열고 사회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쯤 되면 모두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리버 그룹의 오너이신 피아니스트 유한강 님을 모십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난 순간.
와아!
순식간의 사람들의 외침이 홀을 두들겼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흔들거릴 정도로 사람들의 함성은 엄청났다.
경기 초등학교 동창들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은 없었기에 반응은 엄청났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열어 카메라를 눌렀다.
“안녕하세요. 화가이면서 기업인이며 피아니스트인 유한강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 스승이신 김경애 선생님의 결혼을 축하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와......
“유한강 회장 스승이 경애라고?”
“그 말이 진짜였어?!”
경애의 지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왜 말하지 않았어......”
경애의 옆에 선 신랑은 너무 놀라 고개를 홱 돌려 신부를 바라봤다.
“내가 늘 말했잖아. 내 제자 중 진짜 훌륭한 애가 하나 있다고. 바로 쟤야.”
“......”
신랑과 사람들의 반응을 본 경애는 어느 때보다 예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두 분의 결혼을 제가 축하해 줄 수 있어 기쁩니다. 늘 행복하시고, 두 분의 행복을 위한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785년 부르크 극장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초연되었으며,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참석해 연주회의 성공에 눈물을 흘렸다고도 알려졌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전쟁 속에서 신분 차이를 극복해 사랑을 나누며 도주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한강은 둘의 사랑이 지속되길 바랐다.
한강의 걸음이 천천히 피아노로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한강을 좇아 피아노에 닿았다.
“뭐, 뭐야. 저 사람들은......”
그때 무대 위로 협주회에서 볼 법한 사람들이 악기를 들고 위로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피아노 협주곡이라 했었...... 헐.”
사람들은 그야말로 경악했다. 고작 결혼식장에 몸값이 비싼 이들을 대거 동원됐다.
심지어.
“마에스트로......”
지휘자까지 자리한 완벽한 악단이 구성이 되었다.
딴 딴 딴 딴.
연주가 시작됐다.
“와...... 결혼식장에서 이런 걸 듣다니......”
사람들의 눈이 감겼다. 여자들은 한강의 손이 건반을 누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봤다.
“내 남편이지만, 멋지네.”
윤희는 챙겨온 카메라를 셔터를 누르며 조용히 어깨를 올렸다.
피아노가 쉬는 타임.
“그대 내게 다가오는 그 모습....”
노래가 바뀌었다.
조규만의 ‘다 줄 거야’ 가사가 한강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마에스트로는 웃으며 바뀐 음악에 맞춰 지휘봉을 움직였다.
바이올린, 플롯 등 모든 악기가 마에스트로를 따라 손을 움직였다.
“와, 뭐야. 쟨? 노래도 잘한다고......”
“완전 사기야.”
“이럴 수 없어......”
“진짜 아쉽다. 어떻게 저 얼굴로 유부남이야.”
사람들은 감탄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며 한강의 노래를 들었다.
“나 제자 잘 뒀지?”
경애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솔직히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자라고 하지만,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이였기에 수락해 준 것만으로 감사히 여겼다.
그런데 한강은 오늘을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자신의 결혼을 위해 악단으로 구성해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정말로 감사했다. 자신만큼 축복받으며 결혼하는 사람은 다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서글픈 우리의 지난날들을 서로가 조금씩 감싸줘야 해. 난 네게 너무나도 부족하겠지만.....”
--- 다 줄 거야. 내 남은 사랑을......
약 10분이 넘어가는 시간, 모든 연주가 끝이 났다.
짝짝짝.
다소 긴 축가였지만, 어느 누구 하나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모두 한강의 축가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신랑도 신부도 한강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끝으로 신랑 신부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신랑 신부 행진!”
딴 딴 따다 딴 딴 따다.
한강의 피아노 연주는 오프닝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다.
“경태가 특공대를 위해 육사에 들어갔다니. 정말 모를 일이네. 하하. 기분이다. 경태가 특전사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크게 한턱 쏜다. 가자!”
그날 저녁.
건강한 체구로 등장한 안경태의 모습에 한강은 웃으며 지갑을 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안부를 물으며 잔을 부딪쳤다.
“경태를 위하여!”
“한강이를 위하여!”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하여!”
그날 술값은 1천만 원이 가볍게 넘어갔지만, 누구도 돈에 대해 신경은 쓰지 않았다.
오로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즐거움만을 떠올리며 축배를 들었다.
***
2007년 7월.
중국합작법인 한리버 물류회사의 부지가 최종 결정됐다. 홍콩과 마카오 지역에 스마트 물류회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1천 대가 넘는 자율이동로봇을 개발 진행하기로 하였다.
모든 시설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를 진행하였다.
[한리버, 첫 중국 진출 문을 개방하다. 위더야오, 선라인 그룹, 스와치 그룹의 합작 법인 회사가 홍콩과 마카오를 시작으로 중국에 터를 마련할......]
[“분명 시행착오는 있을 겁니다. 모든 기술 기반이 부족해, 천천히 업그레이드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니, 이런 좋은 사업이 있다면 왜 내겐 말하지 않은 게야.”
기사를 접한 이건호가 턱을 바들바들 떨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할 거니까, 그때 잘 부탁할게요. 장인어른.”
애초부터 홍콩 증시에 등록할 목적으로 본사를 홍콩에 두었다.
한강은 이번 합작 물류회사를 세계 물류회사 탑에 자리한 ‘XPO Logistics’를 목표로 두고 일을 벌였다.
32개국에서 3PL을 운영하며, 고객사는 무료 5만 개사가 넘어간다.
매년 기술 투자만 4억5천만 달러.
한화로 약 5500억이 넘어가는 엄청난 투자 규모였다.
한강도 그렇게 하겠다 선언을 한 꼴이다.
“완전 괴물이야. 얼마 가지 않아 육성도 추월하겠어.”
건호는 한리버가 보유한 안드로이드에 주목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은 돈을 쓸어 담는 괴물 그 자체였다.
자동차는 무난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 상태.
한리버를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모르기는 해도 육성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이미 가치는 훨씬 넘어섰을지 몰랐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쯧쯧, 재진이 녀석이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어.”
“큰 형님은 잘할 겁니다.”
“쯧.”
마음에 안 드는지, 입맛을 다신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야. 그래도 잘하겠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니까.’
잠깐 생각하다, 생각을 털어 지웠다.
‘그렇다면 역시 집안 문제일까?’
얼마 가지 않아, 둘의 사이는 남으로 갈라서게 된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자세히 밝혀진 바 없다.
“잘할 겁니다. 장인어른. 너무 걱정 마세요.”
해당 문제는 뒤로 미루고 이건호를 위로했다.
본 역사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잘해나갔으니까. 정치권만 얽히지 않으면 되었다.
“그래, 잘하겠지. 내 아들이니. 그보다 앞으로 계획이 어찌 되느냐?”
“앞으로 계획을 단순히 표현하자면 스마트한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스마트한 세상?”
“네, 전기 자동차의 자율주행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위한 발판으로 물류회사 자동화 시스템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원하는 장소를 입력하면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기계가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 시스템을 만들 예정.
“전기 자동차로 자율 주행을 하겠다?”
“네. 이미 전기차는 테스트를 거치고 있고, 곧 양산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여기에 내이비게이션으로 운행 데이터를 모아, 이걸 활용한다면 10년 내 자율주행 전기차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리버는 나아가 방산업에도 뛰어들 참이다.
‘그 전에 한리버 개인 위성을 가진다면......’
보다 완벽한 스마트한 기업으로 완성하게 될 터.
‘그렇다면 역시 돈이 필요해. 지금 돈으로는 부족해. 그렇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한리버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사토시 나카모토를 찾는다.’
비트코인 개발자로 알려진 그를 찾아 가상화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참이다.
모든 가상화폐의 기초가 된 그 화폐를 한리버가 가지겠다.
“역시 네놈은 대단해. 만화 같은 얘기를 하지만, 그게 진짜로 이뤄질 거 같아.”
“보여드릴게요. 조만간 지분확보를 위해 HY 자동차 유상증자에 나설 겁니다.”
“지분을 늘릴 생각인가?”
“네. 사실 지금 지분도 불안해서 확실히 지분을 확보할 참입니다.”
3자 배정 유상증자는 가족이 될 터다.
무엇보다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이상 적게는 몇억 많게는 몇십, 몇백억이 되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 줄 이는 없었다.
“윤희나 사돈을 끌어들일 생각이겠군.”
“네. 그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으니까요.”
“잔머리는 좋아서는. 확실하게 지분을 확보하고 다음을 노리겠다 이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뭐 좋아. 반대는 하지 않지.”
“감사합니다.”
이건호 회장은 HY 자동차에 있어 최대주주로서 발언권이 막강하다.
그래서 미리 말해 허락을 구하고 일을 진행할 참이었다.
“기대하고 있겠네.”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육성은 한리버로 인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빙긋 웃는 한강의 미소에 이건호의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남자의 미소를 보는 취미 따위 이건호에게 없었다.
그럼에도 한강은 축객령이 내려지는 순간까지 이건호를 응시했다.
마음속 깊이 숨긴 미래를 감싸 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