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 버는 게 예술이다-134화 (134/237)
  • 134화. 22살, 안드로이드, 좋은 날

    “핸드폰 사업을 같이 하고 싶다?”

    황당한 분위기가 주변에 머무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가늠이 서지 않았다.

    이건호는 한강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앞으로 핸드폰 사업에 있어 운영체제는 무척 중요하게 될 거라 생각해, 한리버는 그동안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개방형 운영체제인 리눅스에 기반한 안드로이드가 그것이었다.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최초로 사용한 T-모바일 G1.

    그것을 당기고자 한다.

    “애플에서 새로운 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실 겁니다. 애플폰을 따라잡기 위해선 육성과 한리버가 손을 잡는 게 좋습니다.”

    그간 조용했던 시장에 애플폰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건 11월쯤 가서 언론에 보도되고 07년 1월 OS를 장착하고 6월부터 AT&T를 통해 판매가 시작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생의 역사. 애플의 역사는 이미 일찍이 틀어졌어. 나로 인해서. 어쩌면 당장 내년 3월 내 시중에 풀리게 될지 몰라.’

    육성만 보더라도 전생보다 발 빠른 대처를 하였다. 이제 육성에 필요한 건 스마트폰에 맞는 운영체제였다.

    한리버에서 구글의 역사를 바꾸었으니, 책임의 의무가 있었다.

    “뭐라도 알아낸 것이냐?”

    애플폰 이야기가 나오자, 이건호가 크게 반응했다.

    “제가 짐작하건대,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러 있을 겁니다.”

    자극을 주기 위하여 확실치 않은 정보를 흘렸다.

    “......그게 정말이냐? 그걸 어떻게 알아낸 것이냐?”

    분명 짐작이라는 과정이 붙었지만, 이건호는 그건 듣지 않았다는 듯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재촉했다.

    ‘어지간히 급하셨나 보네.’

    이건호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잠깐 생각을 해보다, 이윽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애플 회장님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파트너십까지 맺은 관계.

    “쓰읍.”

    이건호에게 있어 한강이 가져온 정보는 신뢰도 백퍼센트에 가까웠다.

    이건호는 입맛을 쓰게 다셨다.

    짐작은 했지만, 너무도 빨랐다.

    “한리버와 함께하시면 앞으로 시장을 양분해 애플과 경쟁하는 구도로 나가게 될 겁니다.”

    실제로 육성은 애플과 1위 2위 자리를 겨루며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했다.

    그 구도를 미리 만들어 한리버의 부족한 매출을 한껏 끌어 올릴 참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피한다면 바보라 하겠다.

    “자신은 있는 게냐?”

    “애플이 사용하는 OS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미래보다 발전성은 위다. 본 역사 이전부터 총력을 기울여 완성도를 높였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이슈가 되었던 부분은 최대한 잡아냈다.

    완성된 스마트폰에 적용할 일만 남았다.

    “좋다.”

    애플보다 느리겠지만, 역사는 크게 바뀌지 않을 터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이번 일은 육성에도 좋고 한리버에게도 좋은 것.

    쉽사리 허락을 받았다.

    전기차에 이어 안드로이드가 시장에 공개되는 순간이다.

    ***

    [한리버 안드로이드, 육성전자와 핸드폰 협업 결정.]

    [적자를 면치 못했던 안드로이드가 육성전자로 운영체제를 공급하기로......]

    다시 한번 한리버의 가치가 껑충 뛰며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던 때.

    “역시 초반에 확실히 잡아끄는 게 제일이지.”

    한강은 오랜만에 피아노에 자리를 잡았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건반을 차례대로 눌러 음을 만끽했다.

    “디지털 피아노는 완전 오랜만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

    조금 까먹은 부분도 있어 개인레슨도 받았다.

    이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잠도 줄였다.

    처음으로 윤희에게 혼났을 정도로 푹 몰두를 하였다.

    “지윤에겐 미안하지만... 이것만큼 가장 잘 어울리는 곡도 없어서.”

    2010년인가 2011년경에 대히트를 쳤던 곡을 떠올렸다. 지윤의 고급스러운 음색을 잡아준 최고의 노래.

    좋은 날.

    지윤을 이 노래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그전에 나온 곡도 있지만.

    한강은 이 곡이 지윤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곡에 대한 소화는 연습을 통해 확실히 다져 나가는 수밖에 없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리라 본다.

    한강은 그리 믿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모든 수익은 지윤을 위해 쓴다. 회사에서 가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타인이 만들어 낸 곡을 스스로가 만들어 냈다며 사용하는 건 예술인으로서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지윤을 위해 그 양심을 잠시 내려놓기로 하였다.

    “3단 고음은 빼자. 화제성은 좋을지 모르지만, 목에 부담이 많이 가고, 지윤에게 있어 좋은 선택지는 아니야.”

    늘 마음에 걸리던 부분이다. 한강은 지윤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로 맞춰 작곡에 들어갔다.

    “이걸 끝으로 작곡가와 작사자를 섭외하자. 지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고.”

    작곡을 하면서 지윤에 대해 앞으로 계획을 하나둘 세웠다.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 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연주를 하며 흥얼거려 본다.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걸 어떡해.”

    과거의 암울함을 잊고 좋은 날만을 꿈꿔 앞으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본 역사의 곡을 편곡해 녹음기에 담았다.

    “휴우, 이거 잘한 건지 모르겠어.”

    작곡을 마쳤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든 곡과 가사를 알고 있던 까닭에 음을 수정해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이제 이 곡을 맡기면 되겠지.”

    한강은 녹음기와 정리한 악보를 챙겨 현장을 나섰다.

    미디어 작곡가에게 향했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이걸 회장님께서 만드셨다고요......?!”

    작곡가 이연호는 들려오는 노래에 깜짝 놀랐다. 한강의 노래 실력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게 하는 건 고급스러운 전주에 있었다.

    심지어 곡도 너무 좋고 완성된 걸로 짐작되는 가사도 너무 좋았다.

    소녀의 감성이 곡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다.

    “아, 뭐. 그렇죠. 어때요?”

    “허허,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저보다 훨씬 실력이 있으십니다.”

    트랙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대중가요에 맞게 멜로디가 완성되었다 보였다.

    악보에는 크로스를 했으면 하는 부분도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었다. 조금 더 강조를 했으면 하는 부분과 딜레이 부분도 적당히 주어 노래의 특징을 제대로 살렸다.

    “에이, 그럴 리 있을까요.”

    “아닙니다. 정말로 회장님께 곡을 맡기고 싶을 정도예요. 어떻게......”

    연호는 몇 번이고 노래를 들어 머릿속으로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혹시, 이 곡 주인이 정해졌나요?”

    눈에 욕심이 한가득이다.

    “욕심이 나시나요?”

    그의 얼굴을 보니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다.

    걱정했는데,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무리 뛰어난 노래라 할지라도 시대를 앞서가는 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런 노래를 듣게 될 일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승기, 버즈, SG워너비의 강력한 라인을 이루는 강력한 무대 속에서 그들을 넘어설지 모를 곡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전율이 일었다.

    “아쉽게도 아주 좋은 가수에게 주어질 겁니다.”

    “역시... 혹 그 가수가 누군가요?”

    “아직 무명입니다.”

    “......?”

    “아직은 무명이지만, 곧 국내를 뒤집어 놓을 가수가 될 겁니다.”

    “어디 기획사인지라도...SN? JYB?”

    “한리버예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조만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이거 완벽하게 부탁해요.”

    “......?!”

    “아셨죠?”

    놀라는 작곡가에게 윙크로 대화를 종료하고 밖으로 나섰다.

    “하,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구나.”

    생각만큼 돈을 벌지 못하지만, 뿌듯함이 심장에 머물렀다.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돈이 이리도 즐겁다니. 이 또한 자신의 행복을 위한 돈의 쓰임이리라.

    ***

    “대, 대표님! 대표님!”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남자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은 토끼 눈이 되어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내가 아니라 대표님을 찾아.”

    자리에 있던 부장이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변해 노려봤다.

    “이 기쁜 소식을 대표님께 전해야 회사 전체가 좋아지고 부장님도 좋은 거죠.”

    “그러니까, 뭔 일인데. 그리 야단이야.”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른 직원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덩달아 궁금증이 증폭됐다.

    “아유, 듣고 놀라지 마세요.”

    이목을 단번에 끄는 그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을 하며 귀를 기울였다.

    “매진됐습니다. 5만 장이 다 팔렸다고요!”

    “......?!”

    “......?!!”

    사람들의 얼굴에 놀람이 자리했다.

    무엇이 매진이 됐는지는 ‘5만 장’이란 말에서 모두는 알 수 있었다.

    “하나님, 부처님, 예수님...... 맙소사.”

    마이클 잭슨도 이루지 못한 매진을 월드 플레이가 이루어 냈다.

    그것도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가수 지망생들로 인해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한리버 빌딩 월드 플레이 사업부에서 일어났다.

    “그게 뭔 개똥 같은 소리야?”

    적자만 나지 말자고 바랐던 팀장은 놀라 말이 헛나왔다.

    “그러지 말고 기사를 보라고요. 엄청 떠들썩해요. 지금.”

    팀장에게 가로막힌 남자는 컴퓨터를 가리키고 곧장 대표실로 달려갔다.

    [한리버 월드 플레이 전설을 찍다. 모두가 우려한 대프로젝트 경기장 공개 오디션 콘서트 관객 5만 명을 받아들이게 됐다.]

    [인당 입장료는 3만 원으로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정받게 된다.]

    “......허허.”

    개념을 똥구멍으로 처먹은 시끄럽던 직원이 사라지고 모두 화면으로 시선을 가져가 검색을 하였다.

    “......”

    “......”

    사람들은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

    푸하하하하.

    “대박이에요. 대박!”

    이러한 소식은 JYB랑 SN으로도 알려졌다. 어느 누구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획사가 모른다면 그건 이상한 현상.

    박진경은 고개를 뒤로 젖혀 기쁨을 웃음으로 표출했다.

    “정말 유한강 회장과 함께하면 작은 일도 크게 되고, 빵빵 터지네요.”

    박진경은 기사를 보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이러다 우리 가수들보다 여기에 출연한 아이들이 더 인기를 타겠어요.”

    한편으로 무척 아깝단 생각을 하였다.

    공중파 방송보다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방송에 식구를 내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깝게 다가왔다.

    “그럴 게 아니라 한리버와 협상을 통해 우리 가수 하나라도 내보내는 게 어떠세요. SN과 함께 이벤트성으로 하나씩 내보내는 조건이면 한리버 측에서도 받아주지 않겠어요?”

    진지하게 물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규모는 세계 정상급도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거대 공연이었다.

    그런 공연에 병아리들만 출연시키는 행동은 무척 아까운 행동이라 여겼다.

    “확실히, 그렇지? 아무래도 SN 대표를 만나봐야겠어. 먼저 입을 모으고 유 회장을 상대하는 게 좋을 거야.”

    재계에서 유한강의 고집은 제법 알아준다. 고집에서 나오는 행동 능력은 업계 최고라 불리고 있었다.

    그런 만큼 SN과 힘을 합쳐 유한강 회장을 만나 단판을 치르고자 하였다.

    “SN 측에 언질을 해놓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직원이 나가고.

    “정말 놀랄 일이야......”

    박진경은 계속해 올라오는 기사를 내려봤다.

    볼수록 엄청난 성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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