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52화 (152/237)

152화. 23살, 합작법인 물류회사 설립

[한리버 상장 시 기업 미래 가치 100조 원 이상 추정.]

[한리버 스토어 전격 출시, 한리버 스토어는 각종 어플을 자유로이 다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정말 대단한 새끼 아니냐.”

스마트폰 스크롤을 엄지로 올리며 기사를 보던 남자가 감탄을 터트렸다.

“그 새낀 유치원 때부터 대단했어. 현실감 없는 새끼였다고.”

“하긴, 다섯 살이 그렇게 그린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성장하고 머리가 커져서야 비현실적인 현상이란 걸 알게 됐다.

다섯 살부터 천재성을 보이고, 초등학교에 올라가던 시점, 쳐다보기도 힘든 위치로 껑충 뛰어올랐던 친구.

유한강을 떠올리며 그때의 일을 하나둘 가져와 안주로 삼아 알코올이 든 잔을 비웠다.

“크아, 맛난다.”

입 안으로 들어가는 닭똥집의 쫄깃함을 즐기며 오뎅 국물을 떠 마셨다.

“그거 아냐? 걔네집 완전 가난했잖아. 듣기로 할머니 도움 없었으면 엄청 힘들게 살았을 거라더라.”

“나도 들었지. 그걸 혼자 극복하고 거기다 세계 재벌이 되어 버린 것도 모자라서 육성과 가족되고. 진짜 전설이다. 그런 괴물은 다시 나오지 않을 듯.”

“야, 또 나오면 진짜 반칙이지. 인생 2회차도 저건 못해.”

이들은 한강이 걸어온 지난 시간을 되새기며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그래도 우리 도움 많이 받았지? 너 그거 기억나냐.”

“뭘?”

“애들 왕따 당하고 셔틀 당한 날, 걔가 기똥찬 거 했잖아.”

“아! 그거. 기억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심부름시킨 애들보다 걔네가 완전 이득 봤지. 듣기로 돈 무지 벌었다던데.”

당시 나이가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학교 짱으로 통하던 박현과 김재욱을 배경으로 삼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버린 행동 능력.

절대 여덟 살이 할 법한 방식이 아니었다.

“그거뿐이냐. 행사 때 떡볶이 독점으로 팔아서 1위 하기도 하고. 하여튼 대단한 놈이야.”

한강을 싫어하던 아이들은 왕따를 이끌던 무리 외에는 없었다.

오히려 진두지휘를 하여 아이들을 이끌었다.

선생조차 한강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움직였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담탱 결혼식 올 거 같냐?”

“오지 않겠냐? 그래도 둘이 그림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오면 겁나 떨리겠다. TV 보니까 작살 나던데.”

회장님 포스가 잘잘 흐르는 모습이 그렇게 위압적이고 멋지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극 공감. 우리 집도 크게 빠지지 않는데, 걔만 보면 구멍가게 운영하고 있는 거 같아.”

직원 3천 명을 가진 우량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학교를 졸업하면 입사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말단 사원부터 시작하는 자신과 달리 시작부터 기업의 오너로 시작한 한강과 비교를 하니 조금은 현실 자각 타임을 가졌다.

“니밀, 입대하기 싫다.”

그러다 입대를 연기한 남자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휴...... 개 부럽네.”

반대편에 자리한 이도 종이를 보며 우울감을 드러냈다.

자리는 급 숙연하게 변했다.

***

『김경애 ♥ 박지만 결혼합니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 화촉을 밝히게 되어 삼가 알려드립니다.』

“호오, 결혼 엄청 늦게 하시네.”

올해 사십 대 초로 알고 있는 경기 초등학교 담임 선생인 김경애의 결혼 소식이 날아들었다.

“누군데?”

윤희가 다가와 물었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미술 선생이라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했지. 모델 일도 하면서.”

당시가 떠오른다. 즐거웠던 시기이기도 한 초등학교 시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자신은 벌써 스물세 살로 아이 아빠가 되었다.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꼭 가야겠네. 갈 거지?”

“가야지. 모처럼 애들도 좀 보고. 다들 어떻게 컸으려나.”

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들과 연락을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여러 이유로 바빠 보지 못한 점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이 가장 클 수 있다 하겠다.

어린 시절 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다들 어떻게 컸으려나.

“나도 갈...까?”

윤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눈동자는 무지 가고 싶다는 감정을 품으면서.

“같이 가자.”

“뭐, 남편이 같이 가자는데 가야지.”

윤희는 슬쩍 뒤로 돌아 안방으로 향했다.

“뭘 입지?”

그러면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그나저나...... 피아노에 축가라......”

한강의 시선이 마지막 장으로 향했다.

『......미안한 부탁인데, 결혼식 날 피아노를 쳐줄 수 있을까? 무리한 부탁인 건 알지만......』

“부담스럽다면 하지 말아도 좋다......음.”

마지막에 적힌 내용에 살짝 고민이 되었다.

“내가 쳐도 되나?”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스승의 결혼식이다. 못 해 줄 건 없었다.

걸리는 건, 그런 자리에 자신이 과연 나서도 될지였다.

왕래가 잦았다면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 괜히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비집고 다녔다.

자칫 자랑으로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

“......흠. 그래도 해주는 게 맞겠지. 그 일은 그때 생각하자.”

생각해 보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고민 끝에 결정을 하였다.

***

며칠 뒤.

“홍콩과 중국 물류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굵직한 사안을 마무리하고 밑으로 넘긴 일에 대해 물었다.

“회장님 지시대로 큰 줄기는 맞췄습니다. 저희가 40% 지분을 가지고 나머지는 60%는 위더야오, 스와치 그룹, 선라인 그룹이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본사를 홍콩에 두고 중국으로 영역을 넓혀 가기로 했습니다.”

바로 중국에서 일을 벌이기보다, 홍콩에서 기반을 다지고 중국으로 넘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른 건요?”

“물류시설을 위한 화물 적하 및 팔레트 적재 자동화 로봇 시스템 공급 부분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축 로봇을 이용해 팔레트 로봇 시스템을 패키지화해 물류 이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다루고자 하였다.

“지분이 타인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돈에 대해 아쉬운 건 언급하지 마세요. 그들과 좋은 파트너로 만났어도 사람이란 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큰 틀과 자잘한 계획이 세워졌다.

이제 물류회사 부지를 어디로 할 건지가 남게 되었다.

“차차 정하자고. 이건......”

한강의 생각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눈은 산더미처럼 쌓인 보고서 결재로 고정됐다.

***

바글바글.

로비로 멋스럽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들어섰다.

“너 설마,. 인수?”

“어? 반장!”

그중에는 경기 초등학교 동창들이 입장해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고 악수를 건네거나, 반가움에 포옹를 하기도 하였다.

“내가 언제까지 반장이냐. 그리고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고, 떠밀려 한 건데.”

3학년 때부터 줄곧 반장으로 활동했던 나주영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살살 긁었다.

“어쨌든 반장 맞지. 그거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애들 천진데. 20대라고 때깔 좋아졌네. 요즘 어찌 살아?”

“어찌 지내긴. 군대 전역하고 이제 복학하려고 준비 중이지.”

“여, 대학생. 어느 대학이야?”

“나 용인대 사체과.”

“뭐?! 공부만 그렇게 하던 네가 용인대 사체과를 갔다고?!”

반에서 늘 순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나주영이 용인대 사체과로 갔다고 하자, 인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취미로 배우던 운동이 내게 잘 맞지 뭐야. 그렇게 됐어.”

“와...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그러고 보니 어깨랑 등 엄청 넓어졌다.”

그제야 주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단단함이 느껴지는 몸을 보자, 비로소 주영이 운동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운동하면 다 그렇지. 너는 뭐 하고 지냈어? 학교는?”

“나는 연대 갔지. 아버지 사업 이으려면.”

“와아, 그때 그 양아치에 일진으로 군림하던 네가 연대라. 애들 보면 겁나 놀라겠다.”

초등학교 때 일진으로 군림해, 아이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던 친구가 스카이대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마냥 놀라웠다.

“야,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초딩 때 내가 아니야. 나도 그때 일 생각하면 쪽팔린다고.”

“하긴, 막판에 경태랑도 화해했다 들었으니까. 경태랑은 아직도 연락하고?”

“그 녀석 특공대 장교 하겠다고 육사 갔다.”

“뭐?! 그 약골이??”

“야, 무시하지 마. 이제 내가 못 이겨 걘. 이따 보고 놀라지 마라. 완전 미친놈으로 변했으니까.”

인수도 보통 덩치는 아니었는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와 완전 기대된다. 크크.”

“세상이 반대로 돌아가네. 건강한 나 같은 놈은 근육 빠지고, 비실비실하던 너희들은 근육으로 무장하고.”

“크크. 다 그런 게지. 어?! 한강이?”

그때였다. 주영의 눈에 일련의 무리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으로 진입하는 한강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진짜다. 녀석이야. 와...... 빛이 난다.”

TV로 볼 때도 빛이 난다 생각했는데, 지금의 한강은 빛을 뛰어넘는 아우라가 전신에 걸쳐 있었다.

“우와, 너네 그 맞지. 반장 주영이랑 일진 인수?”

로비에 서 있는 아이들을 알아보고 한강이 다가와 알은 척하였다.

“아, 안녕.”

“오, 오랜만.”

둘의 얼굴에 어색함이 자리했다.

한강과의 격차를 떠올리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저기에 나영이랑 혜경이도 있네. 우와 다들 예쁘고 멋지게 변했구나.”

한쪽 무리에서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여자들이 있었다. 한강은 그쪽에서 손을 들어 흔들었다.

“인사해, 내 친구들. 여기는 다 알지.”

아내를 친구들에게 소개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면서 얘기 들었어요. 반가워요. 윤희예요.”

윤희는 앞으로 나서 인사를 하였다.

위화감을 주지 않기 위하여 다소 평범하게 차려입었음에도 서 있는 거 자체만으로 명품의 향을 풀풀 흘렸다.

“안녕하세요. 이인수입니다!”

“나주영입니다!”

둘의 목에 힘이 빡 들어갔다. 육성그룹의 막내딸의 위치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밖에 다른 아이들과도 자리를 가졌다.

특히, 여자들은 더욱 멋져진 한강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다들 이따 봐. 난 선생님 뵙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따로 있을게.”

인사를 대충 마친 한강은 경애가 있을 대기실로 향했다.

“선생님.”

붐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 신부 대기실에 도착했다.

어깨를 훤히 드러낸 하얀 드레스를 입은 경애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강아!”

경애가 일어나 한강을 맞이했다. 그녀의 얼굴이 화사하게 변했다.

“안녕하세요.”

윤희가 고개를 숙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이윤희 씨 맞죠. 동행해 주셔서 고마워요.”

“당연히 할 일이었는 걸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윤희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40대로 보이지 않는 앳된 외모에 한 번 놀라고, 주름 없는 깨끗한 피부에 두 번 놀랐다.

“고마워요. 호호. 윤희 씨도 참 예뻐요. 한강아 고맙다. 부탁 들어줘서.”

“호호.”

칭찬에 윤희는 살포시 웃으며 한강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연히 와야죠. 선생님 부탁이기 전에 제가 직접 나섰을 거예요. 축하드려요.”

“여행 다녀오면 좋은 거 하나 준비할게.”

“기대하고 있을게요. 이런 뒤에 줄이 좀 있네요. 저흰 이만 나가 볼게요. 식장에서 봬요.”

한강의 뒤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엇, 유한강이다.

사람들의 놀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대기실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웨딩곡을 연주하게 될 줄 몰랐어.”

“그르게. 우리 남편 능력 좋네. 실수하지 말고 잘하고 와.”

“응. 화이팅.”

한강은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 직원들이 한강에게 붙어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잠시 후.

-지금부터 신랑 박지원 군과 신랑 김경애 양의 결혼이 시작되오니 하객 여러분께서는......

결혼식 안내 멘트가 식장에 퍼졌다.

한강의 첫 결혼식 연주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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