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35화 (135/237)
  • 135화. 22살. 파이널 공개 오디션

    “축하해. 이번에도 대박을 터트렸네.”

    재석을 재우고 나온 윤희의 목소리다. 민소매를 입은 모습이 참으로 섹시하다.

    한강은 윤희의 허리를 낚아채 깊이 끌어안았다.

    “그러게, 나도 놀랐어.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목표야 늘 높게 세우기에 5만 명을 잡았지만, 현실적으로 2만 명 밑으로 잡아 두었다.

    사실 이것도 매우 많은 수치기는 하였다.

    전생에도 이렇게 많은 수를 동원한 오디션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유명한 가수가 포함이 된 것도 아니고.

    한강은 고민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원인을 알아야 다음 프로젝트에도 써먹지 않겠는가?

    이유도 모른 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기는 건 좋지 않았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고민의 기색이 짙은 한강의 모습에 윤희가 물었다.

    짧은 반바지 아래로 쭉 뻗은 다리가 한강의 다리 위로 올라갔다.

    “그게 말이야. 음... 5만 장 매진이 이해가 안 돼서. 그걸 좀 생각하고 있었어.”

    한강은 솔직히 털어냈다. 이번 일과 무관한 윤희가 어쩌면 정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참 복잡하게 산다. 그것 때문에 죽을상을 하고 있던 거야?”

    “이게 아주 중요한 거라고. 이걸 알아야 다음에도 또 할지 말지가 정해진다고.”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

    그건 원인 파악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이 잘되면 ‘이유’에 대해 알려는 사업주와 사람들은 매우 적다.

    반면 프로젝트가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이때만 사람들은 파고들어 조사에 착수한다.

    시장조사만이 사업의 전부가 아니란 의미.

    경영주는 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소한 거 하나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에휴, 그거 별거 없어.”

    “별거 없다고?! 그게 뭔 말이야?”

    남편의 말에 윤희는 고개를 절레 젓고 소파 위에 누운 한강의 위로 올라탔다.

    한강은 물음표투성이 눈으로 윤희를 올려봤다.

    “신기해서지. 표도 저렴하고.”

    뭘 묻느냐는 눈으로 한강을 내려봤다.

    “진짜 겨우 그거라고?”

    “어, 인터넷으로 공개 오디션을 해서 사람들 뽑고, 그걸 대폭 키워 5만 명이나 받겠다고 하니 안 궁금할 수 있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여자들이라고.”

    “여자?”

    “데이트 장소로 딱이잖아. 입장료도 저렴하겠다, 남자친구와 친구들과 데이트 장소로 딱이지. 심지어 시간도 좋고.”

    “아......”

    솔직히 이해는 안 가지만 어느 정도 납득은 갔다.

    이런 말이 있다.

    고객을 잡으려거든 여자를 잡으라고.

    그럼 반은 성공할 거라고.

    즉, 공개 오디션은 여성들의 놀거리를 제공하고 호기심을 유발했다는 의미가 되었다.

    ‘결국 이건 일회성이란 의미네.’

    종합해 따져본 결과 다음에도 이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걸 의미했다.

    “예뻐 죽겠네. 내 마누라.”

    “재석이 자는데.”

    “우리도 잘까.”

    둘이 꺼졌다. 어둑해진 거실은 곧 뜨거운 습기로 차올랐다.

    ***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어떤 거 같아?”

    노래를 반복해 듣는 이연호가 곁에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가사도 상큼하고 전주도 좋고. 다 좋네요. 지금껏 나온 노래들과 달리 고급지고. 이야, 이번에 형 대박치는 거 아니에요?”

    “이거 내 거 아냐.”

    “네?”

    “내 거 아니라고.”

    “형이 만든 게 아니라고요?”

    “그래. 놀라지 말아. 회장님이 만들고 내가 조금 손 보태는 정도다. 작사 작곡 전부 회장님이 하셨어.”

    “와... 말도 안 돼. 그럼 설마 이 피아노 연주도 회장님?”

    “그렇다니까.”

    “허, 허허. 완전 미친 존재감이네요.”

    “그렇지? 대체 못하는 게 뭔지 찾기가 어려울 정도야.”

    이럴 때면 회의감이 살짝살짝 들었다.

    누구는 하나 제대로 하기도 힘든데, 누구는 모든 걸 쉽게쉽게 해낸다.

    참으로 부러운 능력이었다.

    “그래서 이 곡 누구 거래요? 딱 보니 여자 곡인데.”

    “그걸 나도 모르겠어. 조만간 소개를 시켜준다던데. 지금은 비밀이라네.”

    “비밀도 많은 분이네요.”

    “내 말이.”

    이연호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더 궁금하다.”

    “그만 생각하고 일 합세. 회장님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곡을 맡겨두고 언제 온다는 말은 없었으나, 불시에 방문할지 몰랐다.

    속 터지는 이야기를 멈추고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

    아아아아아아.

    한리버 사옥에 딸린 연습실에서 지윤의 목소리가 길게 뻗어 나왔다.

    “그렇지. 배에 더 힘주고.”

    아아아아아.

    목소리가 흐려지려 할 때, 강사는 지윤의 배를 눌렀다.

    “좋아. 소리가 훨씬 좋아졌네.”

    “감사합니다.”

    다른 건 하지 않았다. 체력관리와 호흡과 발성만을 반복해 연습했다.

    약 두 시간의 교육시간은 모든 기운을 쏟아붓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입을 과장되게 해서 노래 부르는 걸 멈추지 마. 안면근육이 부드러워야 발음도 정확하게 나온다고.”

    “네.”

    “그리고 이건 내 선물.”

    구멍 거대한 빨대를 건넸다.

    “이건......?”

    “집에 가서 연습 제대로 못 할 거 아냐. 틈틈이 그걸 불어. 내가 오케이 할 때까지 노래는 부르지 말고, 들으면서 흥얼거리기만 해. 무거운 걸로 배를 눌러 배에 힘을 주는 연습도 빼놓지 말고.”

    강사는 지윤에게 기초적인 걸로 도배해 숙제를 내주었다.

    “네!”

    그동안 꿈꿔온 교육이다. 지윤은 주먹을 꽉 쥐어 의지를 다졌다.

    “좋아. 좋아. 그럼 내가 선물을 또 줘 볼까. 이번엔 진짜 선물.”

    “네......?!”

    이번에도 지윤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이거야. 초대장.”

    “이건......”

    [공개 오디션 초대장.]

    “어때, 감격했지? 후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할머니랑 다녀와. 이것도 교육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네!”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다. 앞으로 자신이 걷게 될 무대를 직접 눈으로 보고, 타인이 부르는 걸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교육과정이었다.

    기쁨이 두 배 되는 효과.

    지윤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

    SN 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박진경은 대표실로 들어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뭘 또 오랜만이라고. 몇 달 전에 보지 않았나?”

    “하, 하하. 그렇지요.”

    ‘그걸 오랜만이라고 하는 겁니다’ 생각은 속으로 삼키고.

    이만수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표정이 좋구만.”

    “일이 잘 풀리니, 안 좋을 수 없죠. 선배님도 그러신걸요. 전보다 훨씬 젊어 보이십니다.”

    “예끼, 늙은 사람 놀리면 못써.”

    “선배님이 늙다니요. 이건호 회장님이 분노하시겠어요.”

    “그 말 이건호 회장님께 전해드리지.”

    “아차차. 방금 한 말은 없던 걸로 부탁할게요.”

    이건호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가 식은땀을 흘렸다. 한국 사회에서 이건호에게 밉보이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싱겁기는. 장난은 이쯤하고 나를 보잔 이유가 뭔가?”

    이만수는 웃음기를 거두고 목적을 물었다.

    “이번 오디션 매진 이야기 들었죠? 그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역시 그것 때문인가? 거기에 너희 가수를 세울 참이냐.”

    “당연하죠. 그런 좋은 무대에 소속 가수를 세우지 않는 건 말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5만 명의 대인원,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런 무대에 서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으리라.

    “그래서 너도 나도 가수 하나씩 내보내기 위해 유한강 회장을 설득하자 이 말이냐?”

    “당연하죠. 동방신기 애들도 좋고.”

    “넌 비를 내보내겠다?”

    SN엔터테인먼트에선 동방신기가 가요계를 접수하고 있는 때, JYP에선 레인을 앞세워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그렇죠.”

    “확실히 당기는 무대긴 해. 그래서 유 회장은 어떻게 설득할 참인가?”

    “수익비율을 좀 더 유리하게 해주는 게 어때요?”

    5만 명 앞에서 내보이는 것뿐 아니라, 세계로 방송되는 한리버의 인터넷 방송.

    비율을 줄여도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확실히 그거라면 괜찮겠어.”

    당장 수익을 올리기보다 가수의 가치를 올리는 게 회사 입장에서 가장 이득이 가는 부분이었다.

    가수의 가치가 오른다는 건, 단가가 오른다는 걸 의미했고 그건 회사 매출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주가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선배님도 동의한 겁니다. 자리는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진경은 혼자 신나 한강과의 자리를 마련하겠다 말했다.

    “그러게나. 일정 정해지면 바로 말해주고.”

    이만수의 협력을 얻어냈다.

    진경은 계획대로 돌아가는 현실에 만족하며 SN을 떠났다.

    ***

    (주)한리버 그룹 사옥.

    “박 대표가 SN과 함께 자리를 가지자 했다고요?”

    “이번 오디션에 관련해 할 말이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참 시끌시끌하네요. 이번 오디션.”

    “그만큼 역대급이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하죠.”

    어떤 가수도 수억이 쳐다보는 공연은 해보지 않았을 터다. 그걸 한리버 월드 플레이가 이뤄냈으니, 군침을 흘리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광고비가 꽤 쏠쏠하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지요.”

    “시간은 어떻게 할까요?”

    “뒤로 미룰 이유는 없지요. 서로 가까운데, 그쪽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할 테니 세 시간 뒤로 약속을 잡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진 실장을 내보내고.

    “일이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몰라.”

    전생보다 더욱 일이 잘 풀리니 괜히 겁이 났다.

    이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건 아닌지 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려 화폐를 만들어 두는 게 좋으려나......”

    그러다 웃긴 생각을 살짝 해봤다. 그림 한 장당 몇십억에 거래가 되니,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또 없을 거다.

    “아니지, 그건 내 그림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일. 적당히 그리는 게 좋아.”

    요즘 한강이 그림을 쉬고 있는 이유기도 하였다. 외부로 자신의 그림이 무작위로 유통되는 건 내키지 않은 일이었기에 작품 구상을 이유로 휴식을 취했다.

    “글고 보니 다음 작품이 문제긴 하구나.”

    생각난 김에 사람을 기다리면서 작품 구상에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책상 위로 노트가 펼쳐졌다

    두 시간 반 정도가 지난 시점.

    밖이 소란스럽다.

    책상에 정신을 집중하던 시선이 올려진 건,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릴 때였다.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SN엔터테인먼트 이만수 대표와 JYB엔터테인먼트 박진경 대표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일찍 오셨네요. 이리 앉으세요.”

    한강은 걸음을 소파로 이동해 둘과 자리를 함께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죠.”

    그리 중요한 이야기는 되지 않을 거라 봤다.

    서로가 바쁜 몸.

    후딱 끝내기로 하였다.

    “그럼 바로 자리를 가진 이유를 말씀드리죠. 이번 공개 오디션 무대에 저희 소속 가수를 내보냈음 합니다.”

    목소리는 박진경이 아닌, 이만수 SN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서 흘러나왔다.

    한강의 시선은 이만수에게 향하다 박진경을 응시했다.

    “죄송합니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이만수 대표님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대신에 저희에게 배정된 지분을 줄이고 한리버의 지분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진경은 사전에 협의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강에게 공개를 하였다.

    “음......”

    한강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오디션의 목적을 잃은 선배 가수의 공연이 맞는 건지, 방송의 목적을 잃지 않을지 고민을 해보았다.

    ‘저들에게 있어, 충분히 욕심이 날 만한 자리긴 해. 어쩐다.’

    “가수는 각 한 팀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

    총 두 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고...... 음...... 잠깐만. 이거 내게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순서를 가장 마지막으로 두고 후배들을 위한 엔딩 공연을 하겠다는 취지로 접근하면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얼굴을 가린 지윤을 내보낸다면......’

    아주 멋진 마케팅이 떠올랐다. 지윤이 해주기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지만.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좋습니다. 두 분의 뜻을 따르도록 하지요. 그리고 한리버에서도 지원하는 신인가수 한 명을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본 실력과 재능은 있어. 단지 기본기가 부족했을 뿐. 충분히 잘해줄 거야. 그리고 지윤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테고...’

    한강은 지윤을 위해 빅 이벤트를 준비하고 하였다.

    그리고 지윤의 첫 데뷔 무대로 결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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