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22살, 한리버 엔터테인먼트 공식화
[한리버 인터넷 오디션 5만 관객 동원!]
[월드 플레이 동시 접속자 수 3억 명 돌파!!]
[유한강 한리버 회장 이번에도 성공적인 사업 이끌어내......]
[현시대 천부적인 경영능력 선보여...... 네이컴, 더움 주가 상승 이끌다.]
더움과 네이컴 주가는 십만 원 근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거래량을 유지했다.
---회장님, 신인 가수에 대해 힌트라도 줄 수 없을까요?
“그걸 알려주는 기업인도 있답니까.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
진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짜 궁금했나 보다.
“목소리 때문이겠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가볍게 웃었다.
시선은 정면에 한 인물을 가리키며.
“어때, 지금 기분이?”
시야로 비치는 여자, 지윤이 소파에 상기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지윤의 손에는 신문이 들려 있었다.
[신비로 둘러싸인 아이 윤의 정체는 누구? 업계에 이르면 국내 음악계에 새로운 목소리라며 극찬......]
[당시 온라인으로 방청을 하고 있던 회원들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한리버에서 정보를 차단해 아이 윤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매우 익숙한 목소리, 오디션을 봤던 사람 중 한 명으로......]
기사는 오로지 ‘아이 윤’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인기 실감 안 나지? 아직은.”
소파에 앉아 아이 윤, 이지윤을 응시했다.
얼굴은 장난기로 채워졌다.
“아뇨! 무지 나요! 무지무지!!”
지윤은 고개를 가로로 힘차게 저었다. 절대 아님을 부정했다.
“제가 이렇게 유명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꼭 가수가 되겠다 생각만 했지, 이런 미래는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무서움 반, 설렘 반.
지금 일어난 현실이 꿈이 아니길 바랐다.
“그렇다면 조금 더 현실감을 부여해 줄까?”
“......?”
“이번 달부터 너의 노래에 대한 매출이 발생할 거야. 정산은 익월 말일 단위로 꾸준히 통장에 꽂히게 될 거야.”
“......아.”
“기대해도 좋아. 내가 아주 잘 판매할 테니까.”
당장 가수로 활동하지 않아도 매출은 발생한다. 어떻게?
“오션월드에서 판매를 하게 될 거야.”
궁금증으로 얼룩진 지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번 일로 상당한 매출이 기대돼. 기대해도 좋아.”
배너광고까지 넣는다면 판매수익은 훨씬 오를 터.
한강은 자신 있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정말 이 은혜 잊지 못할 거예요.”
“잊지 못하면 나랑 20년 전속계약 맺을까?”
“좋아요!”
장난스레 던진 말에 지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그러는 거 아냐. 무슨 20년이냐. 3년 단위로 해. 너의 몸값도 챙겨 받고 그래야지. 절대 그런 어이없는 계약은 하지 마라. 할 생각도 말고.”
한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저 정말 그러고 싶어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몰라. 나를 좋게 봐 주는 건 고맙지만,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네가 이다음에 더 성장하고 이름을 알리게 되면 그때 나를 한 번 생각해줘.”
분명 기업가는 장사꾼이다. 하지만, 장사꾼 마인드로 기업을 운영한 적은 없었다.
이득만을 따지는 장사꾼이 아닌, 때론 손해도 보는 그런 기업인이 되는 게 한강이 바라보는 참된 경영인이었다.
“......네.”
‘정말인데. 회장님이라면 다 줄 수 있는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강은 무시했다.
그저 지윤의 마음에 감사함을 조용히 전했다.
지윤이 떠난 방.
한강은 수화기를 들었다.
“유 에스지와 정다민 씨의 소송 건에 대해 조사해 주세요.”
한강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무척 건조하며, 한편으로 짙은 어둠을 흘려냈다.
***
푸르던 하늘이 어느새 회색빛으로 세상을 덮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렸다.
찬 바람이 풀어헤친 코트를 닫게 만들었다.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
바람에 의지해 억지로 걸음을 움직였다.
하아...
한숨이 터져 나왔다. 요즘 한숨 쉴 일이 참으로 많았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얼마 전 무릎을 꿇고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
도와달라며 애걸복걸하던 모습.
“......”
너무 염치없다 여겼다.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주)한리버 그룹.』
거대한 간판이 시야로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돌다 여기까지 와버렸다.
“정말 괜찮은 걸까?!”
어떻게 도움을 줄까?
육성의 도움으로?
그건 아니라 생각했다.
아무리 거대 기업의 힘이 국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하더라도 공권력까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으리라 봤다.
“그냥 나 혼자 삼키면 될 일이었는데...... 왜 하필 거기서......”
자신을 도와준 매니저가 너무 고마웠다. 당시 큰 힘이 됐었다.
하지만, 그건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사기를 칠 줄은 정말 몰랐다. 또한 힘 앞에 개인은 너무도 무력했다.
“아냐, 혹시 유한강 회장님이라면......”
다시 돌아서려던 때, 머릿속으로 한강의 족적이 스쳐 갔다.
전설을 만들어 신화를 써 간 발자취.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래, 믿어보자. 믿어보는 거야.”
공기를 깊게 받아들이고 밖으로 내보냈다.
꽉 막힌 속이 조금은 풀어졌다.
다민은 발에 힘을 주어 건물 안으로 밀었다.
똑똑.
“회장님. 배우 정다민 씨가 회장님을 뵙고자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반인이었다면 그냥 보냈을 터인데, 연예부에 직접 관여를 하고 있어 혹시 몰라 보고를 올렸다.
“다민 씨가 왔다고요? 정중히 대하세요.”
“네.”
의문은 보내지 않았다. 정다민은 한국에서 알아주는 유명 여배우.
그녀의 인지도면 충분히 한강이 관심을 보이리라 여겼다.
아주 당연한 만남이었다.
“언제 오나 기다렸는데, 마지막 결정을 내린 건가?”
만족한 미소를 흘렸다.
끼이익, 경첩이 미세하게 긁히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던 한강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베이지 트렌치코트를 입은 다민이 들어와 있었다.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이 사냥꾼에 잡힌 불쌍한 아기 사슴처럼 보였다.
“춥죠. 따뜻한 차를 준비해 봤어요. 조금은 녹일 수 있을 거예요.”
미리 준비해둔 차를 앞으로 건넸다. 음료를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소파로 이동했다.
다민이 소파에 착석하고.
“저를 찾아 왔다는 건, 결정을 하신 거겠죠?”
결정한 이상, 말을 돌릴 필요는 없었다.
한강은 그녀의 결정을 물었다.
“네, 근데.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인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겁니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면 믿고 따르는 거죠. 다민 씨가 한리버와 함께한다면 당분간 작품 활동보다 운동과 산책, 정신적인 심리 치료에 집중할 겁니다. 손해 본 건 모두 보상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쓸 거고요.”
지금껏 세운 계획을 소상히 털었다. 한강은 조금의 허세도 과장도 하지 않았다.
“저 정말로 제 팬이라서 이렇게 도와주시는 건가요?”
우물쭈물하던 다민은 힘겹게 입술을 뗐다.
팬이라 하기에 들려온 말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어떤 기획사도 이익에서 먼 선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네. 그리고 다민 씨는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도 아주 매력적인 배웁니다.”
감정과 현실을 전했다.
어떤 포장된 말보다 설득력이 있는 한마디이기도 하였다.
“......한리버와 계약할게요.”
이는 다민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고 소속사로부터 상처를 받아 닫았던 마음을 다시 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좋은 결정입니다. 다민 씨가 소속사로부터 받지 못한 1억 5천만 원과 소송으로 손해 본 1억 원을 포함해 2억 5천만 원을 선지급하겠습니다.”
“......네?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연예인에게 있어 관리는 필숩니다. 관리를 받으려면 돈이 있어야죠. 우리 식구가 기본적인 것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하면, 열심히 치료를 받으세요. 그리고 한리버를 위해 연기를 해주세요. 그것이 저를 위한 일입니다.”
“네, 꼭 그렇게 할게요.”
굳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웃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이분이라면......’
믿어도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배신을 당하지 않길 간절히 빌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도 잘 부탁해요. 회장님.”
한리버에서 첫 번째 배우를 뽑게 되었다. 시작은 우연에서 비롯됐지만, 결과는 좋은 흐름을 탔다.
“돈은 유 에스지에서 받을 거니까, 이건 잊어버리세요.”
어둡던 분위기는 환한 빛이 되어 회장실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
[정다민 한리버와 전속계약 체결!]
[“한리버는 정다민 씨를 크게 환영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다민 씨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할 예정입니다.” 유한강 회장은 당분간 정다민의 활동은 없을 거라며 못을 박고 “다민 씨가 겪고 있는 소송문제에 한리버가 직접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전 소속사인 유 에스지에 압력을 가했다.]
[“한리버는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기 전까지 유 에스지와 관련된 방송사와는 거래를 멈추고,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을 내보내지 않겠습니다.” 강한 한 방을 날렸다.]
당일, 한강은 정다민과 전속계약을 하였음을 세상에 알리는 동시에 유 에스지와의 소송전을 준비할 것임을 예고했다.
거기에 더하여 유 에스지에 소속된 연예인이 있는 곳엔 한리버의 연예인을 내보내지 않겠다 강하게 어필했다.
“이런 병X새끼가!”
이재영 유 에스지 대표는 해당 기사를 보고 주먹을 움켜쥐고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대표님, 이거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기사를 보고 흥분한 이재영을 향해, 그를 보필하는 남자가 냉정하게 현 상황을 내다봤다.
“그래서 나보고 애새끼가 하는 말에 인정하고 자백하자 뭐 그러자고?”
인정하는 순간, 유 에스지는 사기 집단으로 전락해, 그간 쌓아온 자리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될 터.
절대 그런 일은 막아야 하였다.
“아닙니다. 우리에겐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계약서가. 그게 아니라 한리버 유한강 회장이란 겁니다.”
“흥, 제깟 게 뭘 어쩐다고. 육성의 사위면 다야? 돈 많은 다야?”
이건 갑의 횡포에 지나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확실하게 유 에스지의 손을 들어 주었다.
돈 좀 있다 하여 법원의 판결을 번복할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유 회장과는 대화를 해보심이 어떨지요?”
연예계에 큰 힘을 싣지 못한다지만, 육성의 존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홍라혜 여사의 가족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가문이었다.
“하아... 시X.”
거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정말 싫다는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이번 건만 해결되면 됩니다.”
“한리버에 연락해 자리를 마련해봐.”
“잘한 결정입니다. 바로 유 회장과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남자는 크게 안도하며 그의 결정을 반겼다.
한국에서 사업을 할 거라면 한리버와 평화롭게 푸는 게 좋았다.
남자의 걸음이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