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22살, 체질 개선
웅성웅성.
회의장으로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 의문으로 가득하다. 삼삼오오 모여 바쁘게 떠들어 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갑자기 체제를 바꾼다니 말입니다.”
HY 자동차 대표 나동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육성 자동차 대표로 있다, HY 자동차로 넘어온 인물.
갑작스러운 한강의 소환에 의문을 드러냈다.
“저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애플과 육성에서 대박이 터지지 않았습니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메신저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은데 그걸 다루기 위한 소집 같습니다.”
나동근의 물음에 근방에 있던 김상수 연구소장이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그거라면 메신저?”
설명은 짧았지만, 무얼 의미하는 지 잘 알았다.
나동근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그의 시야로 메신저 사업부와 안드로이드 대표가 눈에 들어왔다.
한리버가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 준 메신저 사업과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해온 안드로이드 사업.
둘의 관계는 참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모태인 사업은 시간이 갈수록 적자를, 뒤늦게 시작한 사업은 대박을 터트렸다.
애플을 제외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안드로이드로 모여드는 모습이 관측됐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한리버에서 유일하게 수익이 아닌, 손해를 내는 사업.
사람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다.
“음...... 어떻게 될지 대충 알겠군요. 이만 자리에 앉읍시다. 곧 회장님 오실 시간이네요.”
나동근은 대화를 끝내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회장님 오십니다.”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며 사람이 들어와, 한강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떠들던 이들은 입을 닫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갑자기 소집해 미안합니다. 그간 미뤄온 일을 진행하고자 여러분들을 급히 소집했습니다.”
첫마디를 사과로 시작했다. 이들의 일정을 방해한 데에 대한 사과였다.
“......”
“......”
모인 임직원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입을 닫고 무안한 표정으로 한강을 응시했다.
직장인이란 것이 회장이 부르면 모든 걸 놔두고 모이는 것이 룰로 여겨지고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은 매우 부담으로 다가왔다.
“우리 한리버는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임원들의 심정도 모른 채, 한강은 주제를 꺼냈다.
“모두들 아주 잘 아실 겁니다. 안드로이드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면서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음을 말입니다.”
한강의 시선은 주목하고 있는 임원진들의 얼굴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대표이자 개발자인 앤드 루빈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앤드 루빈 대표의 노력으로 한리버의 위치가 재평가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히 여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기업을 위해 노력해준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홍성민 대표에게도 감사한 말씀 올립니다.”
이어서 메신저 사업부 대표 홍성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아닙니다.”
둘은 뻘쭘한 얼굴이 되어 어정쩡하게 따라서 고개를 내렸다.
“하지만, 역시 한리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분위기가 무겁게 흘렀다. 홍성민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이내 시선을 한강에게 고정했다.
“안드로이드를 한리버와 통합해 현 문제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역시.
어디선가 들려온 작은 목소리. 사람들은 저마다 예상을 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한리버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메신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까 합니다.”
안드로이드 합병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적자 폭이 커지는 메신저 사업에 심폐소생사업을 넣기로 하였다.
“메신저를 유료화하기로 한 것입니까?”
한리버 대표 홍성민이 물었다.
그동안 반려 당한 제안이 이제 시작되나 싶었다.
“아닙니다. 저는 메신저에 이모티콘을 만들어 판매에 나설 겁니다.”
“이모티콘이요? 그게 돈이 되겠습니까? 인력도 부족할 텐데요.”
한강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분명 아이디어는 좋다 여겼지만, 적자 폭을 꺾을 사업으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고 관리 부분도 문제이기에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우리는 인력을 더 이상은 늘리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이 부분은 이모티콘 공모전을 열어 외부 작가들의 인원 대거 뽑을 겁니다.”
“......?!”
이모티콘 공모전?
그림대회나 각종 예술인들의 공모전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이모티콘 공모전은 무척 낯설다.
한강의 언급에 모두는 궁금한 시선을 보냈다.
“몇 개 안 되는 이모티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말은 웃긴 소리죠. 저는 공모전을 통해 수상작에 오른 이모티콘에 1억을 나머지 작품에는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다양하게 지급을 할까 합니다. 각 이모티콘은 2천 원 미만으로 산정해 팔리게 될 겁니다.”
수익 비율은 ‘7:3’으로 작가에게 ‘7’을 줄 예정이다.
“......허허.”
“거참......”
한강의 기발한 발상에 깜짝 놀랐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는 곧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지게 될 겁니다. 전 세계에서 이용하는 만큼 기대를 가져도 되리라 봅니다.”
한강은 자신했다.
전생에서 국내 메신저 시장을 독점했던 카XXX과는 규모에서조차 크게 차이 났다.
국내에 머물러 시장장악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리버 메신저.
이는 엄청난 영향력으로 세계에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탄생하게 될 터다.
“이제부터 우리는 스마트폰에 맞는 사업에 집중할 겁니다.”
내비게이션, SNS 등 여러 분야를 개발해 매출을 끌어 올리겠다는 발상에 모두는 깜짝 놀랐다.
사람들은 한강의 말이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뭐 이것도 괜찮겠지.’
자신의 뜻을 모두 내비친 한강은 술렁이는 회의장을 조용히 지켜봤다.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하며 장단점을 짚어 갔다.
“저 질문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의견이 좁혀진 시점, 갈색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긴 남성이 손을 들었다.
한리버 본부 소속이자, 메신저 사업을 총괄하는 홍성민 대표였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이 되어 한강을 응시했다.
“말하세요.”
“이번 합병의 의도가 재무제표 문제뿐만이 아닌, 다른 의도도 있으신지요? 가령 기업공개라든가?”
기업공개는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직 한리버는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은 상태.
만약, 모든 계열사의 지주 역할을 하는 기업인 한리버가 기업공개에 나선다면 상당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게 될 터다.
특히, 안드로이드!
메신저 사업이 적자라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빠르게 성장하는 한리버의 가치는 엄청날 터.
사람들의 목이 꿀렁였다.
“아뇨. 기업공개를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
사람들의 실망하는 분위기가 회장에 채워졌다. 한강은 가벼이 웃었다.
왜, 모르겠나? 저들의 바람은.
하나, 한강은 지주 회사에 대한 기업공개는 할 생각이 없었다.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며, 기업 매출이 저조해 돈은 벌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돈은 다른 루트로 계속 증가하고 매년 투자로 벌어들이는 수익률은 상당했다.
배당금까지 나쁘지 않은 상황에 굳이 상장할 필요는 없었다.
기업이 기업공개를 한다는 건, 사업을 확장함에 있어 돈이 부족할 때다.
애초부터 100%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자동차사를 제외하면 부채 규모도 무척 적었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한리버는 부채 규모를 줄여나가기까지 하는 상황.
구태여 상장할 이유는 없는 거다.
대신이라 말하기 뭣하지만.
“그리 실망하지 마세요. 엔터 사업은 내년에 기업공개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를 위하여 웹소설, 웹툰, 연예기획사, 미디어 사업 부문도 하나로 묶을 겁니다.”
월드 플레이도 묶을까 하다, 독립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은 웹소설과 웹툰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조만간 상당한 가치를 지닌 사업으로 재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미래정보가 이래서 편하다. 자신 있게 확신을 가지고 전진해 나갈 수 있으니까.
‘조금은 일할 의욕을 충족시켜 주는 것도 좋을 거야.’
꿩 대신 닭이라 했다. 이 정도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리라 봤다.
‘시장이 확장되기 전에 저들에게 기회를 주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거야.’
“오!”
반응은 즉각 나왔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 활기를 되찾았다.
“정확한 시점은 올해 말에 정해질 터이니, 그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걸 전했다.
나머지는 임직원들이 성장하는 회사에 적응해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한강은 돌아서 나가며 한리버의 미래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갔다.
***
[(주)한리버 그룹, 안드로이드 합병 결정!]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는 때, 한리버에서 안드로이드를 한리버와 통합하기로 하였다. 유한강 회장의 이번 결정에 관계자는 “현재 한리버는 메신저 사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장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안드로이드와 통합한 걸로...” 내다봤다.]
[안드로이드는 애플에서 개발한 운영체제인 IOS와 경쟁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히며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며칠 뒤, 증권가 공시 및 언론에 의해 기사가 떴다.
엔지전자 본사.
“우리도 운영체제를 따로 개발할 수 없습니까?”
애플과 육성전자에 의해 핸드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젊은 연령대의 이탈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보지만.
“힘들 걸로 보입니다. 설사 개발한다 하더라도 그때는 애플과 한리버가 시장에 손을 뻗고 있는 터라, 바꾸기 쉽지 않을 겁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허허... 어찌 그런.”
엔지그룹은 갑작스럽게 바뀌는 시장의 변화에 곤혹을 치렀다. 애플이 공개하고 얼마 가지 않아 육성도 시장에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정보에서 한참 뒤처져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1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한리버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량도 계속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리버 메신저의 최대 장점이 무료로 해외를 거르지 않고 자유로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지불해 한리버 메신저를 이용하길 바랐다.
“또한, 업무에 있어서도 편하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도 너무 완벽했다.
엔지전자 입장에서 필패였다.
“이를 견제할 방법은?”
비싼 스마트폰을 누가 살까 싶었지만, 시장은 스마트폰을 원하고 있었다.
엔지그룹 대표 이진권은 시간이 필요했다.
“......견제라고 하기에 뭣하지만, 한리버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은 통신사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에 있어 문자로 발생되는 수익이 만만치 않았다.
한리버 메신저는 통신업계에 재앙이 되었다.
“그 말은......?”
“저희뿐 아니라 JK, TF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기자를 섭외하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리버가 메신저를 유료로 전환하게끔 만드세요.”
한리버가 메신저를 유료로 전향하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률이 저조해질 거라 내다봤다.
그 사이에 엔지전자에서 스마트폰 개발을 서두른다면 육성과 대적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