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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예술이다-132화 (132/237)

132화. 22살, 한리버 엔터 음악 사업부

부릉!

좁은 골목 사이로 고급 외제 승용차가 멈췄다. 기사가 내려 종이에 적힌 주소를 확인하고 문을 두들겼다.

“누구.....시죠?”

안에서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잘 차려입은 남성의 모습에 부담을 느끼는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윤 씨와 할머니를 모시러 왔습니다.”

“그 아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요? 아요, 내 이년을 진짜. 이럴 줄 알았어. 못 배워먹은 년이 요즘 노래를 부르네 마네 하더니!”

지윤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보였다. 문을 닫고 당장 지윤의 다리를 부러트리러 갈 기세였다.

“아닙니다. 전 한리버 유한강 회장의 기사로 좋은 일로 두 분을 모시러 온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재차 들려온 말에 여성은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기사를 바라봤다.

“할머니, 지금이에요. 어서요!”

그때 열린 문을 뚫고 지윤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앞을 막으려던 여성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기사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저......”

당혹감에 어쩔 줄 모르는 여성을 뒤로하고.

“가시죠.”

기사는 지윤의 할머니를 차량에 태웠다.

사전에 지윤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는지, 할머니는 반복해 고맙다 말하며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부릉!

떠나는 차량.

“......”

여성은 제대로 말 한 번 건네보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봐야 하였다.

***

“저 회장님. 지윤 양과 지윤 양 할머님이 도착했습니다.”

회장실로 김동진 실장이 들어와 지윤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아, 모시세요.”

업무를 보던 한강의 시선이 올라갔다.

결재판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그런데, 잠시 드릴 말씀이...”

김동진이 조심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한강의 시선은 그의 얼굴에 멈췄다.

“기사에게서 보고가 있었습니다. 지윤 양의 집안에 문제가 좀......”

기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소상히 한강에게 털어냈다.

“...알겠어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죠. 실장님은 그걸 준비해 주세요. 계획대로 가지요.”

“네. 그럼 전 안으로 모시고 준비가 되는 대로 서류를 가져오겠습니다.”

보고를 끝으로 밖으로 퇴장했다.

“지윤이를 그런 가족과 함께 지내게 둘 순 없지.”

실장에게 들은 보고는 기억 속에 있는 정보와 다른 느낌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분이 그 회장님이세요.”

문이 열리며 지윤이 들어왔다. 곁에 70대로 보이는 여성이 지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손녀가 신세를 졌다 들었어요. 보잘것없는 우릴 챙겨 주어 감사합니다.”

지윤의 할머니, 황경숙은 손주 같은 한강에게 거리낌 없이 허리를 숙였다.

“우리 손녀 잘 부탁합니다. 내 손녀지만 참으로 예쁘고 착한 아이예요.”

경숙은 지윤을 소개하기 바빴다.

지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다.

“알죠.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마시고 자리에 편히 앉으세요.”

말을 편히 해달란 말은 하지 않았다.

그건 상대를 더욱 불편하게 할 뿐이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면 모를 일이나,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다.

그건 둘의 자세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편히 앉으라 했는데, 소파 끝단에 엉덩이 꼬리뼈 쪽만을 걸치고 있었다.

‘빨리 끝내주는 게 좋겠지. 그리고 자주 뵙다 보면 많이 달라질 거야.’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한강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대화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두 사람의 시선은 한강의 입으로 향했다.

“기사를 통해 이야기 들었습니다.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들었던 이야기를 솔직히 공개했다.

다른 부분보다 이것부터 해결해 주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맞았다 여겼다.

“......?!”

지윤이 크게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이고, 아니네요. 회장님. 우리 지윤이 그런 애 절대 아니에요.”

한강의 말에 경숙은 소파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혹여나 집안 환경 때문에 손녀가 잘못될까 싶어 변호 아닌 변호에 나섰다.

경숙에 눈가가 젖어갔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할머님. 어서 일어나세요. 지윤이도 어서 도와.”

갑작스러운 사태에 한강은 당황해 급하게 몸을 일으켜 경순을 일으켰다.

“휴... 할머니 그런 문제로 언급을 드린 게 아닙니다. 전 지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길 바라는 겁니다.”

힘겹게 주변을 정리한 한강은 조금과 다른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다.

진지한 얼굴을 잠시 지웠다. 둘에게 부담을 주는 거 같았기에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

“......”

두 사람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난보다 집안 환경이 들켜 창피해서일지 몰랐다.

똑똑.

타이밍 좋게 노크 소리가 들리고 김동진이 들어왔다.

“마침 저기 오네요.”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맞은편에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여깄습니다.”

김동진의 손에 있던 결재판이 한강에게 전달됐다.

“고마워요.”

꾸벅, 김동진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방을 벗어났다.

“이건 회사 차원에서 준비를 한 겁니다.”

결재판 안에 든 종이를 앞을 밀어 둘에게 보여주었다. 본다고 잘 알진 못하겠지만, 위에 적힌 글자는 한 가지를 의미했다.

[기숙사 아파트 제공.]

“아, 아파트요......”

“에그머니나.”

둘의 시선은 종이에 고정됐다. 어깨가 부르르 떨었다.

“출퇴근을 고려해 근방에 있는 아파트를 마련했습니다. 총 50평대로 이곳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물론, 두 사람을 위해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이곳에 회사에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긴다면 필요에 따라 합숙을 하게 될 겁니다.”

한강이 소유하고 있던 청담동 아파트 한 곳을 기숙사로 만들었다.

그냥 놀리기보다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라 봤다.

“정말 우리가 여기에 살아도 되는 건가요?”

지윤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내 집이라 뭐하지만, 꿈에 그리던 곳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에 몸이 떨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강에게 허리를 구부렸다. 얼마나 감격을 하였는지 경숙은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지윤의 눈가도 젖어갔다.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잘할 거야. 열심히 해서 할머니께 그리고 회장님께 보답할 거야. 꼭!’

지윤은 각오를 다졌다. 힘든 일이 닥치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참아내고 버텨내 대스타가 되어 은혜를 갚겠다고.

지윤은 각오를 다지며 한강의 이어지는 말들을 귀담아들었다.

어떤 부정도 의심도 없이 모두 새겨들었다.

한 시간 정도 흐른 시점.

“이걸로 지윤이는 한리버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생활비와 학비는 투자비로 나가게 될 겁니다.”

지윤의 거주지 이동과 전학이 결정됐다.

“잘 부탁해. 지윤아.”

그녀의 미래는 달라졌지만, 목적지는 같아지리라.

한강은 지윤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 월드 스타로 키워내리라 다짐했다.

***

2006년 8월 27일.

“이번 주 1위는 비행기를 들고 온 거북이! 축하합니다.”

거북이가 비행기란 곡을 앞세워 데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무대 위는 그들의 눈물로 채워지며 난생처음으로 앵콜곡을 불렀다.

그사이 인터넷 오디션은 3차 본선으로 향해 최종 50명이 결정됐다.

동시각, 육성호텔 연회장.

“시간 참 빨라요. 축하합니다. 이 회장님.”

“이 회장 오셨는가. 고맙네.”

JK그룹 이용범이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이건호는 그를 맞이하며 손을 맞잡았다.

“재석이가 벌써 돌이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용범은 한강의 손에 안겨 있는 재석을 보며 감성에 젖었다.

처음 한강을 알게 된 때가 1990년 미국방송 그림을 그립시다 때였다.

당시의 아이는 어엿하게 자라 그룹의 총수가 되었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참 부럽습니다. 유 회장을 보노라면.”

용범의 시선은 건호에게 향했다.

사위를 잘 만나 지금의 육성을 만들게 되었으니, 조금은 배가 아팠다.

“윤미도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될 걸세.”

“하하, 회장님의 사위만큼은 아니겠지요.”

옛일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이용범이 지나가고 이건호는 그 밖의 인사들을 만나봐야 하였다.

정재계 인사들이 빠짐없이 재석의 돌잔치에 참여를 하였다.

***

재석의 돌잔치가 시작됐다. 부모의 소개와 재석이 성장한 사진들이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사람들의 시선은 어설프게 찍은 영상을 감상하며 박수를 보냈다.

“......자, 모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장 기다리던 순섭니다.”

영상이 꺼지고 어둡던 방이 환해지며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쌀, 실, 붓이 있고 현시대에 맞춰 방송인이 붓과 판사가 되라는 의미에서 판사봉, 그리고 여기 청진기를 준비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팔각 트레이 위에 다양한 물품이 올려졌다.

사회자는 그걸 친절하게 하나씩 집어 설명했다.

“아! 그런데 여기에 하나가 빠졌네요. 아주 중요한 건데. 그게 뭘까요?”

돈!

재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돌잡이는.

사회자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만족하며.

“맞습니다. 유한강 회장님의 뒤를 이어 훌륭한 경영자가 되어 세계 부자가 되란 의미의 돈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의 능력을 이곳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트레이를 들고 노래 한 곡이 끝나기 전까지 여기 한 바퀴를 돌다 오시면 되겠습니다.”

사회자는 한강에게 빈 트레이를 내밀었다.

“......정말로요?”

“가시죠. 아버님.”

한강은 머쓱한 얼굴로 시선을 정면으로 가져갔다. 유명인사들이 하나 된 목소리로 깔깔 웃었다.

아주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요놈 어디 당해 보거라.’

건호는 곤란해하는 막내 사위의 모습에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최대한 곤란하게 만들게. 알겠나?]

돌잔치 순서 전에 사회자를 불러 뒷거래를 마친 이건호였다.

당황하는 한강의 모습을 보니 십 년간 막혀 있던 속이 뻥 뚫린다.

“......”

“......”

때마침 한강의 시선과 건호의 시선이 맞닿았다.

건호는 여유로운 얼굴로 바라봤고, 한강의 이마엔 작은 굴곡이 생겼다.

‘그러셨지 말입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이런 신선한 함정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한강은 알게 되었다.

“그러면 된다는 말이죠. 알겠습니다. 바쁜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 원부터 받겠습니다. 뒤를 이을수록 두 배로 늘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열한 미소가 입가에 걸쳐졌다. 이건호에게 시선을 던지고 발을 옮겼다.

한강의 폭탄성 발언을 듣던 사람들은 재밌는 얼굴로 트레이가 지나갈 때마다 지폐를 올려놓았다.

만원으로 시작한 돈은 단숨에 천만 원이 되었다.

부자들에게 있어 천만 원은 코 푼 돈에 지나지 않았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그런 돈.

녹색 잎이 아닌 하얀 세상으로 도배된 트레이의 최종 목적지는 이건호에게 당도했다.

“......”

이건호는 어이없단 눈으로 한강을 한차례 응시했다.

“장인어른.”

“못된 놈.”

이번에도 자신이 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호는 눈물을 머금고 백지수표를 꺼내 위에 올렸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한강은 웃으며 무대로 복귀했다. 사람들의 시선 따위 ‘1’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 백기를 들었다.

“마이크!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얼마 후, 재석은 수표가 아닌 마이크를 들었다. 한강의 고생은 보기 좋게 숲으로 돌아갔다.

“최고의 예능 방송인이 되기를 응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사회자 박봉우였습니다.”

2006년 8월 말, 재석의 미래가 육성호텔에서 결정(?)됐다.

사람들의 박수 속에 재석의 돌잔치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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