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44화 (144/237)
  • 144화. 22살, 스마트폰 시대 도래하다

    계약 당시가 떠오른다.

    [애플이 만들게 될 폰 안에 한리버의 메신저를 고정으로 깔 수 있었음 합니다.]

    시작은 그리 화려하진 않았다. 소소한 부탁을 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게...

    아이폰에 버젓이 ‘한리버 메진저’가 깔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국뽕에 취할 거 같은 흐뭇함이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어떻습니까?”

    스티브 잡스가 물었다. 고개를 살짝 낮춰 한강과 눈높이를 맞췄다.

    “아주 좋아요. 만족합니다.”

    무얼 더 말하겠나? 전생 시절 이룰 수 없던 걸, 자신이 이루고 말았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 개발과 환경이 받쳐주어 이룰 수 있었다. 실력보다 운이라 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찾아와 인연을 만들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의 기회는 없었을지 몰랐다.

    “다행입니다. 정말로. 마음에 드신다니 말입니다. 그건 회장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네?”

    “뭘 놀라십니까. 애초에 회장님을 위해 준비한 스마트폰입니다.”

    “하, 하하.”

    “스마트폰은 2월 중 에이티앤티를 통해 세계에 납품이 될 겁니다.”

    역사가 앞으로 당겨졌지만, 절대 나쁘지 않았다.

    “분명 크게 성공할 겁니다.”

    “회장님의 지분 가치도 크게 오르겠지요.”

    애플 주식을 처음 매수하던 때가 16달러 수준. 현재 애플 주가는 주당 98달러.

    여기서 추가로 매수에 들어가면서 36만 주는 55만 주에 이르며 평균 단가는 25달러다.

    대충 계산했을 때 이익금은 5335만 달러.

    ‘지금 환율이 930원이니......640억 원 수준.’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환율이 오를 때까지 계속 넣어 둔다면 해당 숫자는 더욱 높게 책정될 터다.

    “하하하.”

    한강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졌다.

    세상에 돈을 버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리라.

    “하하하.”

    이에 스티브 잡스도 함께 웃음으로 한강과 즐거움을 공유했다.

    ***

    [미국에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방했다. 아이폰이라 소개한 스마트폰은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얼마 가지 않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공개됐다.

    97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100달러를 찍었다.

    “짠! 이것 봐라.”

    서울에 자리한 중학교 2학년 2반 교실.

    치맛자락이 펄럭이며 향긋한 향을 교실에 풍긴다. 그 위로 상큼한 미소를 머금은 지혜가 손에 사각 폰을 들고 ‘짠’ 등장했다.

    “어, 이거 그거 아냐? 애플에서 한창 광고하는?!”

    지혜가 내민 폰을 본 여학생은 깜짝 놀랐다.

    “야, 이거 아직 한국에 안 풀리지 않았어?!”

    또 다른 여학생이 등장했다. 핸드폰에 관심이 많은지, 제법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에헴.”

    지혜의 어깨가 자동으로 올라갔다. 가슴은 하늘로 향했다.

    “어떻게 된 거야?”

    “가슴 세우지 말고! 이년아!”

    지혜의 과장된 행동에 봉기를 일을 조짐을 보였다.

    “우리 오빠 알지?”

    “비현실 한강 오빤 잘 알지. 어? 설마?!”

    “진짜??”

    이쯤 되면 여덟 살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한국에서 떠들썩한 입지적인 신흥재벌 유한강.

    아이들의 눈에 금세 부러움으로 잠식해 갔다.

    “우리 가족 전부 이걸로 바꿨지롱. 푸히히.”

    그건 신경도 쓰지 않는 지혜는 오빠 자랑 삼매경에 빠졌다.

    “왜 우리 오빠는 돼지일까......”

    “우리 형부가 한강이 오빠였어야 했는데......”

    “왜 난 열다섯 살일까...... 나이 좀 더 많았다면 지금쯤 오빠의 부인이었을 텐데......”

    동시에 한탄이 터졌다. 시기와 타이밍을 잡지 못한 아이들은 한강을 그리워했다.

    “이것들이! 누가 부인이고 오빠야!”

    친구들의 예기치 않은 반응에 지혜는 크게 호통을 쳤다.

    “누구는 좋겠다. 잘생기고 멋지고 돈 잘 버는 오빠 있어서......”

    “우리 오빠는 왜 내게 용돈을 안 주고, 오히려 강탈해 갈까.”

    지혜의 다그침에도 아이들의 부러움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지혜의 통장 잔고를 알고 있는 아이들로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중학생 임에도 통장에 몇천만 원을 들고 있고, 네이컴과 더움의 주식을 소량 보유하고 있는 입지적 인물.

    그것이 지혜였다.

    “쯧쯧,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네. 얘네들이.”

    그때 지혜의 혀 차는 소리가 귓가로 맴돌았다.

    “......?”

    “......?”

    지혜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의문으로 변했다.

    “내가 누구냐. 지혜 아니냐. 너희들에게 있어 베스트 프랜드!”

    “어?”

    “어라?”

    지혜의 태도에 흙빛으로 물들던 눈동자에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

    그 안에는 어떤 기대감이 꿈틀거리며 싹을 피워냈다.

    “후후, 짠!”

    지혜는 가방에서 다량의 상자를 꺼냈다.

    “와!”

    “지혜 만세!”

    책상 위에는 어느새 친구들을 위하여 준비한 지혜의 선물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내가 바로 애플에 방귀 뀌는 오빠의 동생이자, 너희들의 친구다 이 말이쥐.”

    한순간에 지혜는 반의 인기녀로 등극해 신으로 추앙받았다.

    이는 지연이 있는 교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에 발을 밀어 넣었다.

    ***

    육성그룹 사옥.

    “......”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물건을 멍청한 얼굴로 바라봤다.

    “장인어른 선물입니다.”

    웃음을 흘리는 한강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지금 날 놀리러 온 거라면 아주 성공했다.”

    얼빠진 눈이 한강에게 향했다.

    “장인어른을 생각해 가져왔습니다.”

    “경쟁사 신형 핸드폰을 가져와 선물이라 내미는 녀석은 네놈이 유일할 거다.”

    “타사를 이기려거든, 경쟁사의 제품도 직접 사용해봐야 장단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죠. 이 선물은 그런 의밉니다. 장인어른.”

    회사의 제품을 믿고 충성심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볼 때, 좋지 않다 본다.

    그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패라고.

    애플과 경쟁 구도를 바라지만, 국내 대표 주자로서 육성이 잘되기를 바랐다.

    “허, 참. 내.”

    입을 봉해 버리는 이유에 얼이 빠졌다.

    이건호는 지그시 한강을 바라봤다.

    “육성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로 합니다. 급하다 해서 바로 양산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아이폰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 또한 우리의 일이 될 겁니다.”

    “......”

    모든 말이 참 주옥같다.

    “어떠세요.”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참으로 예뻤다.

    “에잉.”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참으로 얄미운 웃음이었다. 이건호는 핸드폰을 들고.

    “마음에 안 들어.”

    작게 불만을 터트렸다.

    “완벽한 제품으로 탄생하게 될 겁니다.”

    “선물이니, 받겠다. 대신 네 말은 지켜야 할 게야.”

    “네. 장인어른.”

    이건호는 결국 아이폰을 받기로 하였다.

    한강이 한 말 중 단 한 개도 틀린 말이 없기에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그럼 전 일어나 보겠습니다.”

    한강은 일어섰다. 갈 시간이 되었다.

    “재석이 데리고 집에 자주 들러.”

    “네, 장인어른.”

    몸을 작게 굽히고 밖으로 나섰다.

    “정말 아까운 녀석이야.”

    듣기 싫은 소리를 아주 서슴지 않고 해댄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고인이 된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육성의 황제로 살아오며 자신의 말은 법으로서 정해져 기업의 룰로 자리했다.

    하지만, 한강은 그걸 그대로 반박해 자신에게 있어 메기가 되어 주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며 계속 채찍질을 해 움직이게 만들어 살을 찌우도록 하였다. 그냥 살이 아닌 근육이 붙은 살을.

    덕분에 육성은 세계에 빠르게 입을 알려 입지적 기업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옆에서 이런 말들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건호는 등을 뒤로 기대어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올려봤다.

    “......”

    검은 화면에서 이건호의 얼굴이 비쳤다.

    그의 화면에 비친 얼굴엔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

    2006년 4월, 봄이 찾아왔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이 달라졌다.

    사람들의 행동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육성전자 아이폰을 따라잡을 Y-1 공개!]

    [디자인은 한리버 유한강 회장이 맡아 투박한 디자인을 벗고 새로운 시대에 맞춰진 고급진 디자인으로......]

    [Y-1은 한국인 감성에 맞춰 제작됐으며 운영체제는 한리버의 계열사인 안드로이드에 개발한 운영체제를 사용......]

    욱성전자가 드디어 스마트폰 Y-1을 시장에 내놓았다. 한리버의 운영체제를 장착한 Y-1은 아이폰과 생김새가 비슷했지만, 내부는 달랐다.

    키패드는 애니콜 키패드를 따랐고, 안에 다양한 문자와 기호들을 넣어 활용도를 높였다.

    [사람들의 핸드폰 문화가 바뀌었다. 이제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걸어 다니며 인터넷을 할 수 있으며, 신문을 살 필요도 없이 각 매체에서 발행되는 기사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볼 수 있게 됐다.]

    2006년 5월 정도 되는 때, 스마트폰은 빠르게 국내에 자리를 잡아갔다.

    한 명이 구입하면 다른 한 명이 구입해 사용을 하였고, 다양한 제품들로 인해 사람들의 선택도 다양하게 갈라졌다.

    “난 아이폰보다 육성폰이 편해. 애플은 뭔가 불편해.”

    “야, 그래도 육성보다 애플이야.”

    애니콜, 사이언, 스카이 등을 찾는 목소리가 확 줄었다. 어느새 시장은 육성과 애플로 구분해 다뤄졌다.

    “야, 아직도 돈 내고 문자 하냐. 돈 내고 문자 하지 말고, 무료로 운영 중인 한리버 메신저 사용해.”

    세상에 스마트폰이 풀리고, 사람들의 문화도 차츰 변해갔다.

    “메신저보다 문자가 편하지 않냐?”

    “어디서 노땅 같은 말을 해대냐. PC랑도 연동돼서 얼마나 편한데. 내 주변에서 너만 문자 하고 있어. 빨랑 켜.”

    유료 문자가 아닌 무료 메신저로 옮겨타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시작은 소통에 가장 민감한 어린 세대에서부터 나타났다.

    └ 천하태평: 지금 뭐 하냐?

    └ 천하태평: 빨랑 나와.

    └ 천하태평: ㄴㅇㄹㄱ!!!

    └ 이제얼짱: 그만 닦달해 ㅅㅂ 지금 씻고 있다고!! ㅂㅅㅇ!!

    └ 이제얼짱: 닥치고 기달.

    └ 대빵총각: 타일 공사하러 갔냐 ㅋㅋㅋ 뭔 샤워를 한 시간이나 하냐 ㅂㅅㅇ.

    └ 대빵총각: 우리 만날 땐 안 씻고 나온 거네 ㅈㄱㄷ.

    무료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사람들의 대화를 나누는 스타일도 바뀌었다.

    문자를 보낼 시 최대한 40자를 꽉 채워 보냈다면, 메신저로 이뤄지는 소통은 그런 제한을 부숴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풀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리버 메신저 이용자 수도 무섭도록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김동진의 얼굴에 불안한 감정이 잡혔다.

    “좋은 일에 표정이 왜 그래요?”

    동진의 표정을 읽고 한강은 물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걸로 짐작됐다.

    한강은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그것이 스마트폰이 세계적으로 풀리며 상당한 자금이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메신저로 나가고 있습니다. 곧 적자로 들어설 거 같습니다.”

    지금껏 한리버의 수입원이라고 해봐야 광고나 수수료가 전부였다.

    그런 상황에 스마트폰에 무료로 풀어버린 메신저로 인하여 상당한 지출이 밖으로 새어나갔다.

    김동진은 무료를 고수하는 한강의 생각을 바꾸고자 의견을 내었다.

    “아뇨. 그랬다간 한리버는 빠르게 붕괴될 겁니다. 우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무료에 있어요. 이걸 유료로 바꾼다면 고객들은 빠르게 벗어나게 될 겁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한리버 메신저를 모방해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초기부터 탄탄하게 키워온 한리버의 장벽은 매우 단단했다.

    그런 상황에 유료로 풀겠다?

    그냥 망하자는 말과 같았다.

    “회장님......”

    꽤 심각한지 다른 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김동진이었다.

    “한리버가 메신저 하나로 망할 거 같은가요? 걱정 마세요. 그럴 일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제게도 다 생각이 있어요. 제가 그것도 염려에 두지 않았을까 봐요.”

    걱정으로 물든 동진의 눈을 응시했다.

    “모든 임직원들 모이라 하세요. 이제부터 한리버의 체제를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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