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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36화 (136/237)

136화. 22살, 공개 오디션 파이널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진경과 만수가 밖으로 걸어나왔다.

“어떻게 보십니까?”

진경의 안색이 밝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선배 이만수에게 향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인가.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겠어.”

이만수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다.

“선배님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건가요?”

진경은 불만 어린 얼굴로 물었다.

“당연한 걸 뭘 묻나. 한리버가 외형을 확장하는 거나, 방향을 보면 보이지 않았나?”

피아노 음반을 내기 위해 미디어에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정해진 수순일지 몰랐다.

아니면 애초에 계획을 가지고 있었거나.

순서야 어쨌든 언젠간 벌어질 일이었다.

이만수는 그렇게 단정을 지었다.

“씁쓸하네요.”

“우린 닦아 놓은 길, 잘 닦고 있으면 돼.”

말은 이렇게 했어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이만수도 마찬가지.

그저 후배 앞이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을 뿐이다.

‘이대로는 안 돼.’

위기를 느낀 이만수는 대처방안을 세우기로 하였다.

앞으로 엔터는 이유 불문 치열한 경쟁으로 판을 다시 짜게 될 터다.

***

네에에에에에에!

방 안에서 비명과도 가까운 목소리가 건물을 때렸다.

지윤은 갑작스러운 호출에 이야기를 듣던 중 얼이 빠진 얼굴로 한강을 응시했다.

멍청한 두 눈 사이로 핏기가 싹 빠졌다.

“왜? 문제 있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갑자기 예고도 없이 이런 일이 저에게 닥치고, 예 또 그러니까......”

횡설수설하는 지윤의 모습에 한강은 작게 미소를 띠었다.

“지윤아, 가수가 되고 싶다 했지?”

“예, 네! 다, 당연하죠.”

당황도 잠시, 지윤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다시 묻자.”

한강은 미소를 풀고 진지한 눈으로 입술을 열었다.

“예, 넵.”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가수가 왜 되고 싶지?”

“......”

“이상한 미사여구 넣지 말고 솔직히.”

“그, 그게 그러니까...... 돈이요.”

‘돈’을 벌 목적으로 가수를 한다는 자체가 창피했나 보다.

지윤은 힘 잃은 목소리로 말하고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내렸다.

“그게 부끄러워? 만약 네가 그런 이유로 부끄러워한다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예술가들을 무시하는 거야.”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아주 당연한 거야.”

“......”

지윤의 벙찐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예술의 가치는 어디서 나온다 생각해?”

“......”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돈이야. 돈이 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고 사람들이 주머니를 여는 거야. 나를 봐.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랐을 거라 생각해?”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림으로 시작해, 그걸 밑천 삼아 이 자리에 올랐어. 자, 그럼 너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엔 입을 닫고 지윤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달싹이는 입술을 보며 한강은 음료를 입에 가져갔다.

차가운 액체가 입안에 맴돌며 아래로 내려갔다.

두 번째로 음료가 넘어가는 시간.

“노래요. 노래를 잘 불러야 해요.”

지윤의 입이 열렸다.

“맞아. 노래를 잘 불러야 돼. 그런데 프로 가수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세상에 널렸어.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은 노래로 그만큼 벌고, 다른 사람들은 벌지 못할까?”

“그, 그건......”

지윤의 입이 닫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한강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얹어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기회야. 기회를 잡지 못했기에 우리가 부르는 가수들과 달리 빛을 보지 못하는 거야.”

취미로 생활하는 사람, 오디션에 몇 번이고 도전을 했지만 외모나 스타성 끼가 부족해 떨어진 사람들 등등.

이유를 대자면 매우 많았다.

한강은 그런 부분들을 꼬집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 줄 알겠어?”

연습생에서 가수로 데뷔했다고 끝이 아니다. 가수로 데뷔해 돈을 벌지 못해, 가수를 접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이 모든 게 먹고살기 위함.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요.”

“그래, 맞아. 너는 아주 좋은 시기를 탔어. 나로 인해 말이야. 그리고 너에게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지. 20명 30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쉬워. 하지만 5만 명, 10만 명이 있는 공간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세상에 몇이 될까?”

한강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제 곡은...... 없는데요. 시간도 적고......”

공개 오디션 콘서트까지 일정이 촉박했다.

그런 상황에 곡도 없다.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그 말은 할 마음이 생겼다는 거겠지?”

“아, 네. 다, 당연하죠!”

아까와 달리 눈빛이 변했다.

어느 정도 설득이 통했나 보다.

‘곡만 있다면’

말을 작게 흘리며.

“곡은 만들었다. 너를 위해서. 당장 가사를 외울 필요 없어. 녹음실에 들어가서 녹음을 하고, 콘서트에선 립싱크로 나갈 거야.”

“네?!”

“놀랄 거 없어. 처음부터 어설프게 라이브로 부르라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앞으로 너의 일정 중 하나에 춤이 추가될 거야. 아주 간단할 테니까.”

크게 춤을 외울 필요는 없었다. 포인트만 주어도 되었다.

“나머지는 백댄서들이 해줄 거야. 그리고 넌 얼굴이 공개가 되지 않도록 가면을 쓰고 나갈 거고.”

한강의 계획은 아주 단순했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지윤을 신비롭게 포장해 나중에 공개를 할 생각이었다.

목소리가 보다 완성이 되었다 생각했을 때, 그때......

‘역사대로 예능에 얼굴을 비추게 하고, 가요계 무대에 깜짝 등장을 시키는 거지.’

지윤에 대한 모든 구상이 끝났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난 이 곡에서 단 한 푼도 안 가져갈 거야. 너를 위해 투자해.”

한강은 자신했다. 이번 노래가 크게 뜰 거란 사실을.

잊을 만할 때 지윤을 공개하겠다고.

“저, 왜. 저에게......”

“시간 없다. 빨리 움직여. 밖에 사람들 기다릴 거니. 그 사람들 따라가서 열심히 해.”

“저, 회......”

“바쁘다.”

한강은 지윤의 말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밖으로 내보냈다.

“잘해라. 지윤아. 땀은 배신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할머니는 걱정 말고.”

한강은 나간 지윤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

“할머니, 저 손자 한강입니다. 잘 지내시죠.”

---바쁜데 왜 전화를 했아.

“제가 하는 일 중 오디션 방송이 있는데, 할머니랑 할아버지를 모시고 싶어서요.”

올해 옥순은 예순여덟이 되었고, 유한열은 일흔일곱이 되었다.

한강은 이번에 파이널 공연에 둘을 모시고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자리를 따로 마련도 해두었고.

---아이구, 뭘 그런 걸 다 했대.

“좋은 건 나눠 봐야죠. 그리고 할머니랑 연배가 비슷하신 분도 계셔서 같이 갈까 해요.”

---누군데?

“우리 회사 소속 가수 할머니세요.”

---그러려고 나를 불렀구먼.

“하하, 겸사겸사랄까요.”

---우리 손주 부탁인데, 들어줘야지. 그래, 그게 언제야.

“3일 뒤예요. 기사가 차 끌고 갈 거예요. 타고 편하게 오세요.”

---그래, 여긴 걱정 말고 어여 일 봐.

“감사합니다. 할머니.”

전화를 끊었다.

“내가 직접 해드리기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은 어른들이 챙겨주는 게 부담이 덜할 거야.”

직접 챙겨 드리고 싶었으나, 부담을 덜지 못하는 지윤의 할머니로 인해 옥순에게 부탁을 하였다.

살아온 환경은 다르나, 할머니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를 해줄 거라 여겼다.

“자, 이제 3일이다. 힘내자!”

준비는 무리 없이 잘되어 가고 있다.

공개 오디션은 디데이에 접어들었다.

[한리버 공개 오디션 빅 이벤트 대공개!]

[공개 오디션에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후배 가수들을 위해 두 회사가 뭉쳐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했다.]

[SN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JYB엔터테인먼트 레인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또한, 한리버에서 신인가수를 무대에 세울 걸로 보여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주)한리버 연예기획사 설립 발표!]

파이널 무대를 얼마 남기지 않고 한리버의 행보가 세상에 공개됐다.

사람들은 크게 놀라면서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

“시끌하죠.”

차에 오르니 라디오에서조차 연예기획사 발표에 초점을 두고 방송을 하였다.

“그게 다 한리버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기사는 웃으며 말을 받았다.

“요즘 더러운 회사들 많잖아요. 사기꾼도 많고. 정직하게 나가야죠.”

계약문제로 떠들썩한 소속사와 길거리에서 소속사로 속여 코 묻은 돈을 강탈해 노래방에서 몸을 팔게 하는 아주 다양한 놈들이 즐비했다.

“최소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도록 해야겠죠.”

“맞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범죄가 없는 깨끗한 사회가 완성되었음 하는 바람을 가졌다.

***

파이널 당일이 밝았다.

“와우, 사람들이 어마무시하네요.”

한강은 쫙 깔린 사람들을 보며 턱을 벌렸다.

“아침 일찍부터 와서 대기해 있는 사람들이랍니다.”

중간중간에 텐트를 치고 줄을 선 이들도 보였다.

몇몇은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엄청난 인파가 경기장에 몰렸다.

“지윤이는 독립된 대기실을 사용할 거예요. 아무한테도 알려지지 않게 하세요. 가수들한테도 주의를 주시고.”

경기장에 도착해 지윤부터 챙겼다.

“선배들한테 인사를 하는 게 맞지만, 인사를 하며 얼굴을 공개하지마. 이쪽은 나와 매니저가 풀 거니까.”

“네......”

“그래, 너무 긴장하지 말고.”

끄덕.

“실수 없이 부탁해요. 난 이번에 볼 애들이 있어 잠시 바깥에 나가 있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매니저와 경호원들을 대기실에 대기를 시켜 놓고 밖으로 향했다.

“모두 기다리셨습니다. 초거대 빅 오디션! 파이널이 지금 막 시작을 알립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자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레로 변해 무대를 강타했다.

열띤 함성을 받으며 참가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10인이 무대 앞에 서서 긴장된 얼굴로 인사를 마치고 무대로 내려갔다.

첫 시작으로 섹시미를 뽐내는 여성 참가자가 올라와 늘씬한 다리를 내보이며 관람석을 뜨겁게 달궜다.

2번, 3번, 4번은 기타를 들고 나와 각자의 음색을 자랑했고, 다섯 번째 태준의 차례가 되었다.

피아노로 여심을 사로잡던 태민이 하얀 셔츠에 가죽자켓을 입고 등장했다.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빠라밥바 빠라밥바 빰빰빰.

어우어어어어!

오 그때 내가 아니야♪

조성모의 다짐이 태민의 입에서 재해석되어 나왔다.

늘 감미롭던 모습은 사라지고 강력한 짐승이 무대를 장악했다.

“천성이네. 천성이야.”

한강은 태준을 보며 허허하며 웃었다.

가수가 아니었으면 무엇을 하고 살아갔을지 무척 궁금했다.

딴!

긴 곡이 끝나고 심사위원석부터 시작해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열 번째 참가자.

---이지아, 이아라가 부릅니다. 씨야의 사랑의 인사.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이지아와 이아라가 등장했다.

그동안 파워풀한 댄스를 보이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번 자리에서 가창력을 보이겠다는 계획으로 보였다.

한강은 둘의 노래에 귀를 집중했다.

“비 내리는 거릴 좋아했었죠. 우산 없이 나와 함께 걸었죠.”

한 키를 더 올린 음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더 애처롭고 슬픔이 심장에 닿게 하였다.

“습관처럼 왼쪽편에 세웠죠. 내 여자라고......”

지아에 이어 아라가 이어 불렀다.

어느덧 노래는 후반부.

“보고파 소리쳐봐도 그리워 불러도 닿을 수가 없는 그댄가 봐 이젠 나를 잊었나 봐.”

둘이 초고음역대로 질주했다. 기존 음도 높았는데, 이를 압도해 세상에 내던졌다.

그간 얼마나 고생을 하고, 연습을 거쳐왔는지 무대가 입증했다.

“모두 반전에 반전을 보여준 역대 오디션 무대였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참가자가 1등이 되었음 좋겠다면 070-XXXX-XXXX로 전화를 걸어 가수의 번호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심사위원 점수 30점, 팬 여러분의 점수를 70점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겠습니다. 점수가 집계가 되는 동안 베일에 싸여 큰 화제를 낳고 있는 신인 가수를 소개합니다. 아이 윤!”

숨죽이며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때, 가면을 쓴 여자가 무대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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