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46화 (146/237)
  • 146화. 22살, 한리버 메신저는 무료다

    [통신사 업체 대대적으로 들고 일어서다. 한리버 메신저는 공짜가 절대 아니다. 데이터 이용료 부과!]

    [시장 독점 지위를 이용해 곧 유료화로 돌입할 것. 안드로이드와 통합한 것이 증거라며 한리버 메신저 유료화를 예고했다.]

    “웃기는 기사네요. 이 기자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거짓 기사를 보내는 거죠?”

    [기자 차영민.]

    한강은 기사에 뜬 기자의 이름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 기자에 대해 알아본 바, 이런 기사를 쓰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근거 없는 기사를 말이죠? 이거 우리가 고소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런 가짜기사를 뿌린다라.”

    차영민이란 이름을 몇 번 되새겼다.

    “고소를 진행할까요?”

    한강의 표정을 살핀 동진은 고소건에 대해 언급했다.

    “아니에요. 그보다 반박 기사를 내도록 하죠.”

    이런 기자가 있는 것도 사회 발전에 필요하다 여겼다. 영화도 좋은 평만 하지 않고, 아쉬운 점에 대한 비평도 하지 않던가.

    기업도 그렇고.

    누군가는 메기 역할을 해줘야 세상이 발전한다 생각했다.

    “회장님께서 직접 하실 건지요?”

    “제가 해야 더 신뢰가지 않겠어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더는 묻지 않았다. 걱정이란 걸 이젠 하지 않기로 하였다.

    김동진은 기자들을 소집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갔다.

    “나도 준비를 해볼까? 통신사들에게 한 방 먹여주러.”

    머릿속으로 JK그룹 회장의 얼굴이 스쳤지만, 공은 공, 사는 사다.

    한강은 한리버에 관계된 기사들을 마저 읽어 내려갔다.

    ***

    찰칵찰칵.

    플래시가 터지며 안으로 들어서는 한강을 따라 카메라가 이동했다.

    “급하게 바쁜 걸음을 하시게 하여 미안한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시작 전 한강은 기자들에게 허리를 작게 굽혀 고마움을 전했다.

    기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부분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소나무 회장이란 별명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야. 이름을 한강이 아니라 한결이라 지었음 좋을 뻔했어.”

    “그르게. 외국 별명도 한리버가 아니라, 좀 더 그럴싸한 별명으로 지었음 얼마나 좋았을지 싶어.”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변하지 않는 한강의 모습을 보며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청렴한 자산가이자 공인이라 하겠다.

    기자들의 시선은 한강에게 고정됐다.

    “기자님들을 급히 부른 이유는 한리버를 사랑해 주시는 세계분들의 우려를 해소해 주고자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기자들을 쭉 둘러봤다. 회사에 소속된 기자부터 시작해, 국내 방송사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발전을 거듭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장을 받아들이고 따라온다면 큰 성장을 이루겠지만, 그러하지 못하고 막으려 든다면 도태되어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마지막 말은 한리버를 겨냥해 나쁜 소문을 흘리는 사람들에게 향한 경고다.

    “하여 저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메신저 사업을 모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영구적으로 무료로 풀 겁니다. 데이터 비용은 들어갑니다. 그건 통신사에서 해결할 문제로 보입니다. 대신 와이파이가 깔린 장소에서는 100%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매달 문자비로 들어가는 약 3만 원 내지 5만 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문자 한 통을 보내는 데 50원이고 장문을 보낼 시 추가 비용이 들어갔다.

    한 달 백 통이라고 하면 많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문자를 하루에 20통만 고정적으로 보내도 한 달이면 3만 원.

    사람들이 소통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소통은 해가 거듭될수록 크게 증가할 거다.

    한강은 전 역사를 대신해 한리버가 맡기로 하였다.

    동시에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매달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 계산해 주었다.

    “광고 외에 제대로 된 수익도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말씀인가요? 전 세계가 사용하는 만큼 매달 적자 폭이 증가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만. 아무리 한리버라도 무리이지 않을까요?”

    한강의 말에 기자가 손을 들어 앞으로 나섰다.

    “이름이?”

    “차영민입니다.”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하던가.

    만나고 말았다.

    그것도 본진에서.

    한강은 어이없는 눈으로 기자를 잠시 응시했다.

    ‘미친X인가?’

    정말 그렇게 여겨졌다.

    처음 차영민이란 이름을 봤을 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겼는데.

    회사로 찾아왔다.

    “......”

    순간, 입이 근질거렸다.

    안에 있던 말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관두자. 질문에 대답해 주고 끝내는걸로...’

    하고 싶은 말을 삼키기로 하였다.

    정치가처럼 나불나불 떠드는 행위는 피하고자 하였다.

    “맞습니다. 한리버 메신저는 계속해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조치로 안드로이드를 통합을 하기로 하였고, 두 번째로 메신저에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메신저가 유료화될 일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유료가 되는 순간, 저의 전 재산을 나라에 기부하겠습니다.”

    “......”

    “......”

    한강의 파격적인 발언에 장내에 모인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질문한 차영민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회장님의 발언, 책임질 수 있으신가요?”

    그러기를 잠시, 큰 건 하나를 물었다는 생각에 눈을 빛냈다.

    송곳니를 숨긴 짐승의 눈을 하고 있었다.

    “제 발언에 대한 책임은 확실히 집니다. 그러니 토씨 하나 빼놓지 말고 확실히 전해주세요. 만약 오보가 나간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기자님이 지셔야 할 겁니다.”

    한강의 눈빛이 포악하게 변했다.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좋습니다. 녹음된 내용 모두 기사로 내보내겠습니다.”

    “부탁드리죠.”

    한강은 짙은 미소를 흘렸다. 원하던 흐름은 아니었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전할 수 있게 되었음에 만족했다.

    ***

    [유한강 한리버 회장, 메신저 사업 절대 유료화하지 않겠다. “만약 유료화를 시행하게 된다면, 저의 모든 재산을 나라에 기부하겠습니다”라고 밝혀.....]

    “와, 뭐지 이 자신감?!”

    “어쩐지 멋진데?”

    스마트폰에 뜬 기사에 황당함을 금치 못하면서도 한강의 배포에 사람들은 놀라운 반응을 내보였다.

    “돈이 많아서일까? 어떤 확신이 있어서일까?”

    “둘 다겠지.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잖아.”

    딴♪

    그때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리며 손에 들린 폰이 부르르 떨었다.

    『한리버 메신저 사업부:

    안녕하세요. 한리버를 사랑하는 회원님들께 안내 메시지를 드립니다.』

    『한리버 메신저는 회원님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유료가 아닌, 평생 무료로 서비스를 운영할 방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

    한리버 메신저 사업부에서 미리 준비라도 했다는 듯, 기사가 터지자마자 바로 한리버 메신저 사업부의 공지가 떴다.

    딴♪

    딴♪

    딴♪

    비슷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시선을 폰에 가져갔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쩌긴, 우린 좋은 거지. 손해 볼 것도 없고. 그리고 이제 문자 쓰라고 해도 안 쓸 거야. 불편해.”

    채팅처럼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문자는 보내는 족족 유료.

    문자를 사용하는 게 멍청한 행위이기도 하였다.

    빵빵!

    어느새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한리버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들의 대화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되었다.

    ***

    “......”

    “......”

    엔지전자 회장실 안으로 냉기가 흘렀다.

    “아주 광고를 해준 꼴이 되었어요.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시간을 늦추라 말했더니, 불길에 기름을 뿌려버렸다.

    뉴스에도 대서특필로 다뤄지면서, 저조한 움직임을 보이던 충성도가 높던 50대마저 이탈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앞전에 제안을 하여 계획으로 옮겼던 남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화력이 더해지니, 애플과 육성에 좋은 일만 해주었다.

    시장은 더욱 따라잡기 힘들게 되었다.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릴 거 같아요?”

    이진권은 진한 피로감을 느꼈다.

    무슨 말만 하면 대책에 대한 발언이 아닌, 죄송합니다로 일관하는 모습에 실망감마저 느꼈다.

    진권은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어 옆에 자리한 왜소한 체구의 중년 남성에게 가져갔다.

    “육성과 애플폰을 뜯어내 연구하고 있는데, 디자인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걸 따져 봤을 때 최소로 잡아도 내년 겨울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 그게 뭔 소리예요. 1년 반이나 잡다니. 우리는 그동안 대체 뭘 한 겁니까?”

    엔지전자 대표 자리가 위태롭다. 여기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가문의 눈 밖에 날지도 몰랐다.

    그건 피해야 하였다.

    엔지전자 대표 자리는 무조건 사수하는 게, 진권의 과제가 되어 버렸다.

    “올해 겨울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을 시키세요.”

    “그렇게 되면 사양에 문제가......”

    “누가 시행단계에 완벽한 걸 내놓나요. 일단 내놓고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거지. 한두 번 해봐요?”

    “......”

    “사양이 부족해도 좋으니, 무조건 올해 내로 완성하세요. 겨울에는 양산에 들어가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업 대표가 까라면 까는 것이 회사의 룰. 심지어 그 대상이 엔지그룹 직계라면?

    말의 무게가 확 달라진다.

    “뭣들 해요. 빨랑 나가서 일보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목소리는 거칠어졌다.

    사람들은 진권의 호통에 후다닥 밖으로 도망치듯 나갔다.

    ***

    “자신 있는 거야?”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정장을 받아주며 윤희가 물었다.

    “기사 봤구나.”

    “봤구나? 그거뿐일까? 뉴스도 보고 알람 메시지도 봤는데. 어떻게 된 거야?”

    재석이는 장난감 마이크를 입으로 빨며 누워서 얌전히 놀고 있었다.

    재석이 있는 거실로 이동하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물었다.

    “내가 캡쳐해서 보내 준 기사 있었지.”

    “설마 차 뭐시긴가 하는 그 기자 기사 때문?”

    “어, 그렇게 됐어.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기자회견장에 그자가 버젓이 참석해 묻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잘됐다 싶어서 터트렸지. 광고로 써먹기도 좋겠다 싶어서.”

    “아니, 그러다 망하면 어쩌려 그래.”

    윤희의 눈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윤희도 한리버 메신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를 계속 늘리고 있고, 거기에 들어가는 유지비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한리버의 힘이 어디서 나온다 생각해?”

    셔츠마저 탈의한 한강은 진지한 눈으로 윤희를 응시했다.

    “당연히...... 한리버 메신저지.”

    “맞아. 메신저야. 그런데 만약 메신저를 유료화한다 생각해봐.”

    “......”

    “망할 일은 없지만, 무료로 사용했던 사람들은 크게 반발하고 경쟁사로 이동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메신저로 만들어 놓은 인프라가 와르르 무너지게 돼. 경쟁사들이 끼어들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하는 거지.”

    “......”

    “일종의 치킨 싸움이기도 해. 그래서 적자가 나더라도 메신저는 무조건 무료로 안고 넘어가야 할 사업이야.”

    “그렇지만......”

    “나 못 믿어?”

    “믿기야 믿지.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조만간 메신저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게 될 테니까. 믿고 기다려줘.”

    “응......”

    한강은 윤희를 품 안으로 데려와 안았다.

    “걱정 마. 잘될 거야.”

    조용하고 평온한 음성으로 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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