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43화 (143/237)

143화. 22살,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속보입니다. 유 에스지 대표 이재영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조한 전무가 기자회견을 가져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먼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 죄송한 말씀 올립니다.”......]

“호오.”

TV 화면에 유 에스지 ‘전무 김조한’이란 이름이 뜨며 기자들 사이에 둘러싸인 남자의 모습이 잡혔다.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더는 양심을 속이기 힘들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충격적인 진실이 세상에 풀렸다.

매니저에게 받은 돈 일부가 대표에게 흘러갔고, 그 모든 걸 조장한 사람이 대표라는 것이었다.

김조한은 그간 받아온 폭행까지 공개하며 입고 있던 몸을 벗어 수많은 멍들을 공개했다.

[검찰은 유 에스지 대표 이재영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고, 도망칠 우려가 있다 여겨 출국 금지를......]

“끝났구나.”

유 에스지의 모든 게 끝났다. 2006년 12월 중순.

정다민을 판결한 판사 또한 유 에스지 대표에게 뇌물을 받아온 걸로 밝혀지며 한국 사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어때요. 이만하면 만족했나요?”

2007년으로 향하기 이틀 전.

한강을 중심으로 정다민을 주축으로 전 유 에스지 배우들이 모였다.

한강의 시선은 다민에게 향했다.

“감사해요. 정말로.”

정다민은 계속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요즘 시대에 한강과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없겠지’

이익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에 손해를 바란다는 건, 같이 망하자는 심보에 지나지 않지만.

약속을 지키고 의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충만해졌다.

‘제가 연예계를 은퇴하는 순간이나, 회장님이 필요 없다 하실 때까지 한리버와 함께 할게요. 저도 약속해요.’

지금 말하면 또 호구 같은 말로 자신을 배려해 주리라.

‘좋은 사람.’

앞으로도 한리버가 승승장구 성장하길 바랐다. 이런 사람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라면......

“다민 씨 컨디션 어때요? 이제 일할 수 있겠어요?”

얼굴에 드리워진 환한 미소에 이제 안심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슬쩍 운을 띄웠다. 본래 휴식은 1년 정도가 목표.

다민만 오케이 하면 준비를 해주고 싶었다.

“무리할 정도만 아니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다민은 용기를 내어 답했다. 억지로 짜내어 뱉은 목소리.

“좋아요. 준비가 되는 대로 시나리오 넘길게요.”

‘아직 멀었구나.’

한강은 다민의 모습에 아직 멀었음을 느꼈다. 진즉 준비된 작품이 있었지만, 뒤로 미뤄두기로 하였다.

“다른 분들에게도 어울리는 배역이 주어질 거예요.”

유 에스지와의 문제가 해결되고 계약을 미루고 있던 모든 사람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기회가 없던 그들에게 한리버는 기회를 주려 하였다.

“저, 정말요?!”

한강의 선언에 모여있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말했다시피 이번 계획은 인터넷으로만 방영되는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할 거예요. 당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 할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시장 규모 자체가 달라질 거니, 절 믿고 따라와 주세요.”

TV나 극장은 아주 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인터넷을 목적으로 만든 프로는 없었다.

한강은 그런 시장의 흐름의 틈새를 노렸다.

이번 사업은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더욱이 스마트폰 인프라가 갖춰지는 시기엔 그때는.....

한리버에 거대한 수익을 안겨주리라.

“넵!”

“당연하죠!”

배우들은 기쁨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비록 메인 송인 TV가 아닌 인터넷이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여겼다. 그동안 짧은 단역으로 얼굴만 비치고 끝나거나 대사 한 번 하다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상황에 ‘대본을 주겠다’ 이 말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말이지 아닐 수 없었다.

“TV 방송이나 일반 영화를 찍고 싶다면 말해요. 그쪽으로도 빼 드릴게요.”

“아녜요.”

“저흰 회장님만 믿고 직진할게요!”

손사래를 쳤다. 주변 환경을 봤을 때, 절대 손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라 봤다.

배우들은 고개를 끄덕여 한강이 하고자 하는 일에 무조건 따르기로 하였다.

“고마워요.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할게요. 다민 씨는 안정되면 언제든 절 찾아오세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걸 전한 한강은 자리를 파했다.

나머지는 배우끼리 모여 앞으로의 일을 상의하는 일뿐.

앞으로가 기대됐다.

***

2007년 1월이 되었다.

[정산 125,457,333원.]

“와...... 이게 내가 부른 노래로 정산된 돈이라고......”

말도 안 되는 돈이 통장에 찍혔다.

지윤은 턱이 빠져라 입을 벌려 손을 덜덜 떨었다.

너무 현실감이 오지 않았다.

“아......”

일억이 넘는 엄청난 거금. 어리지만 이 돈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아주 잘 알았다.

직장인은 10년 걸려 모아야 만질까 말까 한 돈이며, 조금 잘 산다 하는 중소기업 사장도 한 달 만에 벌기 힘든 돈임을 너무 잘 알았다.

입이 닫히질 않았다.

떨림이 심장으로 옮겨가나 싶더니, 눈물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활동이었나 보다.

“흑흑......”

가족이 흩어져야 했던 이유. 빚.

지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어엉!”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평소 밝은 얼굴로 지냈지만, 지윤은 고작 열다섯 살. 중학교 2학년 여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돈이 없어 무시를 당하고, 괴롭힘으로 힘들던 기억들이 액체로 변해 방울져 볼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윤은 모처럼 맘껏 울었다. 슬퍼서가 아닌, 기뻐서. 희망이 보여서.

다시 엄마, 아빠와 같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늘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 품에 그리웠는데.

엄마가 만들어 준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그립다.

“더 열심히 할 거야. 더 열심히...... 회장님께 죄송하지만......”

눈물을 손으로 대충 훔치고 어떤 결심에 이르게 되었다. 과연, 그게 무엇일지.

지윤의 눈에서 강한 빛이 뿌려졌다.

***

『위대한 파트너 유한강 회장에게.

애플의 최고 발명품을 누구보다 유한강 회장에게 소개를 해주고자 메일을 보냅니다.

바쁘더라도 시간 내어 애플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티브 잡스가.』

“설마, 벌써 완성했다고?”

메일을 확인한 순간 전신으로 소름이 싹 돋았다.

“애플 직원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가?”

역사의 현장을 먼저 보게 되었다 생각하니, 아는 미래지만 가슴이 떨렸다.

“이게 뭐라고.”

장인어른인 건호에겐 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막고, 견제를 해야 한다 했지만, 모든 건 한리버를 위한 발언에 불과했다.

두근거림을 잠시 진정하고.

“내일 바로 미국으로 떠납니다.”

비서에게 미국 방문을 알렸다.

쉬이이이이이이.

하얀 선을 일으키며 미국 하늘을 뚫고 공항으로 비행기가 내려섰다.

“역사가 바뀌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잠시 발걸음 멈추고 하늘을 올려봤다.

“예전 불행으로 이어지던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었어.”

좋지 않은 일로 세상을 등진 이들을 한리버로 받아들였다. 그게 고작 한 달 사이에 이뤄졌다.

그만큼 한리버의 영향력이 연예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

한강은 연예계 일은 직원에게 넘기고 다른 일을 추진해 나서기로 하였다.

연예계 일반 계약서를 전자 계약서로 바꿔 관리하는 일.

그를 위하여 이번에 더욱 집중했다.

“애플사는 그날이 있고 오랜만인가.”

애플폰 디자인을 해준 이후 오랜만이다.

“날 더럽게 좋네.”

추운 겨울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그런지 꽤 따스했다.

하얀 구름 사이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밖에서 스티브 잡스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입니다.”

수행원으로 따라온 비서가 곁으로 다가와 보고했다.

“마중 오지 말라 부탁했는데, 오셨네요. 이만 가보죠. 중요한 분을 기다리게 해선 안 되니.”

미국 영토를 덮고 있는 하늘로 가져간 시선을 내리고 걸음을 옮겼다.

앞과 뒤로 경호원들이 따라붙어 주변을 경계했다.

양옆과 뒤로 수행원들이 따라붙었다.

“여, 유 회장.”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스티브 잡스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손을 높게 들어 흔드는 모습이 여덟 살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말이오. 종종 연락하고 지내면 좀 좋았을까 싶었는데 말입니다. 기획사 설립 소식 들었어요. 축하해요.”

스티브 잡스는 한강의 손은 맞잡아 주었다. 얼마 전 공식적으로 연예기획사 설립을 알린 부분에 대해 축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후후, 우리 가면서 이야기하죠.”

걸음을 이동했다. 애플 본사로 향하면서 그간 못한 이야기들을 하였다.

그중에는 그림이 있었고 피아노가 있었다.

둘은 대화를 나누며 차량에 올랐다.

“유 회장님 덕분에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폰이 완성됐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얼굴에 고마움과 자부심이 함께 걸쳐졌다.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야. 괴팍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라 하지만, 내게 있어서 그냥 큰아빠나 인지한 할아버지 같은 사람.’

알려진 것과 달리 자신에게만큼은 하염없이 상냥했다. 아이처럼 해맑은 그의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을 가지던 때, 애플 본사 건물에 도착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강을 수행하는 직원부터 시작해 경호원들과 애플 직원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이들의 보호를 받으며 스티브 잡스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턱.

도착한 방 안.

탁자 위에 검게 포장된 사각 박스가 놓였다.

“이겁니다. 한번 열어 보시지요.”

스티브 잡스는 웃었다.

눈이 말해 준다. 어서 열어 보라고.

“그렇다면...... 거부하지 않고.”

한강의 손이 상자로 향했다. 단단한 감촉이 손에 머물렀다.

양쪽에 부착된 테이프를 뜯어 뚜껑을 열었다.

“오오오.”

80년대 중반 눈을 뜨고부터 지금껏 그리워하던 물건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

“어떻습니까?”

한강의 반응에 스티브 잡스는 흐뭇한 미소를 입에 걸쳤다.

혁신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개발.

한강의 얼굴을 보고 나서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임을 자신할 수 있었다.

애플의 모든 걸 걸고 개발한 핸드폰은 세상을 놀라게 하리라.

“제가 그려 드린 것과 흡사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립감도 참으로 좋았다. 특히 핸드폰 뒷면에 자리한 먹다 만 사과의 로고가 참으로 정겹게 다가왔다.

“어떤 곳도 손볼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무엇보다 천재 화가의 디자인을, 누가 손을 대겠습니까. 하하.”

화통하게 웃는 모습이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다. 한강은 따라 웃었다.

“쑥스럽지만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를 생각해 주셔서. 혹시 폰을 켜봐도 될까요?”

두근두근.

심장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당연하지요. 얼마든지, 안에 들어가 보세요.”

그 말을 던진 스티브 잡스는 묘한 미소를 흘렸다.

스티브 잡스의 미소를 보지 못하고 모든 신경은 핸드폰에 가 있었다.

“이, 이건......”

아이폰의 화면이 짠 켜진 순간, 한강의 눈으로 아주 낯익고 친숙한 영문이 들어왔다.

[한리버 메신저.]

아이폰 화면에 한리버에 운영하는 메신저가 떡하니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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