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22살, 혁명
[유한강 한리버 회장의 아들 유재석, 돌잡이에서 마이크를 잡아 모두를 폭소케 하다.]
[유한강 회장, 장인인 이건호 회장에게 백지수표를 강탈하다.]
└ 서유리: ㅋㅋㅋㅋㅋㅋ.
└ 이미영: 나의 아빠가 되어 주세유ㅠㅠㅠ
└ 문세희: 미친 ㅋㅋㅋ 굴욕임ㅋㅋㅋ,
성황리에 마친 돌잔치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면서 동시에 부러움을 사게 만들었다.
8월의 뜨거운 여름은 지나고 9월로 접어들었다.
“자, 이번 오디션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팀은 총 20개 팀.”
대진표가 공개됐다.
“여기서 열 팀만이 최종 라운드에 올라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연을 하실 수 있습니다. 1위는 HY 자동차에서 제공하는 중형 세단 한 대와 1억 원을. 2위는 5천만 원, 3위는 3천만 원을, 나머지 10위까지는 5백만 원씩 지급이 됩니다. 또한 1위부터 3위까지는 기획사를 선택하여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사회자는 앞으로 진행될 오디션의 룰을 설명하며 구독자의 진한 관심을 유도했다.
참가자들의 시선은 사회자에게 머물렀다.
“와, 요즘 HY 자동차 미쳤던데. 꼭 일등한다.”
“일억 듣기만 해도 좋다. 내가 일억 벌려면 대체 얼마나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인지......”
단번에 참가자들은 상금에 꽂혔다. 듣는 것만으로 심장을 두근대게 만드는 아름다운 숫자, 그 이름하야 일억!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투기가 실렸다.
“5백 명이 넘던 인원이 이제 20개 팀밖에 남지 않았네요. 하나하나가 당장 데뷔해도 아깝지 않을 실력자들이에요.”
“동감이에요.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시키며 느낀 점이 세상엔 천재가 정말 많구나였어요.”
연습생보다 일반인으로 참가한 사람들이 훨씬 많이 뽑혔다.
특히, 독보적인 건.
“저 고아원에 있다는 아이들 말이에요.”
박태준과 이지아, 이아라 쌍둥이 자매를 가리켰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요. 노래 부를 때 여유가 있고, 호흡도 좋고.”
발성, 호흡, 자세 등이 너무도 완벽했다. 오랜 시간 교육을 받은 아이들보다 남다른 실력을 지녔다.
박태준이 보이던 피아노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고.
두 팀이 노래를 부를 때면 심사위원이 아닌, 관중이 되어 리듬에 몸을 실었다.
“아마 일, 이 등은 저들 중에 나올 거야.”
박진경은 무대 위에 서 있는 참가자들 중 셋을 눈여겨봤다.
“시작한다.”
박진경이 신호를 보냈다. 사회자로 보내졌던 카메라 앵글이 다가왔다.
“박진경 대표님은 이번 공개 오디션을 어떻게 보십니까?”
무대 위에 있는 사회자의 질문이다.
홀에 모인 모든 인원이 박진경을 응시했다.
“이번 오디션은 정말로 많은 걸 배우고 생각의 틀을 깨버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어요. 이번 무대에서 꼭 실수 없이 실력 발휘를 내보였음 좋겠고, 좋은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JYB와 어울리는 이지아와 이아라에게 시선을 가져가 눈웃음을 지었다.
‘박태준도 좋지만, 역시 저 두 아이가 우리에게 맞아. 꼭 계약을 따낸다.’
둘의 외모도 출중해 인터넷상에서 인기도 상당했다. 화제로 떠오르는 만큼 곡만 잘 만들어 데뷔를 시킨다면 최소 손해는 보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한리버 공개 오디션 시작합니다.”
오디션이 시작됐다. 응원을 온 사람들의 목소리가 홀을 채웠다.
***
[......시작합니다!]
“어떨 거 같아요?”
소망 보육원 1층 거실.
소파에 앉은 한강이 곁에 자리한 여성에게 물었다.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3위 내는 무조건 들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셋을 가르친 음악 강사로 박태준과 이아라, 지아가 수상하게 되리라 확신했다.
“음악성과 끼가 많은 아이들이에요. 다른 아이들도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여요.”
그녀의 어깨가 한층 올라가 자신감을 어필했다.
“후후, 제자라 그런 건 아니고요?”
“제자이기도 하지만, ......회장님도 잘 아시리라 봅니다.”
한강의 장난에 휘말리 않는 그녀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걸친 채, 바라보는 얼굴에 귓불이 괜히 뜨겁게 달궈졌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파이널 무대를 하게 되면 모두 응원가요.”
“당연하죠!”
지금도 저 홀 안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있기도 하지만, 한강이 그걸 말렸다.
최후 십 인에 세 명이 들 거란 사실을 자신하지 못하면 나오기 힘든 행동이었다.
“이제 독립을 하게 될 아이들인 만큼 믿고 기다려 봅시다.”
한강의 시선은 TV 화면에 고정됐다.
더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
[인터넷 공개 오디션 조회 수가 5억을 넘겼다.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전체로 방송이 되고 있는 한리버 공개 오디션은 역대 방송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을 남겼다.]
한창 활동하고 있는 프로 가수들보다 유명인이 되었다. 한국 가수를 물어보면 오디션 방송에 나온 참가자를 언급하기도 하였다.
“다음에는 국적 가리지 말고 해보는 게 좋겠어요.”
이제 인터넷은 또 다른 방송 매체가 되었다.
웃기게도 한리버의 영향을 받아 TV 시청률이 죽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인이 한리버 월드 플레이로 모여들 겁니다.”
김동진은 월드 플레이의 가치를 어느 사업보다 가장 높게 쳤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거기서 얻어지는 광고 수익률이 엄청났던 탓이다.
매일 적자라며 울상이던 사업이 한리버의 효자 사업으로 단숨에 우뚝 섰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이참에 월드 플레이 사업을 좀 더 확대해 볼까 합니다.”
“인수합병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도 충분히 월드 플레이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인터넷 방송 선도주자로서 어떤 곳도 한리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확실한 겁니다.”
한강은 재밌다는 얼굴로 바라보다,
“음악방송을 했으니, 다른 채널도 만들어야죠.”
“......?!”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겁니다.”
“네... 에?!!”
김동진은 깜짝 놀랐다. 떠올려 본 적도 없던 걸, 또 한강이 언급했다.
사실 공개 오디션도 조마조마했는데, 영화와 드라마라니.
이게 한두 푼 들어가는 사업도 아니고.
“시나리오는 어쩌시려 그러십니까?”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잊었어요? 우리는 웹툰 웹소설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 겁니다. 물론, 각색 작가나 그 외 인력도 필요하겠지만.”
“혹여, 실패라도 하는 날엔 타격이 상당할 겁니다.”
매우 낯선 사업이라 그런지, 김동진은 뜯어말렸다. 불안감이 엄습해 왔나 보다.
“걱정 마세요. 초반엔 어려울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하게 될 겁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자신을 하시는 겁니까?”
다른 건 다 몰라도 이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절 믿으세요. 됩니다.”
한강은 속으로 가볍게 웃었다. 그는 모를 거다. 곧 공개될 아이폰을, 그리고 세상을 바꿔놓을 스마트폰 시대를.
‘그로 인해 세상은 많은 게 바뀌게 되지. 이로 인해 앞으로 크게 성장하게 될 산업이 금융, 게임, 플랫폼 시장이란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당장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그랬다면 설명하기 참으로 편했을 터인데.
“...... 저도 공부를 참 많이 했다 자부하지만, 정말 회장님과 대화를 나누면 제 자신이 참으로 작아 보입니다.”
정확히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었다.
보통은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게 정상이거늘, 대화가 제대로 통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절 믿으세요. 손해 본 적 없잖아요.”
“이번엔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무서워지려 합니다.”
늘 예상에서 빗나가는 세상.
한리버에 입사하고부터 생각대로 흘러가는 게 단 한 개도 없었다.
오로지 유한강이 말한 세상만이 현실이 되어 나타날 뿐.
다시 한번 기가 꺾였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 주세요.”
“월드 플레이 유길섭 대표가 또 울상을 짓겠습니다.”
“하하, 조금만 버텨달라 이르세요. 곧 편해질 거라고.”
“그리 전하겠습니다.”
‘전에도 이 말을 하셨는데.....’ 생각하며 방을 떠났다.
“슬슬 안드로이드를 공개할 때인가?”
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세상의 재화를 쓸어 담을 거대 프로젝트가.
룰루랄라 콧소리를 내며 마지막 보고서를 향해 도장을 가져갔다.
***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공개 오디션 최후 10인이 정해졌다. 아이돌에 버금가는 외모를 자랑하는 이지아와 이아라 쌍둥이 자매. 소울의 박태준, 댄스신동 차주성......]
2006년 9월, 파이널 진출자 10인이 결정됐다.
9월 30일 토요일, 올림픽 경기장에서 10인의 파이널 콘서트가 진행된다는 광고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요즘 사업을 크게 키우고 있더구나.”
식탁 앞. 이건호는 작은 우려를 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도 좋지만, 대개 이런 회사는 겉과 달리 속은 복잡한 문제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사업이 실패라도 하게 된다면, 피해 복구는 무척 힘겨워진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외형이 커져 보이는 거지, 월드 플레이와 연결된 사업 대부분은 외부 인력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과부하를 최대한 막고 있습니다.”
결제도 밀리지 않고 즉시 지급을 해주어 업체 간 신용도도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오디션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기도 했고, 파이널 오디션은 입장료를 받게 될 겁니다.”
최대 5만석, 최소 3만석 이상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
입장료는 명당 3만 원으로 책정해 놓은 상태.
좀 더 값을 올릴까 하다, 인터넷 방송의 취지에 맞게 금액을 낮춰 불렀다.
‘일만 석 당 삼억. 나쁘지 않은 장사야.’
5만 석을 채울 수 있을지 그건 모른다. 못 채울 확률이 더 높을 수 있지만, 혹여 채운다면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해몽이 더 크겠어.”
“하하. 최대한 홍보를 해봐야죠. 손해 보지 않게.”
사실 본전치기만 해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내 표는 네가 주는 거겠지?”
“전에 해주신 것도 있는데, 당연히 제가 모셔야지요. 표는 구해지는 대로 일부는 장인어른께 넘기겠습니다.”
표가 쓰레기로 변하는 것보다 사비를 들여 구입해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게 좋으리라.
‘이참에 모교에도 좀 뿌리자.’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편해졌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공짜 표를 받는 게 이리 찝찝할 줄은 몰랐어.”
“하하, 제가 할 땐 또 하지 않습니까. 전 절대 장인어른을 벗겨 먹지 않습니다.”
그간 너무 뜯어 먹고 살았나 보다.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오늘 나를 찾은 이유도 뜯어 먹으려 온 건 아니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비즈니스하러 왔습니다. 가족사로서 말입니다.”
“가.족.사?”
“큼, 육성에서 넘긴 바다와 한리버에서 개발 중인 안드로이드가 성과를 보여, 육성에 영업하러 왔습니다.”
“......”
강탈하듯 가져간 바다를 육성에 판매를 하겠다는 기똥찬 말에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강은 싱긋 웃어 보이며 자리를 고쳐 잡았다.
몸을 앞으로 쭉 당겨 이건호의 얼굴을 쳐다봤다.
“육성에서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에 한리버도 껴주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곧 한강의 진정한 목적이 입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