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40화 (140/237)
  • 140화. 22살, 한리버의 반란

    청담동 한리버 사옥.

    푸하하하하하하.

    회장실에서 흘러나오는 한강의 웃음소리이다.

    한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폭소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부장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보고하며 갖가지 불만을 터트렸다 합니다. 성격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 있습니다.”

    “하하, 고생 좀 했겠네요. 그 차용호 대리에게 위로금으로 10만 원 넣어 주세요. 가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먹으라고.”

    회사에 유쾌한 또라이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잘해 주기까지.

    마음 같아선 큰 포상금을 던져주고 싶지만, 형평성 문제로 십만 원에서 그치기로 하였다.

    “회장님도 참 독특하십니다.”

    “그 얘긴 많이 들어요.”

    “하하......”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는 모습에 머쓱해지는 김동진이다.

    “방송국 사람들은 어때요?”

    주제를 넘겼다.

    다음 주제는 방송국이었다.

    “내일 세 시까지 육성호텔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쪽은 어떻게 나올 거 같아요?”

    “듣는 시늉은 하더라도 요청은 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SBC나 MBS에서 인터넷 방송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국으로 불리는 MBS. 예능으로 주가를 올리는 SBC.

    인터넷 방송으로 인해 TV 시청률이 크게 줄었다며 한리버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 방송국이었다.

    “너무 그렇게 나오면 괴롭혀 주고 싶던데 말이죠.”

    한리버에서 아쉬워할 부분들은 없었다.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방송국엔 수많은 회원들과 팬덤을 겸비했고, 사람들의 입에서 플랫폼계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월드 플레이의 가치는 매달 기록을 경신했다.

    “다 살고자 발버둥 치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이야 이렇지만, 서로 상생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겁니다.”

    역사는 늘 말해준다. 거부하던 성장은 상생이라는 좋은 단어에 맞춰 시장을 견인했다.

    “그렇죠. 일단 만나보고 결정을 합시다.”

    말을 더해 뭐할까.

    만나보고 결정을 하기로 하였다.

    ***

    빵빵!

    도심에 울리는 자동차들의 치열한 경적소리.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한 번씩 힐끔거리며 인도를 지나갔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검은색 외제 세단이 호텔 출입구에 멈췄다. 바로 코앞에 대기해 있던 이들이 뒷문을 열어 차량에서 내려서는 남자를 챙겼다.

    육성그룹의 막내 사위이자, 한국의 떠오르는 재계의 별.

    유한강이 그 주인공이다.

    한강은 육성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예약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꿋꿋한 허리와 완벽한 시선 처리는 리더의 표본을 보는 거 같다.

    “방송국 사람들은 다 왔나요?”

    직원에게 물었다.

    “네, 다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장서 걷던 이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층, 2층 3층......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띵! 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내려 독립된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처음 뵙습니다. 유지곤입니다.”

    “황일섭입니다.”

    각 방송사의 국장이 한강의 요청에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였다.

    SBC 유지곤.

    MBS 황일섭.

    방송계 거물은 한강에게 예를 다했다.

    “감사합니다. 저의 요청에 바쁜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시작은 가볍게.

    “별말씀을. 먼저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묘한 표정.

    한강은 둘의 얼굴을 살피며 준비된 식사를 하였다.

    “저는 말이죠. 더러운 기업일지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뭐 괜찮다 생각하는 주의였습니다. 그런데, 제 주변 사람이 큰 피해를 입었네요.”

    우적우적. 웃으면서 식사를 하는 한강의 모습과 달리 공기에 흐르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재계의 한마디는 일반 사람이 말하는 것과 달리 큰 영향력을 끼친다.

    더욱이 한국을 떠나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이라면... 더욱!

    식사를 하던 유지곤과 황일섭의 눈이 위로 올라갔다.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엉겨 붙어 있는 한강의 얼굴이 들어왔다.

    “국장님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심호흡을 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전 유 에스지가 연예계에서 추방이 되어야 한다 봅니다.”

    다소 건방져 보일지 모를 일이나, 한강은 자신의 위치를 아주 잘 알았다.

    위치에서 나오는 말은 건방진 것이 아닌, 아주 매우 당연한 자세였다.

    “정다민 씨 일로 그렇습니까?”

    MBS 국장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 유한강이 터트린 기사를 떠올렸다.

    “솔직히 그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예계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자살 문제.

    여론에 의한 문제도 있고, 과거를 씻지 못하고 구설에 올라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명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

    애인과 가족의 문제와 그 밖의 일도 있겠지만, ‘갑질’에 의한 사고가 많았다.

    “음......”

    예상은 했다.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하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할 줄은 몰랐을 뿐.

    “예전에 MBS에서 소속사 갑질 문제를 대서특필해 승소한 적이 있지요.”

    2001년 일이다. 소속사와 기획사에 대한 노예계약을 폭로하면서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준 바 있었다.

    “음......”

    황일섭은 말을 아꼈다.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저는 그와 비슷한 주제를 두 방송사에서 다루어 주셨음 합니다. 많이는 바라지 않습니다.”

    솔직히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지만, 이 정도만 해줘도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미 그 사건은 끝난 일입니다. 다시 들춰낸다 하여 바뀌는 게 있겠습니까?”

    유지곤은 우려를 표했다.

    “바뀔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예전에 말한 대로 ‘유 에스지 연예인을 받지 말자’로 가고 싶었지만.

    이는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행동이었다.

    소속사는 그렇다 쳐도 연예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행위란 점에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일거리를 제공하면서 소속사를 옥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건 바로.

    “어떤 이유에서 그리 확신하는지 묻고 싶군요.”

    시야로 들어오는 유지곤을 응시하며.

    “아무리 동떨어져 있는 대중이라도, 대중의 비난은 소속사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거기서부터 소속사의 자금줄이 말라가겠죠.”

    이때부터 소속된 연예인들이 피해를 보겠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들에게 피해가 100% 가지 않게 하는 건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전 자금줄을 확실히 막아볼까 합니다.”

    “설마, 은행에도 손을 쓰겠다 이 말인가요?”

    “제가 뭔 권한이 있어 은행에 권력을 행사하겠습니까? 은행이 그런 걸 들어줄 리도 없고. 그저 망해가는 회사에 누가 돈을 댈까? 뭐 그런 거죠.”

    “아......”

    “허허......”

    한강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충분히 받아들였다. 둘은 짧게 감탄하며 입을 벌렸다.

    “좋습니다. 회장님께 힘을 실어드리죠.”

    MBC 국장이 먼저 손을 잡았다.

    “저라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겠네요. SBC도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송국 두 곳과 손을 잡게 되었다.

    기분 좋게 스테이크 한 점을 집어 먹고.

    “한리버는 두 분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겁니다.”

    고마움을 표했다.

    ***

    [한리버 유한강 회장, 육성호텔에서 방송국과 힘을 합쳐 연예인을 노예화시키는 갑질 소속사에 철퇴를 가하겠다 공표!]

    [소속사의 갑질 횡포는 사라져야 할 것!]

    [정다민 소송 재수사 필요, 법원은 어째서 소속사의 손을 들어줬나? 노예 문서도 엄연한 불법!]

    하루가 지난 날, 한리버에 대한 기사가 TV를 통해 세상에 퍼졌다.

    뒤를 이어 유 에스지와 정다민의 소송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이거 유 에스지와 연관 지어도 되는 거죠?”

    유 에스지에 대한 기사로 도배된 창을 보며 김동진이 물었다.

    “이미 동의는 구해서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다민 씨가 재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연예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관심이다. 계속해서 이름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도 똑같이 해줘야죠. 올라오는 SBC와 MBS 기사들 전부 메인에 띄우세요. 실시간 순위는 전부 정다민 씨와 소속사 갑질 문제를 다루고.”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과정에서 출혈은 어쩔 수 없는 일.

    한강은 출혈에 겁을 먹기보다 이를 이용해 회사와 소속 배우에게 유리하게 계획을 짰다.

    “비리를 완전히 뽑지 못하겠지만, 지금보다야 많이 나아질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참에 인터넷 방송을 더욱 활성화하도록 하죠.”

    한강은 인터넷 방송을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투자 규모를 확대키로 하였다.

    “김 실장님은 월드 플레이와 오션월드, 어시스트, 네이컴, 더움에 일러 국내 방송사 갑질 문제와 소속사 사기 문제에 중점을 두고 기사화시키라 이르세요.”

    이자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너무 우습게 봤다.

    한강은 이번 일을 명분으로 유 에스지의 입지를 확 줄어들게 만들고자 하였다.

    따르릉!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이건호 회장.]

    “......장인어른이세요.”

    확인하니 이건호 회장.

    아무래도 이번 일로 전화를 건 걸로 보였다.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지시는 모두 내리고, 대화는 끝났다.

    한강은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들었다.

    ---대체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게냐? 이미지 관리하기 바쁘던 녀석이 말이야.

    받자마자 들려오는 이건호의 목소리가 격앙되어 있었다.

    “개인적인 일로 두 방송국 국장을 만났습니다.”

    두 방송국 국장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터다. 육성호텔로 간 이유가, 이건호 회장의 귀에 들어가라고 간 것이었으니까.

    ---개인적인 일? 대체 어떤 개인적인 일이기에 기사들이 난리야.

    “이번에 받아들인 소속 배우의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 내 이 새끼들을!

    그 순간, 수화기 저편에서 이건호의 일갈이 터졌다.

    “이번 일 잠시 모른 척 넘겨주셨음 합니다.”

    육성이 나서면 모르기는 해도 이번 일은 쉽게 끝날 터다.

    하지만, 한강은 그건 바라지 않았다.

    육성의 손을 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현 실태에 대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다.

    한강은 이번 일을 장기화시켜 세상에 널리 알릴 참이다.

    소속사의 어두운 부분을 낱낱이 밝힐 계획이었다.

    ---......네 녀석은 끝까지 말썽이야.

    “자신 있습니다. 언제 제가 실망을 시켜 드린 적 있습니까.”

    ---끄응. 좋아. 단, 네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게야.

    “이번에도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끊지.

    전화가 끊겼다.

    “하여간, 츤데레끼가 있으시다니깐.”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한 통의 전화였다.

    “그럼 실력 발휘에 나서 보실까.”

    한강은 인터폰을 눌렀다.

    “우리 측 기자들 강당으로 모이라 하세요.”

    이제부터 언론 싸움이 될 터다. 한강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흘렸다.

    “아주 재밌어 질 겁니다. 그때 가서 후회해도 늦을 거고요.”

    그래, 그들은 분명 후회하게 될 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